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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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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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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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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318

작성
24.05.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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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DUMMY

193화


“아, 안 되겠다. 고문이고 나발이고 일단 찝찝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


생글생글 웃던 놈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며, 있는 대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뭔가 싫은 기억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미친놈처럼 발광을 하는 것이었다.


“이, 이 산 채로 해부를 할 년! 내가 너 때문에 몇 놈의 똥구멍에 손발을... 넌 진짜 좆 됐어! 내가 널 어떻게 죽일지 상상이 가? 상상이 가면 뭐 해? 어차피 네 상상인데. 중요한 건 내 생각이지.”


혼자 뭐라 뭐라 씨부렁대던 미친놈이 갑자기 마력을 끌어올리더니, 제 놈을 빼다 박은, 흉물들을 쏟아 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바닥에 마법진을 만들어서는, 기이할 정도로 깔끔한, 죽음의 기사까지 소환하였다.


고요하던 새벽의 숲속을 느닷없이 시장 바닥처럼 소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소음의 주범이 홀로, 공터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서는, 기약 없는 세척을 시작하였다.


“우선 여기를 썰고. 이거는 그냥 밟아 버리고. 그런 다음에 머리끄덩이를 가르마 따라서 좌우로 나눠. 그러고는 저기다가 묶어 놓으면 되잖아.”

“그러면 맨날 하던 거랑 다를 게 없잖아. 이제 슬슬 레퍼토리를 다양화해야 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면서 복제 인간들의 토론을 지켜보던 금 부장이, 기어이 짜증을 내며, 오붓한 대화에 끼어들었다.


“쯧쯧, 쓸데없이 난폭하기만 하지. 세심함이라고는... 막상 고문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모자란 놈들. 그 요긴한 것들을 처음부터 다 잘라 버리고, 허구한 날 생식기만 까뒤집고 있으니. 손발톱부터 뽑아! 팔다리에 조질 부분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는 어떻게 된 놈들이 무조건 팔다리부터 밟고 시작을 하냐?”


왁자지껄하던 복제 인간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겨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엘프 할머니를 가운데 두고, 미친놈들이 견적을 내다 말고는, 단체로 묵념을 올리는 것이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돌아 버릴 일이었지만, 그건 할머니를 제외한, 이곳의 그 누구에게도 신경 쓸 만한 사항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새끼 말이 맞아. 우리는 너무 아마추어야. 그저 때리면서 웃고 즐기는 것만 신경 썼지. 뭔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고통을 주는 건 흉내도 못 내고 있어. 이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거야.”

“로저 놈도 마찬가지야. 그놈도 따지고 보면, 그냥 재밌자고 괴물들을 잡아 놓고 같이 놀았던 것에 불과하잖아. 배운 게 다 그놈 놀던 가락인데... 이래서는 아무것도 늘지 않을 거야. 뭔가 좀 더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아야 해.”

“금 선생, 우리를 어여삐 여겨 금과옥조와 같은 가르침을 주시오!”

“미친 새끼들이 또 지랄하네. 야, 로저인지 하쥐우이인지 뭔지 하는 놈아. 나 좀 도로 돌려보내라. 이 새끼들하고 같이 있기 진짜 싫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이승에 나오기만 하면, 사방에 미친 새끼만 수두룩한 거냐?”


정화 마법으로 전신을 소독 중이던 하지운이 쳐다보지도 않고 고함을 빽 질러 버렸다.


“장난 그만 치고, 당장 그 할망구나 조지라고! 너희도 그 할매랑 같이 한번 죽어 볼래?”


경건해진 복제 인간들과 죽음의 기사가 조용히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할멈의 형틀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터에는 하지운의 생살 문지르는 소리와 나무 썰어 대는 소리만 남게 되었다.


한 시간이 넘게 물 세척과 정화를 거듭 반복하고 나서야 마음에 평화를 얻은 하지운이, 새 팬티를 꺼내 입고는, 형틀에 묶여 있는 할멈에게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그냥 의자에 앉혀 두지... 무슨 바이크에 태워 놓은 것처럼 만들어 놨냐? 뭐... 제법 멋있긴 하다.”

“본체야, 저 할망구한테 네 피 좀 먹여라.”

“왜?”

“고정시키게. 염동력으로 붙잡고 있으려니 너무 귀찮다.”

“아이씨, 씻기 전에 말하지. 야, 이 할망구 대가리 좀 돌려 봐. 어, 맞아. 주둥이가 위로 오게. 살살해! 모가지 부러지겠어! 그러니까 애초에 그냥 눕혀 놓을 것이지.”

“눕혀 놓은 상태로 조지다가 구토라도 하면 어쩔 거야? 토사물 때문에 질식사라도 할까 봐 이렇게 만든 거 아냐. 그저 사람을 때려죽일 생각밖에 안 하는 너 같은 배려심 없는 살인마 새끼가 뭘 알겠냐.”

“... 신경 썼네. 수고했어.”


손바닥을 그어서 엘프 할멈에게 자신의 피를 강제로 먹인 하가 놈이 본격적인 대화의 시간에 돌입했다.

대화에 앞서 한층 더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복제 인간 일, 이 호가 자신들의 털을 뽑아 할멈의 자세 고정을 도왔다.


“꺄아아아악!”

“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엄살은 좀 기다렸다 부려. 그건 고문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네 팔다리를 고정만 시켜 둔 것뿐이야.”

“끄아아악! 이 마족 같은 놈아! 어흐으윽!”

“내가 너한테 궁금한 게 정말 많거든. 그러니까 자잘한 건 고민도 하지 말고 바로바로 대답해. 어차피 다 대답하게 될 거야. 굳이 사서 고생하지 마.”


그녀의 양손과 양발 그리고 양쪽 팔꿈치와 무릎에 꽂아 둔 털로 만든 꼬챙이들을 툭툭 건드리던 하지운이 고개를 돌려 복제 인간들에게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야... 이러니까 진짜 고문하는 거 같아. 그럴듯해. 뭔가 설레는 기분이야. 얘들아, 형틀 만드느라 고생 많았어. 그럼 각자 알아서 놀아.”


옥좌 비슷한 걸 꺼낸 하지운이 몸을 묻고는 팔다리를 쭉 뻗었다.

그러더니 입을 활짝 벌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서는, 이내 생명의 나무 열매를 하나 꺼내서는 한 입에 삼켜 버렸다.


“하아... 좀 살 거 같다. 행복이 뭐 별거냐? 편안하고 배부르면 그게 행복이지 뭐. 어때, 할멈도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 빨리 대답하면 할수록, 행복도 빨리 찾아오게 될 거야. 우선 내가 계곡 쪽에서 접근해 오고 있는 걸 어떻게 내가 모르게 나보다 먼저 파악했어? 할멈의 감지 능력이 나보다 월등할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서 묻는 거야.”


질문과 동시에 하지운은 손등 털을 하나 세워서 젓가락만 하게 만든 후, 뽑아서는, 엘프 할멈의 왼손 엄지손톱에다 대고 쓱쓱 긁어 댔다.


“가, 가족들이 알려 줬다.”

“아이씨, 가족 누구?”

“사슴과 다람쥐들이...”

“하아... 온 우주가 다 네 가족이구나. 그래, 그 네발짐승 가족분들이랑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 건데? 너희 종족만의 특별한 능력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원래 우리 종족은 대자연의 모든 것과 교감하는.”

“그만. 별거 없다는 소리잖아. 됐고, 너 같은 연놈이 몇이나 있지? 너처럼 비술인지 나발인지를 연구한다고 기어 나와 있는 종자가 몇 마리나 있냐고?”

“무슨 소리냐? 그게 너도나도 다 연구해도 되는 것이면, 내가 굳이 혼자서 여기까지 나와. 끼아아아악!”

“정말 너 혼자라는 얘기야? 아무도 안 하던 짓을, 너 혼자만 생각이 깨어 있어서, 남들 몰래 숨어서 하고 있었다는 말이야? 어우, 안 믿기는데 어쩌지? 솔직하게 말해 봐. 몇 마리 더 있지? 너희 일족 중에 유독 너만 특별하다는 잘난 척은 하지 말고.”

“어흐흐윽... 정말... 나 혼자...”

“뭐, 일단은 넘어가 줄게. 어차피 내일모레까지 반복해서 물어볼 거니까. 네가 복원한 너희 일족의 잘난 비술을 하나하나 다 읊어 봐. 그 짓을 백 년을 넘게 했다면서? 고작 마력 흐름을 방해하는 저주 하나밖에 없다는, 돼지 울음소리 같은, 헛소리는 씨불이지 말고. 자, 어서 또박또박 말해 봐.”

“저... 정말... 그, 그거 하나... 그것도 겨우 끄아아아악!”

“그래, 말하지 마라. 나도 슬슬 머리 스타일 바꿀 때 됐다. 얘들아, 혹시 원하는 헤어스타일 있어?”

“강인해 보이게 스킨헤드 어떠냐? 네가 좋아하는 감독들도 다 빡빡이잖아.”

“너도 한번 여기에 묶여 볼래?”

“......”

“저런 미친 새끼. 본체 새끼 비장의 한 수가 가시 투산데 머리털을 다 밀어 버리란다. 저게 제정신이냐?”

“본체야, 그냥 그 머리 그대로 쭉 가라. 어차피 원블럭을 할지, 투블럭을 할지가 중요한 거 아니냐. 이러나저러나 결국 댄디컷이 제일 무난해. 아니면 저 새끼 말대로 강인해 보이게 모히칸 머리 같은 걸 하든지.”


하지운과 복제 인간들의 만담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금 부장이, 옆에 있던, 복제 인간 십팔 호에게 귓속말로 질문을 건넸다.


“너희 본체 놈에게 그 최면인지 뭔지 하는 능력이 있지 않냐? 그걸로 알아내면 될 것을. 도대체 저 늙은 할망구랑 저 쓸데없는 지랄은 왜 하고 있는 거냐?”

“일단 우리 본체 놈이 미친놈이잖아. 미친놈이 하는 짓을 굳이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마. 그냥 좋아서 하는 짓이야. 그리고 최면 같은 정신 공격이 그냥 먹히는 게 아니거든. 상대보다 정신적인 역량이 압도적으로 우세해야 수월하게 먹히는 거야. 아니면 저 저주쟁이 할매처럼 코피로 칠갑을 하게 되는 거고.”

“아...”

“저 할매가 육체적인 능력은 분명 그저 그런데, 이상하게 머리통만 지나치게 발달한 거 같거든. 그래서 겁을 잔뜩 주려는 거 같아.”

“그러니까 똑바로 대답 안 한다느니 하는 건 다 트집이고, 의지를 꺾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게 만들려고 못살게 굴고 있다는 거다?”

“응, 근데 저 새끼 진짜 개새끼지? 우리가 왜 저 새낄 죽이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때, 너도 우리 쪽으로 합류할래?”

“물론이다. 저 새끼는 진짜 너희의 표현대로 좆같은 새끼인 것이 분명하다. 아주 좆같은 게 정말 보면 볼수록 죽여 버리고 싶어진다.”


그렇게 하지운 제거론에 한층 더 힘이 실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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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도강 (3) 24.05.29 12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2 1 9쪽
205 도강 (1) 24.05.26 13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3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4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17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6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4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4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0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4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5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17 1 10쪽
»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8 1 10쪽
193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6 1 10쪽
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6 1 10쪽
191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3) 24.04.28 26 1 10쪽
190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2) 24.04.25 18 2 9쪽
189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1) 24.04.23 16 1 10쪽
18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1) 24.04.21 17 1 9쪽
187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0) 24.04.19 19 1 10쪽
186 새 역사 창조의 건아 (9) 24.04.17 20 1 9쪽
185 새 역사 창조의 건아 (8) 24.04.16 28 1 10쪽
184 새 역사 창조의 건아 (7) 24.04.13 25 1 10쪽
183 새 역사 창조의 건아 (6) 24.04.11 2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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