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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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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082
추천수 :
45
글자수 :
279,622

작성
19.12.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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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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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부 나가기 - 15화

DUMMY

시간이 흘러 7월 1일. 레무스 일행의 탈출과 수용지의 폭동 예정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론즈로드에서 수용지로 들어서는 통행검문소 중 하나에서 레무스가 나왔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로 들어서던 그는 도중 폭격을 맞은 듯한 곳에서 멈춰 섰다.


몇 주 전 듀너의 호송 행렬을 멈추게 한 앙겔로스 레드의 결투가 있던 곳이었다.


길은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었고 나무들이 꺾이고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레드에게서 떨어진 파편들이 흙 속에 박혀 있었다. 그것은 플라스틱과 가죽의 특징을 지녀서 쓸모가 많았기에 사람들이 주워가고 남은 부스러기들이었다.


듀너가 탈주한 현장은 별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듀너로 인해 경찰들은 한동안 소동을 벌여야 했다. 프레노칩으로 마비 되었을 그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키메라이기에 효과가 약했던 것이라 짐작한 경찰은 일대를 수색해서 피투성이로 찢겨진 그의 옷을 발견 했다. 시체는 없었다. 마비된 몸으로 억지로 도망치다가 산짐승에게 잡혀 먹힌 것으로 결론 지었다.


프레노칩의 위치 추적 신호가 잡히지 않은 것은 설명이 되지 않았지만 공무원들답게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


레무스는 그곳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무사한 것인가? 조심하기 위해 4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 두었지만 그 전에 한번쯤 나타날 법도 한데 소식이 없었다.


설마 민폐를 끼칠 상황은 아니겠지. 저 앞으로 누군가가 릿쉬를 타고 오고 있기에 레무스도 자전거에 올라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릿쉬를 세워 길을 막고 말을 걸었다. 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시오.”


“취재 나오셨나요?”


레무스의 가슴에는 기록자의 배지가 달려 있어 질문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본능이 경계심을 끄집어내었다. 여인은 뛰어난 미인이었고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휘어잡을 만한 분위기가 있었다.


“아니오. 동료가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 취재를 했는데 지나는 길에 생각이 나서 잠깐 살펴 본 것이오.”


“그러시구나. 지난달의 사건 말이죠? 저도 그 기사 읽었답니다. 동료 분이 조금 바쁘셨을까? 빠진 부분이 많더군요.”


그 말에 경계심은 근거가 생겼으나 피하고 싶은 본능이 먼저 나와버렸다.


“레드의 대련은 이야깃거리일 뿐. 자세한 기사거리는 못 된다오.”


“어머나. 생각보다 눈치가 없으시네요. 기록자 레무스씨.”


레무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아니면 그저 임기응변이 서투르신 분이거나.”


여인이 릿쉬에서 내려섰다. 키가 정말 컸다. 만난 지 몇 초 만에 선제공격을 당한 레무스는 머리 속이 복잡했으나 표정만은 침착했다.


“이분과 잠깐 대화 좀 나눌게요. 저쪽에서 기다려줄래요?”


여인이 릿쉬에게 말했다. 그런데 대답이 뜻밖이었다.


“싫소.”


“예?”


“나는 눈치가 있소이다. 이곳에서 인간이 릿쉬다덴을 구타한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 아니오? 그분들 중 하나는 내 삼촌이요. 나도 이야기를 듣겠소이다.”


여인이 당황하는 모습이 약간 통쾌했지만 즐거워할 때가 아니었다. 레무스가 말했다.


“좋아요.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모르겠지만 내가 좀 바쁘니 용건만 말해주겠소? 그 전에 누구시오?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닌 듯 하오만.”


여인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맞아요. 저 모퉁이에서 한참 기다렸답니다. 저는 페이츠라고 해요.”


“난 드이로판이요.”


릿쉬도 자기소개를 했다. 레무스는 그녀가 누군지 바로 생각해 냈다.


“페이츠? 페이츠 트리시아 파이올리.. 던가?”


“페이츠 트리니시아 파이롤리에요.”


“난 르와딧 니앙 드이로판이요.”


“그래요. 미안하군. 국왕이 관심을 두는 수상한 여인. 아니 아직 어린 소녀라지.”


“열세 살이지요.”


“난 스물둘이요. 뭐라? 열세 살?”


페이츠가 드이로판을 올려보았다.


“르와딧 니다르 카들루젠씨 턱은 이제 괜찮죠?”


“삼촌을 아는군. 아직도 고생하고 있소. 보상은 쥐꼬리만큼 나왔고 말이지.”


“그래요? 비룩보험에서 420만바루사가 나왔다고 좋아하시던데. 그걸로도 부족하구나.”


“뭐? 420만? 비룩보험?”


드이로판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대화에의 관심은 사라진 듯 먼 마을로 날카로워진 눈길을 옮겼다. 페이츠는 레무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록자님도 저를 아시네요.”


“그렇소. 전운이 드리운 이 시절에 국왕의 관심이 엉뚱한 데 있으니 그대에게 주목하는 자도 적지 않지.”


“그럼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왕께서는 도대체 왜 저에게 관심을 가지시는 거죠?”


“국왕의 관심과 나의 관심은 다르오.”


“그러시군요. 저는 국왕전하의 관심과 레무스님의 관심에 모두 관심이 있답니다.”


“본론을 얘기하시오.”


레무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여인은 무언가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듀너라는 분과 어떤 일을 꾸미고 계시죠? 아마도 모그다일 탈출?”


각오한 이상의 말을 듣게 된 레무스는 대답을 못했다. 페이츠의 말대로 그는 임기응변에 서툴렀다.


레무스를 살피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본론을 말하죠. 저도 같이 하고 싶어요.”


침묵이 시작되었다. 알듯 말듯한 긴장이 흐르는 그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은 릿쉬 드이로판의 머리를 긁적이는 팔과 산만하게 흔들리는 꼬리, 팔랑거리는 귀 뿐이었다.


한동안 그녀를 노려보며 머릿속을 정리한 레무스가 입을 떼려는 순간 페이츠가 가볍게 손바닥을 세워 보였다.


“음.. 제 말은 부탁이긴 하지만 거절은 받지 않으렵니다.”


말 끝에 그녀는 레무스의 귀에 대고 무언가 짧은 말을 속삭였다.


레무스는 너무나 놀라 다리가 휘청거리는 듯 했다. 놀라움을 넘어 공포가 그의 얼굴을 감싸고 지나갔다.


페이츠는 태연하게 레무스가 자세를 바로잡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간신히 레무스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자 페이츠는 그의 자전거를 끌고 와 건네 주었다.


“그럼 자세한 계획은 내일 들어도 될까요? 동수용지 기록소로 아침에 찾아가면 되겠죠?”


식은 땀까지 흘리는 레무스는 고개만 끄덕였다.


내내 안절부절 못하던 드이로판이 재촉했다.


“대화 끝났으면 어서 가자고.”


빙긋이 웃으며 릿쉬에 올라탄 그녀가 말했다.


“자 그럼 저도 동료가 됐으니 궁금한 것 하나 질문할게요. 나름 찾아 봤는데 그분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에요?”


“나도 모르오. 산 속에서 서바이벌 중이겠지.”


“걱정되지 않으세요? 요즘 곰을 봤다는 소문이 돌던데.”


“모그다일에 곰 따위는 없소. 최근 돌고 있는 루비의 산 얘기 같은 헛소문일 거요. 그리고 그 친구는 곰도 잡아먹을 사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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