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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유일한 데빌인자 보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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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팡
작품등록일 :
2023.09.02 13:04
최근연재일 :
2023.09.08 19:3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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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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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62,711

작성
23.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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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0 귀향

DUMMY

종말의 땅, ‘로스트 그레이브’.


그 이름 그대로 오래전에 멸망해 잊혀져버린 구시대의 도시다.


이 세계에는 옛 시대의 흔적이 폐허가 되어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대도시로써의 모습이 남아있던 곳.


그곳을 특히 그렇게 불렀다.


당시에는 찬란한 번영을 누렸을 도시도 황폐해져, 건물들이 처참히 뼈대를 드러낸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일찍이 인류가 쌓아올린 역사와 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묘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앙상한 묘비마저도 거의 사라져버렸다.


십 년 전.


로스트 그레이브는 압도적인 힘에 의해 깎여나갔다. 남은 것은 약간의 잔해와 거대한 분화구 모양의 지면뿐이다.


“······진짜냐?”


“진짜야······. 진지해, 일단은.”


“그래서 잠자코 있었던 건가······. 하아, 하필이면.”


한숨이 나왔다.


내게 그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에밀리도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하필이면’이다.


“대체 뭔데, 그 의뢰인은? 왜 르네를 그딴 곳에 데려가려고 하는 거야? 거길 가봤자, 어차피 아무것도 없고, 아무런 메리트도 없는데.”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부탁받은 일을 중개하는 것······. 내 일은 그게 전부니까.”


“뭐, 그야 그렇겠지······.”


내 의문은 에밀리의 대답에 의해 단칼에 묵살당했다.


“저기······ 잠깐 괜찮을까요?”


나와 에밀리의 대화에 르네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그······ 의뢰인에 관해서 말인데요······. 이름이 에밋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어떤 분이셨나요?”


“응? 아, 의뢰인말이지? 사실 이 일은 본인이 직접 의뢰한 게 아니야. 내가 만난 건 의뢰인의 고용인이랄까······. 의뢰서와 르네의 사진, 그리고 선금을 받고······ 음, 그렇게 된 거지.”


“왠지 냄새가 나네, 그거······.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야?”


“글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름대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 의뢰할 때는 꽤나 흔한 패턴이야.”


그렇게 말하며, 에밀리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햇다.


나는 그쪽 사정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곧이어 에밀리가 재차 입을 열었다.


“······아무튼 간에, 의뢰인 건은 그렇게 된 건데, 무슨 문제라도?”


“아니······ 저기, 조금 신경 쓰여서······.”


에밀리의 대답을 듣고, 르네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르네는 지하수로에서도 의뢰인에 대해 뭔가 의문이 있는 것 같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에밋이라는 이름을 듣고 놀란 기척은 확실히 전해졌으니까.


그래서 중개인을 직접 만나 의뢰인 대해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마저도 결국 짚이는 건 아무것도 없이 끝나버린 모양이다.


“응?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거야?”


르네의 모습이 신경 쓰이는 듯, 에밀리가 되물었다.


“마음에 걸린다기보다, 삼촌이 의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르네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에밋 삼촌은······.”


“······뭐?”


“그건 또······ 골 때리는 얘기네.”


르네의 말에 나와 에밀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의뢰인의 이름을 듣고 의문을 가질만 하다.


“그럼 누군가 일부러 네 삼촌 행세를 하고, 널 헌터 협회에서 빼내려고 했다는 거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삼촌의 이름을 사칭할 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짐작가는 사람이 없어서······.”


내 말에 르네는 난감한 듯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본인 또한 상당히 혼란스러운 듯했다.


······하긴, 죽은 삼촌을 자처하는 사람이 자신을 헌터 협회에서 빼내려고 했으니, 신경 쓰이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굳이 죽은 사람의 이름을 댄 의중은 또 뭐란 말인가. 현재로선 그조차도 알 수 없었다.


“······뭐야, 혹시 위험한 일이었을까, 이 의뢰?”


“뭘 이제와서······. 헌터 협회에 쳐들어가달라고 부탁한 녀석이잖아. 그걸로도 이미 충분히 위험한 일이야. 게다가, 목적지가 로스트 그레이브라는 말을 들은 시점에서 냄새가 난다는 걸 눈치 챘어야지.”


“어어, 그건······. 그럼 어떡해? 역시, 이 이상은 그만둘까?”


답지 않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에밀리.


이 녀석, 뻔뻔스러울 만큼 마이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곳에서 겁을 먹는다.


악착스러운 건지, 소심한 건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야야, 뭘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어? 이제부턴 그냥 배달만 하면 되는 거잖아. 여기까지 와서 그만두면 이쪽은 본전도 못 찾는다고. 여러모로 말이야.”


“······글쎄,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그럼 그런 시시한 거 물어보지 마. 그리고 내가 안 가더라도, 저 녀석에겐 선택지가 없어.”


내 손가락 끝이 르네를 가리켰다.


“넌 갈 거잖아?”


“네······ 그럴 생각이에요.”


내가 묻자, 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소극적이지만, 그 의지만큼은 확고해 보인다.


“그럼 르네에겐 호위가 필요하고, 길 안내와 호위를 겸해서 내가 같이 갈 수밖에 없잖아······. 잔금을 받아야 되니까.”


단호한 내 말에, 에밀리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거기까지 납득하고 있다면, 더 이상 내가 할 말은 없어. 뭐랄까, 너의 그런······ 단념이 빠른 부분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야.”


그 말과 함께, 에밀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안쪽의 방에서 여행용 가방 하나를 가져왔다.


결국 이 녀석은 처음부터 내가 도중에 그만두지 않을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이건 작별의 의미로 주는 선물. 돈은 안 받을게. 으음, 빨리 나가란 소린 안 하겠지만······ 헌터 협회가 눈치채기 전에 출발해.”


“그래야겠지. 여전히 일 진행만큼은 빠르네.”


“그게 내 일이니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뭔가 하나쯤은 ‘이건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특기가 있어야죠?”


“······이딴 게 특기냐.”


한쪽 다리를 반대쪽 다리에 얹더니, 깔깔대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에밀리.


그 모습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뭐, 확실히 이런 일에 관해선 나보다 훨씬 더 유능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이상 숨기고 있는 건 없겠지?”


거듭 확인한다.


처음 의뢰 내용을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없어. 이제 당신만 열심히 해 주면 돼요.”


“그러냐.”


······그럼 됐다.


“르네도 몸조심 해. 이 녀석, 성격이 무척 더럽거든······. 그래도 뭐, 실력은 확실하니까. 그 점은 믿고 맡길 수 있을 거야.”


“네, 아무쪼록······ 정말 감사합니다.”


르네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에밀리가 나를 소개하는 방식에 대해 반박하려다가, 피곤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하아, 그보다 이제 한동안 아무 일 없이 놀고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세상 일이란 건, 결코 내 뜻대로 술술 풀리지 않는 법이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헌터 협회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은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이참에 ‘귀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머지는 일의 결말에 달렸다.


······귀신이 나올지, 뱀이 나올지.


목적지를 로스트 그레이브로 지정했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현재로선 생각해봤자 무의미한 일이다.


헌터 협회의 연구소에 쳐들어간 시점에서,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지든 겁먹을 필요가 없다.


“그럼 가는 길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이쪽이야말로. 뭐, 서로 편하게 가자······. 그래서 말인데, 일단은 좀 자게 해주겠어? 너도 조금은 자두는 게 좋아. 지금까지 푹 자고 있던 누군가와는 달리, 우리들은 계속 철야였으니까.”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에밀리가 “하여간, 긴장감이 없어.”라느니, 투덜거렸지만······.


“그딴 거 알게 뭐야. 이쪽은 몸이 자본이야. 유사시에 수면 부족이어선 곤란해.”


······그 말에 곧장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부터 목적지까지는 보름 정도의 여정이 될 것이다.


헌터 협회가 추적해올 걸 고려하면, 가벼운 관광여행 정도로 생각할 수도 없다.


추적을 잘 피해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면 좋겠지만······.


······그런 막막한 생각을 하는 사이, 의식은 금방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




그 녀석은 내게 있어 때로는 아버지 같은, 때로는 형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너도 벌써 여덟 살인가? 그새 키가 좀 큰 것 같네.”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 녀석이 돌아왔다.


매번 똑같은 패턴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홀연히 사라졌다가 느닷없이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그 제멋대로인 성격에도 자연스레 익숙해졌다.


“······그딴 거 알 게 뭐야.”


늘 그랬듯 멋대로 돌아온 녀석에게, 나도 늘 그랬듯 퉁명스러운 대답을 늘어놓았다.


딱히 서운한 게 있다거나, 못마땅한 게있어서가 아니다. 이런 뜬금없는 재회가 그저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그 녀석은 그런 관계였으니까.


항상 제멋대로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공기 같은 녀석이라······ 이런 터무니없는 관계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평소의 귀가와는 달랐다.


평소엔 늘 혼자서만 돌아다니던 녀석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데리고 온 것이다.


데리고 온 것은 한 소녀였다.


······소녀라곤 하지만, 나보단 훨씬 연상으로 보이는, 검은 긴 생머리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첫인상은 부끄럼 많은 조용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너무 얌전해서 어두워 보이기까지 했다.


“앞으로 한동안 같이 살게 될 거니까. 그럼 그렇게 알고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녀석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어?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여자애가 누군지. 왜 데려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럼 그렇게 알고 있어.’로 끝내면 안 되지!


당황한 얼굴로 소매를 붙잡은 채 설명을 요구했지만, 녀석은 귀찮아할 뿐 진지하게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마디······.


녀석은 소녀의 이름만 입에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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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귀향 23.09.08 3 0 11쪽
10 009 의뢰 중개인에게 속았다 23.09.08 2 0 12쪽
9 008 의뢰 완료? 23.09.08 3 0 12쪽
8 007 데빌의 힘, 사식(死蝕) 23.09.05 9 0 12쪽
7 006 추격자 23.09.02 10 0 15쪽
6 005 소녀 23.09.02 12 0 14쪽
5 004 전격의 마도사 23.09.02 10 0 16쪽
4 003 은빛의 슬레이어 23.09.02 23 0 19쪽
3 002 골 때리는 의뢰 23.09.02 16 0 15쪽
2 001 봉마의 각인 23.09.02 18 1 12쪽
1 000 유일한 데빌인자의 각성자 23.09.02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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