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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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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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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622

작성
19.12.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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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나가기 - 2화

DUMMY

미사일은 방향을 잃고 어지럽게 회전하며 옆으로 날아갔고, 튕겨나가서 뱅글뱅글 돌던 듀너는 잠시 뒤 비행유닛을 작동시켜 균형을 잡았다.


헴은 세팅된 제트추진의 기동에 따라 한차례 곡예비행을 한 뒤 바로 잡혔다.


저 미친놈 미친놈을 연신 중얼거리던 윌이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고 햄의 속도를 줄여 듀너의 앞으로 몰았다.


“오늘이 몇 세기인 줄 알아? 느닷없이 선사시대 전투냐고. 미친놈아!”


듀너 또한 윌의 통신에 대꾸할 정신은 아니었다. 울렁거리는 뱃속과 머릿속을 진정시키기도 벅찼지만 그보다 후속 공격이 걱정이었다.


역시나 곧바로 경보신호가 울렸고 저 멀리 드론 20여기가 다가오는 것이 탐지되었다. 일단 헴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로 날았다.


드론이라니. 예상외였다. 어째서 미사일이 아니지? 아무튼 직경 1미터 남짓의 소형 드론. 그것은 놈들의 기지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뜻이다.


통신이 복구되면 위성의 엄호를 청할 만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헴으로도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다. 살 수 있겠다.


그런데, 헴이 고개를 쳐들며 듀너를 따라서 위로 오르는 것이었다.


듀너는 조종석 유리 너머로 윌을 보았다. 방금 까지 욕지거리를 하던 윌이 듀너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윌? 나 들어가야 돼.”


“듀너.”


윌이 급하면서도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듀너는 어리둥절했다.


“내 말 잘 들어 듀너.”


“무슨 소리야? 저 뒤에 드론이 오잖아? 안보여?”


“잘 보여. 듀너. 저 드론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아.”


듀너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제나 냉철한 판단력을 잃지 않는 그였지만 믿기지 않았다. 윌의 배신.


“미사일도 우릴 공격할 예정이 아니었어.”


듀너는 윌을 마주 노려보았다. 윌의 말을 믿자면 드론에게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비행유닛만으로는 피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리고 미사일 공격은 한차례로 그치고, 헴보다 화력이 떨어지는 드론들을 보내는 이상한 전술도 설명이 되었다.


“왜지?”


“이건 배신이 아냐. 그저.. 같이 살자는 거야.”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로도 윌의 갈등이 느껴졌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듀너가 아무 반응이 없자 윌이 말을 이었다.


“간단히 말할게. 클레어가 신도였어. 출발 전에 연락이 와서 알았어.”


클레어는 윌의 애인이다. 신도란 지금 호송 중인 놈과 같은 종교집단의 신도란 말일 터였다.


“호송 중인 저놈을 놓아줘야만 클레어와 유나가 살 수 있어.”


유나는 듀너의 아내로 클레어의 이웃집에 살고 있었다. 듀너는 충격과 분노로 헴의 앞유리에 달려들어 주먹을 내리쳤다.


“유나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윌. 명심해. 내가 반드시 죽여버린다! 누구든!”


“진정해. 나도 클레어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냐!”


“똑바로 말해!”


“클레어를 통해 놈들의 연락이 왔어. 교단에서 클레어와 유나를 인질로 잡고 있어. 대충은 알겠지만 놈들은 일반시민을 해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단지 교단의 방침이 정해지면 수단을 안 가리지. 평신도였다는 클레어도 지금 위험해”


듀너는 머리를 차갑게 하려 필사적이었다. 윌이 계속 말했다.


“그저 포로를 놓아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


“좀 전에 네가 미친 짓만 안 했으면 모두 무사했을 거라고.”


드론들이 도착해 헴과 듀너의 주위를 둘러싸 도열했다.


체념한 듀너는 멍하니 드론 하나가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드론으로부터 통신 요청 신호가 들렸다.


“자네가 로널드인가? 그쪽 바닥에서는 듀너라 불리는 전설의 용병?”


“그쪽은 누구지?”


“내가 누군지 알면 더 위험하지. 지금 자네 집 앞마당에 있다는 것만 말해두지. 부인께선 무사히 집안에 계시네. 아무것도 모르고 안전하게 있다는 건 확실하네. 독서 중인 듯 하군.”


조금 뜻밖인 가벼운 말투에 듀너는 감정을 드러냈다.


“이런 게 네놈들 신의 방식인가?”


“이런. 뜻밖인데? 우리랑 그렇게 싸웠으면서도 우리를 모르다니. 신의 뜻은 아무도 모른다네. 신의 해방을 위해!”


대답 끝에 붙은 놈들의 구호. 그 속에 담긴, 신은 봉인되어 있다는 그들의 유치한 교리는 알고 있었다.


분노를 섞은 질문은 목소리의 주인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파악하기를 겸한 도발이었다.


“유나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냥 두지 않겠다. 네놈들이 찾고 있는 신도 용납 할 리 없다.”


윌이 끼어들었다.


“요구사항은 알고 있어. 클레어도 무사하겠지?”


“그래 무사하지. 일단 저분부터 풀어 주겠나?”


호송모듈이 분리되어 떨어지며 낙하산을 펼쳤다. 드론 몇 기가 따라 내려갔다. 목소리가 윌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윌. 자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듯 한데.”


윌의 눈이 날카로워지며 드론을 노려보았다. 드론에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게다가 클레어와의 통화에서 좀 쓸데없는 말들이 오갔어.”


“무슨 수작이야? 원하는 대로 됐잖아!”


윌의 외침에도 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니지. 몇 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되었어. 무엇보다 여기 듀너라는 분이 있잖나? 계획대로라면 아무것도 모른 채 도망만 가면 될 분이었지.”


윌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드론에서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윌. 클레어에 따르면 자네는 우리 신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였는데 말야. 이쪽은 고민거리로군.”


드론이 듀너를 향했다. 마치 대화 상대가 이 기계덩어리인 양 차가운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듀너. 혹시 우리 교단에 들어온다면 환영일세. 덤으로 지금 죽지도 않을 거야.”


듀너는 말없이 노려볼 뿐이었고, 목소리는 듀너의 생각을 읽었는지 무덤덤한 설득으로 이어졌다.


“물론 자네가 받아들이건 거절하건 부인께 해가 되는 일은 전혀 하지 않겠네.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자넨 오해하고 있어. 우린 미친놈들이 아냐.”


이때 윌은 놈들이 듀너를 죽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클레어와의 통화 후 지금까지 윌은 그들의 교리와 전투방식을 곱씹고 이 후 발생할 여러가지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었다.


듀너가 죽는 상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데다가, 윌 자신까지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 경우 상정한 행동은 반격이었다.


지금 이 드론들을 해치우고 듀너와 달아나더라도, 일차 목적을 달성한 놈들의 방식대로라면 클레어와 유나는 무사할 터였다. 그들은 일반인을 상대로 이익이 없는 복수는 하지 않는다.


공격 시스템은 84% 복구되어 있었다. 나노젤의 해킹이 성공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듀너를 보았지만 그는 드론만 노려볼 뿐이었다.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이대로는 죽음뿐이라는 결론을 내린 윌.


헴에서 조준도 없는 마구잡이 공격이 드론들을 향했다. 드론들도 즉각 반격을 시작했고 듀너는 급히 헴의 바닥으로 날아가 숨었다.


따라 내려와 듀너를 찾는 드론 하나를 달려들어 끌어안았다. 서로 엉겨서 헴의 바닥을 부딪혀가며 그곳에 몰려 있던 나노젤을 드론의 헤드보드에 비벼 묻혔다.


드론은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총탄을 난사했다. 이어서 나타난 두 번째 드론을 향해 잡고 있던 드론을 비틀었다.


두 번째 드론이 동료기계의 난사에 당해 추락했고 이어서 잡고 있던 드론이 나노젤의 효과로 작동 불능이 되었다.


호송모듈이 분리된 공간으로 숨어들어 숨을 거칠게 내쉬며 듀너는 생각했다. 승산이 없다. 아래를 보니 분리된 호송모듈이 드론들에 의해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헴의 앞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공격의 소리는 멈췄다. 윌은 죽었을 터였고 드론의 신호는 6개가 잡혔다. 저 중 몇 기만 멀쩡해도 아래 4기의 드론까지 더하면 이길 수 없다.


듀너는 방금 전의 격투로 구겨 벌어진 헴의 연료전지 흡기관 쪽 장갑의 틈에 권총을 우겨 넣었다. 추락을 시작한 헴이 기울어지는 각도를 계산하며 총탄을 발사하고서 몸을 비틀었다.


곧 이은 폭발로 인해 듀너는 날아갔다.


헴의 장갑과 비행유닛을 방패 삼아 최대한 웅크렸지만 충격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가까스로 앞을 보니 운 좋게도 계산한 방향, 호송모듈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듀너는 팔다리에 힘을 빼고 시체인 척 했다.


헴과 드론의 파편들이 주위로 휙휙 지나갔지만 듀너의 신경은 낙하 궤도에만 집중되고 있었다.


호송모듈의 드론은 총 4기. 모듈을 지탱하기 위해 그것들은 공격 각도의 제한이 있다. 진압은 매우 어려울 터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송 중이었던 저놈. 애초에 인질은 유나와 클레어가 아니라 저 놈이어야 했다.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꽤나 중요한 놈일 듯 하다. 그러니 승산은 저놈을 확보하는 것에 달렸으리라. 윌이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문득 궁금했지만 눈앞의 목적에만 집중해야 할 때였다.


검은 연기를 뿜으며 떨어지는 드론 하나가 비틀거리며 듀너 옆으로 다가왔다. 총구가 듀너를 조준하려 애썼으나 몸을 틀어 날아간 듀너에게 뒤를 잡혔다.


통신이 들어왔다. 호송모듈이 눈앞이라 여유 따윈 없기에 권총을 드론의 배기구에 조준했으나 통신의 목소리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론!”


“...!!”


유나의 목소리! 론은 유나가 부르는 듀너의 애칭이었다.


비행유닛의 방향을 잡아 공중에 멈췄다. 그러나 빠르게 머리를 굴린 듀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합성된 가짜 음성일 수도 있다. 진짜 유나의 목소리라 하더라도 호송포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총알을 박아 드론을 무력화 한 뒤 던져버렸다.


바로 급강하하여 모듈의 뒷면에 붙은 듀너는 지체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순간 안에 있던 포로가 몸을 날려 듀너를 덮쳤다. 대담한 만큼 힘도 대단했다. 다른 드론을 통해 통신이 들어왔다. 또 유나의 외침.


“론! 대답해. 론!!”


그러나 포로의 주먹질에 헬멧이 벗겨지며 통신은 끊겨버렸다. 듀너는 놈의 팔을 잡고 비행유닛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놈이 추락의 공포를 느끼도록 위로 솟았으나 표정을 보니 전혀 겁을 먹은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웃고 있는 입 속에서 악문 이빨이 오싹할 정도였다.


놈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붙였다. 호송모듈을 버린 드론들이 쫓아와 주위를 둘러쌌다.


놈은 두 다리를 듀너의 허리에 감고 왼손은 멱살을 잡고 있었다. 듀너는 놈의 오른팔을 왼손으로 잡은 채로 오른손은 총을 잡고 있으므로 비행유닛의 조종을 할 수 없었다. 자동 호버링 모드로 떠 있는 상태로 소리쳤다.


“이봐! 들리나?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길 바래! 잘 따라주면 협상에 응해주마. 덤으로 이자식이 지금 죽지는 않을 거야! 알아들었으면 드론 하나를 격추해라! 3초 주겠다!!”


곧 드론 하나가 다른 드론의 공격을 받고 추락했다.


“좋아. 이제 내려가겠다. 호송모듈의 통신기로 얘기 계속 하도록 하지. 드론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500미터 이상 떨어진다. 실시!”


그때 포로자식이 소리를 질렀다.


“잠깐!”


놈이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듀너를 노려보더니 멱살을 잡은 손을 떼어 권총을 잡은 팔을 꺾으며 외쳤다.


“하데스.3.1.3.로열티.1.2.0.3.1.크렘린.3.1.6.뮤지컬.2.9. 신의 해방을 위해!”


당황한 듀너가 놈의 얼굴을 이마로 들이 받고 팔을 비틀어 입을 막으려 애썼으나 사이사이 고함을 마친 놈은 다리를 풀고 듀너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듀너는 놈의 목을 꺾어 잡고 바둥거리는 몸을 다리로 얽어 매었으나 크나큰 실수의 순간이 지났다는 직감이 왔다.


순간 등, 그리고 배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드론의 총탄이 비행유닛을 뚫고 듀너의 몸을 관통해 지나간 것이다. 그것은 포로자식의 몸도 꿰뚫었다.


끔찍한 고통을 느낀 다음 순간 비행유닛의 폭발에 온몸이 찢겨져 나가며 듀너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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