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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유일한 데빌인자 보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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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팡
작품등록일 :
2023.09.02 13:04
최근연재일 :
2023.09.08 19:3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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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62,711

작성
23.09.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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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9 의뢰 중개인에게 속았다

DUMMY

······처음과 얘기가 다르다.


의뢰인이 속사정을 숨기는 일은 있다. 하지만 중개인에게까지 속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따지며 묻자 에밀리는 “어라, 그 뒷 내용은 돌아와서 다시 얘기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라며 태연하게 말을 돌렸다.


물론 녀석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거니와, 나 역시 들은 기억이 없다.


게다가 “처음부터 일일이 전부 설명해봤자 어차피 까먹었을 거잖아, 넌.”이라며 되려 뻔뻔하게 나왔다.


그 뒤로는 자세한 설명도 없이, 에밀리는 르네가 갈아입을 옷을 찾는데만 몰두했고······.


나는 철저히 방치돼버린 것이다.


······젠장.


한참 후 에밀리가 돌아왔다.


그 뒤를 르네가 따라 들어왔다.


“이야~ 이 옷이 이런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체형도 나랑 비슷한 편이라, 꽤나 딱 맞는 것 같지 않아요?”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에밀리의 말에 르네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까 에밀리가 가져갔던 옷 중 하나를 르네에게 입힌 모양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에밀리는 잔뜩 신난 얼굴이었다.


······이 녀석의 취미는 이해가 잘 안 된다.


한편 르네는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싼채, 말리고 있다.


저렇게 긴 머리는 말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때, 레이븐.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


이럴 때 에밀리의 옷 갈아입기 품평회에 참석하게 될 줄이야. 왠지 모르게 더욱 피로가 몰려온다.


나도 꽤나 마이웨이지만, 이 녀석한테는 못 당하겠다.


르네는 연한 베이지색의 하이넥과, 그 위에 하얀색 롱코트처럼 밑단이 긴 상의를 입고 있었다.


아래는 데님 소재의 스커트를 입었고, 다리는 발목 아래까지만 보이지만 가죽 소재의 긴 부츠를 신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복장이지만 가슴에 달린 빨간 리본이 그나마 귀여움의 포인트일까.


······흐음.


눈앞에서 그 옷을 입고 있는 르네야 그렇다 치더라도, 에밀리가 리본이 달린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에밀리 녀석, 사실은 프릴 장식으로 치장하는 그런 소녀 취향인 건 아니겠지.


저 녀석이 내 눈앞에서 그런 걸 입는 날엔, 아마 너무 웃겨서 웃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글쎄,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그런 것보다도······ 가슴 쪽이 꽉 껴서 답답해 보이고, 허리 쪽은 좀 커서 허전해 보이네.”


“그게 무슨 뜻이야!”


나의 돌직구 같은 말에 에밀리는 단숨에 끓어오른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무슨 뜻이고 자시고 간에······ 말한 그대로야.”


“······ 큭, 짜증나네! 잘 들어! 내가 뚱뚱하거나 가슴이 작은 게 아니야! 이 애가 너무 날씬한데다가, 그 와중에 가슴이 너무 큰 것뿐이야! 착각하지 마!”


에밀리가 주먹을 불끈 쥐고 길길이 날뛴다.


그 옆에서 르네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뭘 그리 정색하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네. 본인이 먼저 소감을 물어본 주제에.


“그런 시시한 얘기보다······.”


“시시하지 않아!”


“포기해라. 현실을 인정하면 편해져.”


“······으으윽! 뭐야, 그 불쌍한 걸 보고 있다는 듯한 동정의 눈빛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하는 에밀리.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좀 닥쳐줘. 네 궁상맞은 몸뚱이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어. 그보다 슬슬 아까의 얘기를 계속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야?”


“······언젠가 죽인다······!”


저주의 말을 내뱉는 에밀리.


웬일로 말로 녀석을 이긴 것 같다. 그거야말로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기다려. 너도 샤워하고 와. 옷도 많이 더러워졌잖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에밀리가 안쪽 문을 가리켰다.


“하아? 난 그딴 거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어떻든 상관없잖아. 그보다······.”


“상관 있어, 여긴 내 집이잖아. 내가 신경 쓰여. 집안을 진흙투성이로 만들기도 싫고, 어차피 배도 고프잖아. 뭐라도 간단히 준비할 테니까, 빨리 욕실로 사라져. 네가 듣고 싶어 하는 얘기의 뒷 내용은······ 으음, 그 다음에!”


뭔가 말끝을 흐리는 듯한 분위기다. 더불어 방금 전 내 품평에 대한 원한도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뭐, 확실히 샤워를 하고 싶긴 하고, 배도 고프다.


······그리고 졸리다.


하지만 그런 건 차치하더라도, 일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이 상황이 찝찝하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 한들, 여기서 버티는 것도 무의미해 보였다.


에밀리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이고, 나도 어차피 욕실은 빌릴 생각이었으니까······.


에밀리의 페이스에 끌려다니는 건 맘에 안 들지만, 더 이상 옥신각신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하아, 어쩔 수 없네. 그럼 씻고 올 테니, 그동안 간단하게 먹을만한 거라도 준비해 줘.”


“그래, 아, 비용은 보수에서 공제할 테니까. 천천히 씻고 오세요.”


“······멋대로 해.”


준비된 요리는 의외로 맛있었다.


에밀리가 요리에 소질이 없다는 건 이미 아는 사실이고, 시간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된 음식이 만들어질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얘기는.


“호오, 너 제법 요리 좀 하네.”


“꽤나 어설픈 솜씨긴 한데······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에요.”


내가 솔직하게 맛을 칭찬하자, 르네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부끄러운 듯 은근히 볼을 붉게 물들였다.


여러모로 감정 표현이 서투른 아가씨다.


“정말, 그 짧은 시간에 그 정도 식재료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만들 수 있는 거야. 부러워."


한편 에밀리도 마찬가지로 맛있게 먹고 있다.


여전히 기품이라곤 눈곱 만큼도 없다. 르네의 손톱 때라도 달여서 먹이고 싶을 정도다.


“부럽기는······ 요리에 딱히 흥미도 없는 주제에.”


“엥? 당연하지. 요리 따위 귀찮잖아. 대충 이것저것 집어넣고 먹을만한 게 나오면 되는 거야. 그게 이상적이지.”


내 지적을 에밀리는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흘려보냈다.


“그보다 너 말이야,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다 돌아온 사람한테 주방일을 도와달라고 하는 게 맞냐, 상식적으로?"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전부 맡겼으니까.”


“······그게 더 최악이야.”


“아니요, 이 정도라면······. 갈아입을 옷도 받았으니까요······.”


에밀리를 옹호하듯 르네가 끼어들었다.


식사를 준비해 놓겠다면서 결국은 르네에게 전부 맡겨 버리다니······.


빈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뭐, 요즘 제대로 된 걸 먹지 못했으니, 맛있는 것 자체는 대환영이다.


그런데, 이 요리······ 맛······ 왠지 묘하게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인가?


“그래서, 이번 일은 어땠어?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


밥을 한 움큼 퍼올리며 에밀리가 물었다.


“하긴, 문제가 있었으면 다시 돌아오지도 못 했겠지?”


먼저 질문한 주제에,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멋대로 단정짓는다.


“문제가 없었을 리가 없잖아. 우리가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 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헌터 협회 연구소에 들어갔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처음 슬레이어를 만났을 때 죽었을 거야.”


“응? 슬레이어?”


내 말에 에밀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래. 그 뭐였더라, 아슬······ 뭐시기라는 놈인데, 검의 생성과 염동술을 사용하는 녀석이야.”


“아슬······? 아슬란 애쉬!? 그 사람이 있었어?! 연구소에?! 거짓말······!"


에밀리가 목소리를 높이며,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와중에 녀석의 입에서 뭔가 튀어나온 것 같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침묵으로 넘겼다.


“본인이 직접 이름을 댔어. 아, 그러고 보니 르네 넌 그 녀석을 알고 있지?”


“네? 아아, 네······. 그 사람, 아슬란 맞아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듯, 르네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는데? 뭐야, 야단법석 떨기는. 그렇게나 놀랄 일이냐? 그 녀석이 레인저라면 헌터 협회 연구소에 있어도 이상할 건 없잖아.”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에밀리는 입 안에서 뭔가를 중얼거린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인가 보네. 뭐, 상관없어. 설령 슬레이어가 거기에 있었다고 해도 네가 무사했으니 불행 중 다행인 거지······. 근데 잘도 무사히 돌아왔네. 슬레이어와 마주쳐서 사지 멀쩡하게 도망쳐 나오다니, 조금은 다시 봤어.”


아무래도 나를 다시 보게 된 모양이다······.


“뭐, 확실히 평범한 레인저에 비하면······ 조금 더 강한 녀석이긴 했지.”


“조금······ 의 레벨이 아니야, 아슬란 애쉬라면 슬레이어 중 7위에 랭크된, 은빛 섬광! 순수하게 전투 능력만 놓고 보면 상위 5위 안에 든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인데······.”


“쓸데없이 자세히도 알고 있네. 하긴, 그런 쪽이 네 전문 분야였지.”


“하아, 진짜 너는······ 천하태평이네. 겁이 없다고 해야 할까, 무식하다고 해야 할까······. 그 사람 전문 분야는 죄인 사냥이야. 그 방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이쪽 업계에서 그 사람의 표적이 되고 붙잡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


에밀리가 말하길, 아슬란이란 녀석은 꽤나 악명이 높은 것 같다.


······물론, 세간에선 악명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위법자에게 있어선, 가장 만나면 안 되는 존재라고 한다.


“그래? 그럼 내가 그 녀석을 골탕 먹인 첫 번째 인간이라는 뜻이네. 그만큼 내 실력도 입증된 거잖아? 아주 훌륭한 기분이야.”


“······뭘 그렇게 태평하게······. 너, 지금까지도 헌터 협회에 쫓겨 다녔지만, 앞으론 더 심해질 거야. 저쪽도 슬레이어의 체면이 걸려있으니까.”


“어차피 그런 건 각오하고 맡은 일이야. 이제 와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한들, 쫄 필요 없어.”


“······그랬지, 참. 넌 그런 녀석이었지.”


에밀리가 어깨를 움츠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런 거다. ‘이제 와서’라는 그 한마디 밖에 할 말이 없다.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왔다. 또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게다가 그 녀석과 재대결할 기회가 있다면, 그건 나로서도 바라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토록 특정 상대와 전력으로 붙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상대가 스스로 내 앞에 나타나 주겠다는데, 오히려 좋다.


“그럼 배도 찼겠다, 이제 중요한 일 얘기를 해볼까요?”


“······ 갑작스럽네.”


“뭐야, 그렇게나 끈질기게 듣고 싶어 했던 주제에······.”


에밀리가 느닷없이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순간 사고가 상황을 쫓아가지 못했다.


이 녀석의 마이웨이엔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다.


“······뭐, 됐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의뢰인의 요구는 르네를 어떤 장소로 데려가 달라는 거야. 그 장소는······ 종말의 땅, ‘로스트 그레이브’야.”


“······.”


에밀리의 말에 접시 위의 고기를 노리고 있던 내 손이 멈췄다.


나뿐만 아니라 르네도 굳은 표정으로 에밀리를 쳐다보고 있다.


에밀리는 애써 평온한 척하는 것 같았다.


녀석도 본인 입으로 말해놓고, 뒤가 켕기는 기분이 들었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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