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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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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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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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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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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창조의 건아 (4)

DUMMY

180화


곰머리 족장의 서식지가 나오기까지, 숲의 초입에서부터 서쪽으로, 대략 백이십 킬로 정도의 거리를 이동했다.

브리갠트의 주 한두 개 정도는 가로지를 거리다.

미니맵을 쭉 켜 놓은 상태였기에, 헤맬 일 없이, 이동 거리 파악까지 다 해 가면서 일직선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과거 십 대 초반의 로저가 곰머리와 조우했던 장소는 현재 웨스털랜드주의 서쪽 경계 지점에서 십 킬로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즉 그날 로저의 성장 촉진제가 되었던 그 곰머리가, 자기네 족장 놈의 서식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던 놈인지는 몰라도, 최소 육십 킬로 이상은 걸어왔다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그것도 울창한 숲속에서, 내비게이션 같은 거라도 켜 놓고, 경로 이탈 없이 움직였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 사이의 공간에 다른 소머리 서식지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잡아먹을 야생 동물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맞네, 맞아.’


로저 드레이시라는 놈이나 로저 위드링튼이라는 로저 놈의 선조나, 생각하면 할수록, 공교로운 인물들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위드링튼에 로저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브리갠트라는 왕국은 어쩌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인간들의 전력이라면... 소대가리 칠팔십 마리 정도면 왕국 전체를 박살을 내 놓고도 남았겠네. 물론 시간이야 꽤 오래 걸리긴 했겠지만.’


평범한 인간과 토러스 사이의 육체적인 역량 차이를 생각해 보면, 절대 과한 추측이라 할 수는 없다.

만약 다른 아홉 왕국들도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곳들에도 또 다른 로저 위드링튼이 존재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유 없이 존재했던 인물이 아니다... 그럼 어쩌면... 이것들도 굳이 내게 이러는 이유가 따로 존재할지도 모르지.’


천이 훌쩍 넘는 수의 헐벗은 엘프들이 맹렬한 속도로 몰려들고 있다.

하나하나가 여우머리 족장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그들의 화살 공격에는 바람의 마력까지 스며들어 있다.

하지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참가자 스물아홉 명이 빠짐없이 다 몰려 왔다 해도, 찍소리도 못해 보고 몰살당했을 게 자명해 보였다.


이 정도로 강력한 집단이 의외로 인간의 왕국에 침략했던 전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가진 무력에 비해 굉장히 평화로운 집단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 평화로운 집단이 막상 하지운 앞에서는 지나치게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일단 이 광대한 삼림 지대를 전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얼탱이 없는 짓이었다.

그러고서는, 하지운이 굳이 전면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협상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운 못지않은 막무가내의 융통성 없는 종자들이었다.


‘저승에서 설정을 이런 식으로 한 거야? 아니면 원래 이런 식으로 살던 놈들을 저승에서 데려다 쓰고 있는 거야?’


전자의 경우라면 저승에서 디자인했다는 짐승의 머리를 한 괴물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후자는 왕국에 널리고 널린 인간들이고 말이다.


숲속에 들어왔으니 엘프를 만나는 게 그다지 위화감이 들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숲의 종족이라는 것들에게 부여된 설정들이 아무리 봐도 저승의 작품 같아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유저를 유혹해야 하는 게임사도 아닌데, 외모부터 복장까지 지나칠 정도로 바람직하게 디자인했어. 승아가 아무리 막내였다고 해도... 그 성질에 아이디어 회의에서 가만있었을 리가... 거기다 수천 년 묵은 언니라는 괴물들도 이런 의상 초안에 결제를 해 줬을 리가...’


하지운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간단했다.

저승에서 일부러 이런 설정의 몬스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종족을 뭐 하러 데려다가 이곳에 배치했냐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참가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훈련장 정도로만 보이는 장소에, 도대체 이 헐벗은 선남선녀들을 왜 가져다 놨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하지운 자신이 강간왕 리처드나 거버스 틸리얼과 비슷한 부류의 종자였다면, 이곳은 말 그대로 목불인견의 생지옥이 되었을 것이다.


‘참가자의 억제력을 단련시키려는 건가? 하긴 남녀 할 것 없이 이성애자조차 게이로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미모들이긴 했으니... 나도 승아에게 단련되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수도...’


잡생각이 끝날 때쯤 천이백 명에 육박하는 아름다운 남녀들이 하지운을 완전히 포위해 버렸다.


“얘들아, 내가 먼저 시비 건 거 아니야. 난 그냥 곰머리들만 때려죽이고 있었어. 중간에 끼어들어서 싸우자고 한 건 너희 친구들이야. 그리고 제발... 나뭇가지 위에 있는 애들은 좀 내려오면 안 돼? 아오! 눈을 대체 얻다가 둬야... 바람 부는데, 나뭇잎 좀 잘 누르고 있어! 아니, 너희는 어떻게 된 게... 옷을 입었는데도 왜 모자이크가 자동으로 뜨는 거야?”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 거냐? 이 동족의 원수 놈아! 죽여서 거름으로 만들어 주마!”

“흉측한 인간 놈! 이번 기회에 너희 인간 놈들을 모조리 다 죽여 버리고 말 거야! 네놈이 우리에게 걸려 있던 족쇄를 풀어 준 거라고! 이 멍청한 인간 놈아!”

“아! 그런 거야? 생긴 건 청순하게 생긴 것들이... 너희들 평화로운 종자들이 아니었구나! 어쩐지 싸우고 싶은 티를 팍팍 내더라니. 잘됐다! 나도 너희 덕에 홀가분해졌어. 고마워!”


순순히 경위서에 사인을 해 준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너희 엘프들과 이 동네 인간들은 원래부터 사이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나 봐. 잘 알아들었어. 그럼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게.”


하지운의 말이 끝나 갈 때쯤 비교적 앞 열에 있던 엘프들은 다갈색 검을 빼 들었고, 뒤편에 있던 것들은 시위에 화살을 메겼다.


주위를 대충대충 훑어보면서 엘프들의 위치를 파악해 놓은 하지운이, 변신을 풀고는, 사 미터 이십의 원상태로 되돌아갔다.

그 와중에 기습을 하려는 엘프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 야비한 하지운에게 미세하게나마 신선함마저 안겨 주었다.


“신사 숙녀들이시네. 변신 중에는 공격도 안 하시고. 그 보답으로, 나도 신사답게 큰 고통 없이 바로바로 죽여 줄게.”


괴이할 정도로 거대해진 인간 호소인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 있던, 엘프들이 하나둘 머리를 흔들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동요할 것 없다! 그래 봤자 고작 한 놈이다! 개의치 말고 전원 돌격하라!”


무리에 비해 약간 나이가 들어 보이는 고혹적인 미부가, 앞으로 한 발 나서며, 거세게 호통을 쳤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백 발의 화살이 하지운에게 날아들었다.


“버러지들.”


승아가 그렇게 닦달을 했음에도, 하지운은 끝내 기술명 외치는 버릇을 못 고쳤다.

그래도 그녀의 잔소리는 무지하게 두려웠던지, 최대한 아래위 두 입술을 붙인 채 나직이 웅얼거리기만 하였다.


그 웅얼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 시커먼 마법진 일곱 개가 등장했고, 눈 깜짝할 새에, 일곱 구의 팔다리 없는 언데드가 튀어나와 하지운을 둘러쌌다.


퍼버버벅! 퍽! 퍼벅!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샌드백을 야구 배트로 후려갈기는 듯한 굉음이 잠시 동안이나마 숲속을 가득 메워 버렸다.


한 차례의 화살 세례가 끝난 후, 하지운은 어제 만든 일곱 특전대 용사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들여 만든 보람을 고작 하루 만에 느낄 줄은 본인도 몰랐기에, 기쁨의 폭소도 한층 더 거세졌다.


물론, 마력이 담긴 화살을 두당 최소 백 발씩은 처맞은, ‘버러지’들의 심정까지 좋은 상태는 절대로 아니었다.

일곱 언데드가 영혼이 찢겨 나가는 듯한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지만, 사령술사는 쥐똥만큼의 염려하는 기색도 비추질 않았다.


“됐고, 이제 닥치고 꺼져.”


고슴도치 꼴이 된 언데드들을 고대로 소환 해제시킨 하지운에게, 검을 든, 아름다운 용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거미줄.”


하지운의 십 보 앞까지 접근한 미녀 검객이 허공에 뜬 상태로 거칠게 멈춰 세워졌다.

바들바들 떨면서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에, 지름이 십오 센티 정도 되는, 옅은 갈색 기둥이 보였다.


몸통을 관통한 기둥을 움켜쥔 채로, 피가 섞인, 침을 질질 흘려 대던 그녀의 귀에 동료들의 비명 소리가 밀려들어 왔다.

사력을 다해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자신처럼 기둥에 몸이 뚫린 채 몸부림치는, 동족들의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침략자 놈을 바라보니, 놈의 육신에 무려 스무 개에 달하는 기둥이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잠시 후 그녀는 전신에서 기력이 뽑혀져 나가는 걸 느끼며, 고개를 떨어뜨려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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