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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유일한 데빌인자 보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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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팡
작품등록일 :
2023.09.02 13:04
최근연재일 :
2023.09.08 19:3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30
추천수 :
1
글자수 :
62,711

작성
23.09.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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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8 의뢰 완료?

DUMMY

지하수로는 도시의 벽 바깥쪽의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강으로 이어져 있다.


도시로 흘러들어가는 강과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강, 크고 작은 강들이 무수히 많다.


우리는 그 하천 중 하나로 떠내려오고 있었다.


하늘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아침 노을이 희미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드디어 탈출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먼저 강기슭으로 기어오른 후, 그대로 르네를 잡고 끌어올렸다.


르네의 체력은 이미 오래전에 한계에 부딪힌 듯, 기진맥진해 있는데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걸 보니 도저히 혼자서 올라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몇 번이나 똑같은 걸 물어봐서 미안한데, 괜찮아?”


일단 말을 걸어본다.


“콜록! 콜록! 하앗, 하앗, 하앗······! 너무하지 않습니까! 갑자기 그런 짓······! 물에 빠져버리면 어떡하실 건가요!”


한꺼번에 비난의 말을 늘어놓는 르네.


······이 정도 상태면 괜찮은 건가?


“물에 빠져버리면······ 이라기 보다, 완전히 빠졌었잖아, 너. 그리고 일을 벌이기 전에 먼저 헤엄칠 줄 아냐고도 물어봤었는데.”


“헤엄칠 줄 모른다고 대답할 시간도 없었잖아요!”


“뭐, 그런 자질구레한 건 적당히 넘어가자. 어찌 됐든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으니까.”


내 말에 아직도 괴로운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던 르네도 주변을 둘러본다.


나무가 우거진 하천 너머로 도시의 외벽이 보였다. 내겐 익숙한 성벽 밖의 풍경이었다.


“······전혀, 무사하지 않았어요······.”


“자, 푸념은 그쯤하고 얼른 가자. 여기도 아직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옷을 말리는 것도, 쉬는 것도 그다음이야."


말을 내뱉으며, 쪼그리고 앉아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르네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달빛 아래나 지하수로 같은 어두운 곳에만 있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이렇게 햇빛 아래서 보니 지금 르네의 옷차림은 꽤나 선정적이었다.


애초에 포로로 잡혔던 시점에서 죄수복 같은 얇은 옷 한 벌을 입고 있었던 듯했다.


그 옷이 제로스의 공격을 받아 그을리고 헤져서, 찢어진 부위로 속살이 드러난 상태였다.


심지어 물속에 빠졌던 탓에, 안 그래도 얇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 신체 라인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키는 그 나이대에 맞는 적당한 정도에 얼굴은 사진에서 봤던 그대로 다소 동글동글한 편.


그런 것 치곤 몸매는 또 상당히 여성적이다.


전체적인 라인이 가녀린 탓인지, 가슴이나 골반 등의 튀어나온 신체 부위는 되려 유난히 크고 풍만해 보인다.


그 차이가 오히려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아니, 음······ 이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


르네는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하지만 잠시 후 말뜻을 이해하고는, 몸을 비틀며 양손을 교차시켜 상체를 가렸다.


그대로 귓볼까지 새빨갛게 물들인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에도 비난이 서려있다.


“자, 잠깐······ 뭐, 뭘 보고 있는 거에요!”


“아니, 그냥 어린애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제법······ 이라고······ 생각했어.”


“뭐, 뭐가 말이죠!”


“······뭐라니, 그래, 예를 들자면······.”


“돼,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돼요! 아아, 지금까지 나 이런 옷차림이었다니······!”


······웃기는 녀석.


혼자 멋대로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며 허둥대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 꽤나 재밌었다.


이대로 조금 더 놀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여기서 느긋하게 장난만 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이곳도 아직은 안전하지 않다.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르네의 어깨에 걸쳤다.


“물에 젖어서 차갑고 무겁겠지만, 네 모습이 신경 쓰인다면 없는 것보단 낫겠지.”


“무거워······. 그치만······ 그, 감사······ 합니다.”


복잡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르네.


그리고는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한 손으로는 재킷의 반대쪽 옷깃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치마를 움켜쥐고 있다.


재킷 한 벌을 걸친 정도로는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일어서서 보니, 이번에는 긴 머리카락에 시선이 끌렸다.


그 검은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져 허벅지까지 내려와 있다.


원래 머리숱이 많은 것 같은데, 물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더욱 무거워 보였다.


머리카락이 저 정도로 길면 걸리적거릴만도 한데,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나?


답지않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은 또 다시 르네의 얼굴로 옮겨 갔다.


얼굴은 사진에서 본 그대로여서 무심코 시선이 몸으로 향했는데, 물끄러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사진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로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래, 말하자면 이 묘한 기시감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녀의 모습에서 이런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드는 지······ 그걸 모르겠다.


지그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에 르네는 “왜 그러세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기시감에 대한 진위를 따져볼까. 그런 생각도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무심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너 말이야, 완전 얼빠진 얼굴이네.”


······그런, 아무래도 좋은 말이었다.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들었으니, 르네라 해도 발끈한 모양이었지만.






***




대륙 동방의 중심 도시, 루트리아스.


루트리아스는 높은 성벽이 사방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굳건히 세워진 벽이 마물의 침입을 전부 차단하고 있다.


더불어 성벽 안쪽은 헌터 협회의 보호로 높은 수준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루트리아스 시민들에게 있어 마물의 존재는 그저 ‘바깥세상’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도시 중앙에는 헌터 협회의 동방 본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외에도 헌터 협회 관할의 의료기관, 학술기관, 연구기관 등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시의 절반이 헌터 협회 관할 시설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터 협회는 그 시설의 일부를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벽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헌터 협회의 존재가 일상의 일부였다.


······하지만.


성벽 밖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다.


그들은 마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헌터 협회가 제공하는 윤택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벽 안쪽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한 결과, 어느새 도시의 인구 수용량을 넘겨버렸다.


도시의 규모를 계속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구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벽 안에서의 삶을 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바깥에서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나 또 모두가 성벽 안에서의 삶을 원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뒷세계에 사는 사람들.


법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암약하는 사람들.


마물의 위협보다 헌터 협회의 규율에 더 큰 반감을 느끼고 등을 돌린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선 헌터 협회의 감시가 없는 성벽 바깥쪽이 오히려 훨씬 쾌적한 세계였다.


간혹 범죄자가 섞여 있다며 헌터 협회의 ‘검문’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런 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나도 성벽 밖이 더 편했다. 물론 아티프도, 에밀리도 마찬가지다.


나를 포함해서 대체로 평범한 문화 생활과는 거리가 먼 녀석들이다.


······그것보다.


“에밀리, 이건 얘기가 다르지 않아?”


“그랬나? 달랐나?”


“왜 그래?"


“왜 그럴까?”


“······야, 진지하게 대답해! 이쪽은 목숨을 걸고 왔다고!”


무심코 언성을 높였다.


뭐, 그렇게 흥분한 건 아니다.


단지, 상대방이 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 것 같아서 주의를 환기시켰을 뿐이다.


······그래봤자, 정작 그 중요한 상대에겐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게, 아까부터 에밀리는 집안 곳곳의 서랍장과 옷장을 뒤적이고 있다.


“음, 여기 어딘가에 딱 어울릴만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바스락 바스락거리며 계속 이곳저곳을 뒤적인다.


바닥과 침대엔 이미 대량의 옷들이 널부러져 있다. 모두 에밀리가 서랍과 옷장에서 꺼낸 것들이다.


“도대체 뭘 위해 이렇게 많은 옷을 갖고 있는 거냐······.”


“음~? 그거야 당연히 업무용이죠.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니까, 나름대로의 바리에이션도 준비해둬야지.”


“골 때리네, 이게······ 바리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레벨이냐? 얼핏 보니까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은 옷도 있는 거 같은데.”


내가 기막혀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녀석, 이대로 내버려두면 의류 전시회라도 시작할 기세다.


“걱정 마! 적어도 한 번은 입을 거니까. 물론, 딱 한 번만 입고 두 번 다시 안 입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뭐, 아무렴 어때? 난 옷 쇼핑하는 거 자체가 좋아. 근데 한 번 입어본 옷은 질려버린다고나 할까······. 덕분에 돈을 벌어도 날개 달린 것처럼 사라져버려. 이게 내 고민이야.”


“그래? 아무도 네 고민 따위는 묻지 않았어.”


에밀리는 나와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옷을 연이어 꺼내 눈길을 줬다가 내던지고 있다.


······이 녀석, 나중에 자기가 다 치워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 건가.


“음······. 뭐, 이 정도면 됐겠지······.”


이윽고 드디어 만족할만 한 옷을 찾았는지, 네다섯 벌의 옷을 골라내더니 그걸 들고 안쪽으로 사라졌다.


불과 한 시간 전.


“하아암, 그래서······. 이쪽 얘기는 어떻게 된 거야?"


나는 테이블에 턱을 괸 채, 크게 하품하며 물었다.


밤을 세가며 물속을 걸었기 때문에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이제 막 한숨 돌렸기 때문에, 갑자기 견디기 힘든 졸음이 몰려왔다.


지하수로를 빠져나온 후, 우리들은 곧장 에밀리의 집으로 향했다.


애초에 르네를 에밀리의 집까지 데리고 오는 것이 임무였으니까.


에밀리의 집은 벽 바깥에 있다.


처음부터 에밀리의 집으로 돌아가는 걸 상정하고 지하수로라는 탈출 경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온 후 그녀의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 추적자를 만나지 않고, 무사히 에밀리의 집에 도착했다.


남에게 일을 맡기고 정작 본인은 곤히 잠들어있던 에밀리를 두드려 깨워, 마침내 일을 완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르네에게 샤워실을 빌려주고 내가 한숨 돌리려던 그때.


에밀리가 어처구니없는 말을 입에 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 일의 목적 말이야. 저 여자애를 데려온 건 좋은데······ 데려올 곳은 여기가 아니야. 미리 말하지 않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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