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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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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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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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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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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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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테스터 (5)

DUMMY

217화


왼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복제 인간 십팔 호가, 싸대기를 갈기듯, 오른손을 좌우로 휘둘러 댔다.

그러자 공기가 찢겨 나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피범벅이 된, 성인 남녀 수십이 바닥에 내리꽂혀선 어지러이 굴러다니는 것이었다.


다 큰 성인들이, 의복조차 걸치지 않은 상태로, 피를 뒤집어쓴 채 널브러져 있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꼰대 중의 상꼰대 하지운의 뜻을 충심으로 받드는 은빛 전사가 그 꼬라지를 용납할 리가 없었다.

남들 다 자는 야심한 시간에 꾸역꾸역 기어 나와서는 필사적으로 노출 중인 변태들을, 꼬장꼬장한, 골렘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응징해 버렸다.

신장 육 미터 구십에 중량 이십오 톤의 기갑 전사가, 노출 변태들의 머리통만 사뿐사뿐 지르밟으며, 연놈들의 본진을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던 것이다.


“이제 좀 흡혈귀 소굴답다. 골프장에 리조트가 다 뭐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외벽만 뻘겋게 칠해 놓으면 끝인 줄 알아. 명색이 흡혈귀라는 새끼들이 빠져 가지곤. 곤지암처럼 꾸며 놔도 시원찮을 판에.”


현재 외성 안마당 여기저기서 복제 인간 스물일곱 개체가, 바람 마법을 남발하며, 패악질에 재미가 붙어 버린 상황이다.

그런 까닭에, 피 안개로 변신해서 정신없이 도망 중이던, 대부분의 흡혈귀들이 무더기로 피떡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가엾은 흡혈귀들은 그저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미칠 노릇이었지만, 뭘 어떻게 할 방법이 좁쌀만큼도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운을 제외한 모든 침입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빨도 안 박히는 금속 덩어리 한 놈에 수십의 언데드 그리고, 체내에 혈액이 흐르지 않는, 허깨비 수십 개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정신 나간 작업 환경에서, 흡혈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 암수 모두 평균 신장이 사 미터에 달하는 이 흡혈귀라는 종족이 그렇게까지 허접쓰레기는 결코 아니다.

적어도 살아 있는 생물들 입장에서는, 특히 밤에,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메뚜기 떼 같은 흉물들이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하지운이라는 극 카운터를 만나서 난생처음 절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서 발생 중인 모든 참사들은, 본체인, 하지운 한 놈만 없애 버리면 깔끔하게 해결될 일이기는 하였다.

당연하게도 흡혈귀들이 바보도 아니고, 하지운이 똬리를 틀고 있는, 풀 빌라를 집중 공략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단지 시도와 동시에 개같이 밟히고는, 더 이상 접근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뿐이다.


우선 빌라 건물 주위를, 일흔다섯 마리의, 코가 큰 좀비들이 삼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양상이다.

마력을 실은 코를 날파리 쫓듯 휘두르는 그 거대한 좀비들의 바리케이드를 통과해야만, 연신 나마스떼를 되뇌는 하지운을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판이고 말이다.


만신창이가 된 동료들을 뒤로하고 겨우겨우 놈의 코앞까지 다다르면, 놈의 등 뒤에서 시립 중이던, 경호실장 볼드윈 골드클리프 경이 번개같이 튀어나와선 철퇴를 휘둘러 버린다.

그 과정 중에 대부분의 흡혈 전사들의 사지가 빈대떡 반죽처럼 변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시련조차 피해 내고 나면, 놈의 곁엔, 웬 엘프만 달랑 하나 남게 된다.

개무시해 버리고 드디어 하지운을 물어뜯으려 했을 때, 이 별것도 아닌 것 같던, 엘프가 가장 끔찍한 짓을 저질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수석 보좌관 청초한 셀런이 흡혈 전사들을 대번에, 치아가 앙증맞은, 평범한 인간으로 탈바꿈시켜 주었던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다 보니, 어느새 흡혈 전사의 대부분이 중환자가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어디선가 나타난, 민트색 덩치들은 기절한 흡혈 전사들을 수레에 싣고 부지런히 운반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분업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잡혀 있는지를 보여 주는 바람직한 광경이었다.


상태창을 띄워 놓고 힐끔거리던 하지운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골렘 소환’의 레벨이 백사십사를 넘겼기 때문이다.

삼만이 넘게 남아 있던 흡혈귀 중 무려 이만 팔천여 마리가 뒈졌다는 걸 알게 해 주는 메시지다.

고작 이천 마리만 남은 시점에, 하지운 스스로 직접 현장 정리를 관리 감독하려는 것이었다.


“내 여러 종족을 만나 봤으나, 너희만큼 굳이 살려 둘 가치를 못 느끼게 하는 것들은 몇 없었다. 너희는, 근래에 만나 본 사이렌이라는 종자들과 함께, 특히 폐해가 심각해 보이는 족속들이구나. 내 친히 너희를 성불하게 할 터이니, 너희는 서방 정토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새사람이 되도록 하여라.”

“아미타불.”

“옴마니밧메훔.”


거짓 미륵 하지운의 설교에 복제 인간들이 일제히 합장을 하며 염불을 외웠다.

피떡이 되어 널브러져 있던 흡혈귀들이 어리둥절한 기색을 감추질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하지운의 애끓는 웅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우리는 항상 삼가고 또 삼가면서, 세상에 싸질러져 있는 씹새끼스러운 기운의 균형을 맞추려 분골쇄신해야 한다! 이미 나라는 강대한 씹새끼가 등장한 만큼, 기존의 씹새끼들의 수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본체야, 생각이 깊구나. 감명받았다.”

“네가 드디어 자아 성찰을 하는구나.”


복제 인간들의 열렬한 공치사를 받으며, 거짓 미륵 하가 놈이 설교를 마무리 지었다.


“내가 스스로 죽어 줄 마음이 좆도 없으니, 너희가 싹 다 죽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할 것이니라. 억울해할 필요 없다. 내 친히 세상을 거닐며, 너희 같은 부류들을 부지런히 죽여서 보낼 것이니. 너희는 극락정토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니라.”

“이게 진짜 뭐가 되려고!”


엄마의 마음으로 염려하는 엘프녀를 애써 외면한 자칭 씹새끼가, 방금 부장 승진한, 골렘을 향해 턱짓을 하였다.

힘차게 고개를 숙여 보인 ‘은 부장’ 골렘 군이 대차게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언제 승진시켰냐?”

“방금. 쟤도 뭔가 직함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언제까지 이거, 저거 할 수는 없잖아.”

“그럼 하는 김에 쟤들도 해 주지.”

“다 정했어. 코끼리 족장들은 차장. 일반 코끼리들은 과장. 코뿔소들은 대리. 금 부장은 경호실장으로. 그리고 불여시는 보좌관 시키기로 했어.”

“보좌관? 쟤를? 괜찮겠어? 네 여친이 쟬 엄청 견제하는 눈치던데.”

“음...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승아가 갑자기 쟤를 곁에 두고 중히 쓰래.”

“뭐지? 그럴 리가? 혹시 걔가 여자어를 쓴 건데, 네가 잘못 이해한 거 아냐?”

“그런가... 그런 투로 말한 건 아닌 것 같았는데... 승아가 그랬거든. 내 옆에서 바른말 해 줄 애가, 연놈 할 것 없이, 반드시 하나 이상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아아... 네 여친이 그새 철들었구나. 넌 아직도 철딱서니가 존나 없는데.”

“여친이 아니고 엄마네. 완전 엄마야.”


개망나니들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굉음과 진동으로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코 과장들과 뿔 대리들이 빈사 상태의 흡혈귀들로 봉분을 쌓아올리면, 이십오 톤 무게의, 은 부장이 부지런히 점프해서 깔아뭉개 버리고 있던 것이다.


잠시 후 복제 인간 일 호가 현장을 둘러본 후 보고를 올렸다.


“마당에 있는 것들은 싹 다 죽였다. 아까 그 뭔 부인인가 하는 년하고 그년 직속 부하들을 빼면, 이제 이 성안에서, 살아 있는 두발짐승은 네놈 하나뿐이다.”

“삼십 분도 안 걸렸네. 다들 수고했다. 이십일 호부터 이십칠 호까지 남아서 얘들 배부르게 먹인 다음, 남은 찌꺼기는 구덩이에 모아서 다 태워 버려. 이런 것들 대충대충 버리면, 흑사병 같은 게 생기는 거야.”

“알았다.”


일곱 복제 인간들이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반면에, 그새 흡혈귀들의 시신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덩치 큰 좀비들이 벌떡 일어서더니 일제히 구십 도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그러는 그들의 양손에는, 그나마 상태가 온전한, 뽀얀 팔다리들이 들려 있었다.


“애들이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얼마나 보기 좋아. ‘버러지들’처럼 밥투정도 안 하고, 싹싹하게 인사도 잘하고. 이러니까 머리 검은 것들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거야.”

“걔들은 싹 다 금발인데?”

“십팔 호 너... 진짜 한 대 맞아 볼래?”


피의 백작 부인의 자택 커티스 성의 문짝을 박살 내 버린 하지운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흠칫한 이사진들이 몸가짐을 바로 하고는, 대표 이사의 뒤를 엄숙한 자세로 쫓았다.

뒤를 이어, 방금 샤워를 해서 깔끔해진, 은 부장과 한숨 쉬다 지쳐 버린 사내 커플이 따라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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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도강 (3) 24.05.29 15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205 도강 (1) 24.05.26 16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7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7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7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7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6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7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1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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