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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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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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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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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5,318

작성
23.10.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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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정진 (12)

DUMMY

98화


“야, 잠깐만. 그런데 네 능력 말야. 옷 속을 들여다보는 거야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상태창은 어떻게 들여다본 거냐?”


질문과 동시에 하지운은, 강간왕의 마음속에 일말의 망설임도 허락지 않으려, 마력을 움직였다.

강간왕의 몸뚱어리가 땅속에서 솟아오르더니, 엎드린 자세에서 팔다리만 땅속에 파묻힌 상태로 고정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소머리 좀비가 강간왕의 하반신을 바라보는 상태로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강간왕의 허리를 꽉 틀어쥐더니, 하지운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으아아아악! 뭐 하는 거야? 하지 마! 이 미친놈아!”

“내가 물어볼 때마다 네 대답이 늦잖아. 버러지 같은 강간범 새끼 주제에, 날 이렇게 귀찮게 해도 돼? 내가 말만 하니까, 내가 하는 말이 단순 공갈로 들렸지? 내가 오늘 너에게 한 말들 중에, 단 하나도 진심이 아니었던 게 없었어. 이건 그 증명이야.”

“제발! 다 말하겠다! 뭐든지 다! 제발! 으아아아아악! 제발, 이놈 좀 치워 줘! 뭐든지 다 말하겠다고! 제발!”

“딱 한 번만 더 속아 준다, 이 버러지 새끼야. 마지막 기회다. 지체 없이 떠들어 봐라.”

“투, 투시 능력이 백 레벨이 되면 다른 도전자들의 상태창을 볼 수 있어! 그래서 아까 네 상태창을 봤던 거다!”

“너... 나랑 같은 날에 온 놈이... 벌써 백 레벨을 찍었다고? 좆도 없는 새끼가 투시 능력을 백 레벨을 찍었다고? 벌써? 이런 근면 성실한 변태 새끼를 봤나. 도대체 몇 명의 생식기를 들여다본 거냐? 그리고 백 레벨을 찍은 건 언젠데?”

“오, 오천 명... 그리고 어... 어제다...”

“끄으윽! 죽여 버리겠다! 이 파렴치한 벌레 새끼야!”

“으아아아악! 이 새끼 내가 고문할게! 날 꺼내 줘! 내가 할게! 이 더러운 새끼!”


두 마법 처녀의 분노가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그녀들의 넘치는 의욕은 가상했지만, 그렇다고 심문 같은 중요한 일을 아웃소싱을 줄 수는 없다.

고문은 누가 봐도 하지운이 훨씬 더 잘한다.

그녀들의 사무치는 호소는 차마 들어줄 수 없어, 마음만 받기로 하였다.


“대단한 새끼! 달마다 대충 천백여 명의 여성을 훔쳐봤다는 거잖아. 비록 내가 이곳에 온 지 반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내 나름대로 죽도록 빡세게 살았다고 자부해 왔는데. 네놈을 만나고 또다시 쓰디쓴 좌절을 맛보는구나. 나보다 훨씬 열심히 산 놈이 있었다니...”


주변의 전사들도 듣고 있다가 어찌나 황당했던지, 곧 죽을 상황임에도 한 마디씩 거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런 벌레 같은 새끼! 그런 노력으로 검술을 익혔으면, 왕국 제일 검이 되어 저 로저 놈도 제압했을 텐데.”

“그랬으면 우리가 이 꼴이 되지도 않았겠지.”

“저놈 어디 출신이야? 어딘데 젊은 계집이 그렇게 많아?”

“한 달에 젊은 계집을 천 명 이상 만나는 게 가능한 거야? 미친놈이 얼마나 쏘다닌 거야?”

“만나서 그곳만 훔쳐보고 잽싸게 지나쳤다면 가능한 거 아냐? 하루에 고작 마흔 명만 보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한 번 본 계집을 또 봐도 되는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러면 종년 하나 세워 두고, 오천 번 보면 된다는 얘기잖아.”


금세 시장 바닥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듣고 있던 하지운이 박수를 치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다들 조용! 심정들은 이해가 가지만, 심문은 내가 하고 있던 거다. 이 이상 떠드는 것은 용납 못한다. 흙을 한 주먹씩 삼키고 싶지 않으면, 다들 입을 다물도록 하라.”


눈 깜짝할 사이에 좌중을 고요하게 만든 하지운이 강간왕에게 성실함의 비결을 캐물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던 거지? 어서 대답해라. 네 등 뒤의 소머리도 궁금해하는구나. 그놈을 더 궁금하게 만들지 마라.”

“나, 난 젊은 여자만 봤다고 한 적 없다...”

“아아... 이런 더러운 새끼... 아이 씨... 밥맛 떨어지게... 야, 그냥 해 버려.”


소머리가 강간왕의 엉덩이 위를 덮고 있던 가죽 방호구를 들추자마자, 강간왕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아니! 내 능력은 남녀 상관없이 다 적용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어린애를 건드렸다는 게 아니라고!”


순간 숲속에 중력을 압도적으로 뛰어 넘는 엄청난 무게의 끈적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그것은 살기였다.

하지운조차도 피부가 따끔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격렬한 기운이었다.


“너 정말... 가리는 게 없구나. 어쩌면... 내가 너무 까탈스럽게 살아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성공하려면 너처럼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건데. 너 때문에 또 한 번 좌절을 맛보게 되는구나.”


아무래도 저승에서 인증한 유용한 능력인 ‘투시’에 대해서는 그만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운은 급하게 강간왕의 풍진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듣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주변의 전사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뛰어난 고문 기술을 절실하게 어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대화의 주제를 바꿀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그저 그런 지저분한 썰이 펼쳐졌다.

어릴 때부터 음침했던 꼬마가 어쩌다 전문적인 변태로 성장했던 것인지를 간략하게 알아 가는 시간이었다.


애초에 떠들어 보라고 시킨 장본인이 하지운 자신인지라 별수 없이 묵묵히 듣고는 있었지만, 중간중간 밀려오는 현타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참을 꾸역꾸역 억지로 들어 주고 있던 와중에 강간왕 놈이, 전생에 범죄를 저지르던 도중 피해자의 언니가 휘두른 벽돌 조각에 머리를 맞고 즉사하는 부분을 읊조리다, 울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민 하지운이 우는 놈의 주둥이에 물대포를 쏴 버렸다.

그러고는 황급히 다음 심문 대상에게로 향했다.


“야, 넌 도대체 생각이라는 걸 하기는 하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숲 한복판에서 불덩어리를 날린 거야? 내가 피하는 건 아예 생각에 없었던 거냐? 여기 널리고 널린 게 나문데, 아까 그 불덩어리가 나무에 처박혔으면 어떻게 됐을 거 같아? 어떻게 됐을 거 같으냐고, 이 돌대가리야.”


발끈하려던 화통한 불꽃의 마법녀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아! 저 바르고 올곧은 청년이 내 다리통에 식물 줄기를 감고, 저 바람 쓰는 처자가 열심히 밀어 주면, 내가 피할 틈도 없이 처맞을 거라고 생각한 거구나! 그런 거지? 너희들 너무 낙천적이다. 너무 긍정적인 사고도 안 좋아. 이렇게 허무하게 뒈져 버리게 되잖아.”


말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불꽃의 마법 처녀도 그 순간만은 이를 꽉 깨물고 고개를 처박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하지운이 지껄인 말 중에 딱히 틀린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박을 하고 싶어도, 무슨 말을 하든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것 같았다.


“야, 나라고 너희들이랑 생각이 달랐겠냐? 저승에서 강탈이랑 흡혈 능력 보고, ‘이것들 골라 가면 무조건 만인의 표적이 되겠는데.’라는 걱정을 안 했겠냐? 특히 너처럼 마법 골라 온 애들이 죽자 사자 쫓아올 거라는 걸 예상 못했겠냐고? 나라도 네 입장이면 당연히 그랬을 텐데. 이 상황은 네 자만이 만든 거야. 이곳에 와서 불 마법을 익힌 후, 마음속에 뽕이 미친 듯이 차올랐겠지. 여기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까, 간단한 공격 마법만 익혀도 현자 소리 들으면서 떵떵거릴 수 있을 거 같아 보였잖아? 안 그래?”

“그만! 알았어! 얘기해 줄 테니까 그만 지껄이고 닥쳐! 그렇게 사람 바보 만들어서 기를 꺾지 않아도, 다 말해 줄 거니까 잘난 척 좀 그만해! 더럽게 재수 없네!”

“어... 미안. 네가 여기서 제일 성깔이 있어 보여서, 쉽게 협조 안 할 줄 알았지. 처음부터 이랬으면, 굳이 물을 한 드럼이나 먹을 필요는 없었잖아.”

“좀 닥치라고! 얘기 시작할 테니까!”


그 순간 바람 마법을 익힌 여전사가 머뭇머뭇하다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흡혈 능력도 있었어? 도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여기 천국에서 운용하는 곳 맞아? 강탈, 흡혈에 투시까지... 우린 도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흡혈 능력이... 없었다고? 너 능력 고를 때 개수 세어 봤냐?”

“내가 골라 온 바람 마법까지 총 팔십팔 개였어.”

“너는?”


불꽃의 마법녀에게도 물어 봤다.


“구십 개였다.”

“내가 팔십구 개였다.”


냉혹한 변신 청년이 묻기도 전에 눈치껏 말해 줬다.

그 모습을 보고 식물 애호가 청년도 한 마디 거들었다.


“난 팔십육 개다.”

“다들 고마워. 묻기도 전에 얘기해 주고. 다들 눈치가 있어. 그런데 넌 왜 눈치가 없어? 이 변태 새끼야! 이제 와서 혼자 용감하게 버텨 보겠다는 거야? 진짜 말 안 할 거야? 정말 그 좀비랑 시원하게 한판 할 거야?”

“그, 그게 아니고! 미, 미안하다... 안 세어 봤다...”

“아... 저 씨발새끼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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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35 1 9쪽
121 신념을 가진 미친놈 (4) 23.12.05 38 1 10쪽
120 신념을 가진 미친놈 (3) 23.12.03 37 1 9쪽
119 신념을 가진 미친놈 (2) 23.12.01 35 1 10쪽
11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23.11.30 44 2 11쪽
117 마왕의 길 (18) 23.11.28 40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39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40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36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42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42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46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46 2 10쪽
109 마왕의 길 (10) 23.11.10 48 2 10쪽
108 마왕의 길 (9) 23.11.08 51 2 11쪽
107 마왕의 길 (8) 23.11.06 48 2 11쪽
106 마왕의 길 (7) 23.11.04 46 2 10쪽
105 마왕의 길 (6) 23.11.01 48 2 9쪽
104 마왕의 길 (5) 23.10.31 50 2 10쪽
103 마왕의 길 (4) 23.10.27 49 2 10쪽
102 마왕의 길 (3) 23.10.25 49 2 9쪽
101 마왕의 길 (2) 23.10.24 55 2 10쪽
100 마왕의 길 (1) 23.10.21 54 3 9쪽
» 정진 (12) 23.10.19 49 2 10쪽
98 정진 (11) 23.10.18 49 2 9쪽
97 정진 (10) 23.10.15 55 3 10쪽
96 정진 (9) 23.10.12 53 3 9쪽
95 정진 (8) 23.10.10 58 3 10쪽
94 정진 (7) +3 23.10.08 62 3 9쪽
93 정진 (6) 23.10.06 5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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