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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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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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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96,876

작성
24.04.1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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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새 역사 창조의 건아 (8)

DUMMY

184화


개망나니 소대의 귀여운 막내인 복제 인간 이십칠 호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이십 보 앞까지 접근한, 꽃미남의 슬개골에 화살을 때려 박았다.


“화살 전량 소진. 백병전에 임하겠다.”


본체의 같잖은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목검을 뽑아 든 이십칠 호가 더럽게 성의 없는 태도로 중얼거렸다.


얼마 전까지 막내 생활에 찌들어 있던 십팔 호가 한심하다는 투로 새로운 막내를 꾸짖었다.

막내 생활이 끝났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인지, 매사에 의욕이 넘치는 십팔 호의 모습이 활기차고 늠름해 보였다.


“화살이 왜 없어? 이 관심이 필요한 새끼야. 남아도는 게 화살인데.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넌 머리를 아예 쓸 생각이 없는 거냐?”

“아니, 화살이 어디 있다는 거야? 이 개꼰대 새끼야! 아가리를 박살 낸 다음, 틀니를 쑤셔 박아 줄까 보다!”


그 순간 팔을 걷어붙인 십팔 호가, 팔뚝에 돋아나 있는 터럭들을 이용해, 화살 대용품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서른 개의 화살을 찍어 낸 십팔 호가, 생산물들을 공중에 띄워 놓고는, 단숨에 활에 재어 발사해 버렸다.

활질 한 번에 두 발씩 쏴 대니, 여유 있게 사격을 했음에도 삼 초도 안 돼서 화살이 바닥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엘프 남녀 열다섯 명의 양 무릎을 작살내 버린 십팔 호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십칠 호를 내려다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업신여김이 다량으로 내포된 십팔 호의 노골적인 조소에 이십칠 호의 면상이 코 푼 휴지처럼 일그러져 갔다.


오랜만에 한 건 한 십팔 호를 바라보며 감탄하던 주변의 개차반들이 너도나도 팔다리를 걷어붙여 버리는 것이었다.


금세 다양한 디자인의 화살들이 전장을 날아다니기 시작하였다.

특히 오 호가 만든, 네 개의 날카로운 가지가 달린, 오지창 스타일의 갈래촉은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

환부를 뚫고 지나가는 기존의 화살과는 달리, 아예 관절 전체를 박살 내 버렸던 것이었다.


흐뭇해진 소대장 하지운이 거만한 몸짓으로 한 손만 움직이는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고는 창의성이 부족한 막내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한숨 섞인 혼잣말을 뇌까렸다.


“저게 누굴 닮아서... 쯧쯧.”


본체의 타박에 목구멍까지 울화가 치밀어 오른 이십칠 호가 끊임없이 날아드는 엘프들의 하반신에 자비 없는 난도질을 선사해 댔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귀여운 막내는, 염동력에 마법까지 난사해 가며, 잔인무도한 본성을 숨김없이 표출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십칠 호가 느끼고 있는 돌아 버릴 것 같은 심정은, 전장을 지휘 중인, 엘프 장로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 따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괴생물체와 그 복제물들에게 원거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제 엘프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혼전 상황을 유도한 다음 근거리에서 난도질을 해 보겠다고 머릿수로 밀어붙인 것인데, 전혀 전술이 먹히질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활을 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엘프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중이다.

동료들이 흉측한 것들을 겹겹이 포위한 채 쉴 새 없이 몸을 날리고 있는 상황에, 거기다가 대고 일제 사격을 퍼부을 정도로 하지운스러운 엘프는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마을에 처박혀 공포와 절망에 찌들어 가는, 동족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달아나는 것도 엘프라는 종족에겐 실행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제 죽을 자리인 줄 알면서 꾸역꾸역 몸을 던지는 게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고, 무자비한 하가 놈은 그런 그들에게 서슴없이 활을 쏴 갈기면서 또다시 현세에 지옥을 구현하고 있던 것이었다.


로저에게서 기초적인 궁술 실력만 물려받은 하지운이, 매혹적인 종족을 상대하면서, 어느새 능숙한 명사수로 탈바꿈해 버렸다.

육신을 다 바쳐 가면서 하가 놈의 궁술 실력을 단련시켜 준 어여쁜 과녁들이,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는 보답에, 맨바닥에 우윳빛 진지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활쏘기 삼매경에 빠져 있던, 하지운을 대경실색하게 만드는 일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꾸웨에에엑! 키히히힉!”

“크하하하아악!”


겹겹이 쌓여 있던 엘프들이 난데없이 지랄 발광을 시작한 것이다.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는 건 양반이었다.

토사물에 똥오줌까지 뿌려 대며 굴러다니는 것들이 태반이라, 뽀얗던 진지가 금세 얼룩덜룩한 오물의 언덕이 돼 버리고 만 것이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격하게 사지를 비틀어 대던 이들 중 몇몇이 차분해진 기색을 보이기에, 화들짝 놀랐던 개망나니들이 안심을 하려다가 이내 더 큰 충격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얌전해진 것이 아니라 숨이 안 쉬어져서, 끅끅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있었던 것이다.

눈알과 낯짝에 입술까지, 색상이 다양하고 화려한 게, 누가 봐도 골로 가기 직전의 모양새였다.


“아아... 씨발! 야, 이 새끼 가시에 독 있잖아!”

“맞네! 이 새끼 가시에 찔리면, 환각 보다가 호흡 곤란으로 뒈져! 이 새끼가 그동안 가시를 주사 바늘 대용품으로만 사용하는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었어!”

“이것들이 무릎 좀 작살났다고 얌전히 있기에, 깡다구 없는 병신들인 줄 알았더니... 환각 보면서 미쳐 가고 있었던 거야?”

“어쩐지 조용히 자빠져 있더라니!”

“아오! 이 가시복 같은 새끼! 진짜 가지가지 한다! 전신이 함정인데, 어디 불안해서 이 몸뚱어리를 갖고 뭘 하겠냐?”

“그러니까! 독사 같은 새끼가 성격 좆같은 걸로 부족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다 좆같다니까!”


그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쌍욕을 박아 대는 복제 인간들을 보면서도, 하지운은 분노를 표출할 수가 없었다.

이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쌍소리에 일일이 대꾸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죽으면 안 돼! 내가 잘못했어! 소중한 내 경험치들아, 제발 버텨 줘!”


단숨에 수다스러운 복제 인간들을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자신을 중심으로 타원형 언덕을 형성하고 있던, 예쁘장한 환자들에게 무려 백 개가 넘는 주사 바늘을 한꺼번에 쑤셔 박아 버렸다.


동료들의 느닷없는 발작 증세에 넋이 살짝 나가 있던 엘프 전사들이 이내,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너도나도 검을 거두고 다급하게 활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동족들의 육신에 빨대를 꽂아 넣은, 두 발 달린 거머리에게 일제히 화살을 퍼부어 댔다.


“버러지들.”


일 초가 급한 하지운은 또다시, 화살 방어에 특화된 대형 방패, 파비스를 일곱 개나 소환해 놓고는 방어를 일임해 버렸다.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화살을 대신 받아 내는 언데드 방패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본시 언데드라는 건 물리적인 타격에 고통을 느끼는 존재가 당연히 아니다.

신경이라는 게 남아 있어야 고통이 뇌로 전달이 될 텐데, 그런 게 멀쩡히 다 남아 있으면 그게 산 사람이지 시체일 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외형이 본래의 모습과 다름이 없는 깔끔한 언데드라 해도, 결국 언데드는 언데드라는 거다.


그런데 일곱 버러지들이 화살에 닿기만 하면, 소름 끼치는 귀곡성을 내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쳐 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버러지들이 이러는 이유는, 버러지들답게 유독 엄살이 심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바로 화살에 실려 온 마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놈들의 몸뚱어리는 단지 일종의 쇼핑백 같은 것에 불과하다.

놈들의 진정한 육신은 껍데기 안에 뭉쳐 있는 어둠의 마력 그 자체인 것이었다.

그 어둠의 마력 덩어리에 이질적인 외부의 마력이 침투하였으니, 어둠의 마력과 그것에 붙들려 있는 망자의 영혼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 버린 꼴이 된 것이다.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하지운은 버러지들에게 영광스러운 근접 경호의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경험치가 위태로운 순간조차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낭만적인 가학 성애자, 하지운다운 선택이었다.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살아 숨 쉬던 진지가 사라져 버렸다.


“아이씨... 한 마흔 정도 되겠는데. 아오, 이 아까운 것들... 괜히 장난치다가...”


기력을 흡수하기도 전에 숨이 끊겨 버린 사십여 명의 꽃다운 남녀들이, 하지운과 엘프 전사들 사이에, 널브러져 있는 상황이다.

그들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던 하지운이 언데드 방패들의 소환을 해제시켜 버렸다.

그와 동시에 버러지들이 맡고 있던 역할은 일곱 개의 회오리바람에게 넘겨주었다.


솟구쳐 오른 토네이도들 속으로, 눈 깜짝할 새에, 수만 개의 화살이 맥없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정신없이 시위를 당기던 엘프들이 하나둘 활을 들고 있던 팔을 떨어뜨려 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현타가 와 버린 듯한 얼굴들이었다.


그 순간 망연자실해 있던 엘프 전사들이 기겁을 하며 몸을 띄우려 하였다.

하지만 수천의 날렵한 전사들이, 바닥에서 단 십몇 센티도 떨어져 보지 못하고, 삽시간에 땅바닥에 처박혀 버려야만 했다.

하지운이 가장 능숙하게 사용하는 성명절기인 특대 사이즈 ‘바람의 칼날’이 발현된 것이었다.

그 와중에 일곱 개나 되던 토네이도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미안, 너희 목숨 가지고 장난쳐서. 그래서 벌 받았나 봐. 이제는 진지하게 할게.”


순식간에 허벅지가 날아간 수천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경악하는 엘프들에게, 양손에 마력을 약간 일으킨, 하지운이 정중하게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양팔을 휘둘러 버렸다.


작가의말


겨우 자기 전에 올리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간만에 머리가 정말 작동을 안 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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