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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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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075
추천수 :
45
글자수 :
279,622

작성
19.12.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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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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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1부 나가기 - 16화

DUMMY

듀너는 곰에게 쫓기고 있었다. 바위가 여기저기 박힌 산등성이를 전력으로 뛰어 달아나고 있었다. 웬만하면 포기 할 법한 스피드로 뛰고 있는데도 그 곰은 끈질겼다. 400킬로그램은 나가 보이는 불곰이었다.


‘2시대의 미친 놈들은 곰도 만들었나? 그런데 전생의 곰보다 더 고약하잖아? 곰을 닮은 아미드룬 고유의 짐승인가?’


수용지에서만 지낸 듀너는 아직 이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몇 주간의 서바이벌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제 4일만 버티면 되는데 막판에 재수 없게 곰이라니.


대책 없이 뛰기만 하던 그때 앞쪽 수풀에서 어떤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모두들 장대와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어이! 여기다! 이쪽으로!”


그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소리지르자 곰은 주춤거리며 멈추더니 슬금슬금 뒤돌아 뛰었다. 엉뚱하게 사람들에게 들켜버린 듀너는 난감했지만 일단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맙소.”


“큰일날 뻔 하셨어. 이런 깊은 산에는 무슨 일이오?”


숨을 고르며 듀너가 택한 방법은 농담으로 얼버무리기였다.


“산책 중이었소. 그러는 댁들은?”


모두 다섯 명. 하나같이 잘 단련 된 듯한 무리였다. 특히 눈에 띄는 키메라가 있었다. 큰 키에 우람한 근육도 근육이지만 머리가 독수리였다.


또 한 명. 키메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수리머리남자에 뒤지지 않는 걸출한 체격에 눈빛이 살아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리더인 듯 했다. 듀너는 몰라봤지만 그는 거프였다.


“우리는 정원사들이오. 산책로 정비 중이지.”


거프와 듀너는 잠깐 서로를 탐색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거프는 눈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고 듀너는 긴장 풀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군. 여러가지로 고맙소. 그럼 이만.”


뒤돌아서는 듀너를 사내들이 둘러쌌다. 정면에는 독수리머리가 팔짱을 끼고 버텨 섰고 뒤에서 거프가 말했다.


“이걸 어쩐다. 도의상 얼떨결에 구해 주긴 했지만 그냥 보내줄 수가 없소이다.”


돌아서서 그를 노려보는 듀너에게 이어 말했다.


“우리 사정이 좀 딱하거든.”


“무슨 사정?”


“뭐 얌전히 죽어준다면 얘기해 드리지. 우리는 마을에서 도망쳤다오. 자유로운 사람들이지.”


“수용자였는데 도망쳤다고?”


“그렇소이다.”


“바보들이군. 댁들 겨드랑이에 박힌 칩은 위치 추적 기능이 있어. 정부 놈들이 언제든 들이닥칠걸? 어느 시대 출신인지 모르지만 그 칩은 댁들 상상을 뛰어넘는 물건이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알았으면 어서들 돌아가시오. 못 본 걸로 해 드릴 테니.”


거프가 웃기 시작했고 모두들 따라서 웃어댔다. 거프가 독수리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 저 친구는 기원전 출신이긴 하지. 그래도 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수다.”


어리둥절한 듀너에게 이어 말하는 거프.


“칩은 무력화 시켰소. 그러니 댁 같은 목격자만 없으면 계속 평화롭게 살 수 있지.”


그가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고 뒤따라서 다들 작은 칼이나 몽둥이를 고쳐 잡았다. 듀너가 외쳤다.


“기다려. 해 줄 말이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 개울가에 모닥불을 둘러싸고 듀너와 5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듀너는 손이 묶인 상태였다.


“다시 처음부터 하지. 자네도 칩을 해결했다. 하지만 어떻게 했는지 말할 수 없다?”


거프는 듀너를 심문 중이었다.


“그래. 자네들부터 먼저 말해주지 그래.”


“그리고 우리랑 같이 지내고 싶다라.. 하지만 자네 말이 거짓말이라면 관리 놈들이 자네 칩을 추적해 여기로 올 테지. 증명도 못하지 않나?”


“...”


“다시 묻지. 자네가 했나? 누군가 해 준건가?”


“내가 했지.”


“어떻게?”


“자네들과 같은 방법이겠지. 알 거 아닌가?”


“혼자 못한다니까. 결론은 역시 하나네. 우리에게 죽기 싫어서 멀쩡한 칩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거프는 이제 지겹다는 듯 일어섰다.


“에이. 고집쟁이일세. 좋아. 일단 잠이나 자자구. 내일까지 찬찬히 생각해서 결론을 내봐. 똑같은 소리만 하면 그냥 죽이면 그 뿐. 좋은 밤 보내시게.”


그들은 듀너의 손을 뒤로하여 나무에 묶어둔 채로 어둠 속으로 가버렸다.



밤이 깊었다. 달빛은 나무에 가리고 모닥불은 진작에 꺼진 어둠 속에서 개울 물소리만 무심하게 들려왔다. 듀너는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다.


원인은 그 놈들이 묶어둔 결박이었다. 너무 단순한 매듭. 언제든지 풀 수 있는 매듭이었다. 용병의 경험 상 이건 함정일 확률이 높았다. 일부러 도망치게 하고 뒤를 밟는 수법.


그리고 또 한가지 알 수 없는 것은 이 상황이 함정이고 아니고를 떠나 그들의 정체였다. 함정도 아니고 그들의 말도 맞는다면 어떻게 칩을 무력화 했다는 것인가?


프레노칩은 앙겔로스 블루가 개발한 것으로 인간이 어쩔 수단 자체가 없다. 있다면 페리야마이옘에만 있는 시설을 몰래 이용하는 것인데 기록자인 레무스는 먼지만큼의 가능성이 있었다 쳐도 이들은 수용자.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그들의 말이 거짓이고, 수용자도 아니며, 이 상황은 함정이다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문제는 더 크다. 필시 정부 놈들일 그들이 먼저 칩 무력화라는 말을 꺼낸 것으로 보아 듀너의 칩이 조작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라만차의 말로는 레무스가 듀너의 칩 제어권을 가져 갔다고 했다. 지금쯤이면 그 제어권이 다시 정부에게로 돌아가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이들의 함정을 벗어나 레무스를 만나서 다시 제어권을 바꿔달라 할 수도 없다.


수용자에게는 수용자 일련번호가 있다. 필시 레무스도 듀너의 수용자번호를 알고 조작했을 터. 그러나 정부에서 듀너의 수용자번호 자체를 변경했다면 그 번호를 모르고는 어쩔 수 없다.


수용지 성벽 위에서는 칩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듀너는 탈출을 시도하자마자 마비가 올 터이니 탈출 수단이 있더라도 무용지물인 것이다.


또한 이 매듭을 풀고 미행을 따돌리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저놈들이 가지고 있을 칩 제어기에는 이미 듀너의 새 수용자번호가 입력되어 있을 것이고 여차하면 작동시킬 테니까. 어쨌거나 지금 선택 할 것은 하나였다.



그때 거프는 조금 떨어진 곳의 텐트 안에서 생각 중이었다. 듀너를 감시할 두 놈을 남기고 나머지 둘이 함께였다. 그도 생각이 복잡했다.


일단 잡기는 잡았는데 만만치 않게 신중한 놈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페이츠와 관계된 것들은 모조리 어려운 것뿐이었다. 지난 몇 주간 그녀에게서 얻어낸 것이라고는 달달한 연애질 뿐이었다. 그건 그거대로 좋았지만 테랑의 놀림은 좋지 않았다. 거프도 왕을 놀릴 거리는 충분했지만 둘 다 페이츠에게 농락당하고 있으니 씁쓸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 꾸미고 있음이 분명했다. 거프도 나름 바쁜 몸이라 자주 찾지는 못했으나 약속을 하고도 못 만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억류되어 있으니 바라는 것은 탈출이라 짐작하고 직감적으로 수상했던 듀너라는 자의 탈주 미수 및 사망 사건을 조사해보았다.


예상 밖으로 심각한 사건이었다. 프레노칩의 조작이 분명했다. 무능한 경찰 놈들은 이런 중요한 사건을 대충 마무리 지어버렸다.


직접 추적에 나서 며칠 만에 잡기는 했는데 그냥 산속에서 지내온 듯 했고 페이츠와의 어떤 접점도 없어 보여서 흥미가 떨어지고 있었다. 함정에 걸려 준다면 칩을 건드린 배후를 잡아내고 경찰에 넘기면 끝일 일이었다. 마침 감시하던 놈이 왔다.


“거프님. 놈이 결박을 풀었습니다. 남서쪽 계곡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추격 가야지. 다들 조심하라구. 저 친구는 릿쉬도 때려잡은 멋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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