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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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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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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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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훈련 (8)

DUMMY

202화


당황한 코끼리머리 용사가 돌진해 오는 코끼리머리 용사를 향해 정신없이 물대포를 쏴 갈겨 댔다.

양팔에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두른 채로 면상을 가린 코끼리머리 용사가, 빗발치는 푸른빛의 기둥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몸을 날려 버렸다.


대경실색한 코끼리머리 용사가 다급하게 오른 주먹을 휘둘러보았지만, 안타깝게도 한발 늦은 대응이 돼 버리고 말았다.

주먹에 맞는 것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코끼리머리 좀비가, 그대로 상대의 복부에 엄니 두 개를 쑤셔 박아 넣고는, 양손으로 용사의 넓적다리까지 잡아채 버린 것이었다.


과거의 동료를 거꾸러뜨린 코끼리머리 좀비의 머리 윗부분 절반이, 방금 전에 날아온 주먹에 맞아, 박살이 나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좀비의 움직임에 그 어떤 버벅거림도 발생하지 않아, 한층 기괴함을 더해 주는 것이었다.


용사의 몸 위에 올라탄 코끼리머리 좀비가 왼손으로 상대의 코를 움켜쥐고는 좌측으로 잡아당겨 버렸다.

근거리에서 물대포를 쏘지 못하도록, 용사의 코를 제압해 버린 좀비가 지체 없이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려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겨 댔다.

코끼리머리 용사의 면상이 삽시간에 피투성이로 탈바꿈해 버리고 말았다.


안면이 실시간으로 주저앉아 가는 용사를 보며, 주위의 동료들 모두가 당장에 달려가 구해 내고 싶어 안달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 모두 지금 제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중이라, 간절한 마음만 전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운트 포지션을 잡은 좀비에게 곤죽이 되고 있던, 동료를 힐끔 쳐다본 한 용사가 순식간에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되고 말았다.

머리통이 아예 없는, 코끼리머리로 추정되는, 좀비 하나가 그 오지랖이 넓은 용사의 허리를 뒤에서 두 팔로 끌어안아 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일말의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뒤로 젖혀서 용사의 뒤통수를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렸다.


그렇게 용사들이 하나하나 의식을 잃어 갈 때마다, 남은 동료들의 고충이 말도 못하게 심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언제부터인가, 일대일로 치고받고 있던, 코끼리머리 용사의 등판에 날아 차기를 시도하는 양아치 같은 좀비 놈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었다.


거기다 코에 뿔을 세 개나 단 괴이한 좀비들까지 기승을 부려, 싸움판이 더욱더 난장판이 돼 가는 중이었다.

놈들이 어중간한 높이에서 뿔을 들이밀어 대는 바람에, 명예롭지 못한 일을 겪은 용사들이 허무하게 전의를 상실해 버리고 만 것이다.


과거에 부하였던 놈들에게 현재의 부하들이 작살이 나는 광경을 목도하고서, 황금빛 코끼리머리 족장의 염통이 빠짝빠짝 타들어 갔다.

하지만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처지이기에, 염통뿐 아니라, 체내의 모든 내장 기관이 썩어 문드러지는 심정이었다.

열일곱이나 되는 똑같이 생긴 악귀들이, 족장 놈을 둘러싸고,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야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이다.


덩치 크기라도 차이가 나면 몸으로 밀어붙일 텐데, 놈들의 신장도 자신에 비해 크게 낮지가 않았다.

키 차이가 끽해야 일 미터 오십 정도 돼 보이는데, 머릿수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자신이 밀려서 밟힐 위험이 더 커 보였던 것이다.


어느 놈을 먼저 공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난데없이 등 뒤에서 섬뜩한 느낌이 스치듯이 머물다 사라져 버렸다.

기겁을 한 코끼리머리 족장이 황금빛 몸뚱어리를 비틀려 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마귀의 속삭임 같은 것이 흘러들어 왔다.


“테이저 먹엉.”


눈이 동그래진 족장 놈이 번개같이 고개를 위로 쳐들고는, 마력을 실은 코를 있는 힘껏 휘둘러 버렸다.

벼락이 소멸되던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온 허연 놈이 은빛 사슬을 족장 놈의 목에 휘감고는 좌우로 사정없이 잡아당겨 버리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용의주도한 하가 놈은 족장 놈의 거대한 두 귀를 염동력으로 들어 올려, 몸뚱어리와 사슬 사이에 끼는 것까지 방지하였다.


허리가 뒤로 꺾인 족장 놈이 양손으로 목을 긁으며 사슬과 목살 사이의 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안간힘을 써 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코를 쳐들어 등 뒤의 적을 향해 물대포도 쏘려 하는 강인한 황금빛 용사였다.


하지만 하지운의 대처가 한발 더 빨랐기에, 족장 놈의 코에서 코피 섞인 콧물만 튀어 나오고 말았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쳐들어 올린 왼 다리를 그보다 두 배는 빠를 듯한 속도로 바닥에 내리꽂으며, 그 반동으로 오른 다리를 빛의 속도로 차올린 것이다.


황금빛 족장의 척추뼈 서른세 개 중, 제6 흉추부터 제8 흉추까지, 세 개를 니 킥으로 박살 낸 하지운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아오, 씨발! 이 더러운 새끼가 왜 콧물을 뿌리고 지랄이야! 아오, 진짜! 좆같은 짐승 새끼 더러워 죽겠네!”


복제 인간 일, 이, 삼 호가 부리나케 하지운의 곁으로 다가와 물 마법과 바람 마법에 정화 마법까지 뿌려 대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복제 인간들이 코끼리머리 족장 옆으로 다가가, 엘프의 목검을 뽑아 들고는 족장 놈의 팔다리 힘줄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홀로 대기 중이던 십칠 호가 다가가 족장 놈의 코를 팔자 매듭으로 묶어 버렸다.


잠시 후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 복제 인간들이 족장 놈의 비참한 몸부림을 감상하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오래 버티네. 과연 족장답다.”

“그러게. 족장 형님 거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완전 상남자네.”

“멋있어. 반할 거 같아.”


칭찬이 나오기가 무섭게 족장 놈의 발밑에 구덩이가 생성되었다.

여론에 민감한 하지운이 족장 놈만을 위한 사랑이 담긴 싱크홀을 만들어 준 것이다.


“저 새끼는 누가 칭찬받는 꼴을 못 봐.”

“야, 근데. 저건 완전 교수형이잖아. 저러고도 지가 킬러가 아니라는 거야?”

“그러게, 지금 꼬라지는 딱 청부업잔데.”

“청부업자는 무슨. 사형 집행인이다.”


한참 떠들고 있던 와중에 복제 인간 일, 이, 삼, 사 호가 거대한 기둥을 죽부인 안 듯이 안고는 하지운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본체야, 걔 벌써 기절한 건 알고 있지?”

“그럼, 물론이지.”

“그런데 왜 계속 매달고 있어?”

“이 새끼들이 뭐만 하면 중간에 자꾸 깨잖아. 귀찮아서 안 되겠더라고. 아예 사망 직전 상황까지 끌고 가려고.”

“야아, 넌 참 세심하기도 하구나. 조금의 귀찮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냐?”

“물론!”

“그렇게 귀찮으면 기절한 놈 고추에 활을 쏘질 말든가.”

“......”


발끈한 일 호가 사 호를 매섭게 다그치는 것이었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너 이 새끼 미친 새낀 거 몰라? 이 새끼가 바른말 하면 알아들을 새끼야? 이 새끼는 연산군 그 자체야! 그냥 영혼 없는 감언이설이나 하고 말아!”


복제 인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씁쓸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주억거려 댔다.

한숨을 내쉬며 가슴에 참을 인 자를 세 번 새긴 하지운이 흙 마법을 발동해 구덩이를 메워 버렸다.


“가시나 박아. 코끼리 새끼들 작업 끝나고 나면, 우리 단체로 훈련이나 하자.”

“이것 봐라, 사 호야! 바로 보복이 들어오지 않느냐!”

“정말 그렇구나. 미안하다. 나 때문에 단체 기합을 받게 돼서.”

“단체 기합이 아니고, 단체 훈련이라니까.”


하지운의 항변 따위는 부드럽게 무시해 버린 복제 인간들이 자기 할 말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그동안 언데드들을 감독 중이던, 남은 열 개체의 복제 인간들이 좀비들을 겨우 어르고 달래서 곤죽이 된 코끼리머리 용사들의 몸뚱어리를 빼내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 공간의 한가운데에는, 뭔가 지쳐 버린 듯한, 하지운이 입을 꼭 다물고 사령술에만 몰두하는 중이었다.


멀리서 그 꼴을 보고 있던 엘프녀가 금 부장의 어깨에 기댄 채로 말문을 뗐다.


“정말 미친놈이에요.”

“당신 말이 지극히 옳소, 사랑스러운 셀런.”

“저놈과 저놈의 분신들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꼭 저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으음...”

“저놈의 머릿속은 항상 저 모양 저 꼴일 거예요. 마치 시장 바닥처럼 소란스럽고 난잡하기 짝이 없는.”

“......”

“타고나기는 미친놈으로 타고난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서 굉장히 높은 기준의 도덕성을 오랜 세월 동안 주입당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본체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기만 하면 그 순간부터 분신이라는 것들이, 본체를 향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죽여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고 있잖아요. 막상 실행할 용기도 없으면서.”

“셀런...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더욱 소름이 끼치는구려.”

“놈의 머릿속에선, 자신의 본성과 주입된 도덕적 기준 사이에 끊임없는 충돌이 발생하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놈은 저 분신이라는 것들을 통해서 그 감정의 찌꺼기들을 배출 중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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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도강 (9) 24.06.10 12 1 10쪽
212 도강 (8) 24.06.09 11 1 10쪽
211 도강 (7) 24.06.07 12 1 9쪽
210 도강 (6) 24.06.04 12 1 9쪽
209 도강 (5) 24.06.02 13 1 9쪽
208 도강 (4) 24.06.01 14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5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205 도강 (1) 24.05.26 15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 즐거운 훈련 (8) 24.05.22 17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6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6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6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4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6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1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8 1 10쪽
193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7 1 10쪽
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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