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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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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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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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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작성
23.12.0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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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가진 미친놈 (6)

DUMMY

122화


두 듬직한 사내들의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체험 마차가 막 지나갔다.

길가의 바위에 걸터앉아 있던 한 청년이, 그 참상을 목도하고선,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뒤따라오면서 섀도복싱을 하고 있던 하지운과 눈이 떡 마주치고 말았다.

잠시 두 사내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벌어졌고, 이내 쫄아 버린 하가 놈이 눈을 내리깔고 후다닥 도망쳐 버렸다.


“너 어디 가? 날 죽이러 오는 길이 아니었나? 내가 멜섬 영주의 장남 패트릭 클러벡이다.”


눈싸움에서 처발린 하가 놈이 부리나케 멀어지다 말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잠시 후 고개를 반만 돌리고 위아래로 힐끔거리던 덩치만 큰 쫄보가 어기적거리며 되돌아왔다.


“저, 정말 패트릭 경이세요? 혹시 다른 분이 대신 싸워 주러 나오신 거 아니에요? 원래 이렇게 생기셨어요? 듣던 거랑 너무 다르게 생기셨는데...”

“무슨 소리야? 삼십 년을 패트릭으로 살아 왔는데. 내가 어떻게 생겼다고 소문이 났는데?”

“곱상하게 생기셨다고... 그런데 지금 그쪽은 꼭 돼지머리 괴물같이 생기셨는데요.”

“......”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솔직한 성격이라서, 거짓말을 하지 못해요! 인상 좀 쓰지 마세요! 너무 무서워요!"


돼지머리 괴물보다는 훨씬 더 잘생긴 패트릭 경이 살기를 줄줄 흘리며 하지운에게 다가섰다.


“아! 오지 마세요! 저 드릴 돈 없어요! 저희 집 쫄딱 망해서, 용돈 못 받은 지 한참 됐단 말이에요!”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하지운이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다급하게 뒷걸음질 쳤다.


“너야말로 로저가 맞느냐? 듣던 것하고는 딴판이지 않느냐? 덩치만 보면 그놈이 맞는데...”

“저야말로 로저 맞는데요. 저 원래 이런 성격인데... 저에 대해서 어떤 말을 들으셨는데요?”

“안하무인의 사나운 인간쓰레기라고 하더구나.”

“어떤 다람쥐 좆만 한 새끼가 그렇게 말씀하시던가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진 하지운이, 한참 장난에 정성을 쏟다가, 미친놈답게 정색을 했다.

난데없이 안면을 바꾼 미친놈이 오른손으로 패트릭 경의 모가지를 틀어잡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혹시 네 엄마가 그랬어요? 내 인성이 좆같더라고.”

“우럭 어뭐이 흐윽 이뮈 도흐왁카셔윽.”


힘겹게 모친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 패트릭 경이 번개 같은 속도로 허리춤에 매달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왼손은 검집을 잘 잡았는데, 오른손은 허공을 움켜쥐고 말았다.

하지운이 안쓰러운 마음에 이실직고를 해 버렸다.


“어... 미안. 이걸 찾고 있지? 장식이 예뻐서 내가 방금 훔쳤어. 꼴에 칼에다가 돈지랄을 부지런히 하고 자빠졌구나. 그 돈 아껴서 네 몸에다 좀 더 투자하지 그랬어? 칼에 보석 박으면 전투력이 상승하니?”

“그아... 그아보돠아!”


억울함을 토로한 패트릭 경이 또다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오른손을 휘둘렀다.

기겁한 하지운이 패트릭 경을 놔 버리곤 재빨리 물러섰다.


패트릭 경이 양손을 미친 듯이 움직이며 쇠사슬로 연결된 쇠몽둥이 두 개를 고속으로 이동시켰다.

야성미가 넘치는 장부답게 생긴 거한이 휘두르는 쇠막대기 두 자루의 이동 속도가 미쳐 버렸다.

그의 겨드랑이와 허리를 타고 시커먼 뱀이 믿기지 않는 속도로 미끄러지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보고 있던 하지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거기에는 그 어떤 조롱의 의도도 담기지 않은 순수한 육체의 반응만이 있을 뿐이었다.

감정이 격해진 하가 놈이 급기야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어깨를 들썩이며 낮게 흐느끼기까지 했다.


“이런, 빌어먹을!”


참다못한 패트릭 경이 브리갠트 건국 이래 최초로 제작된 쌍절곤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허윽... 능력이 몇 개 남아 있었던 거야? 흐윽... 그렇게 고를 게 없었어? 어쩌자고 그걸 골랐어? 으흑... 너무 슬퍼... 전생에 좀 빨리 죽지 그랬어...”

“비웃지 마라! 이 사이코패스야!”

“흐윽... 소시오패스야.”

“그거나 그거나!”

“엄연히 달라.”

“쓸 만한 건 너희들이 싹 다 골라 가 버렸고, 남은 능력이라고는 무기술 빼면 죄다 괴상한 것들뿐인데! 뭘 골랐어야 하는데! 빌어먹을! 그냥 소멸시켜 달라고 할 걸! 혹시나 하고 넘어왔더니, 네놈이 이런 지옥을 만들어 놓고 있을 줄이야! 괜히 왔어! 으아아악!”

“하긴 남아 있는 능력들이 가관이긴 하지... 그나마 초능력다운 거 서른 개랑 무기술 스무 개 정도 빼고 나면, 나머지 쉰 개는... 내가 장담하는데, 분명 저승사자들이 백 개 맞추려고 억지로 쥐어짠 게 분명해. 남성 전용 능력 ‘음경 확대’와 여성 전용 능력 ‘처녀막 무한 재생’은 절대로 맨정신으로 만든 게 아닐 거야. 구십 개 정도 만들고, 정말 짜증 나서 술 처먹고, 되는대로 써 갈겼을 게 분명해.”

“그래! 그곳은 절대 멀쩡한 곳이 아니었어! 죄다 너 못지않은 미친 귀신들이 득시글대는 곳이었어! ‘체취 제거’에다 ‘방귀 배출’은 대체 뭐야? 그딴 걸 누가 골라? 네 말대로 어차피 그렇게 골골대다가 죽을 거, 조금만 더 빨리 죽을걸!”


「말 한번 시원하게 잘한다! 두 놈 다 지옥행은 따 놓은 당상이구나!」


여친의 격려를 애써 못 들은 척하며, 하지운은 호걸같이 생긴 사내와 수다를 이어 갔다.


“잠깐! 그건 네가 모르고 하는 소리야. ‘체취 제거’와 ‘방귀 배출’은 그나마 괜찮은 능력이야. 네가 고른 ‘쌍절곤’보다는 훨씬 나아.”

“갑자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하는 거냐?

“일단 ‘방귀 배출’은 독가스를 발사하는 능력이야. 살상력만 따지면, 마법 다음가는 엄청난 광역 공격 능력이야. 그리고 ‘체취 제거’는 암살에 능한 놈이 쓰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낼 수 있어. 특히 이 동네에서 말이야.”

“하아... 그럼 네가 고르지 그랬어? 내가 강탈 고르게.”

“강탈이 네가 죽을 때까지 남아 있었겠냐? 그 전에 다른 놈이 골라 갔겠지.”

“......”

“열흘 전에 ‘투명화’ 능력자를 만나서 죽였거든. 걔가 처음 나타났을 때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까. 허공에 상태창만 둥둥 떠다니는데, 사람이 안 보이는 거야. 그런데 그 상태창이 계속 슬금슬금 다가오더라고. 제 나름 기척을 감춘다고 용을 쓰는데... 진짜 웃긴 건 상태창이 아니었어. 걔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냄새가... 걔가 여기 와서, 하도 고생을 해 가지고... 통 씻지를 못해서... 여기 강에... 가끔 보면 금붕어도 늑대 같은 걸 뜯어 먹고 있자나... 그러니까 어디 씻을 곳이...”

“세상에...”

“그러게...”

“잠깐! 너 뭐라고 했냐? 상태창?”

“어, 상태창. 내가 죽여서 능력을 강탈한 놈 중에 상태창을 훔쳐볼 수 있는 놈이 있었거든.”

“이, 이런... 빌어먹을...”

“내가 얼마나 웃겼으면, 방금 전에 그렇게 울었겠니. 자기소개부터 다시 해 봐. 지체 높은 귀슬리의 대영주 퍼제스 경아.”

“그래... 내가 귀슬리의 영주 사일러스 퍼제스다. 아니... 사일러스의 몸을 차지한 망자라고 해야겠지.”

“네가 멜섬 영주 자식새끼의 명의를 도용한 이유쯤이야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어. 네 몸의 원주인이 로저네 집에서 너무 개지랄을 해 놔서, 많이 불안했겠지. 그래도 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너무도 어리석은 선택이야.”

“왜?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내가 저지른 짓이 아니잖아! 내 몸의 원래 주인이 지은 죄를 왜 내가 갚아야 하는데? 내가 좀 더 편하게 죽으려고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아니, 그게 왜 잘못이겠어. 당연히 잘못이 아니지. 그런데 편하게 죽으려고 빌려 쓴 신분의 임자가 패트릭 클러벡인 게 문제지.”

“무슨?”

“죽이기는 네가 더 많이 죽였는데, 강간은 걔가 더 많이 했거든. 그래서 너나 걔나 거기서 거기야. 걔가 인상이 순하기는 하지. 그래서 네가 오해할 만도 해. 네가 몰랐나 본데, 난 이전부터 걔를 좀 알고 있었어. 걔네 땅이 예전에 로저가 갖고 있던 땅이랑 몇 군데가 붙어 있었잖아. 험프리가 줬던 앨커스터주 내의 장원들 말이야. 그래서 얼굴 볼 일이 몇 번 있었거든. 눈깔 보고 대충 짐작은 했었어, 미친 새끼인걸.”

“더럽게 재수 없게... 제일 얌전히 있다 온 놈인 줄 알았더니...”

“네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아. 내가 스코스비 가문의 꼬마에게 베푼 친절 때문에 이러는 모양인데. 그 꼬마의 행위는 분명한 정당방위였어. 내가 원래 정당방위에 대한 내 나름의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거든. 그 꼬마는 내 기준에선 명백한 무죄야. 죄가 없는 애를 내 임무 때문에 죽여야 했으니, 평생 안 하던 짓을 했던 거야. 그런 건 개나 소나 기대하면 안 돼. 주제넘은 짓이야. 그리고 내가 의사는 아니잖아. 안락사를 시켜 달라느니. 다들 나한테 바라는 게 너무 많아. 그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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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마왕의 길 (17) 23.11.25 52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2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50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55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56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62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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