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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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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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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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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 (4)

DUMMY

207화


최면 상태인 채로 모든 것을 이실직고한 세 마리의 생선녀들이 엄청시리 단단한 골렘에게 싸커 킥을 맞아 버렸다.

딴 건 몰라도, 뱃사공 케런과 일면식도 없다는 대답에선, 인면수심 하가 놈조차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릴 뻔했던 것이다.


“본체야, 얘들은 재활용 안 할 거냐? 왜 다 박살을 내는 거냐?”

“이것들을 얻다가 써먹어?”

“얻다가 써먹긴! 강바닥 수색 같은 거 시킬 때 얼마나 유용하겠냐? 너, 아직도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보물선이 얼마나 많은지 못 들었냐?”

“보물선이라니? 난데없이 웬 급발진이야? 거기까지 갈 것도 없다! 얘들한테 전복만 따오게 해도 그게 어디냐?”

“그러네! 유용하네!”


심드렁한 기색으로 복제 인간들의 의견을 듣고 있던 하지운이 이내,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야, 이번에는 우리의 의견이 몹시 타당하지 않았냐? 왜 개무시를 하는 거냐? 기분이 아주 좆같다, 이 빌어먹을 본체 새끼야.”

“시끄러. 징징대지 좀 마라. 저런 입벌구 년들까지 곁에 두라고? 고작 밥상에 전복 하나 더 올리려고, 나더러 저런 개양아치 년들을 휘하에 두라는 거냐? 나도 내 나름대로 추구하는 품격이라는 게 있어. 누굴 그지 왕초로 아나.”

“어의가 없네. 어이도 없고.”

“어이만 없으면 됐지, 어의는 왜?”

“이 새끼도 꼴에 ‘전하’잖아.”

“아, 맞다! 이 새끼 전하였지. 씨발, 개나 소나 다 전하네.”

“전하, 속히 어의를 부르시어 정신과 치료를 받으시옵소서! 지체 없이 지랄병을 치료받으심이 옳은 줄로 아뢰오!”

“조용히 해라. 강에다 던져 버리기 전에.”


순식간에 강변을 고요하게 만든 하지운이 똥싸개와 버러지들을 불러냈다.


“그동안 나 못 봐서 허전했지? 내가 좀 바빴어. 앞으로는 더 자주 불러낼게. 그러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여덟 마리의 천대받는 좀비들이 하염없이 흐느껴 댔다.

소름 끼치게 예쁜 후배 좀비 앞에서 오만 개망신을 다 당했던 게 고작 사흘 전이었다.

아직 그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주군이 뭔가 기대감을 잔뜩 품은 듯한 눈빛으로 그들을 살뜰하게 맞이하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 솟구쳐 오르는 울먹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눈물도 안 나오는 연놈들이 더럽게 우는 척해 대네. 병신들아, 그만 처울고 이것들 좀 먹어 봐. 내가 너흴 위해 준비한 거야.”


생선녀들이 남기고 간 세 덩어리의 비늘 덮인 하반신들을 목도하고서는, 좀비 여덟 마리가 멍한 표정으로 하지운을 올려다보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던 하가 놈이, 삽시간에 무표정해진 낯짝을 들이밀고는, 상스러운 말본새를 시원하게 자랑하는 것이었다.


“처먹으라고, 이 병신들아. 버러지 같은 것들이 지금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오랜만에 험한 꼴 좀 볼래?”

“대, 대공... 그래도 이걸 어떻게...”

“하아...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좀비 새끼들이 하다 하다 이제는 밥투정을 다 하네. 그냥 주면 처먹을 것이지. 아무거나 뜯어 먹는 게 좀비 아냐? 아직도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건가? 아니면 덜 맞았어? 연놈들이 그새 용감해졌네.”


무감정한 얼굴로 말채찍을 꺼내 든 하지운을 보고서는, 여덟 좀비들이 미칠 듯한 기세로 생선 몸통을 향해 돌진했다.

똥싸개 같은 경우 아직 팔다리가 멀쩡히 달려 있다 보니, 금세 몸통 하나를 차지하고서는 삼 일 굶은 개처럼 뜯어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팔다리가 없는 버러지들은 몸통으로 바닥을 기며 흙먼지를 다 처마셔야만 했던 것이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꼭 매를 들게 한다니까. 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할 때, 바로바로 말을 들어먹으면 얼마나 좋아. 머저리 같은 벌레들이 꼭 내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게 만들어요.”


인세에 느닷없이 구현된 아귀다툼을 보며, 아름다운 신입 사원의 낯가죽이 허옇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원래도 뽀얗던 피부가 심지어 죽어서 핏기까지 사라지는 바람에, 이미 말도 못하게 하얀 피부를 자랑하게 된 청초한 엘프녀였다.

그런 투명한 미녀 좀비가 한층 더 질린 얼굴로 남자 친구를 바라보며 입술을 덜덜 떨어 댔다.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상황인지 몹시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셀런, 아무래도 놈이 전에 말했었던 생화학전이라는 걸 시도하려는 모양이오.”

“그게 뭐죠?”

“나도 잘은 모르오. 하지만 생화학전 전문 요원이 바로 저 똥싸개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결코 정상적이고 깔끔한 공격일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오. 아마... 저 험프리 놈에게 했던 짓을 강에다...”

“그, 그런...”

“사실 우리는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지 않소. 놈에게서 제공받는 어둠의 마력만으로도 존재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그런데도 굳이 괴물의 시신을 먹인다는 건...”

“그렇군요... 놈이 우리에게 생색내며 했던 말의 의미가 이거였군요.”

“그럴 거요. 이딴 짓거리에서 열외시켜 주겠다는 의미였겠지.”


순간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하지운이 아름다운 커플을 바라보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영민한 선남선녀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지운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하하! 참으로 용맹해 보이십니다, 전하!”

“언제나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뿐입니다, 전하!”


뒷짐을 진 채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폭군 하지운이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름다운 커플의 감언이설을 음미하던 하가 놈이,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폭풍 같은 쌍소리를 쏟아 내 버렸다.


“이 하찮은 돼지 새끼들아! 언제까지 처먹고 있을 거야! 여기가 파인 다이닝이야? 그걸 꼭꼭 씹어 먹고 자빠졌어? 왜, 더 먹기 좋게 불에 한번 구워 줄까? 하는 김에 너희도 같이 구워 줘?”


버러지들의 식사 속도가 한층 더 상승하였다.


“본체야, 얘들 말이다. 네가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키운 게 아닌가 싶다. 술사가 까라면 군소리 없이 바로바로 까야지. 정신 나간 연놈들이 말대꾸를 다 하고.”

“그래그래, 세상이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나. 살다 살다 언데드가 술사한테 밥투정하는 꼴을 다 보네그려.”


어지간한 하지운도 그 순간만은 고개를 푹 숙이고선 질책을 달게 받았다.

복제 인간들의 말에 반박할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너희 말이 맞다. 내가 그동안 바빠서 애들 교육에 신경을...”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맨날 바쁘다는 핑계뿐이지.”

“내가 앞으로는 진짜 잘할게.”


술사가 혼나는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한 좀비들이 씹지도 않고 살점들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단숨에 비늘만 남기고 생선 몸통을 다 뜯어 먹은 버러지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하지운을 올려다보았다.

누가 봐도 제발 때리지 말아 달라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준비해라.”


하지운의 명령에 복제 인간들이 염동력으로 여덟 좀비들을 허공에 띄워 강 중간쯤에 가져다 놓았다.

십 미터 상공에 뜬 채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던 좀비들이 금세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쳐 대는 것이었다.

강물 속에서 바글거리고 있는 수천 마리의 사이렌들을 느껴 버리고 만 것이다.


“뭐 해, 이 병신들아! 당장 싸라고!”


나오려던 변도 도로 쏙 들어가 버릴 상황이었다.

공포에 질린 똥싸개와 버러지들이 아우성을 쳐 가며 하지운을 향해 애걸복걸을 해 댔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성질 급한 하가 놈은 고작 말 몇 마디만을 낮게 웅얼거려 버리고 말았다.


“테이저. 또 테이저. 왕창 싸라. 테이저.”


감전된 좀비들이, 제 놈들 몸뚱어리 속에서 한창 부패 중이던, 살점들을 폭풍 같은 기세로 밀어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혼비백산한 사이렌들이 물속에서 지랄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적잖이 흐뭇해진 하지운이 한 마디 감상평을 남겨 주었다.


“의리 없는 년들이. 그러니까 내가 일찌감치 튀어나오라고 했어, 안 했어? 왜 사람이 말로 하면 듣지를 않아? 처음부터 말로 할 때 순순히 튀어나왔으면, 이런 더러운 꼴도 안 봤을 거 아냐. 동족이 피떡이 되도록 처맞고 있는데, 구경이나 하고 자빠져서는. 근데 또 식수에 싸 갈기는 건 못 참겠나 보지.”


잠시 후 백여 마리의 사이렌들이 물 밖으로 머리만 꺼내 놓고서는, 악다구니를 퍼부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머리통이 수면 위로 튀어나오기가 무섭게, 염동력을 발동한, 복제 인간들이 눈 깜짝할 새에 다 잡아 뽑아 버리는 것이었다.

이 순간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골렘이 날아오는 사이렌들의 상체를 닥치는 대로 걷어차 버렸다.

순식간에 강변 바닥이 백여 개의, 반만 남은, 생선 몸통으로 난장판이 돼 버리고 말았다.


“얘들아, 한참 쌌더니 배고프지? 이것도 마저 먹어. 내가 너희를 이렇게 아낀다.”


어느새 되돌아온 똥싸개와 버러지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생선 몸통을 향해 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등 뒤로 하지운의 따뜻한 염려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이번에도 내가 분신들한테 꾸지람을 듣게 된다면 말이야. 내가 너희를 어떻게 할지... 나도 내가 너무 무섭다, 얘들아.”


좀비들의 기는 속도가 몰라보게 상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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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도강 (5) 24.06.02 13 1 9쪽
» 도강 (4) 24.06.01 14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5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205 도강 (1) 24.05.26 15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6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6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6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6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4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6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1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8 1 10쪽
193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7 1 10쪽
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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