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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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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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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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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작성
23.12.1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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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7)

DUMMY

123화


“왜 안 되는데?”

“그건 너희가 지극히 하찮은 벌레이기 때문이야. 벌레가 사람에게 ‘밟지 말고, 돌아서 가라. 밟으려면 살살 밟아라.’라고 시건방지게 지껄이진 않잖아. 그것과 같은 이치야. 이런 당연한 걸 말해 줘야 아는 거야?”


자상한 하지운은, 자신을 기습하겠답시고, 매복해 있던 놈에게까지도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이놈은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난 방금 도착했잖아.”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사기꾼이, 당사자와 맞닥뜨려서, 당황하는 모습을 싱글벙글하면서 바라보던 하지운이 당사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곱상한 패트릭, 이 발정난 정신병자야. 성에서 기다리고 있지, 뭐 하러 마중 나왔어? 설마 이거 기습이야? 그럼 네 뒤에 있는 병신들은 날 죽이러 달려 온 용사님들인가? 기습이면 기습답게, 날 화들짝 놀라게 해 줘야지. 김빠지게 이게 뭐야?”

“살인마와 돼지가 길 한가운데서 한참을 떠들고 있는데, 언제까지 숨어 있으란 것이냐? 사내놈들이 아낙네처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미안, 기다리는 줄 알고, 더 즐겁게 떠들었어.”

“......”

“뭐 해? 덤벼. 벌써 겁먹은 건 아닐 거 아냐?”

“한꺼번에 공격해라. 놈이 정신 차릴 틈을 주지 마라. 기사도 따위는 들먹이지도 마라. 그런 얼빠진 생각들을 하니까, 그 많은 토벌대가 전멸했던 거야.”

“예... 도련님...”


클러벡 가문의 용사들이, 내키지 않는 듯, 똥 씹은 표정을 하고선 하지운을 둘러쌌다.


“죽을 때 죽더라도 기사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싶지만, 주군의 명을 받드는 것 또한 우리의 소임이니 우리를 너무 비난치 마시오.”

“그, 그래... 흐억...”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대꾸하는 하지운이었다.

그 와중에, 슬그머니 쌍절곤을 주워 들고, 클러벡의 용사들 사이에 끼어드는 사일러스 퍼제스 호소인이 보였다.

시원하게 곡을 한번 하고 싶은 하가 놈이었다.


명예를 중시하는 용맹한 전사들을 둘러보며 하지운도 무기를 꺼내 들었다.

맨손으로 상대하는 것은 이들의 긍지를 짓밟는 무례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운이 꺼내 든 무기는, 뭔가 이곳 브리갠트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물건이었다.

거대한 철퇴와 흡사한 형태의 무기였는데, 특이하게도 무기의 자루에 가느다란 팔이 한 쌍 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손잡이 끝에 자그마한 발도 한 쌍이 달려 있었다.

무엇보다 철퇴의 머리 부분에 눈, 코, 입이 그려져 있어 한층 더 괴이함을 더해 줬다.


사일러스와 패트릭 그리고 클러벡의 용사들 총 십이 인이 동시에 튀어 나갔다.

어지러이 시선을 주고받던 용사들이 겨우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 몸처럼 돌격한 것이다.


십이 인의 용사들이 하지운의 십 보 거리까지 접근하는 순간, 그들 모두의 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들의 목표물 하지운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사라지는 김에, 클러벡 가문의 용사 십 인의 상반신도 들고 가 버렸다.


갑자기 적적해진 두 사내 앞으로 전신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소머리 좀비 열 마리가 나타났다.

좀비 놈들은 초면에 빈손으로 오기 뭣했는지, 산 사람을 각각 한 명씩 머리끄덩이를 잡고 질질 끌고 왔다.


두 사나이가 걸어 다니는 괴물 시체들의 배송물을 확인해 보니, 클러벡 가문 휘하의 가신들이 분명했다.

패트릭이, 자신과 직속 기사들이 하지운을 상대하는 동안, 대마법사를 구출하라고 보내 놓은 휘하의 영주들이었다.


당장 응급실로 실려 가도 위험할 것 같은 산송장 열 명을 대충 내팽개친 좀비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던, 스무 개의 다리통을 각자 두 개씩 집어 들었다.

양손에 든 다리통을 질겅질겅 씹으며 멀어져 가는 소머리 좀비들을 응시하곤,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두 사나이였다.


“으이구, 씨발. 이 속도로 어느 세월에 사십 레벨을 올려? 또 사만 명이야. 가지고 있는 능력들 전부 백 레벨 만들려면, 몇 십만을 죽여야 하는 거야?"


대가리가 피와 살점으로 떡칠이 된, 졸라맨 형상의, 골렘을 탈탈 털면서 하가 놈이 재등장했다.

등장하기가 무섭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십 인의 중환자를 골렘으로 짓이겨 놓은 하가 놈이 패트릭 경에게 한마디 했다.


“네가 예비대랍시고 숨겨 놓은, 개돼지 냄새 풍기는, 졸개들도 싹 다 죽였어. 알고 있으라고.”


허공에 소형 폭포수를 소환한 하지운이 골렘이고 싶은 철퇴를 세척했다.

그러는 와중에 두 사내를 훑어보고선 오만상을 찌푸렸다.


“너희 둘은 한 대도 안 때렸는데, 왜 싸고 지랄이야. 네놈들 몸뚱어리에 묻은 거 너희 거 아니야. 피 좀 튄 걸 가지고 오줌까지 싸고 지랄이야. 겁은 더럽게 많아 가지고.”


골렘을 깨끗하게 씻긴 하지운이 물기를 탁탁 털면서 두 사내대장부에게 다가갔다.


“야, 너 저기 멀리 있는 마차 보이지? 옆에 가서 무릎 꿇고 있어. 도망치면 방금 본 애들이 쫓아갈 거야. 쟤들은 지치질 않아. 그리고 잡히는 순간, 팔다리 한두 개 정도, 뜯어 먹힐 각오는 미리 해 둬야 할 거야.”


그 말에 사일러스 퍼제스 호소인이 쌍절곤을 축 늘어뜨린 채 어기적대며 멀어져 갔다.

눈깔이 많이 얌전해지고 촉촉해진 패트릭 경을 바라보며, 하가 놈이 거칠게 일갈을 하였다.


“어이, 패스 중에서도 성골인 사이코패스가 한 대도 안 맞고 오줌을 싸? 너 어디 가서 우리 과라고 하지 마. 쪽팔려서 진짜. 이 새끼 감정을 못 느끼는 거 아니었어?”


감정은 못 느껴도, 무조건 뒈지게 생겼다는 건 직감했던 것이다.

대마왕이 지껄인 말 중에 반은 못 알아들었지만, 알아들은 반만으로도 의미 전달은 충분히 되었다.


“로, 로저 공 사, 살려 주시오. 내가 한 짓이라고는 고작 천한 하녀 년 몇을 건든 것밖에 없지 않소. 귀공의 피붙이들은 손도 대지 않았소. 진짜요. 믿어 주시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겠소.”

“이놈도 미친놈이라서 그런가? 죽은 네 할아비 명예는 왜 걸어? 그딴 게 뭔 가치가 있다고. 알아. 네가 내 하녀만 넷을 건드렸잖아. 그래서 네 몸통만 박살 낸 다음, 머리통에다 네 생식기를 부착해서 마차에다 걸고 다닐 거야. 그 정도 간소한 처벌이면 너도 별 불만 없지?”

“뭐... 고작 천한 년 넷을 손댔다고, 그렇게까지 한다고? 그년들이 네 씨라도 배고 있었던 거냐? 흔한 게 계집인데, 어린애처럼 굴지 마라. 내가 부리는 년들 중에도 반반한 것들이 여럿 있다. 다 주마. 내가 가진 금화도 다 넘겨주겠다. 네가 원하면 장원도 몇 개 떼어 주마. 이 정도면 내가 엄청 손해 보는 거 아니냐.”

“아니지.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되지. 하녀라고 다 같은 하녀가 아니야. 내 하녀잖아. 내 하녀와 험프리의 종놈 중에, 누구의 신분이 더 높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뜻이냐?”

“네가 감히 제 주제도 모르고, 윗사람을 능멸했다는 뜻이야. 심지어 험프리는 조만간 내 애완견이 될 놈이야. 저 두 마리의 암캐들처럼. 그럼 넌 내 애완견의 종놈이 되는 거잖아. 애완견의 종놈과 하녀 중에 누가 위야? 내 말이 그렇게 이해하기가 어려워?”

“말 함부로 하지 마라! 감히 천하디천한 종년을 나와 비교하다니!”

“유언은 잘 들었어. 네 머리통은 내가 요긴하게 쓸게.”

“잠끄억.”


패트릭 경이 말을 시작하고 있는데, 염동력으로 울대를 후려친, 경우 없는 닥터 하가 성형 수술을 시작했다.


우선 환자의 의복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는, 마취도 심지어 소독도 없이, 패트릭 경의 매우 소중한 부위를 바람의 칼날로 썰어 버렸다.

그러고는 언젠가는 사용하려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대패로, 앞가르마부터 정수리까지, 일자로 밀었다.


생식기와 고환을 한 줄로, 앞쪽 헤어라인 한가운데에, 정성스럽게 올려 둔 닥터 하가 입신의 경지에 이른 치료 마법을 시전했다.

별명이 ‘곱상한 패트릭’이었던 한 젊은 미남의 이마 상단에 소중한 닭 벼슬을 달아 준 천인공노할 외과 의사가 자신의 작품에 감탄했다.


의대 문턱도 못 넘어 본 무면허 의사가, 이제는 쓸모없어진 패트릭 경의 쇄골 아랫부분을 강철 재질의 골렘으로 다져 버리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주 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집구석을 박살 냈는데, 고작 서른일곱이라니... 일 레벨 올리는데 천씩 죽여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그래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닥터 하였다.

레벨이 삼십 미만이었으면 골렘의 재질이 진흙이었을 것이고, 육십 미만이었으면 돌이었을 것이다.

그걸 들고 음속으로 내려쳤으면 많이 아팠을 것 같다, 하지운 자신의 마음이.


서글픈 정신 승리를 하며 쌍절곤 기술을 회수하러 가는 하지운이었다.

그 뒤를, 닭 벼슬이 달린 미남의 머리통을 조심스럽게 받쳐 든, 소머리 좀비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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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마왕의 길 (17) 23.11.25 52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2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49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55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56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62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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