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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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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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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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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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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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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새 역사 창조의 건아 (9)

DUMMY

185화


“본체 새끼야, 근데 먼틸리 새끼 딸년은 뭐 하러 살려 둔 거냐? 굳이 협박까지 해 가면서 여기에 남겨 둘 필요가 있었나? 그냥 죽여서 지구로 돌려보내지 그랬냐?”

“그러게, 그 계집애가 없어진다고, 먼틸리 정도 되는 놈이 왕성 하나를 장악 못 하겠냐?”

“뭐, 그렇기는 한데... 난 그 계집애가 먼저 지구로 돌아가서, 거기서 뭔가 선구자처럼 븅신 짓을 존나 열정적으로 하고 있을까 봐... 사실 그게 진짜 존나게 겁나.”

“... 듣고 보니 그러네... 애가 참 정의롭긴 하더라.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걘 너무 외골수던데. 언젠가는 반드시 본체 새낄 죽여 버리겠다는 굳은 신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참으로 보기 좋더라. 애가 표정을 감추지를 못하더라고.”

“그런 애를 가족을 들먹이면서 협박해 놨으니, 눈깔이 뒤집혀서 더 지랄하는 거 아냐?”

“근데 컬버트 짓 잘하고 있는 그 사내놈은 뭐 하러 그렇게 겁을 줬던 거냐? 걔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던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 거 아냐?”

“무슨 소리야? 그놈도 맨디랑 똑같은 놈이야. 아무리 어린 동생 놈이 칭얼거렸다지만, 남의 집 애새끼들을 구하겠답시고 그 지옥 속으로 뛰어드는 얼빠진 새끼가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겠냐? 놈도 존나 낭만적인 정의의 사도 재질의 호구 새끼가 분명해. 맨디 년이 몰래 찾아와서 꼬셔 대면, 금세 넘어갈 위험이 있는 순수한 청년이라고.”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내가 제일 겁났던 건... 내가 자릴 비운 사이에, 남은 두 연놈이 한날한시에 자살해 버리는, 개미친 시추에이션 같은 게 발생하는 거야. 생각해 봐. 제대로 수련도 못해 봤는데, 난데없이 우승을 축하한다면서 날 지구로 튕겨 내 버릴 수도 있는 거라고. 난 걔들이 뭔 특별한 지랄을 하는 것보다, 맑고 투명한 사명감으로 자폭해 버리는 게 더 겁나. 나 같은 악당의 성장을 막아 보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그 둘에게 처리해야 할 일거리를 잔뜩 만들어 주고는, 덤으로 협박까지 해 놓은 거야?”

“어, 원래 사람은 바빠야 잡생각이 덜 나는 법이잖아. 거기다 가족을 가지고 협박을 해 뒀으니, 그놈의 사명감이 치솟다가도, 피붙이들 낯짝을 하나씩 떠올리고는 자제를 하게 되겠지. 솔직히 내가 걔들이랑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다고, 쓸데없이 피붙이들까지 건들겠냐. 그냥 얌전히 지낼 수 있도록, 일종의 진정제를 투여해 둔 셈이지.”

“그런데... 지금의 너 정도면 굳이 수련이 더 필요하긴 하냐? 지금도 충분히 괴물 같은데... 아예 앞 구르기로 아파트 단지 하나를 밀어 버리는 신장 백여 미터짜리 괴수 같은 게 되려는 건 아닐 거 아냐?”

“에이... 이 새끼가 아무리 미쳐도 그렇지. 설마 망상이랑 현실을 구분 못할 정도로 미쳤겠... 야, 이 새끼 표정이 왜 이러냐? 본체 새끼야, 너 그 표정은 뭐냐? 혹시... 설레는 거야? 아니, 씨발... 그 맨디인가 하는 년이 옳았던 거야?”

“야, 이... 아오, 씨발... 존나 소름 끼쳐! 이 새끼 웃는 것 좀 봐! 우리끼리라도 이 새낄 죽여야 하는 거 아냐? 맨디 그년 말이 맞았어! 이 새끼는 당장 죽이는 게 맞아! 보통 미친 새끼가 아니었어!”

“이, 이 새끼 머릿속에 있던 망상들이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나 봐! 좆 됐어! 지구가 좆 됐다고! 지금이라도 당장 이 새낄 죽여야 해!”

“얘들아, 진정해. 지금 내 목표는 신장 백 미터를 찍는 것 같은 허무맹랑한 게 아니야. 그저 자다가 벙커 버스터를 맞더라도,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 같은 소박한 목표밖에 갖고 있지 않다고.”

“... 너 서울에서 쭉 살 생각 아니었어? 어디서 살 계획인데, 벙커 버스터 걱정을 다 하고 있냐?”

“서울에 산다고 반드시 맞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이 미친 새끼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살 생각이기에, 서울에서 벙커 버스터 맞을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과격파 무장 단체라도 만들 생각인 거냐?”

“아니... 대체 어떻게 하면, 인구가 천만에 가까운 도시 한복판에서 그걸 맞을 수가 있는 거야? 쿠데타가 일어나도 그런 건 안 쐈던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새끼는 죽이는 게 맞는 거 같다. 이런 게 지구로 돌아가면 존나 큰일 나겠어.”

“그래, 일단 죽이자. 여러 동료 분신들아, 그동안 재밌었다. 우린 여기까지인가 보다. 얼른 이 새낄 죽이고, 우리도 소멸되자.”

“그래그래, 이 새.”


복제 인간들의 손에 제거될 뻔한 하지운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는, 가죽 갑옷들을 수납장에 챙겨 넣으며 장탄식을 쏟아 냈다.


‘하마터면 내가 만든 분신들 손에 맞아 뒈질 뻔했어... 소환 해제가 용이해서 망정이지... 이것들한테 앞으로 야간 경비를 맡겨도 될지가 걱정이네... AI가 발전하면 언젠가는 인간을 유해 생물로 인식하고 공격할지도 모른다더니... 내가 지금 그 꼴을 겪을 줄이야...’


복제 인간들을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수납장에서 거대한 왕좌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손수 여우 가죽을 덮어씌우고 등받이에 초대형 쿠션까지 대고서는, 화려한 의자에 몸뚱어리를 깊숙이 묻어 버렸다.


눈을 감고 깊은 사색에 잠기려 할 때쯤, 웬 곱게 늙은 할매 하나가 장로들의 부축을 받으며 하지운 앞으로 다가왔다.

다리를 꼰 채 의자에 널브러져 있던 하지운이, 오른손만 살짝 들어, 아름드리나무 밑에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


왕이 신하들에게 착석을 권할 때나 하는 짓이다.

다른 종족이라 해도, 오백 살을 넘게 먹은 할머니에게 할 법한 짓은 결코 아니었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하지운의 진취적인 행동거지를 보고도, 서글픈 엘프 장로들은 감히 분노를 표출할 수조차 없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원하시는 게 무엇이오?”

“안녕, 대장로 할머니. 나는 브리갠트 왕국에 적을 둔 탤랜드의 대공(Prince) 로저 드레이시라고 해. 뭐, 일단 싸울 만큼 싸운 거 같으니, 휴전을 위한 협정을 맺자고. 지극히 당연한 순서잖아.”


엘프의 종파가 둥지를 튼 계곡 초입의 공터 한가운데서, 이만여 명의 엘프들에게 둘러싸인, 하지운이 자신의 거만함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스물일곱의 괴이한 복제물들마저 어딘가로 돌려보낸 혈혈단신의 하지운을 보며, 화살을 날리고픈 욕구를 억누르느라 속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엘프들이었다.


“할머니 입장이 아주 더럽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일단 날 죽여 버리고 싶겠지만, 그럴 재주는 없을 것이고. 대놓고 원망을 하자니, 사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강경파의 주장에 경도된 그쪽 애새끼들이잖아. 그렇다고 전투가 가능한 성인 만 칠천여 명이 살해당한 마당에, 한발 먼저 화친을 청하는 건 너무 굴욕적이고. 답답해서 미치겠지?”

“이토록 사려 깊은 분이실 줄이야. 그런데 왕자(Prince)이실 줄은... 왕족이라서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그만. 할머니가 궁금해할 만한 걸 미리 다 얘기해 줄게. 그러니 쓸데없이 애쓰지 마.”

“......”

“우선 인간의 전투 능력 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된 건 아니야. 그냥 나만 홀로... 그러니까 돌연변이 같은 거라고 이해하면 돼. 그리고 난 지금의 내 수준도 성에 차질 않아서, 숲 너머로 수련을 떠나고 있던 길이었어. 그런데 웬 듣도 보도 못한 난폭한 종족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인간의 성장을 막는 걸 넘어 아예 싹을 밟아 버리겠다고 지랄을 하더라니까. 그래서 그 말 그대로 돌려 준 것뿐이야. 수련을 떠나는 마당에 너희같이 과격한 폭력배들을 뒤에 남겨 둘 수는 없잖아. 내 본거지가 걱정돼서라도 제대로 수련을 할 수가 있겠어?”

“......”

“그리고 내 칭호 때문에 혼란을 준 모양인데, 왕족에 준하는 존귀한 자라는 뜻에서 주어진 칭호이지, 내가 진짜 왕족이라는 건 아니야. 이전까지 왕족 노릇 하던 아머릭은 내 손으로 직접 몰살시켰고, 현 왕실은 내 입맛대로 고른 먼틸리라는 집구석이야. 방금 얘기했잖아, 난 드레이시라고. 뭐 어쨌든, 나와 맺은 협정의 효력 걱정은 안 해도 돼. 내가 올해 들어 저지른 짓거리들을 들어 보고는, 할머니도 지금 수긍하고 있잖아. 난 우리 왕국의 대표로서 전혀 손색이 없어.”

“인간 왕국의 실질적인 지배자 로저 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계시는 건 근거지의 안전보다는 본인의 성취인 것 같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저희가 당신을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럼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건, 수련하시는 동안만이라도, 저희가 자중하고 있는 것이겠군요.”

“예쁘장하게 늙은 노인네가 말귀도 밝네. 기특하기도 해라.”


엘프 장로들의 눈알이 전부 시뻘겋게 물들어 갔다.

아무래도 실핏줄들이 모조리 다 터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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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웬도버의 봄 (12) 24.03.22 39 1 10쪽
173 웬도버의 봄 (11) 24.03.21 3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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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웬도버의 봄 (8) 24.03.15 3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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