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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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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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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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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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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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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DUMMY

117화


“어이, 초보 마법사 영감. 저기 네놈 피붙이도 있어. 쟤 누군지 알겠어? 영감이 싸지른 애새끼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서, 난 도통 모르겠어. 혹시 영감도 모르는 건 아니지? 빨리 맞혀 봐. 쟤들 물 먹다가 배불러서 뒈지겠다. 영감이 맞히면 그만 먹일게. 자! 얘들아! 이 영감탱이가 쟤 누군지 맞히면, 너희들 물 그만 먹일 거야! 자! 하나! 둘! 셋! 쟤는 누구야?”

“......”

“야... 이 병신 진짜 모른다. 너희 그냥 다 죽어라. 이 특색 없는 놈들아.”

“아하아아아윽!”


한참 물을 먹고 있던, 앨리스 틸리얼 호소녀, 페넬로페 양이 미친 듯이 머리통을 흔들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련해 보였던 하가 놈이 간만에 자비를 베풀었다.

팔 인의 젊은 남녀가 진저리를 치면서, 방금 먹은 물을 다 게워 냈다.


“목마르면 계속 입 닫고 있어. 물은 워터 파크 하나 채울 만큼 뽑아낼 수 있어. 원 없이 먹게 해 줄게.”


겨우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된 페넬로페 양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멈블 랩을 하듯 다급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 저는 우욱. 거붜. 우으읍.”

“천천히 해라. 넌 노력이 가상해서 좀 더 봐주면서 할 테니, 진정하고 차분하게 얘기해 봐.”


살짝 데운 물로 면상도 씻겨 준 하지운이 자비로운 미소를 질질 흘리며, 틸리얼 소속의 참가자를 다독여 주었다.


“저는 앨리스 틸리얼이라고 합니다. 거버스 공의 츠... 측실 소생 중 하나입니다.”

“그래, 앨리스 양. 어쩌다 죽어서 참가자가 되었는고? 전생의 너 말고, 앨리스인가 뭔가 하는 년 말하는 거야.”

“거... 거버스 공의 증손자인 제임스 놈에게 어머니와 함께 살해당했습니다! 흐윽... 거버스 공을 구한 후... 저희 모녀의 원통함을 풀어 달라고 탄원하려 했던 것입니다!”

“증손자이면... 아무리 첩이라 해도, 너희 모녀가 증조모와 조모뻘이 아닌가? 그놈은 너희 둘을 도대체 왜 죽인 것이냐? 그놈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니냐?”

“......”

“내가 봐준다 했다고, 벌써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과연 명문거족의 씨는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저...”

“어차피 말할 거 얼른 얘기해라. 자꾸 날 짜증 나게 만들면, 막상 말할 겨를도 주지 않고, 대뜸 네 대갈통을 걷어찰 수도 있어.”

“놈이... 그놈이... 저희 모녀를 능욕하려다가, 제가 심하게 저항을 해서... 저희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숲에다... 버렸습니다...”

“와아... 브라보!! 거버스, 너희 집구석 최고다! 브리갠트 최고의 가문은 단연코 너희 가문이야! 우리 집안이 분수를 몰랐네! 네놈이 분노할 만했다! 독보적인 너희 가문을 몰라보고, 우리가 그렇게 설쳐 댔으니... 좋겠다! 멋진 후손들을 둬서! 노인네, 든든하겠네!”


북부의 색마의 낯짝이 기괴하게 뒤틀려 버렸다.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괴이한 표정이었다.


“꼴값하네. 네가 뭘 잘했다고, 인상을 쓰고 지랄이야? 네가 네 증손자보다 나을 게 있어? 네놈한테 배운 그대로 했는데, 잘했다고 칭찬을 해 줘야지. 안 그래? 이 북부의 마누라 약탈자야.”

“그만 닥쳐라! 이 마귀 같은 노뫄윽.”


하지운의 시원한 따귀 세례가 작렬했다.

거버스의 양 볼이 함지박만 하게 부어오르고 나서야 하지운의 손찌검이 멈췄다.


“누구더러 마귀래? 이 걸레 같은 새끼가. 어이, 북부의 색마. 내가 처음에는 네놈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어. 도대체 네놈이 우리 가문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험프리랑 붙어먹고 우리를 공격한 건지 말야. 우리가 네놈 해 먹는 걸 방해한 적도 없고. 우리가, 너희 가문의 세력 확장에 방해가 될 만큼, 가까이 붙어 있지도 않는데 말이야.”

“......”

“그런데 말이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까, 우리가 너무도 어리석었던 거야. 한 번도 네놈의 입장에 서서 고민해 볼 생각을 안 했네, 우리가. 네놈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 봐도, 바로 이해가 가는 걸 말이야. 미리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해야 했던 건데. 우리가 멍청하게 방심하고 있었던 거야.”

“......”

“네놈이 잘난 불꽃의 대마법사가 되어, 패악질을 치고 다닌 지가 팔십 년이 다 되어 가. 그사이에 만들어 놓은 원한은 어마어마한데, 그 긴 세월 동안 아직도 그 병신 같은 집구석에선, 네놈의 뒤를 이을 원소 마법사가 나오지를 않네. 백 살이 코앞인데 말이야. 네놈이 죽고 나면, 너희 가문은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니까 암담했겠지. 안 그래? 이 똥걸레 같은 새끼야!”

“으으으윽...”

“네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나도 차마 엄두도 못 낼 짓을, 넌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지르고 다닌 거냐? 남의 마누라들은 왜 뺏은 거야? 그것도 무려 육십여 년 동안. 백 명 가까이 돼... 왜 그런 거야, 이 미친 새끼야? 유부녀가 아니면 흥분이 안 돼? 내가 네 몸뚱어리 썰어서 경매에 붙이겠다고 북부 변경에 소문을 냈거든. 참가하겠다고 접촉해 온 가문이 몇 개인지 알아? 대영주 집안만 스물다섯이야.”

“허윽!”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백 년 전에 노셀랜드주가 추가되면서, 북부에 변경 주가 여섯 개가 되었어. 그 안에 역대 왕 새끼들한테 영지를 받은 대영주 집안이 총 서른아홉 개야. 당연히 네놈 집구석까지 포함해서 말야. 그런데 네놈 시체의 손가락 마디 하나라도 사 가고 싶다고 달려드는 집구석이 무려 스물다섯이라고.”

“어어... 어흐윽...”

“벨라스터주야 말만 변경 주이지, 수십 년째 북부와 따로 놀고 있으니. 거기 놈들은 처음부터 제쳐 뒀고. 북동쪽 끝에 있는 길즐랜드주의 몇 놈은 너와 딱히 원한이 없다고, 안 오겠다고 하더군. 부지런한 네놈도 그 촌구석까지 찾아가서, 지랄을 하지는 않았나 봐. 그렇게 빠진 놈이 총 열 놈이다.”

“......”

“거기에 론체스터주에 있는 에클레스턴 가문의 노가주가 오늘내일하는가 보더라. 그쪽 집안에서는, 가주의 임종을 지켜야 해서 못 온다고, 아쉽다고 연락이 왔어. 그럼 남는 게... 네 집구석을 빼면 둘이잖아. 네놈이 장악한 몰번주의 게이스와 피체릭 이 두 집구석 말이야. 이 둘은 애초에 네놈 졸개나 마찬가지인 종자들이잖아. 그래서 걔들한테는 연락도 안 했어, 어차피 죽일 거라서. 겁도 없는 것들이 널 따라서 우리 집에서 깽판도 치고 갔더라. 걔들은 산 채로 네 서방들한테 먹일 거야. 남김없이. 여러 의미로 말이야.”

“으흐흐흐흑...흐으윽...”

“몰번주에 대영주가 네놈 포함해서 여섯이잖아. 그중에 반이 참석하겠다고 한 거야. 걔들이 뭐라고 했다는 줄 알아? 할머니와 엄마를 뺏어 간 원한을 갚겠단다. 진짜... 처음에 전해 듣고 웃다가 뒈지는 줄 알았다! 너나 너희 집안이나 알면 알수록 너무 웃겨! 정말 앞으로가 너무 기대돼! 넌 숨만 쉬어도 내 기쁨이야!”

“그만! 그만 좀 해! 이 미친놈아!”


어느새 물도 다 게워 내고 울음도 그친, 어설픈 물 마법사, 에바 양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정신 차려! 넌 로저가 아니야! 그냥 로저의 몸을 뒤집어쓴 지구인일 뿐이라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우리는 왜 잡아 놓고 고문을 하는 건데? 우리가 서로 죽고 죽이는 살인 게임 중인 건 맞아!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그냥 아까 다 죽였으면 되잖아!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그리고 그 두 사람한테는 왜 그러는 거야! 제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라고! 임무 목록에 있어서 죽여야 한다면, 그냥 고통 없이 죽여 주면 되는 거잖아?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 변태 살인마야!”


따끔한 일장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필리파 윌러벌 호소녀, 에바 양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더니 그녀의 혀가, 믿기지 않을 만큼, 길게 내밀어졌다.

그리고 결국에는 피보라를 일으키며 강제로 뽑혀 나왔다.


“으으흐으으으흐으!”


발광을 하면서 머리를 흔들어 대는 에바의 눈앞에서, 그녀의 길쭉한 핏빛 살덩어리가 터져 버렸다.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에 폭포수 같은 눈물이 쏟아져, 그나마 볼 아랫부분의 살점들은 씻겨 내려갈 수 있었다.


주변 청년들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비명들이 쏟아졌다.

이제야 자신들이 직면한 정확한 상황이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해라. 쟤 안 죽는다. 벌써 지혈했어. 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면, 안심해도 된다. 이 정도까지 얘기했는데도 계속 시끄럽게 하면, 혓바닥에다가 귀까지 추가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데, 귀는 뭐 하러 달고 있어.”


주변 청년들을 정숙하게 만든 소시오패스가 절망에 빠진 에바 양에게 개소리를 이어 갔다.


“네가 한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어.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야.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옳은 말을 나 같은 놈에게 꾸짖듯이 하고 싶었으면, 죽도록 노력해서 지금보다는 훨씬 강한 상태로 찾아오지 그랬어. 변비 환자가 묵은똥이라도 뽑아내는 것처럼 개지랄을 해서, 겨우 좆만 한 물 덩어리 하나 만들어서 던지는 게 네 최선이야? 차라리 오지에 숨어서, 한 십 년 정도 죽어라고 수련만 하지 그랬어. 네가 방금 나한테 한 말은 날 반쯤 죽여 놓고, 거만하게 내려다보면서 해야 어울릴 만한 대사였어.”

“......”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라. 지극히 옳은 말이야. 그런데 저 두 마리가 정말 사람인가? 사람의 거죽을 덮어썼으면 다 사람인가? 사람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할 수 있을까? 저 두 새끼와 너희의 새아빠, 새 형제자매들이 로저의 집에서 뭔 짓을 했더라? 너희가 차지한 몸의 원래 주인들이 그 자리에 없었기에, 너희가 그날 그곳에서의 직접적인 기억이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너희도 귓구녕이 뚫려 있으니 들었을 것 아니냐? 그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걸 다 아는 년이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니까, 내가 혀를 잡아 뽑은 거야.”

“......”

“뭐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일은 없었지. 인류의 수천 년 역사를 보면, 점령지에서 그런 일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으니까. 약탈, 고문, 살인, 집단 강간 등등. 싸움에서 진 패배자들이 으레 겪어 온 일이잖아. 안 그래?”

“......”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깟 놈들을 보호하겠답시고, 이렇게 몰려온 거 아냐? 날 죽여서 새 가족들을 안심시키겠다고.”


하지운이 쭈그리고 앉아, 입을 벌린 채 덜덜 떨고 있는, 로더릭 윌러벌의 새로운 딸과 눈을 마주쳤다.


“네 새아빠가 로저의 어미를, 수천 명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했는지 들었지? 누구더러 사람같이 살래? 네 새아빠 새끼한테도 그렇게 씨불여 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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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5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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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3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5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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