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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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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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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작성
23.11.2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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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수정] 마왕의 길 (16)

DUMMY

114화


여섯 남녀가 모두 이구동성으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에바 구스타프손 양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자신들보다 최소 일 미터는 더 큰 레알 마귀 새끼가 오히려 자신들을 인성 쓰레기로 몰자, 인간으로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작 만 스물둘의 나이에, 윤락업소의 악질 포주 취급을 받은 상황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뛰어넘는, 소름 끼치는 모욕감이었다.


그들의 진심 어린 하소연에 감명받은 하지운이, 틸리얼 가문의 구성원으로 거듭난, 페넬로페 양에게 질문을 건넸다.


“혼자 왔니?”

“......”

“저기 걸려 있는 너희 가문의 늙다리가 안 보여? 내가 암수 구분하면서 고문하는 세련된 지성인으로 보이니? 어차피 옷도 안 입고 있고, 다리통도 하나 날려 먹은 김에, 남은 팔다리도 마저 박살 나 볼래? 내 매제 대신 저기다 매달아 줄까? 매제 새끼는 사겠다는 놈도 없어서, 지금 당장 죽여 버려도 되는데.”

“호, 혼자 왔습니다.”

“왜 대답이 늦어? 죽기 전에 많이 아파 보는 게 소원이야? 안락사하려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

“흐으윽, 죄송합니다! 진짜 빨리 대답할게요! 제, 제발... 때리지 마세요...”

“그거야 너 하기 나름이지. 네가 대답을 야무지게 잘 하는데, 내가 굳이 널 왜 때려? 때릴 놈이 차고 넘치는. 아, 씨발!”


알폰소 군이 또다시 골렘을 소환해서, 하지운의 눈앞에 던져 놓은 것이다.


대충 봐도 엄청 딴딴해 보이는 때깔 좋은 쇳덩어리를 마주하고, 상대하기가 급 귀찮아진, 하지운이 좌측에 보이는 야산에다 강제로 암매장을 해 버렸다.

제대로 걷어차서 깊숙이 묻어 놨기 때문에, 꺼내려면 한참은 걸릴 줄 알았다.


하지운의 어림없는 착각이었다.

알폰소 군의 마력에 관련된 각종 역량이 하가 놈의 생각보다 훨씬 더 허접했던 것이다.


백 레벨을 찍은 상태에서 골렘의 소환 시간은, 소환사가 골렘에게 제공한, 마력량에 의해 결정된다.

골렘이 알폰소 군의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여 준다면, 지속적으로 마력을 추가로 주입해, 소환 시간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하지운 같은 상궤를 벗어난 괴수를 만나 갑작스런 생이별을 당하게 될 경우, 방금 같은 골 때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골렘에게 주입한 마력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알폰소 군이 좋든 싫든, 소환 상태는 한동안 유지되었다.

하지만 소환사와의 정신적인 연결이 끊겨 버렸으니, 찬란한 기갑 전사는 보호자가 없는 미아 상태로 전락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알폰소 군이 내내 입을 꼭 다문 채로, 코피를 질질 흘리며, 눈알을 뒤룩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끊어진 연결 고리를 다시 이어 보려고 말이다.


그런데 주입해 놓은 마력량이 어찌나 하찮았는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소환이 제 맘대로 해제돼 버렸다.

알폰소 군의, 영혼 한 켠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에 어느새 집 나갔던 골렘이 돌아와 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하가 놈의 시야에 기껏 치워 버린 눈부신 쇳덩어리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헛웃음을 흘리던 하지운이 알폰소 군에게 질문을 던졌다.


“위대한 소환사야, 이 새끼 재질이 뭐냐? 존나 단단하던데, 어쩌다 이런 눈부신 새끼를 소환한 거냐? 네가 소환한 게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궁금하다. 진심으로 부러우니까, 자랑 좀 해 봐라.”


거대한 마귀의 성심을 다한 찬사에 골렘 주인 알폰소 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자신의 액션 피규어를 칭찬받은 남성의 어쩔 수 없는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들어는 봤냐? ‘데쿠시움’이다! ‘고결함과 영광’이란 의미가 담긴 전설의 금속이지! 아무리 네놈이라 해도 절대 부술 수 없다! 각오해라, 이 악마야!”


‘영광... 여기 고대 제국어로 설정돼 있는 게 라틴어지? 이걸 영어 단어로 바꾸면 ‘글로리’ 아냐? 보통 원소 이름 끝에 ‘이움’을 붙이는 거고... 그럼 영어로는... ‘글로리움’이네... 야... 임승아... 이거 이름 누가 지었어?’

「그, 그냥 우리 부서에서 대충 지었어...」

‘그러니까! 너희 부서의 누구?’

「그래! 내가 지었다! 내가 지었어! 그래서 어쩌라고?」

‘사당동 글로리움 2차...’

「맞아... 자기가 전세 살던 아파트 이름... 그냥 떠오르는 게 없어서 갖다 쓴 거야! 의미 부여할 필요 없어! 오해하지 마!」

‘승아야...’

「왜... 지운아...」

‘다음 주에 올 때... 죽었다고 복창하고 와!’

「하아... 알았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갈게. 근데... 자기야, 옷은 뭘 입고 갈까?」

‘몸만 와!!’

「어휴...」


“아이, 씨발! 존나 방해되네!”


하필 승아를 미치도록 설레게 만든 감동의 순간에, 눈치 없는 육인조가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끼어들었다.

안 그래도 맞아 뒈질 운명에 추진력을 더한 것이다.


「지운아... 걔들 존나 패 줘.」

‘알았어, 자기야! 존나게 밟아 버릴 거니까 걱정 마!’


현재 하지운의 우측 옆구리 삼십 센티 앞에는 골렘의 오른 주먹이 날아오고 있다.

또한 그의 기준에서 열 시 방향에는,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검이 무려 십 센티 앞까지 접근해 있는 중이다.


왼손으로 골렘의 오른 손목을 낚아챈 하지운이, 검을 뻗고 있던 ‘순간 이동’ 능력자, 크리스티안을 향해 파리채 휘두르듯 휘둘러 버렸다.


자신의 모든 기력을 쥐어짜 공중에서 방향을 튼 크리스티안이, 우측 오 미터 지점에 착지함과 동시에, 바닥을 차며 거칠게 뒤로 몸을 날렸다.

어느새 쫓아온 마귀가 손에 쥔 골렘 형상의 몽둥이를 그의 정수리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고 있었기 때문이다.


“끼야아아아악!”


흙바닥에 대갈통만 내밀고 있던, 앨리스 틸리얼 호소녀, 페넬로페 양이 게거품을 튀기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토해 냈다.

그녀의 괴성에 정신을 차린 하지운이 왼팔을 튕기듯 휘둘러, 골렘을 허공에 띄웠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골렘의 왼 발목을 잡아채고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크리스티안 군을 쫓아갔다.


방금 전 찬란한 은빛 금속 덩어리에 머리통이 으깨질 뻔한 페넬로페 양이 위아래로 미친 듯이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낯짝 곳곳에는, 방금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상식을 초월한 하가 놈의 위용에, 투명한 변태 노출녀의, 기대 수명 삼십 년이 단숨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호쾌한 웃음을 터뜨린 하지운이 오른손에 든 골렘을, 로저 놈 헌 망치 쓰듯, 휘두르며 순식간에 ‘순간 이동’ 능력자를 따라잡았다.

기겁을 한 크리스티안 군이 급하게 좌측으로 몸을 틀던 도중, 갑자기 허벅지를 부여잡은 채, 바닥에 고개를 처박아 버리고 말았다.


“저런, 허접한 몸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남발하는 바람에 햄스트링이 손상됐구나. 네 능력은 ‘순간 이동’이라기보다는 ‘속도 증가’라고 부르는 게 맞아. 네 근육 꼬라지는 그대로인데, 권능의 도움으로, 즉 억지로 속도만 늘린 거야. 매일 스쿼트라도 열심히 하지 그랬어. 네 권능에 맞춰서 육신의 역량도 끌어 올렸어야지. 축구 선수들처럼 매주 한 시간 반씩 뛴 것도 아니고, 고작 몇 분 쫓겨 다녔다고 그러는 걸 보니 네 새로운 몸도 어지간히 쓰레기인가 보다. 하긴 세비니가 원래 그렇지 뭐. 병신 같은 집구석. 이웃이라고 대접해 줬더니, 분수도 모르고 배신이나 때리고. 싹 다 멸종시켜 줄 거야... 공룡...처럼?”


그 순간 하지운은 꿈을 꾸는 줄 알았다.

하지운만이 아니었다.

검을 꼬나 쥐고 ‘은신’ 능력을 발동한 채 접근하던 오메르 군이나, 마력을 쥐어짜 물 덩어리를 키우고 있던 에바 양도 순간 얼어붙어 버렸다.


그들의 눈앞에, 대략 6,500만 년 전에 멸종한, 거대한 파충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야! 이거 지금 나만 보고 있는 거 아니지? 혹시 너희도 보고 있어? 야, 이 병신 새끼들아! 침 좀 그만 흘리고, 대답 좀 해 줘! 씨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고!”

“구어, 궝령이여.”


구토가 겨우 멎어 가던 앨리스 틸리얼 호소녀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하가 놈의 협박이 어지간히도 살벌했었나 보다.


“하아... 다행이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건 아니구나. 씨발... ‘최면’ 능력자가 나타난 줄 알았네...”


저승에서 봤었던 목록 안에 공룡과 연관된 능력은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고로 지금 공룡을 소환해 온 누군가는, 하지운보다 먼저 이곳으로 넘어온, 오 인 중 한 명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지운은 그 다섯 부활자 중 네 명의 정체와 능력을 파악하고, 그중 셋을 죽였다.

마지막 남은 한 놈도 대충 이름은 파악했는데, 너무 듣보잡이라 뭐 하는 종자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놈의 취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넌 너무 거슬려서 안 되겠다.”


난데없이 날아든 바람의 칼날에 ‘은신’ 능력자 오메르 군의 양다리가 날아가 버렸다.

그와 동시에 절단면이 아물어 가더니, 페넬로페 양처럼, 머리통만 남기고 땅속에 묻혀 버렸다.


바닥에 처박혀 있던 크리스티안 군의 사정도 나을 게 없었다.

순식간에 양 발목을 밟힌 후, 오메르 군과 흡사한 과정을 거쳐, 인두겁을 쓴 작물이 되어 버렸다.


잠시 후 흙바닥이 반죽처럼 물러지더니, 두 청년을 단숨에 페넬로페 양 좌우로 이동시켰다.

빙판 위를 가르는 컬링 스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같이 뒈질 예정인데, 담소들 나누고 있어. 그래도 여자애인데, 변태라고 쪽 주지 말고, 따뜻한 말 한마디씩 건네. 그럼 부탁할게.”


작가의말


 한 번 늦어지니까 계속 밀리네요.

 또 새벽 세 시네요.


 [내용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날 새벽에 마무리하느라 착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공룡 소환사의 부활 순서에 대한 설정을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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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23.11.30 61 2 11쪽
117 마왕의 길 (18) 23.11.28 57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52 1 10쪽
»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3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50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55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5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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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마왕의 길 (11) 23.11.12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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