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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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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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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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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글자수 :
942,693

작성
23.06.11 03:3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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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최초의 전사 (1)

DUMMY

1화


“오! 이 용감한 청년에게 신의 축복이 따를 것이오. 신에게 올린 맹세를 지키는 이 거룩한 행동을 보시오.”

“그대의 숭고한 이름은 백년, 아니 천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져 잊혀지지 않을 걸세.”

“저 흉악한 괴물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맹세까지 지키려고 하다니. 진정한 용자가 나타났구나.”


바닥에는 소의 머리를 한 거대한 괴물이 널브러져 피를 게워내며 죽어가고 있었고, 그 앞에 한 청년이 무릎을 꿇고 괴물의 가슴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괴물의 몸통은 난도질이 되어 내장이 다 드러나 보일 정도였고, 심장이 뛰는 모습이 멀찍이 떨어져서 봐도 생생하게 보일 정도였다.


갑자기 청년은 결심이 선 듯 거침없는 몸놀림으로 괴물의 심장을 뽑아 자신의 입에 가져간 후 힘껏 쥐어짰다.

괴물의 피가 청년의 입속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갔다.


‘아욱, 저 짓을 진짜 하네. 메스꺼워서 못 보겠네.’

‘미친놈이 뭐 저딴 맹세를 해서 어린 나이에 뒈지고 지랄이야.’

‘앞날이 창창한 놈이 새장가 가면 될 것을 기어코 무덤 수를 늘리네. 시체가 몇 구인데! 어느 세월에 다 파냐! 이 머저리야!’


다들 겉으로는 칭송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청년의 행동을 미련하고 어리석다며 욕하고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로저.

괴물들의 땅에서 가장 가까운 변경의 마을 위드링튼에서 도축업을 하는 거스의 아들이자, 마을 수비병이다.

도축업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동생에게 가업을 미루고, 수비대에 자원해 마을 주변을 배회하는 괴물들을 쫓는 일을 하고 있었다.


변경 지역에 출몰하는 괴물들은 두 종류가 있다.

털로 뒤덮인 사람의 형상에 돼지머리를 달고 있는 수스.

그리고 같은 사람의 형상에 개의 머리를 달고 있는 케이니스.


이 둘 모두 인간보다 큰 키에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었기에 평범한 인간이 상대하기에 지나치게 빠르고 강했다.


돼지머리 괴물인 수스의 경우 큰 놈은 평균 키의 인간에 비해 머리 하나 정도가 더 컸다.

거기다 몸통부터 팔다리까지 전신이 굵직굵직해서 힘이 장사였다.

심지어 몸도 튼튼해서 칼질 몇 번으로는 잘 죽지도 않았다.

창으로 쑤시고 도끼로 난도질을 해 놔야 겨우 죽는다.


개머리 괴물인 케이니스는 돼지머리에 비해 살짝 작은 키에, 몸도 인간에 비해 굵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신 속도가 엄청났다.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 이 괴물의 움직임을 쫒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이 괴물들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고, 다수의 무장이 잘된 병력이 대형을 갖춰서 공략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런 코딱지만 한 촌구석에 나름 질 좋은 장비를 갖춘 잘 훈련된 정예병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로저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날도 로저가 속한 수비대는 마을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조금만 가면 거대한 숲이 나오고, 그 숲 끄트머리에는 돼지머리 괴물들이 수시로 새끼를 까고 눌러앉곤 해서 하루도 수색을 거를 수가 없었다.

돼지머리들의 번식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조금만 게으름을 부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이 마을 주변에 경악할 속도로 불어나곤 했다.

그러면 금세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한참 수색을 하고 돌아가려 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마을 쪽에서 굉음이 울리고, 곧이어 마을에 남아있던 수비병 톰이 미친놈처럼 팔을 흔들며 달려왔다.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데 멀리서도 그 소리가 다 들렸다.


“빨리 돌아와! 이 새끼들아! 괴물이야! 처음 보는 괴물이라고.”


수비대도 그 소리를 듣고 다짜고짜 뛰기 시작했다.

마을에는 가족들이 있다.

질문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게 급선무다.


마을 주변은 통나무로 목책이 둘러쳐 있었고, 어설프게나마 해자도 파 놓아져 있었다.

그런데 다 소용없었다.

목책은 한쪽이 무너져있었고, 그 주변에는 반쯤 찢어진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비명이 들리는 쪽으로 몰려가니 소의 머리를 한 거대한 괴물이 사람들을 잡아들고 팔다리를 뜯고 있었다.


그동안 상대해 왔던 개머리, 돼지머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괴물이었다.

평범한 인간 둘을 세워 놓은 듯한 신장에, 개머리 괴물의 몸통만 한 팔다리를 달고 있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방패수 대열 갖추고, 창 든 놈들은 사이에 자리 잡아.”


수비대를 이끌던 존이 고함을 치자, 그제야 정신이 멍해져 있던 대원들도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머리는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더니 대열 갖출 시간도 주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시체를 제일 앞에 서 있던 방패수 릭에게 집어던졌다.


릭은 나름 번개 같은 반사 신경으로 자세를 낮추고 방패로 막았다.

하지만 부딪히는 순간 팔뼈가 조각나면서 시체와 뒤엉킨 채 바닥을 굴러다닌 후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동료가 그 지경이 되었으니 다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몇 년간 괴물들과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는지 금세 대열을 갖추고 소머리를 포위하는 형태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소머리는 그 모습을 같잖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어슬렁거리며 대열 앞으로 다가왔다.


“쏴!”

순간 수비대의 리더 존이 고함을 쳤고, 대열의 제일 끝에서 몸을 숙이고 있던 궁수들이 소머리의 면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창병들이 방패벽 사이의 틈으로 창을 찔러 넣었다.


수년간 서로를 지키면서 손발을 맞춰 온 이들의 아름다운 콤비네이션이었다.

아름답긴 했다.

문제는 화살은 촉만 면상에 겨우 꽂혀서 덜렁거리고 있었고, 창날은 아예 몸통에 박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돼지머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피부가 긁혀서 따끔거리는 것에 짜증이 치민 소머리는 대열에 뛰어들어 병사들을 전부 찢어발기려다 잠시 멈춰 섰다.

그러더니 병사들을 향해 갑자기 씩 웃어 보였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뒤편에 무너져 있던 담장 쪽으로 가더니 돌조각들을 치우고 그 밑에 깔려 정신을 잃고 있던 한 소녀를 들어올렸다.

누가 보면 괴물이 다친 소녀를 구해내는 줄 알겠지만, 병사들은 모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내려놔! 이 짐승새끼야!”


그들 중에서도 특히 로저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지 않고, 대놓고 질렀다.

그러고는 대열 앞으로 뛰쳐나갔다.


“안 돼! 혼자 나서면 죽어!”


동료들이 로저의 옷자락을 잡고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자신을 잡고 있던 손들을 전부 뿌리치고 소머리 앞으로 달려 나갔다.

손에 들고 있던 방패도 던져버리고, 등에 매고 있던 도끼를 꺼내 들었다.


“내려놓으라고! 못 들었냐? 이 역겨운 짐승새끼야.”


병사 하나가 뛰쳐나와 격렬하게 반응하자 소머리는 더욱 신이 났다.

소녀의 다리를 잡고 앞으로 내민 채 약 올리는 듯이 흔들어 댔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로저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흰자가 붉은자가 되었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정수리에서 김이라도 뿜어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소녀가 다칠까 두려워 함부로 도끼를 휘두를 수도 없었다.


소머리는 흥분한 로저를 눈을 끔뻑거리며 쳐다보다 갑자기 홱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저 육중한 몸으로 쿵쿵대며 뛰는데도 아주 잘 뛴다.


괴물 놈 등짝에 도끼를 처박겠다는 일념으로 쫓아갔지만, 금세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더욱 로저를 미치게 하는 건 소머리가 달리는 방향이었다.


‘제가 무너뜨린 목책 쪽으로 가고 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해.’


들고 있던 도끼마저 던져버리고 심장이 터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달렸지만, 그새 소머리는 목책 앞에 도착해 어슬렁거리며 돌아서고 있었다.


아주 여유가 넘치는 모습에 더욱 분노가 치민 로저는 소머리의 급소... 그러니까 중심부의 두 개의 타원형 물체를 향해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 두 자루를 집어던졌다.

거대한 덩치 때문인지 표적의 크기도 어마어마해서 딱히 자세를 잡고 조준하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었다.


쫓아가던 중에 미리 뽑아둔 단검을 멈추지도 않고 집어던졌지만, 소머리는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오른다리를 들어올렸다.

허무하게도 단검들은 허벅지를 맞고 튕겨 나왔고, 로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며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잠시 후 뒤따라 쫓아오던 동료들도 도착하고, 다시 포위 대형을 갖추려던 순간 소머리에게 잡혀있던 소녀가 깨어났다.

잠시 어지러운 듯 고개를 흔들던 그녀는 자신이 괴물에게 다리가 잡힌 채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괴물을 포위한 채 다가오고 있던 로저와 수비병들을 보고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여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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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07.20 01:22
    No. 1

    로저가 중심 인물인 것 같군요.
    문장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요.
    사람 형상을 닮은 괴물......
    그래서
    괴물과의 투쟁이
    실은 선진 문명을 가진 종족이
    후진 문명을 가진 종족을 정복하는
    일종의 신화로도 해석할 수 있겠군요.
    즐감하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7.21 02:52
    No. 2

    먼저 글을 쓰신 선배님이셨군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하루에 한 편 쓰는 것도 버거운 초짜라서 다른 분들 글을 읽어볼 엄두도 못내고 있네요.
    제 글을 읽어주시고 해석도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죄송하기도 하네요.
    할 수 있는 최선이 선작만 눌러놓고 오는 것이라니요.
    부끄럽네요.
    저도 빨리 글 쓰는데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고 밥 먹고 글만 쓰는데도 속도가 늘지를 않네요. 오늘도 결국 새벽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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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도강 (9) 24.06.10 13 1 10쪽
212 도강 (8) 24.06.09 11 1 10쪽
211 도강 (7) 24.06.07 12 1 9쪽
210 도강 (6) 24.06.04 12 1 9쪽
209 도강 (5) 24.06.02 13 1 9쪽
208 도강 (4) 24.06.01 14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5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205 도강 (1) 24.05.26 16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7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7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7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7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6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7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1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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