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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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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8.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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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
글자수 :
1,045,919

작성
23.12.1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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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9)

DUMMY

125화


성에서 멀찍이 떨어진 풀숲에 마차를 주차 시킨 후, 소머리 좀비 쉰 마리를 붙여 두었다.

이들을 제압하고 두 백작을 구출하려면, 소 피를 먹은 전사가 못해도 이백 명 정도는 와야 할 것이다.

두 병신을 지키라고 남겨 두기에 지나치게 많은 전력을 깔아 두고, 하지운은 홀로 공성전을 치르러 나섰다.


앨커스터주에서 총 마흔여섯 가문을 방문했다.

그중에 스코스비 성을 포함한 세 곳은 성문 밖에서 당사자 본인만 만난 후 떠났고, 서른다섯 곳은 죽일 놈 싹 다 죽이고 운반 가능한 물품도 탈탈 털어 왔다.


남은 여덟 곳은 상황이 좀 골 때렸는데, 성안이 텅 비어 있었다.

사람도 없고, 돈이 될 만한 것도 뭐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경비병 두어 명만 남아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는데, 하지운을 상대로 고성 투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내내, 벅찬 눈물을 쉬지 않고 쏟아 냈다.

투어가 끝나면 자신들의 인생도 끝난다고 생각했는지, 그토록 애절할 수가 없었다.


굳이 죽일 가치도 못 느껴서, 그들을 사지 멀쩡하게 살려 주었다.

일만 년에 이르는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참된 축복을 받았다.

오체투지를 하는 그들을 뒤로 하고 찾아온 곳이 바로 이 리들스덴 성이다.

여덟 개의 집구석 종자들이 모조리 이 안에 숨어든 것이다.


힘을 합쳐 난적에 대항하려는 그들의 갸륵한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여덟 번의 헛걸음을 한 하지운이 그들의 마음을 모른 체하려고 작정을 했다는 게 안타까운 점이었다.


‘은신’ 능력을 발동한 후, 언덕의 측면에 닦아 놓은, 오르막길을 천천히 걸어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개교 건너편에 선 하지운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에서부터 현 위치까지의 높이가 대충 이십오륙 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도개교까지의 너비도 대략 십오 미터가 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성들에 설치된 것의 서너 배 크기의 도개교가, 낭떠러지 맞은편에, 끌어 올려져 있었다.


물론 강화된 놈들에게 고작 십오 미터 정도가 못 뛰어넘을 거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건너편에는,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을 만큼, 발 디딜 자리가 충분히 있는 게 아니었다.

삼십 미터 가까운 높이의 허공을 뛰어넘어 몸통 박치기로 한 번에 도개교 형태의 성문을 박살 내지 못하면, 어이없게 추락사할 수도 있어 보였다.


아파트 칠 층 높이의 성벽 위에서 내리꽂히는 바윗덩어리나 투척용 창도 당연히 신경 써야 할 것이고 말이다.

정면으로 밀고 들어가기가 더럽다는 소리가 나올 만했다.


이곳은 투석기 같은 걸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게 먹히는 세상이 아니다.

소 피 먹은 놈들이, 강철 방패로 날아오는 바위를 후려쳐서 튕겨 내는, 미친 광경을 연출하는 판타지 세상이 바로 이곳이다.

오르막길로 공성용 사다리 같은 걸 운반하게 놔둘 만큼, 관대한 사회 풍조를 가진 곳도 아니고 말이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하지운이 오른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앞으로 쭉 뻗었다.


리들스덴 성의 출입구에는 총 네 개의 문짝이 달려 있다.


제일 바깥쪽에 도개교 역할을 하는 철판때기로 도배를 한 통나무 문이 있다.

이 동네에 상식 밖으로 거대한 나무들이 많아서 제작에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단지 열고 닫을 때마다 지랄을 해야 하는 게 고충이었다.


그 안쪽으로는 수직으로 움직이는 강철 격자문이 두 개나 달려 있다.

괴물 피를 먹은 상식 밖의 존재들 때문에, 성벽이나 문짝들의 두께도 정신 나간 수준으로 두꺼워진 이곳이다.

이것들도 들어 올릴 때마다, 개돼지 피 먹은 놈 여럿이 들러붙어서 지랄을 해야 했다.

도르래나 무게 추의 도움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의 흉물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에 쌍여닫이문이 설치돼 있다.

성 안마당 쪽으로 열리는 여닫이문인데, 열고 닫는 건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냥 앞으로 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껏 벌크 업을 시켜 놓았다.

은행 금고 문 같은 통짜 철벽이 좌우로 열리고 닫히는 꼴이다.


하지운이 온 정성을 다 바쳐서 갈긴 염동력 앞 차기에, 일단 도개교가 파편을 흩날리며 사라졌다.

그 후 격자문 두 개가 중심부가 찢어진 채로 위아래 좌우의 석벽에 박혔다.

격자문을 지지해 주고 있던 석벽은 금이 쩍쩍 간 채로, 한 무더기의 돌덩어리들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나마 여닫이문은 상태가 양호했다.

좀 찌그러지긴 했지만 형태는 잘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문 두 짝이 다 활짝 열린 채, 좌우 성벽에 박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쪽 문짝과 좌우의 성벽 사이에는, 각각 한 명의 경비병이 압사된 채로 벽에 부착돼 있는 상태다.


가볍게 성문 구조물로 뛰어 들어온 하지운이, 성문 통로를 느긋하게 가로질러, 외성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좌우의 성벽 밑에 고여 있는 피 웅덩이를 발견하고는, 버럭 짜증을 부렸다.


“하아... 씨발! 왜 문 앞에 서 있고 지랄이야! 문 앞에 서 있으면, 바로 뒈진다는 건 기본 상식 아냐? 이 동네 놈들은 그런 상식도 없나? 한 놈이 소중한 마당에... 두 놈이나...”


밀리터리 콘텐츠가 없는 이 세상을 원망하며, 하지운은 마력을 일으켰다.

그를 중심으로 서른 개의 시커먼 마법진이 형태를 드러냈다.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마법진에서, 썩어 문드러져 가는 소머리 시체가 각각 한 구씩 솟구쳐 나왔다.


하지운이 좌우로 턱짓을 한 번씩 하기가 무섭게, 열다섯 마리씩 두 무리로 나뉜, 소머리 좀비들이 양쪽 계단을 흉흉한 기운을 풍겨 대며 밟고 올라갔다.

지금 외성의 성벽 위에는 소머리 좀비를 상대로, 단 일 분이라도, 버틸 수 있는 놈이 한 놈도 없다.

금세 외성 안마당에 한 무리의 산송장이 살아 숨 쉬는 봉분을 형성할 것이다.


외성의 점령을 졸개들에게 맡긴 후, 하지운은 세상 느긋한 걸음으로 내성의 해자 앞을 거닐었다.

성의 동쪽에 세워진 외성의 성문과는 달리, 내성문은 벨라강이 내려다보이는 북쪽에 만들어져 있다.

외성을 뚫은 적이 내성문으로 향하는 사이에, 성벽 위에서 공격할, 잠깐의 시간이라도 갖기 위해 이렇게 설계를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성벽 위는 그야말로 난리도 아닌 것이다.

건너편 외성벽 위에는 좀비들이 발광을 하고 있는데, 좀비들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마왕 놈이 코빼기도 보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성 안에는 밸런 가문의 구성원들에 도망쳐 온 여덟 가문의 피붙이들까지 더해져, 천이 넘는 인간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 인간들 하나하나가 꼴에 주둥이가 뚫려 있다고, 너도나도 정신 사납게 지껄여 대고 있었다.

‘빨리 로저 놈을 찾아라!’라는 호통부터 시작해서, ‘성문을 열고 외성으로 병력을 보내서 좀비들을 제압해야 한다.’느니, ‘머리는 장식으로 달렸냐? 로저가 어디 있는 줄 알고 함부로 성문을 여느냐?’라는 대갈일성까지 좁은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했다.


아성의 사 층에 있는 자신의 침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이디스가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과장되게 고성을 질러 대는 전사들의 목소리에서, 결코 감출 수 없는, 공포가 섞여 있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더럽게 시끄럽네. 안 그래?”

“뭐?”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품격 없는 소리에, 고상한 이디스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자신의 침실에는 다른 가문의 여식들도 여럿 들어와, 함께 의지하며, 서로를 다독여 주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어느새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양손으로 자신들의 입을 틀어막은 채,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침실로 들어온 하지운이 오른손 검지를 입술 앞에 갖다 댄 채로 이디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반대쪽 손에는 기이한 형태의 철퇴가 들려 있어, 의미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하지운의 생각에는 용감한 아가씨가 창밖으로 고래고래 고함을 쳐서, 전사들을 불러들일 것 같았다.

그래서 한 행동인데, 안 해도 될 짓을 해 버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비명은커녕, 목이 꽉 잠겼는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넌 어느 가문의 아이냐?”

“가, 각하... 저, 저는 라... 라 게어 가문의 다니엘라라고 하옵니다.”

“스탠버리 영주 윌리엄 드 라 게어와의 관계는?”

“사촌 누이이옵니다.”

“안타깝구나. 넌 오늘 죽을 거다.”

“어흑!”

“조용히 해라. 그나마 편하게라도 죽고 싶으면.”


가녀린 처자 하나를 공포의 도가니에 쑤셔 박은 하가 놈이 곱게 자란 아가씨들에게 다정한 말투로 협박을 시작했다.


“이제부터 한 명씩 작은 목소리로 가문의 이름과 가주와의 관계를 읊어라. 거짓을 고했다가, 차후에 들통날 경우, 반드시 잡아다가 내 마차에 걸어 놓겠다. 내 마차 얘기는 다들 들어 봤겠지?”


작가의말

겨우 자기 전에 올리네요.

그래도 마음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미 주무시고 있으시겠지만... 어쨌든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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