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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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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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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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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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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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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즐거운 훈련 (1)

DUMMY

195화


“아, 엘프 걔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그새 또 까먹었네. ‘습기 먹은 요망한 년’이라고 했었나? 엘프 이것들은 도대체 뭔 이름을 이렇게 복잡하게 지어?”

“들은 지 한 시간도 안 지났다, 이 닭대가리 같은 놈아. ‘아침 이슬을 머금은 청초한 셀런다인’이라고 몇 번을 얘기해 줬냐? 대체 그런 기억력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던 거냐?”

“잘.”

“퍽이나 잘 살았구나, 이 미친 학살자야.”

“근데 금 부장, 너 혹시 걔가 마음에 드는 거야? 그 긴 이름을 금세 외웠네. 별 관심이 없었다면 굳이 외웠을 리가 없는데... 그 긴 이름을 말야. 하긴 예쁘긴 하지, 그것도 엄청. 걔도 엘픈데 안 예쁠 리가 있겠어. 어때, 사혼제라도 열어 줄까? 내가 이렇게 사원 복지에 관심이 많아.”

“닥쳐라!”

“본체야, 일단 소개팅부터 주선하는 게 순리에 맞는 거 아닐까? 넌 어떻게 된 놈이, 모든 과정을 다 건너뛰고, 대뜸 결혼식 얘기부터 꺼내는 거냐?”

“그리고 그 청초한 애 얘기도 들어 보고 일을 진행해야지. 걔가 만약 동성 취향이면 어쩌려고 그러냐? 너 그것도 일종의 결례다."

“그럴 리가. 최면 걸어서 이것저것 캐내는 내내 걔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는데. 뭣보다 걔 사별한 남자 파트너가 있었다는 걸 잊었어? 엘프 걔네들 결혼식은 안 하는 대신에, 영혼의 짝인가 뭔가를 하나씩 선택한다잖아.”

“아, 맞다! 걔 과부지!”

“어, 어떡하지? 금 부장은 경험도 거의 없는 애새끼인데...”

“금가야, 너 극복할 수 있겠어?”

“닥치라고 했다!”

“야, 얘만 극복하면 장땡이냐? 오백 년을 넘게 산 걔 생각도 해 줘야지. 이런 애송이랑 사귀라고 하면 걔가 좋아하겠냐?”

“쟤가 진짜 암것도 모르는 소릴 하네. 걔가 얘를 왜 싫어해? 딴 년들 손을 덜 탄 완전 영계 그 자체인데. 오히려 개좋아하겠지. 거기다 본체가 얘 거기를 튜닝해 줬잖아. 그새 잊은 거야?”

“아, 맞다! 해바라기!”

“내가 장담하는데, 걔도 얘 그것을 보고 나면 절대로 싫다는 말은 못할 거다.”

“제발 좀 닥쳐!! 이 똑같이 생긴 미친놈들아!”

“조용.”


금 부장 조롱에 한창 열과 성을 다하던 하지운이 느닷없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복제 인간들과 금 부장이, 동시에 입을 다물고는, 즉시 경계 태세로 돌입하였다.


경계를 대충대충 하다가 청초한 애한테 한 번 털릴 뻔한 이후로 강박증이 되살아난 하지운이었다.

저주가 풀리기가 무섭게 수십 마리의 다람쥐들을,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일 킬로 거리에 척후병 대용으로 쫙 깔아 놓고 있던 것이었다.


“뭔가가 있는데... 너희는 들어가 있어야겠다.”

“응, 수고.”


다람쥐 한 마리만 남기고, 볼드윈 경을 포함한, 언데드들과 복제 인간들까지 전부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은신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러고선 2.0버전으로 변신해 신체 사이즈까지 줄이고는, 기운을 억누른 채로, 최대한 정숙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울창한 숲속을 고양이 걸음으로 십 분 정도 이동하니 저 멀리 숲의 끝자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브리갠트 소속의 인간으로서 최초로 숲 너머 미지의 땅에 도달하게 된 하지운이지만, 그게 그에게 어떤 감흥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원래도 심심하지 않으면 굳이 그런 하찮은 일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는 척하지도 않지만, 특히 지금처럼 제 소중한 목숨이 걸려 있는 순간에까지 인간적인 척 쇼를 할 리가 없는 하가 놈이다.


그의 양손에는 어느새, 오 일 전 저승에서 보상이라고 보내 줬었던, 무기가 쥐어져 있고 양 눈알은 요사스러운 살기를 줄줄 흘리며 뒤룩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조심스럽게 숲이 끝나는 지점까지 이동한 하지운은, 아름드리나무 뒤에 몸을 감추고는,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숲 밖을 찬찬히 세심하게 관찰하였다.

하지만 금세 세심한 관찰까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사령술로 만든 다람쥐 좀비가 정찰 드론처럼 식별 가능한 영상을 전송해 주는 건 아니다.

그저 생명체의 존재를 감지하고는, 연결된 정신을 통해 경고해 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하지운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숲의 경계 지점에 뭐가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초원 한복판에 장승처럼 서 있는 무언가를 보고서는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의 저승사자들이... 생전에 게임 한번 안 해 본 것들만 모아서 기획을 한 건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 개망한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이것들이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어... 웃어?’


높이가 칠 미터에 가까운 동상 같은 게 팔짱을 낀 채로, 두 눈을 살포시 감고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한 마디로 개폼을 잡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 개멋을 부리던 거한이, 갑자기 코끼리 형상의 대가리를 돌리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하지운을 똑바로 응시하고는 씩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코끼리 대가리를 뒤집어쓴 신장 육 미터 육십육의 괴물 엘리팬터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미칠 만큼 미친 하지운도 그 못지않은 화사한 미소로 따뜻하게 화답하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숲 밖으로 걸어 나오는 하지운의 전신에서 독살스런 기운이 질질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하지운의 두 손에 쥐어져 있던 영광스러운 무기들도 서서히 변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씨발놈이... 웃음에 구김살이 없네. 엄마 코끼리한테 사랑을 많이 받고 컸나 봐. 씨발, 곧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회까닥한 눈깔을 한 채로, 미소가 아름다운, 코끼리머리에게 접근 중이던 하지운에게 또다시 느닷없는 충격이 예고 없이 들이닥쳐 버렸다.


「축하드립니다. 0140206 훈병 하지운 님은 제1기 훈련병 중 최초로 심화 훈련장에 성공적으로 입소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은 수료 후 일괄 지급해 드릴 예정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보상 같은 소리 하네. 기대도 안 한다.’


「지금부터 훈련의 난이도를 하지운 님의 현 전투 수행 능력에 맞춰서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어지러우실 수도 있으니 너무 놀라시지 마세요.」


“뭐?”


어지러운 게 문제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미소 천사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게 진짜 문제였다.

육 미터 육십육이면 남부럽지 않을 훤칠한 키인데, 거기서 무려 일 미터 정도를 더 성장하는 것이었다.

이미 변신을 푼 하지운보다 두 배에 가까운 크기로 폭풍 성장을 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하지운은, 모든 것이 성장 중인, 코끼리 아저씨의 아주 중요한 곳에 흉기를 쑤셔 박아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봤었다.

저승에서 알고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움직임을 강제로 멈춰 두고 있지 않았다면 단순히 생각만으로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랄 났네, 지랄 났어. 그 대장로 할망구가 있는 그대로 말해 준 거였네. 나가자마자 뒈질 거라더니... 특별히 날 생각해서 충고해 준 거였구나. 고맙기도 해라.”


「얌전히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운 님. 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즐거운 훈련이 계속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뭐가 즐거워!! 이게 어딜 봐서!”


하지운의 앙칼진 컴플레인에도 더 이상 날아오는 메시지 따윈 없었다.


“일단... 너무 높다. 좀 내려오자.”


코끼리머리의 발밑에 싱크홀을 만들려 하였다.

다른 무엇보다, 이 괴물의 괴물 같은, 그것이 하지운 자신의 머리보다도 더 위에 달려 있다는 게 견디기 힘들 만큼 불쾌했던 것이다.


놈이 딛고 있는 흙바닥에 하지운의 마력이 침투해 들어가는 순간, 코끼리머리가 오른발을 슬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땅바닥을 내려찍어 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하지운의 마력이 튕겨 나가 버리고 말았다.


“허... 허허허, 씨발. 어허허, 어이가 없네. 미쳤구나, 이놈의 저승사자들이.”


그 순간 코끼리 아저씨가 제삼의 손인 코를 들어 올렸다.


“뭐지?”


갑자기 허공에 시리도록 푸른빛의 기둥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하지운은 코끼리머리의 코에 마력이 모여드는 걸 느끼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잠시나마 한쪽 팔이 사라지는 경험을 또다시 겪고야 만 것이다.

혼비백산한 하지운이 오른팔을 재생시키며 급하게 몸을 날렸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그를 따라서, 푸른빛의 기둥들도 그 못지않은 속도로 내리꽂혀 댔다.


‘씨발! 진짜 이게 뭐지? 레이전가? 말이 돼? 배경이 중세인데? 씨발! 시대 고증은 얻다가 팔아먹. 썅!’


딴생각하다가 하마터면 대가리가 날아갈 뻔했다.

미친 듯이 내달리느라 반격을 할 틈도 없는 상황에, 하지운의 이성이 슬슬 증발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철이 꽤 든 하지운이, 꾸역꾸역 이성의 끈을 붙들고는, 필사적으로 푸른빛의 기둥을 노려보았다.


“씨발! 이거 물이잖아! 이게 물대포야? 아오, 썅!!”


미친 듯이 구르며 왼 다리를 재생시키는 하지운의 입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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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도강 (8) 24.06.09 11 1 10쪽
211 도강 (7) 24.06.07 12 1 9쪽
210 도강 (6) 24.06.04 12 1 9쪽
209 도강 (5) 24.06.02 13 1 9쪽
208 도강 (4) 24.06.01 14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5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205 도강 (1) 24.05.26 16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7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6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6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6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4 1 9쪽
» 즐거운 훈련 (1) 24.05.08 17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1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8 1 10쪽
193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7 1 10쪽
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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