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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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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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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7
추천수 :
45
글자수 :
279,622

작성
20.01.0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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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부 나가기 - 22화

DUMMY

라만차가 떠난 뒤의 경찰서에 거프가 탄 비비아이가 착륙하였다. 마울라나와 헤롤다스를 두고 혼자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전산실을 찾았다. 그곳에는 제이미가 있었다.


“안녕하시오. 경찰총각.”


제이미는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의 남자를 바라보며 일어났다.


“난 거프라 하오. 국왕청 직속 감찰단 단장이지. 뭣 좀 조사할 것이 있어서 들렸소이다.”


내민 신분증을 본 제이미는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국방장관 후보이며 왕의 친구인 유명인이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저는 경장 제이미 폴츠만이라고 합니다.”


“그래. 수고가 많네. 앉고 검색 좀 부탁하지. 북동부 1구역에서 밀라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을 찾고 있네.”


“옛. 알겠습니다. 풀 네임은 모르시나요?”


“모르네. 미안하군.”


“아.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 모두 6명이 검색되는군요. 사진들을 띄우겠습니다.”


화면에 뜬 인물들 중 하나가 눈에 익었다. 페이츠의 집에서 잠깐씩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이 여자 현재 위치를 보고 싶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그녀는 마울라나의 말대로 페이츠의 집에 있었다.


제이미에게 부탁해서 그 주소 상의 프레노칩을 검색하니 페이츠와 밀라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왔다.


내심 페이츠가 프레노칩의 조작으로 밀라라는 여인과 등록번호를 바꿔치기하고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측했었던 거프는 적잖이 실망했다.


그 때 경찰서장이 허겁지겁 들어와 인사를 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거프는 허탈함에 귀찮음이 더해져 졸음이 밀려옴을 느꼈다.



“프뢰베가 누구지?”


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페이츠를 불러낸 라만차가 물었다. 프뢰베는 가지고 있는 프레노칩 제어기에 뜬 이름이었고 밀라의 애인인 남자다.


제어기에는 근방 200미터 정도에 있는 수용자의 이름이 검색된다. 헬름가이투, 마기야, 밸러바슈와 두 시녀인 라우샤니, 두르가 모두 떴지만 페이츠는 없었다. 추궁 당하는 페이츠는 여유 있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 모처럼의 여행인데 즐겁게 떠나야죠."


“즐거운 여행에는 마음 맞는 동료가 필수조건이지. 댁은 히치하이커니까 동료도 아니지만.”


“돌발 상황은 여행의 묘미 아닌가요?”


“돌발 상황을 해결해야 묘미가 되고 추억이 쌓이겠지. 해결 못하면 지랄 맞은 고생길일 뿐이지. 난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이고. 자. 말장난은 그쯤 하고. 댁도 칩을 조작할 줄 아나? 몇 백 년을 못 건드린 칩의 조작이 요즘 유행이야?”


“음. 레무스님이 아니라 바로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근육 덩어리는 다 멍청한 줄 아나? 레무스씨가 조작한 것이면 당신에게 그리 쩔쩔맬 이유가 없지. 내게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페이츠는 은은한 미소를 버리지 않았지만 자못 진지한 말을 던졌다.


“레무스님을 그리 믿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라만차는 좀 당황스러웠으나 잠시 침묵한 뒤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자기가 여러가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쯤은 알겠지? 더 이상은 용납 안 해. 그리고 확실히 하지. 칩을 어떻게 조작했던지 간에 그것으로 우리가 피해 볼 여지는 없나?”


“이쁘다고 다 멍청한 것은 아니죠. 걱정 마세요. 그리고 좀 전에 저 웃기는 전하랑 약속한 일은 아마 탈출에 도움이 되는 판단 아니었나요? 나름 생각하면서 행동하는데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라만차가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냉정하게 그녀가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는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흥분하고 있는 자신을 진정시켜야 할 상황이었다.


“좋아. 내가 자기 꼬리에 달려드는 강아지처럼 군 것은 인정하지. 죄다 자기들 꼬리가 잘났다고 흔들어 대서 정신 없는 통에 진정을 시키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갈팡지팡 웃기는 꼬라지였어.”


“어머. 그 정도는 아니에요. 혼자서 애쓰는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 보인 정도?”


“듣고 보니 숨통이 트이는 대화 상대는 당신뿐이로군. 수상할 대로 수상하고, 틈만 나면 속을 뒤집어 놓고, 요물인 것만 빼면 괜찮은 것 같아.”


“고마워요. 보기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으시네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


“내 매력을 전부 알면 위험해. 그런데 내 직감으로는 당신 덕에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생길 것 같단 말이야.”



시간이 흘러 경찰서에서 귀찮은 서장 접견과 다과회에 폭동 관련 동향 보고와 쓸데 없는 시찰까지 마치고 빠져 나온 거프가 비비아이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제이미가 헐레벌떡 뛰어와 말했다.


“단장님. 잠시만요. 아까 미처 드리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거프는 아첨질에 실컷 시달린 뒤라 짜증이 일었으나 그가 해주는 얘기는 뜻밖의 중요한 정보였다.


라만차라는 경찰이 페이츠를 조사하고 그녀의 집 위치에 놀라는 반응마저 보였다는 이야기였다. 제이미에게서 라만차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듣다 보니 특이한 이름의 그 경찰은 거프의 머리 속 한 켠에 입력된 인물이었다. 교도부 장관의 여러 애인들 중 하나이며, 지난 올림픽에서 팔씨름 준우승을 차지해 인상에 남은 남자였다.


거프의 눈에는 대회 참가를 별로 내켜 하지 않아 보였는데 메달을 받을 때는 기뻐했던 희한한 남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라만차라는 자는 지금 어디 있지?”


제이미가 대답했다.


“모릅니다. 경장인 제가 말하기엔 뭣하지만 그분은 너무 제멋대로에요. 경찰 자격이 의심스러운 분이라 생각합니다. 몰고 다니는 비비아이로 연결해 볼까요?”


“음. 그 전에 그 비비아이 위치 추적을 부탁함세.”


경찰서로 돌아서는 그때 마울라나가 소리쳐 불렀다.


“거프님! 국왕전하 연락입니다. 어서 받으세요. 그리고 잠깐이면 된다더니 또 어딜 가려는 겁니까? 저도 바쁘다구요.”


거프가 찌푸린 얼굴을 돌아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쓴웃음을 제이미에게 보이며 말했다.


“미안하군. 아무래도 가봐야겠네. 그 비비아이 등록번호를 좀 가르쳐 주게.”


꽤나 실망한 듯한 제이미에게 번호를 듣고는 돌아섰다. 비비아이 안으로 들어온 그에게 마울라나가 투덜거렸다.


“이 곰탱이 때문에 제 비비아이 안이 털 투성이에요. 좁아서 제대로 쉴 수도 없고요.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으면 대체 왜 데리고 다니는 겁니까?”


비비아이는 안에서는 사방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재질로 덮여 있다.


헤롤다스는 호라크티마와 함께 거프가 페리야마이옘에서 얼마 전에 빼내온 키메라로, 이번 듀너 추격 때처럼 쓸모가 많았기에 되도록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멤버였다. 거프는 헤롤다스에게 물었다.


“이봐 이 안에서 자스민 냄새 안 나나?”


“약간 나. 한 일주일쯤 전의 냄새로군. 좀 달달하니 설탕냄새가 섞여 있는 걸.”


“아마드라는 낭만청년이 즐기는 껌이지. 이 아가씨와는 원수 사이야.”


“원수? 그럴 리가? 껌 냄새만 나는 게 아닌데? 이 쪽 구석에서는..”


마울라나가 외쳤다.


“그만! 닥쳐 줄래? 됐으니까 어서 통신이나 받으시죠?”


빙글거리며 통신용 헤드셋을 착용하고 왕과 대화하는 거프.


“뭐야? 난 바쁘다고. 뭐? 나도 몰라. 마울라나가 숨기고 싶은 사건이 있었겠지.


음. 그래. 알아. 갈 거야. 배후는 아마 그 영감탱이겠지.


음. 증거 따위 있을 리 없겠지. 그리고 조만간 블루와 면담을 해야 할 거야. 프레노칩에 구멍이 뚫렸어. 아냐. 확실해.


아니. 폭동과는 상관 없어. ... 그런 것 같아 ... 그래. 일단 페이츠 집에 가서 확인 해 보고. 혹시 라만차라는 경찰 기억나나? 뭐? 아니. 됐어. 내 여자친구는 내가 책임 지지. ... 싫어.


그래. 며칠만 기다려. 그래. 그럼 수고해. ... 내가 너보고 왕 하라고 했나? 그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


통신을 끝낸 거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젠장. 이쪽도 급한데 말야. 오늘은 잠도 못 자겠군. 일단 출발하자고.”


마울라나가 비비아이를 급 발진 시키자 거프는 균형을 잃고 헤롤다스의 얼굴 위로 엎어졌다. 그녀의 얼굴은 서쪽 하늘에 물든 석양과 색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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