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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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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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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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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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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가기 - 26화

DUMMY

폭동은 7월 5일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북동부의 중심가인 라드쥴라랑으로 밤 사이 모인 수용자들의 관공서 점거와 방화를 신호로 북동쪽 성벽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중심가는 일찌감치 포기한 정부의 대응은 성벽의 방어에 집중되었고 집결한 경찰들은 프레노칩의 제어로 몰려드는 수용자들을 무력화시키기에 들어갔다.


선진에 배치된 수용자들 중에는 강제로 끌려온 여성 및 노인수용자들이 꽤 있어 일부 경찰들의 대응에 차질이 있었다.


그사이 폭도들은 성벽아래 최루성 연기를 피우고 화살을 쏘아대며 사다리로 오르기 시작했고 특수 능력을 지닌 키메라들의 활약으로 양쪽에서 희생자들이 빠르게 발생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전열을 정비한 정부측이 뚜렷하게 우세해졌다. 프레노칩 제어기의 처리속도를 넘어서는 인해전술을 계획한 폭동 세력의 판단착오가 큰 요인이었다. 예상한 인원의 삼분의 일 정도만이 참가한 것이다.


참가하지 않은 수용자들은 대부분 남쪽에 있는 쏘엑산이라는 산으로 몰려간 것이다.


그 산에는 깊고 큰 동굴이 있는데 며칠 전에 그 안쪽에서 루비광맥이 발견되어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수용자들과 릿쉬들 중 몇몇이 그 산 기슭 여기저기에서 루비 원석 조각들을 주워 나오면서 수용지 전체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폭동으로 인한 혼란은 다수의 수용자들이 쏘엑산을 노리기에 좋은 상황인 것이었다.


그래도 성벽의 상황이 짧은 시간에 정리되지는 못했다. 칩 제어기에 무력화 되었던 폭도들을 모두 포획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획 전에 마비에서 풀려난 폭도들은 더 난폭해졌다.


그리고 성벽 점령에 차질을 빚은 폭도의 주동세력은 생포한 정부관리들을 인질로 협상에 들어가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벌점제도의 법제화였다. 원칙이 없는 벌점의 가감이 매우 불합리하여 그에 따른 부조리가 심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시위와 별개로 흥분한 폭도들은 이곳 저곳으로 약탈과 방화, 폭행, 강간을 벌이고 다녔기에 혼란은 쉽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폭동이 시작되고 얼마 후 해가 뜰 무렵 레무스 일행이 모인 산장에서는 잠깐 동안의 언쟁이 있었다. 밸러바슈의 시녀인 두르가의 주장 때문이었다.


어제는 그녀를 남기고 가기로 결정하였는데 마기야의 이탈과 듀너의 합류 불발로 인한 빈자리를 이유로 함께 가기를 강력히 희망한 것이다. 밸러바슈도 말리지 않았다.


결국 레무스도 일단 동부까지는 함께 가는 것으로 결정하였고 다같이 밖으로 나왔다. 라만차는 어제의 사건을 레무스에게만 간략히 보고했고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코앞에 닥친 탈출 실행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밖으로 나와 고갯마루에 선 그들의 눈 앞 저편으로 페리야마이옘이 밝아오는 아침의 기운을 받으며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루시아는 사스보르트의 안내를 받아 페리야마이옘의 외벽으로 향하고 있었다. 너무나 가벼워진 몸은 다른 의미로 걷기 불편할 정도였다. 사스보르트씨가 몇 가지 설명을 더해 주었다.


“그것. 아니 윈디는 말이다. 적도 부근에서 효과가 가장 강하단다. 반대로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울수록 힘이 떨어지지. 달 중에 다널룬의 영향도 상당하고.”


그 말을 끝낸 뒤 작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원리야? 제기랄.”


다시 이어 말했다.


“음. 벗어 둘 때는 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말했고, 또 공기도 필요하니 밀폐된 곳에 두면 안 된다. 뜨거운 곳에서는 화상 조심. 추운 곳에서는 동상 조심해야 하고. 인간의 피부보다는 훨씬 강하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리고 중요한 것. 적어도 앞으로 세 달 정도는 심하게 비행하면 안 된다는구나. 숨이 차기 시작하면 즉시 땅으로 내려와야 한단다.


인간의 피가 문제이고 윈디가 조금씩 네 피를 개선시킨다는데 그게 세 달은 걸린다나. 하하 뭔 소린지 나도 잘 모르겠다. 블루들이 하는 소리는 틀림 없으니 그 동안은 활강 위주로 비행하렴. 그리고..


비행에 대해서는 이 할아버지가 말해줄 것 없겠지? 상승기류 잡는 법은 아니?”


“알아요. 구름을 살피는 것이죠. ... 해 본적은 없어요.”


“그래. 나도 직접 날면서 해 본적은 없단다. 처음 겪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지. 그리고 즐거이 맞서는 것이 필요하단다. 어때? 겁나지는 않니?”


“어서 날고 싶은 기분뿐이에요. 아주 즐거워요.”


사스보르트는 루시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단해. 대단하구나. 우리 천사님. 기왕이면..”


루시아가 그를 올려보았다. 비딱한 그의 얼굴은 어떤 기대로 흥분한 듯 보였다.


“루시아. 첫 비행인데 기왕이면 가장 높은 곳에서 날아보겠니? 전에 가본 페리야마이옘 옆구리가 아니라 꼭대기 말이다.”


“예?”


“이 오만하게 높은 건물의 끝. 나도 금지된 곳이긴 하지만 몰래 갈 수 있단다. 몇 번 가본 적이 있지. 아미드룬에서 가장 환상적인 곳이란다.”


그는 빙그르르 돌면서 황홀한 표정을 지었고 루시아도 그 말에 강한 충동을 느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한참을 엘리베이터로 오르고 배관으로 가득한 복도를 지나 사다리를 타고 또 올라 환기구 같은 통로를 기어서 나온 곳은 넓고 넓은 운동장보다 훨씬 넓은 장소. 그 위로도 옆으로도 하늘만이 보이는 별천지였다.


몇 개의 커다란 구조물들이 늘어선 안쪽으로 엄청 넓은 원형의 호수가 있어 깨끗한 물이 찰랑대고 있었다. 호수 가운데에는 곡선의 피라미드라 할 수 있는 거대한 탑이 솟아 있었다. 호수가로 가까이 가 보았다. 사스보르트씨가 다급히 외쳤다.


“그 호수에 가까이 가지마. 물이 아냐. 조심해야 할 액체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할 정도로 반짝이는 것이 평범한 물이 아닌 듯 했다.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한참을 걸어 그 넓은 옥상의 끝으로 향했다. 난간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서서히 지평선이 보였다. 아침구름에 섞여 경계는 불분명했다. 바람이 제법 강했다.


끝이 가까울수록 경사가 심해졌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애써 걷다가 퍼뜩 이제 날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개를 펼쳐 위로 뛰어보았다.


가벼운 몸은 쉽게 떠올랐고 날개만이 힘이 넘쳐흘렀다. 루시아는 어제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다시 감동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계속 날개를 퍼덕여도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엉덩이와 배의 근육에도 부담이 없고 숨이 차오르지도 않았다. 조금 더 위로 날았다.


마침 불어온 다소 센 바람에 잠시 휘청거렸지만 이내 바로잡을 수 있었다. 쓸모 없다 여겼었던 활강 연습은 헛수고가 아니었다. 날개 끝을 움직여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아래를 보니 사스보르트씨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서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삼스레 기쁨이 솟은 루시아가 외쳤다.


“고맙습니다. 사스보르트 아저씨. 정말. 정말. 기뻐요. 보세요. 전 날고 있어요.”


“그래. 진짜로 나는구나. 진짜로 날아.”


루시아가 멀리로 시선을 옮겼다. 둥근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며 벅차 오르는 감정을 마음껏 날개에 감아보았다. 그것은 해방감이었다. 이제 누구도 망치지 못할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만한 힘을 지닌 존재가 된 것이다.


“어떠니? 멋지지?”


아래에서 같은 장관을 보고 있는 사스보르트의 소리가 들렸다.


“어제 보았던 경치와 영 다르지? 이리로 오길 잘했지?”


“그러네요. 여기는 다른 세상이에요. 가장 높은 곳. 너무 멋져요.”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 소리쳤다.


“그래. 어중간하게 높은 곳에서는 멀리 보이지. 많은 것이 보이지. 그러나. 아주 높은 곳에서는 모든 것이 희미하게 녹아버려 별로 보이는 것이 없단다. 대신 생각지도 못한 것을 생각하게 되지.”


끝부분에서 작아지는 그의 말은 루시아에게는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잠깐 곱씹어보는 듯한 예의를 보인 후 더 높이 날아올랐다.


“아름다워요. 맞아요. 여러 색이 녹아 있어요. 마치 하나의 색으로 합쳐지려는 듯이요. 더 높이 오르면 하나의 색으로 보일까요?”


그는 감동에 빠져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을 멍청히 서 있더니 혼자서 중얼중얼 시를 읊었다.


“하늘만 바라보던 들풀이 천사님을 보았네.

천사님이 나는 공간은 들풀에도 이어진 하늘이나 질투가 난다네.

천사님은 들풀을 보고 인사를 건네나, 천사님의 그림자는 무심하게 햇살을 가리네.

들풀은 기쁘고 슬프며, 황홀하고 부끄러워 시무룩해졌다네.

시무룩한 들풀을 천사님은 위로해 주지만 왜 시무룩한지는 모른다네.

햇살은 천사님이 모르는 것을 알지만 자랑스럽지 않다네.

하늘은 모든 것을 알지만 기쁘지 않다네.”


루시아가 한차례 활공으로 그의 머리 위를 빙 돌아 나는 것을 보고서야 그녀를 불렀다.


“루시아!”


루시아가 날개를 펄럭이며 그의 위에 멈췄다. 그는 계속해서 시를 읊듯 말했다. 감격에 젖어 말이 매우 빨랐는데 점점 느려졌다.


“날아가렴. 바람을 타렴. 이제 나가는 거야. 세상으로. 세상은 차가운 바람도 불고, 따뜻한 바람도 불고, 널 흔드는 바람도 있고, 눈물을 말려주는 바람도 있지. 어떤 바람에도 휘말리지 말고, 모든 바람에 감사하고, 에.. 또.. 좋은 바람은 냉큼 올라타렴.


헤헷. 자. 이제 안녕이네. 갈 곳은 알지? 바로 뒤가 북쪽이란다.”


루시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 거예요. 갈게요. 아저씨도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 안녕히.”


루시아는 한차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그대로 뒤로 향해 날았다. 페리야마이옘의 꼭대기를 벗어나는 순간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저절로 위로 솟았다.


잠시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눈에 담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전생에서부터 수없이 상상하고 꿈에도 나온 풍경이었다. 그 꿈들보다 더 꿈같았다.



레무스는 약간 초조해졌다. 해 뜰 무렵 루시아를 보내라고 사스보르트에게 다짐해 두었는데 늦어지고 있었다. 동이 터버린 이제부터 바람이 더 강해질 터라 부쩍 걱정이 들었다. 밸러바슈에게 다시 물었다.


“아직 안보입니까?”


“그래. 아직이네. 아니! 잠깐.”


다들 그를 쳐다보았다.


“자네가 말한 비행능력키메라가 금발에 푸대자루 같은 옷을 입은 꼬맹이인가?”


이번엔 다들 레무스를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만. 보입니까?”


“보이긴 하는데 중간이 아니라 꼭대기일세. 뱅뱅 돌고 있는데?”


“꼭대기라고?”


레무스가 놀라 외쳤고 페이츠가 놀랍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와. 전하는 정말 저 곳이 보여요? 게다가 옷차림에 머리 색까지 구별된다고요?”


그곳에서 페리야마이옘의 꼭대기는 못해도 3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었다.


“눈동자 색은 그대와 비슷한 초록색이다. 드디어 날아다니는 인간을 보는군. 잘난 척 하는 바보들이 인간은 날지 못한다는 헛소리를 나에게 했는데 꼭 보여주고 싶구나.”


라만차가 약간 날카로운 소리를 레무스에게 향해 던졌다.


“어린아이라고요?”


레무스를 바라보는 그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전 교도소 수감자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맞습니까? 그리고 현재 어린아이라는 건 그렇다 치고 전생에서는 몇 살 사망자인가요?”


레무스의 대답은 늦고 힘이 없었다.


“상관없는 문제일세.”


라만차가 대꾸하기 전에 밸러바슈가 외쳤다.


“출발했다. 드디어 날았어. 잘 나는 걸?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네. 떠나온 자리에 왠 미친 늙은이가 있구만. 울면서 발광을 하는데. 하하. 이보게. 저건 완전 순진한 소녀야. 수감자 얼굴이 아냐.”


레무스가 라만차에게 눈을 돌렸다.


“나중에 차근차근 설명하지. 분명 납득할 걸세. 지금은 날 믿게.”


라만차는 잠깐 그를 빤히 쳐다본 뒤 비비아이로 향했다. 통신기를 착용하고 말했다.


“교도부 본부. 여기는 수용지 남동부 2구역 서장대리 라만차. 응답바람.”


본부의 응답이 있자 다시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페리야마이옘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수용지 본 구역을 향해 접근 중. 여기서 맡겠다. 비행이 가능한 특수형 출현자로 추정된다.”


돌아선 그가 말했다.


“본부 허락은 맡았습니다. 이제 저 아이가 방향을 틀어 동쪽 성벽을 넘으면 비비아이로 쫓아 우리도 성벽을 넘습니다. 모두들 타십시오.”


그때 밸러바슈가 소리질렀다.


“이보게들 문제가 생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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