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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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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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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7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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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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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 나가기 - 19화

DUMMY

다음날 7월 3일의 아침 해는 진작에 떴지만 거프는 텐트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른 놈들은 사냥을 나갔고 곰자식만 듀너를 지킨다고 남았다. 듀너는 용변을 볼 때 밧줄을 잡고 있는 그 녀석을 제압할 수 있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설마 곰의 모습으로 출현했는데 힘은 인간 수준일 리가 없었다.


하릴없이 시간이 지나고 사냥 나간 놈들이 돌아왔다. 토끼와 주베르바라는 커다란 도마뱀 등을 잡아왔다. 그것들이 다 구워지고 나서야 나온 거프는 한참 늦은 아침식사 중에도 별 말이 없었다. 잠을 설친 건지 졸린 눈에 하품만 계속 해댔다. 듀너도 굳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 때 하늘에서 비잉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비아이 하나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눈에 기운이 돌아온 거프가 비비아이에서 내린 한 여자를 맞이했다. 그녀는 정부 관리의 복장이었다.


“오랜만이야. 마울라나. 어떻게 여길 찾았어?”


“꼬박 이틀을 찾아 다녔습니다. 이 산 주위에서 곰 목격담이 돌고 있다는 말을 어제 저녁에 들었기에 망정이지 군대를 동원해 수색해야 하나 했다고요.”


“하하. 미안해. 식사는 하고 다니나? 주베르바 간 구이 어때? 앉아. 앉아.”


돌덩이 하나에 앉아 꼬치와 칼을 집어 든 마울라나는 피멍이 든 얼굴에 발목이 묶여 있는 듀너를 보았다.


“국왕님의 전언을 가지고 왔는데. 누굽니까? 산적이라도 잡았어요?”


“음 내 친구야. 신경 쓰지마. 어여 먹어. 저 친구가 들어도 상관 없는 얘기겠지? 말해봐.”


“왜 상관 없다고 생각하시죠?”


거프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보았다.


“중요한 얘기면 아마드를 보냈을 테니까.”


“재미 없어요. 그 자식이랑 저를 엮는 건 그만 포기하시죠.”


구이를 자르던 칼을 건들거리며 째려보는 그녀에게 거프는 유쾌한 표정으로 물컵을 건넸다.


“재미있어질 때까지 할거야. 그래 테랑이 뭐라 전하라던가?”


고기를 씹고 물을 마시며 그녀가 하는 말은 듀너로서는 대단한 것이 없었다. 반면 거프는 흥미롭게 듣기 시작했다.


“먼저 이 곳 수용지 얘기인데요. 동부 수용지 북쪽 일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답니다. 아마 폭동이 있을 지도 모른다네요. 왕께서 말씀하시길 수용지 안에서 노닥거리다가 폭도들에게 맞아 죽던지 하라시네요.”


“껄껄. 폭동이 있으면 왕한테 불만이 있다는 건데 내가 왜? 나도 폭동에 참가하는 게 맞지.”


“그 말도 하셨어요. 맞아 죽기 싫다면 폭동에 참여해서 주동자를 알아내라는 명령입니다.”


말하면서 그녀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거프에게 던졌다. 거프가 받아 살펴본 그것은 작은 루비원석이었다.


“후후. 싫은데. 이건 또 뭔가? 궁금해지기도 싫은데.”


“그리고 서구에 가셔야겠어요. 아모디 전 국왕의 생신이 엿새 뒤에요.”


“또 생일이래? 작년에도 생일이었던 거 같은데?”


“그러게요. 참 별일이죠? 어쨌든 거프님께서 국왕전하 대리자격으로 참석하시라네요.”


“흠. 그건 더 싫구만.”


“그쪽에서도 싫어할 거에요. 그리고 그 여자 말에요.”


거프의 표정을 훔쳐보는 그녀에게 빙긋 웃는 거프.


“나도 더 알아낸 것이 없어. 진짜야. 게다가 요 며칠은 바빴다고.”


“누가 뭐래요? 국왕께서는 그 여자가 요즘 집에만 있어서 수상하다 하시더군요. 거프님께서 무슨 일을 꾸미던지 간에 선은 넘지 말았으면 하십니다.”


거프는 듀너를 슬쩍 보았다. 둘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듀너는 물컵을 들고 곰만 쳐다보고 있었다. 곰은 거울을 보며 이를 쑤시고 있었다.


“집에만 있다라..”


“안 그래도 오는 길에 들렸습니다. 밀라라는 여자 아세요? 그 여자가 그녀는 아파서 침실에 누워있다며 못 만나게 막더군요. 위치 추적으로 그곳에 있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거프는 대답 없이 익어가는 꼬치구이만 뒤집었다.


“그리고 최근 동부 맵스마독 일대에서 일어나는 릿쉬 연쇄실종사건 아세요?”


“아니.”


관심 없다는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답에 마울라나도 던지듯 말했다.


“국왕께서 가서 해결하라십니다.”


“싫어.”


“남부 시닝에서는 국왕전하의 요청을 정식 거부했습니다. 예상한 반응이지만요.”


“그거 놀랍군.”


“아직 남부대교에서 그쪽 협상단이 기도회 중입니다. 가서 겁 좀 주라고 하십니다. 비비아이로 태워다 드릴 수 있습니다.”


“싫어. 남부인들 무서워.”


“마지막으로 전선 상황 좀 말씀 드릴까요?”


“나중에.”


“서부 강변에서 충돌이 두세 번 있었어요. 피해는 합해서 사십여 명 부상입니다. 자잘한 도발은 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라피들 움직임이 달라졌어요. 이번 놈들은 후방의 소굴인 래가구에서 기어 나온 정예라는 정보에요. 본진이 워밍업을 시작한 느낌이라고요.”


거프는 하품을 길게 했다.


“가보셔야죠?”


“어디를? 동서남북을 다 가라구?”


뼈다귀를 모닥불에 던지며 마울라나가 일어났다.


“텐트로 가셔서 식후 낮잠이나 주무셔야죠. 저도 가보겠습니다.”


“그래. 이틀이나 안보였으니 아마드가 걱정이 많을 거야.”


“거프님 대신에 그 놈이나 한대 때려줘도 될까요?”


“내 핑계 대지 말고 당당히 고백해.”


그녀가 비비아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거프가 갑자기 소리쳤다.


“마울라나! 잠깐만. 나 좀 태워줘. 제일 가까운 경찰서까지만.”


그리고 듀너에게 얼굴을 돌렸다.


“친구. 당분간 우리 애들이랑 같이 지내야겠어. 자네는 모르는 듯 보이는데 내 여자친구가 자네 때문에 날 차버릴 모양이야. 하티.”


조용히 바느질을 하고 있던 하티가 대답했다.


“예.”


“아모디 전 국왕네 집 알지? 그리로 다들 안내 해. 해롤다스는 따로 나와 같이 간다.”


해롤다스는 곰 자식 이름이었다. 마울라나가 그 소리에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마는 모습이 보였다. 거프가 계속 지시했다.


“생일파티는 7월 9일. 그 전 7월 7일까지 나도 갈 테니까 그 영감네 집 영빈실에서 봐. 호라크티마.”


좀 떨어져 있던 독수리자식이 고개를 돌렸다.


“이 친구 건드리지 말고. 도망가려고 하면 잘 타이르기만 해. 특히 누군가 이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면 반드시 잡아 둬. 아니. 가능하면 이 친구를 미끼로 써서 유인해봐. 물론 잡거든 죽이지 말고. 일일이 말하려니 귀찮구만. 그냥 누구든 죽이거나 병신 만드는 건 금지로 하면 안될까? 지금은 그런 세상이라구. 알았지?”


“거부한다. 상대마다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내 판단이 우선이다. 이 놈이나 이 놈을 만나려는 자의 경우는 네 말대로 하겠다.”


단호한 호라크티마의 태도에 거프는 쓴 웃음만 지을 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 자 그럼 다들 출발 준비.”



거프와 헤롤다스를 태운 비비아이가 떠나고, 나머지 일당들이 산을 내려가는 중에 듀너가 하티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 진짜 정부 인간들이었어? 믿기지 않는군. 복장은 제멋대로고, 하는 짓은 건달들 같은데.”


이제 갓 스물이 되었을 듯 보이는 그 청년은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봐요. 전 2급 시민입니다. 우리는 국왕청 직속 감찰단이라고요. 복장은 자율입니다. 단장님 성향 상 지금처럼 엉뚱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고위직이라고요. 수용자 주제에 누구한테 건달이라 합니까?”


자부심이 대단해 보여 듀너는 속이 꼬였다. 앞에서 걷는 임시 리더인 투레라는 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는 술 주머니를 들고 마시며 흐트러진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이 아저씨만은 고상한 것 인정해. 품격이 느껴지는 신사로군. 저 맨 앞에 걷는 새대가리는 조직의 질서를 중시하는 우직한 공무원인 것 같고. 그런데.”


듀너는 뒤를 돌아보며 끝에서 따라오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저 친구는 왜 자꾸 날 째려보는 거야? 난 공무원이랑 정들기 싫다고.”


그 말을 들은 투레가 쿡 웃었다. 입에 머금은 술이 튀어나왔으나 개의치 않고 말했다.


“푸하하. 웃기는 친구일세. 단장이 맘에 들어 할만해. 자네한테 다들 얻어터졌으니 사랑에 빠질 수 밖에. 거기다가 저 친구는 사람을 관찰하는 취미가 있어서 그러니 좀 참아. 저 친구한테 관찰 받는 것은 영광이라고. 그리고 우리 패거리에 들어오게 되면 나랑도 한판 붙어보자고. 껄껄.”


듀너가 그 말을 받았다.


“그래? 지금 당장도 가능한데. 어때? 술로 승부 보는 건. 혼자 마시기 외롭지 않나?”


“안되지. 이건 나만의 사랑이거든. 다른 남자와 나누다니, 말도 안되지. 거프도 이 아가씨는 노리지 않아.”


그가 술이 담긴 가죽주머니에 입을 맞추는 때, 호라크티마가 약간 고개를 틀어 투레를 노려보았다.


“시끄럽다.”


듀너는 어제 싸움 이후부터 시종일관 자신은 절대 쳐다보지 않는 그의 눈을 보자 기분이 나빠졌다. 계속 듀너를 노려보는 뒤쪽 남자보다도, 이 독수리머리의 의도적인 무시가 더 신경 쓰였다. 마무리 짓지 못한 승부가 원인인 듯 한데, 탈출하려면 노려볼만한 약점이었다.


“네 대장은 훨씬 더 시끄럽던데 말야. 그때는 찍소리도 못하더니, 지금은 네 세상인가? 좋겠어~”


놈이 걸음을 멈췄다. 듀너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걸어 그의 앞에 섰다. 비로소 놈의 동그란 눈동자가 듀너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주먹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피했으나 놈의 주먹도 빨라 뺨에 꽂인 충격은 몇 걸음을 뒤로 걷게 했다. 손목이 묶인 탓이 컸으나 듀너도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빠르게 회전하며 돌려차기를 놈에게 날렸다. 호라크티마가 듀너의 발을 막으려 가드를 올렸으나 발차기는 페이크였다. 발을 내리고 더 빠른 회전이 한차례 더해지며 팔꿈치가 놈의 머리에 제대로 꽂혔다.


그러나 다음 순간 멋지게 착지한 듀너를 두 남자가 덮쳐 쓰러뜨렸고, 휘청거린 몸을 바로 세우고 어깨를 편 호라크티마는 투레가 간신히 막아 세웠다.


“놔라!!”


분노한 호라크티마의 울리는 소리는 섬찟했으나 힘으로 투레를 제치지는 않았다. 투레도 그를 필요 이상 자극하지는 않았다.


“좋아. 좋아. 호라크. 이 다음은 의미 없어. 너도 묶인 놈 상대로 끝장 보기는 싫을 거야. 그치?”


“안다.”


“그래. 그래. 그리고 저 친구는 아직 역할이 있어. 미끼로 써야 한다고.”


호라크티마의 동공이 풀리며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그것도 안다.”


투레는 굵은 팔을 흔들며 듀너 쪽으로 돌아섰다.


“자. 하티. 그만 놔줘. 이봐. 듀너. 속도 조절 좀 해. 너무 빨리 정들려고 하면 오히려 정떨어지는 수가 있다고.”


하티가 말했다.


“아예 입을 묶어놓을까요?”


듀너가 대신 쏘아붙였다.


“이봐 젊은 친구. 그래도 난 자네를 살리려 했어. 그러다가 이 꼴이 된 거라고.”


투레가 껄껄 웃었다.


“맞아.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둘이 나란히 조그만 보금자리에서 누워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군. 하티 옷은 찢어 놓고 말야.”


“쓸데 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만 가자.”


호라크티마가 신경질적으로 내뱉고 몸을 틀어 움직였다. 투레는 싱글벙글 웃으며 술 한 모금을 빨아 마셨다.


“그래. 자네를 미끼로 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기대하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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