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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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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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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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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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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새 역사 창조의 건아 (2)

DUMMY

178화


바람이 약간 서늘해진 시월의 첫날 콘체스터 성의 북문 앞에서는, 한 무리의 인파가 눈물을 떨구며 웬 이질적인 괴수 하나를 배웅하고 있었다.


“오라버니... 제발... 보중하시고 꼭 돌아오셔서 제가 성장한 모습을 보시고... 흐윽...”


말을 잇지 못하는 귀여운 막냇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괴수가 따뜻한 덕담을 건넸다.


“넌 영특한 아이이니 검술뿐만 아니라, 마법도 충분히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니라. 내가 돌아왔을 때는, 적어도 저 언덕 하나 정도는 치워 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 소피아.”

“오라버니... 제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하질 마시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시면, 제발 그냥 돌아오셔요! 그 험한 곳에서... 어흑...”

“어허! 쓸데없는 걱정을 지나치게 하는구나! 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우리 가문의 부흥에만 전심전력을 다 쏟아야 할 것이야! 이 오라비는 이미 ‘그분’의 세상에 적을 둔 지 오래이다! 그분의 전사로서 심신을 갈고닦기 위해 수행을 떠나는 것이거늘! 네 어찌 그런 나약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흐으윽... 오라버니...”

“아랫것들이 보고 있다, 소피아. 이제 이 오라비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야. 앞으로 이 가문의 모두가 너만 바라보며 의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가주인 네가 그런 약해 빠진 모습만 계속 보이고 있으면, 이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겠느냐?”

“네... 오라버니 말씀... 명심하고,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나이다. 오라버니야말로 제 걱정은 마시고 제발 건강하게 다녀오시옵소서.”


막내의 어깨를 토닥여 준 하지운이 어린 매제의 머리도 쓰다듬으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너도 알다시피 난, 다른 무엇보다도, 매제 복이 지지리도 없던 놈이다. 너도 어제 보았겠지만, 매제였던 놈 둘을 내 손으로 직접 목을 따 버려야 했다. 이 얼마나 역겨운 일이냐. 내 너만은... 네놈만은 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널 믿고 떠나도 되겠느냐?”

“전하! 신명을 다해 소피아를 지켜 내겠사옵니다! 그날 전하 앞에서 검을 빼 들었던... 늪에서의 그 마음 결코 변치 않을 것입니다!”


싱긋이 웃은 하지운이 여동생 부부를 한 번씩 안아 주고는 말에 올랐다.

막 떠나려는 하지운 앞에 틸다가 뛰쳐나와서는, 흙바닥에 몸을 던지며, 눈물의 작별 인사를 올렸다.


“전하께서 베푸신 하해와 같은 은덕을 천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보중하소서... 전하...”


겨우 용기를 내어서 인사를 올린 틸다에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준 하지운이 고삐를 쥐고 천천히 말을 움직였다.

그 뒤로 드레이시 가문의 구성원 모두가,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가문 최고의 용사를 진심을 담아 배웅하였다.

드레이시 가문의 복수와 부활에 대한 하지운의 미션이 깔끔하게 완료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거주 지역이 들어서지 않은 웨스털랜드주부터는 마음껏 속도를 내면서 달렸다.

하지운이 몰고 있는 거대한 흑마도 역시 살아 있는 놈이 아니다.

이젠 하지운의 곁에 살아 숨 쉬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뒈지는 걸 걱정할 필요 없는 애마를 거칠게 몰아 대던 하지운이 고작 삼십 분 만에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을 세웠다.

그새 웨스털랜드주를 가로질러 숲에 당도한 것이었다.


흑마를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어슬렁거리며 울창한 숲으로 들어섰다.

꽤나 상쾌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하지운이었지만, 사실 그의 마음속엔 꺼림칙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 막 하지운이 들어서는 웨스털랜드주 서부의 숲은, 이미 일 년도 전에, 자신이 직접 이 잡듯이 뒤졌었던 곳이다.

로저의 막냇동생도 찾고 깽판을 쳐 줄 소머리 족장들도 색출하기 위해, 거의 탈탈 털다시피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수색을 하던 하지운은 뭔가 소름 돋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숲 깊숙이까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곰 느낌을 풍기는 그 어떤 종류의 생명체도 구경조차 못해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곰머리 괴물의 서식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에 분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왜 하필 로저 놈이 소머리 족장 놈의 피를 취하러 간 날에, 곰머리가 그 자리에 와 있던 거지? 그 곰대가리가 그날따라 오지게 뒈지고 싶어서, 산 넘고 물 건너, 홀로 다른 종족의 서식지로 침투했다는 것인데... 그날따라 그 미친놈이 왜 그렇게까지 미쳤던 거지?’


이건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대충 성의 없게 생각해도, 결론이 금방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로저는 저승에서 일부러 기획해서 만든 특별 이벤트 캐릭터 같은 놈인 듯하다... 그런데 내가 낙하산으로 들어와서는 운 좋게 차지해 버렸던 것이고...’


하지운이 소름 끼쳤던 건 이 부분이 아니었다. 그다음 생각이 문제였다.


‘그렇다는 건... 로저 같은 놈이 십 왕국 전체에... 최소 한 놈씩은 배정돼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런데... 대륙이 이거 하나만 있는 건 또 확실한 거야? 설마... 이런 대륙이 문화권별로 하나씩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십 왕국이 아니라 삼십 왕국, 오십 왕국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결국 ‘나 같은 놈이 아무리 못해도 이삼십 놈 정도는 존재할 것 같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무조건 숲 너머로 넘어가서 수련을 해야만 한다.’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했었던 것이고 말이다.

그게 이미 일 년 전의 일이었다.


한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신도 수련을 하겠답시고 당연하다는 듯이 숲 너머로 넘어갈 생각부터 먼저 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웃기는 일이다.


당장 곰머리의 서식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하지운이다.

심지어 늪지대 속에 호저머리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함부로 까불다가 호되게 당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브리갠트의 인간 모두가 당연한 상식처럼 숲 너머에, 그리핀이나 하이드라 같은, 전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떠들어 댄다... 숲 너머는커녕 숲 근처도 못 와 본 인간들이 대부분일 텐데.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고는 하는데, 그 전설이라는 걸 대체 누가 전해 줬는지를 알 수가 없다.

변방에 열 개의 왕국이 등장하기도 전인 제국 후반기 이전부터 구전되어 왔다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욱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 근처까지 올 일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혹시라도 수련을 더 하고 싶어 할 놈들을 위해, 대륙의 가장자리에, 진짜 괴물들이 설쳐 대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전설의 형태로 이곳의 모든 인간들의 머리에 각인을 시켜 둔 것이라면...’


어쩌면 다른 왕국에도 있을지 모를 참가자들 중, 하지운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누군가가 이미 숲 너머에서 폭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운의 장점 중에서도 1티어급 장점은 매사에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막상 마주친 대결 상대가 생각보다 허접하면 미친 듯이 개무시하는 고약한 단점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지운은 항상 미지의 적을 과대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 성향 때문에 마법 능력을 골라 온 다른 참가자들에게 지나칠 정도의 경계심을 품어 왔던 것이고, 결국 불구덩이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천하의 개미친 짓거리로까지 연결되었던 것이다.


혹여나 타 왕국에 있을지도 모를 참가자들을 일단 불세출의 초천재들로 넘겨짚어 놓고, 무조건 숲 너머로 건너가서 더 강해질 생각부터 떠올린 하지운이다.

그런 비관적인 인간이 숲 너머의 괴물들은 질소 포장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래서 환골탈태를 세 번이나 해 놓고도 네 번째 환골탈태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반년을 허비했던 것이다.


광산을 털어먹을 때도 고작 인건비를 아끼자고, 흙 마법을 써서, 스스로 땅속을 헤집었던 것이 아니었다.

땅속 깊숙이 처박혀 있는 원석 바위들을, 흙의 원소들을 직접 움직여서, 하나하나 찾아내게 하는 과정이 간단했을 리가 없다.

거대한 싱크홀을 만드는 것보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땅속에 묻혀 있는 뭔가 특이해 보이는 돌들만 뽑아내는 작업이 훨씬 더 고되고 고달픈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비용 절감에 대한 욕구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심지어 그걸로도 부족해 로더릭 윌러벌의 애첩이었던 유피미아 클릭스튼 양을 따로 챙겨 와, 휴식 시간에 테일강 상류에서 낚시질까지 즐겼다.

지난번 크레인강 강가에서 재미 삼아 했던 낚시질이 잊히지 않았던 하가 놈이 또다시, 유피미아 양을 미끼로, 강물 속 생명체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관찰했던 것이다.


물론 미쳐 버린 그녀가 네발로 걸어 다니면서 아무 데나 똥오줌을 싸 갈기고 있기는 했지만, 대범한 하지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애당초부터 개 같은 그녀를 영장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사람 말을 흉내 낼 수 있는, 쓸데없이 영특한, 암캐 정도로만 여겨 왔던 인면수심의 애견인 하지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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