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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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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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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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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작성
24.04.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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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새 역사 창조의 건아 (6)

DUMMY

182화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다갈색 목검을 왼손에 든 검으로 툭 쳐 버린 하지운이, 검을 멈추지 않고 왼팔을 부드럽게 회전시켜, 옴므 파탈의 오른 손목을 잘라 버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우측으로 덮쳐 오는 꽃미녀의 검을, 오른손에 쥔 검을 사용해, 자신의 오른편으로 툭 밀어내 버렸다.

그러고서는 그 검을 그대로 내리그어 부드럽게 그녀의 오른 허벅지를 썰어 버렸다.


아름다운 남녀 한 쌍이 육신을 바쳐서 하지운의 양손을 봉쇄하는 동안, 등 뒤에서 달려들던, 절세 미남자 하나가 하가 놈의 목덜미를 노리고 검을 내뻗었다.


“테이저.”


잠시 후 격하게 전신을 털어 대던 미남자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눈알을 까뒤집은 채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 순간 움집 안에 숨어 있던 여섯 아이가 뛰쳐나와 하지운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어려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다들 명사수들인지, 각자 화살을 두 개씩이나 메겨 들고는 거침없이 잡아당겼다.


“쏘면 안 돼!!”


허벅지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여인이 다급하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이 무색하게도, 경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화살이 발사돼 버리고 말았다.


검을 든 하지운의 양손이 미세하게 까딱거리자마자, 활을 쏜 여섯 아이들이 머리를 감싸 쥐고는 절규를 뿜어냈다.


남은 왼손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여전히 오른손이 매달려 있는, 검을 주워 들던 옴므 파탈을 비롯한 남녀 엘프 셋이 각자 네 발의 화살에 공평하게 꿰뚫려 버렸기 때문이다.


옴므 파탈을 제외한 나머지 두 남녀는 끝까지 나무 위에 숨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운의 빈틈을 노리고 뛰어내리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 아군의 화살이 난데없이 솟구치듯 날아들었으니, 피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좋지 않은 곳들을 훼손당하고 만 것이다.


마을의 비전투원들이 모두 탈출할 때까지 뒤를 지키고 있던 다섯 젊은이들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정 따윈 없던 하지운이 지체 없이 가시를 꽂아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었다.


이것으로 여섯 번째 지파의 부락을 사수하던 잔여 병력이 전멸해 버리고 말았다.

정정당당한 살육을 위해, 이 미터 오십의 오리지널 사이즈로 변신해 있던, 2.0버전의 하지운이 엄호 사격을 해 준 은인들에게 다가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마워, 얘들아! 너희는 내 생명의 은인들이야! 이 은혜를 대체 어떻게 갚아야 할지... 너희가 제때에 날 구해 주지 않았다면, 방금 그 두 용맹한 전사의 기습에 큰 봉변을 당하고 말았을 거야! 정말...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어!”

“제발! 아이들은!”


마을 뒤편에서 허겁지겁 뛰쳐나온 늙은 엘프들이 아이들을 끌어안고는 눈물 섞인 간청을 하였다.


종파가 있는 계곡으로 도주하던 피난민들이 뒤늦게야 아이 몇 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일행을 먼저 보낸 세 늙은이가 아이들을 구해 보겠다고 남은 생을 포기하고 되돌아온 것이었다.


“죽이려던 거 아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어.”

“우리가 대신 죽을 테니, 제발 아이들은 보내 다오!”

“아니... 인사하던 중이라니까.”

“싫어요! 절대 우리끼리만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우릴 더 이상!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맞아요! 죽을 거면 우리도 같이 죽어요!”


하지운이 한숨을 내쉬며 노소간의 언쟁을 막기 위해 중재자를 자처하였다.


“아, 저기... 그러지들 말고, 우리 차분히 대화를 좀...”

“어리석은 소리! 억지도 상황을 봐 가면서 부려야지! 썩 물러서지 못하겠느냐?”

“이놈들아, 제발 말 좀 들어라!”

“어서 몸을 피하거라! 너희가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면 안 된다!”


자신의 정중한 의사 표현을 전혀 귀담아들어 주지 않는 엘프 노소에게 짜증이 치밀 대로 치민 하지운이 고함을 빽 질러 버렸다.


“이 원시인들아, 죽이지 않겠다고!!”

“......”

“아오, 씨발! 존나 짜증 나는데, 그냥 싹 다 죽여 버릴까 보다! 그동안 애새끼들이랑 늙다리들은 죽이지 않고 다 보내 줬잖아! 얘기 못 들었어?”

“우리가 활을 쏜 건...”

“하아... 자라나는 아이들이 좆도 모르고 장난 좀 칠 수도 있는 거지! 아니, 내가 그 정도도 이해를 못할까 봐? 난 사리 분별이 분명한 살인마라고!”

“... 네, 네놈이 이런다고 우리가 고마워할 줄 알아! 어림도 없다! 반드시 복수할 거야!”

“아, 어쩌라고!”

“뭐... 뭐?”

“이 아름다운 새끼야, 네까짓 게 고마워하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네가 고마워한다고, 나한테 빵이 생기겠냐? 돈이 생기겠냐? 그리고 복수를 하든지 말든지, 그거야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하지 말라면, 안 할 거야?”

“......”

“너희 나이나 얼른 얘기하고, 가던 길 가.”

“우리 나이는 왜?”

“그냥 얘기하고 가라고! 전부 뒈지고 싶어? 나이 밝히는 게 죽는 것보다 싫어?”

“우리 여섯 모두 올해 사십이 되었다.”

“너희는 성년이 육십부터지?”

“그렇다.”

“인간으로 치면 열셋, 열넷 정도인가. 한창 말 안 들을 나이긴 하네.”

“......”

“뭐 해? 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떠나려던 아홉 명의 엘프들 중 한 노인이 머뭇거리다가 기어이 질문을 꺼내고 말았다.


“도대체 우리를 쫓아다니며 살육을 일삼는 이유가 뭐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러는 것이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혀 버린 하지운이, 한참이나 노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겨우 진정을 하고는 한마디를 던졌다.


“뭐라고 씨불이는 거야, 이 노친네야? 너희가 먼저 전쟁하자고 지랄을 했잖아. 식인 괴물하고 싸우는 중에 들이닥쳐서는, 가족을 괴롭힌다고 지랄 염병을 한 게 누구야? 내가 괴물만 죽이고 조용히 지나갈 테니, 시비 걸지 말고 돌아가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늙은 엘프들의 표정이 점점 처참하게 일그러져 갔다.


“아니 그럼, 너희는 내가 너희랑 왜 싸우고 있는지도 몰랐던 거야?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나만 더 물어 보자. 너희 정말 짐승의 대가리를 달고 있는 것들하고 친하냐? 정말 가족처럼 지내는 거 맞아?”

“......”

“아니지? 아무리 봐도 성향 자체가 극명할 정도로 달라 보이는데, 친하게 지내 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 서로 상대의 영역 안의 일은 간섭하지 않고 지내 온 것이 수백 년째다. 네가 말하는 친하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푸흡... 크흐흑... 그래그래, 하긴 가족이라고 다 살가운 건 아니지. 명절에 서로 칼부림도 하고 그러는 거지. 내가 너무 곧이곧대로 해석을 한 모양이야. 이제 그만 가 봐, 더 물어볼 것도 없으니까.”


머뭇거리던 엘프 노소들이 황급히 자리를 떠 버렸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운은 절로 새어 나오는 고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더니... 저것들도 유사 인류라고, 인간과 다를 게 하나 없네. 세대 갈등에 파벌 대립까지. 온건파와 강경파가 대립 중이라더니, 저 늙은이들은 온건파인가 보네.’


엘프 전사들이 떨어트린 다갈색 목검과 목궁을 수거하던 하지운이,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인상을 구겨 버렸다.


‘성년이 되려면 아직도 이십 년이나 남은 애새끼들이 화살에 마력을 실었어. 이것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일찍 전력을 복구할지도 모르겠는데...’


이맛살을 찌푸리던 하지운이 손에 든 목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엘프들만이 키울 수 있는 생명의 나무라... 그 나무의 가지를 꺾어서 대충 다듬으면 무기가 된다는 건데. 군수품 조달 상황마저도 엘프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네. 야... 이거 내 덕에 브리갠트 쫄딱 망하겠는데.’


자신을 열정적으로 추종하는 드레이시의 새로운 구성원들만 아니었다면, 그깟 왕국 따위 개작살이 나더라도 피식 웃고 말았을 인면수심 하지운이다.


‘아이씨, 쓸데없이 정을 너무 줬네. 성공적인 미션 수행을 위한답시고, 너무 과한 열정을 쏟았어. 인연이 곧 스트레스라더니...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랑 피 한 방울도 안 섞인 엘프 새끼들 따위... 그냥 싹 다 죽여 버릴까...’


악랄한 상상을 하던 하가 놈이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에 마력을 쏟아 넣었다.

나뭇가지가 금세 자라나더니 음침한 죽음의 기운을 뿜어 대는 흉기로 변해 버렸다.

수십 개의 가시가 돋아난 꼬챙이를 바라보던 하지운이 이내 쓴웃음을 짓고는 수납장에 던져 넣었다.


명색이 ‘생명의 나무’의 가지인데, 자신의 마력이 스며들자마자, 살인 사건 현장에서 갓 채집한 흉기를 연상시켰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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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역사 창조의 건아 (6) 24.04.11 3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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