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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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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28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3.18 01:00
조회
431
추천
5
글자
8쪽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4]

DUMMY

“크윽! 제길……. 다리가.”


눈앞에 떡하니 있는 콩제르를 놔두고서 욱신거리는 다리부터 확인했다.

쿠르는 넘어진 이유를 알고 나서 바닥을 주먹으로 거세게 내려쳤다. 단단한 흙바닥엔 자국 하나 남지 않았지만 분노는 여전히 서려있었다.


“제길! 겁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꽤나 하는 군.”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로젭타는 겁쟁이다. 사실이다. 언제나 앞을 나서는 일은 추호도 없을뿐더러 도적 길드 안에서 규율을 만든다던가 하는 고위급 회의 때도 참가할 수 있는, 실력과 비례하는 높은 계금임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즉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고 콩제르는 고정관념의 인식을 박아버렸다. 그래서 적으로서, 아군으로서 경계 대상으로 두고 있었다.


경계 적색 신호 발동.


로젭타는 천천히 걸어와 콩제르 앞에 담담하게 서 천 너머로 째려보았다. 검은색 로브를 몸에 덮어 얼굴과 몸을 전부 가렸고 입 부분은 희미하게 펄럭이는 천이 바람에 절반이 흩날려 비릿한 미소가 들통나버렸다.


“챙길 것만 챙겨.”


그렇게 사신처럼 속삭이듯이 말했다. 콩제르는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손을 뒤로 숨기고서야 비로소 웃으며 입을 열 수 있었다.


“뭐야. 질리기라고 한 거야? 뭐 그래. 이번엔 물건만 챙기자.”


콩제르는 당장 용병대장을 죽여서 공을 취하기 싶지만, 자기 의견을 앞세우기보다는 로젭타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고 괜히 로젭타와 싸웠다간 수레에 있는 최소 5보따리나 되는 물품들을 전부 챙겨갈 수 가 없었다. 아니면 그전에 로젭타의 나이프에 죽었을지도.


꿀꺽. 자연히 침이 넘어간다.


“이야~ 용병대장. 운 좋은 줄 알아.”


최대한 비꼬면서 혀를 굴렸다. 그러나 쿠르는 옅은 신음만을 낼 뿐, 대답은커녕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수레에 가서 3개의 짐을 챙기고 어깨에 걸쳤다.


“가자.”


콩제르의 반 강제 명령 같은 말투에 로젭타는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남은 2개의 짐을 챙겼다. 콩제르가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은 로젭타와의 파트너쉽 활동을 하는 데에 행동의 제약이라는 위협적 요소들이 함정처럼 갑자기 솟아난다는 이야기를 두려워하기로 했다.


‘그야.’


다른 누군가는 겁쟁이라 볼 수 도 있지만, 겪어본 자신은 뼈가 저릴 정도로 하얀 해골에 숙지되어 있기에 그렇다.


m


어두운 길을 걸었다. 횃불 하나 없이 앞 뒤 분간도 못하면서도 그는 흥얼거리며 즐겁게 이동했다. 밤에는 빛이 없기 때문에 망막으로 반사되어 앞을 본다던가 라는 게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달빛이 태양빛 같은 강렬한 빛이라면 되겠지만 은은히 빛나는 달에게 그런 건 억지스런 요구에 불과하다.


콩제르는 은화와 금화가 가득한 보따리를 양 어깨에 걸진 채 기분 좋게 길을 걷고 있었다. 잔디밭도 아닌 그냥 개발도 안 된 척박한 땅이었지만 무거운 어깨에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 되는 금은화라면 귀족은 되지 못하더라도 상급 상인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겠다고 콩제르는 생각했다. 하지만 금세 탕진을 할거하는 생각도 했다.


도적 길드의 규칙이 옭아매는 이상 부수품의 일부는 길드에 기부해야 하는 운영 제도를 이행해야 한다. 물론 말 그대로 길드 자금으로 사용되는 의미 있는 돈이지만, 사람에겐 욕심이라는 것과 할당량의 기여도에 민감한 부분이 있다.


할당량의 경우는 콩제르는 관심이 없었고 도적 길드에 인생을 다 바친, 바치려는 경우의 도적들만이 목매다는 하나 밖에 없는 진급으로의 길이다.


뭐 나머진.


‘좋게 말한들 욕심이다.’


콩제르의 본심이다. 로젭타는 딱히 금은보화에도 목숨을 걸진 않는 편이다. 그건 콩제르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끔 챙겨주기에 가져가기는 한다. 그런 면에서 로젭타는 강하고 욕심 없는 효율성 좋은 파트너라고 평가해야 정당한 평가로 인정받는다.


“어이. 로젭타. 피곤하냐? 어서 돌아가서 밥이나 먹자고. 내가 한 턱 쏘마.”


“…….”


무음으로 답했다. 말하지 않았다. 발걸음도 가벼워 묵직한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군가, 여럿이 어디론 가로 급하게 뛰어가는 거추장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원인은 바로 전방에 있었다. 윤곽이 잡히지 않지만 다수의 검은 무리가 옆으로, 정확히는 콩제르에겐 옆이지만 그들에겐 앞에 있는 산으로 달려간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가는 산을 살펴보는데 중턱 부근에 주황색이 아른거리는 걸 포착했다.


단번에 주황색이 모닥불임을 알아차렸다.


“우리 길드인가. 아무렴 벨리나엔 우리 이외엔 아무도 없지.”


콩제르의 도적단이 활개 치는 무대. 그런 확신에 로젭타는 끼어들었다.


“하나 있다. 벨리네다.”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사실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 콩제르는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현 로살리스 왕국의 땅은 단순하게 두 가지 영토로 나뉘어져 있다. 수도 로살리스와 그 주변 지역을 이루는 벨리나와 벨리네가 바로 두 가지 영토다.


벨리나가 국경의 접경 부근이라면 벨리네는 벨리나보다 발전이 더 잘된 도시 케이스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도적 길드가 있을 수 도 있겠지만 치한이 잘 방비되어 있고 풍요로운 곳이다. 벨리네의 도적 길드가 자기 구역보다 비린내 나는 구역을 찾아와 도적질을 행하는 것에는 전혀 의견을 가지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앙? 또 뭐.”


“규칙이다. 간부급이외엔 이 시간, 늦은 밤에는 활동 불가 규칙을 잊었나?”


로젭타는 자기가 생각해도 다른 지역 도적이 올리는 없다고 단정 지었다. 벨리나에 임시 거처가 마련 됐다 하더라도 벨리나에서도 국경 근처인 시골 마을까지 올 이유가 있었을까.


만약 벨리나보다 벨리네가 상대적으로 경제면에서 약하고 살기 힘든 도시였다면 가능성은 충분하겠지만 아쉽게도 우월적으로 그 반대가 현실이다.


그보다 우선 간부로서 목격한 걸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콩제르는 로젭타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래도 콩제르는 간부 회의에 참여해서 나름의 규칙을 만드는데 동조했는데, 그걸 지키지 않는 도적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냥 지나갈 순 없지.”




"후! 저거 보이지? 모닥불 타는 게 너무 잘 보이잖아! 저래선 마치 날 죽여주세요 라고 자랑하는 거라고!”


어쩐지 어떤 이가 한 말 인거 같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순전히 초보 도적 같이 크게 소리치며 빠른 걸음으로 산으로 향했다. 그들을 엇박자의 속도로 쫒아가며 ‘모닥불 타는 게 너무 잘 보이잖아! 저래선 마치 날 죽여주세요 라고 자랑하는 거라고!’ 라는 문구를 마음으로 따라하며 중턱의 위치를 대강 파악해보았다.


여전히 모닥불은 타오르고 있었고, 사람 형체로 보이는 두터운 무언가는 움직임이 없었지만 꿈틀꿈틀 희미하게 움직임이 숙면중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멀리서 대충 눈금 대신 자 전체를 보듯이 본 터라 실제론 어떤지 분간이 가질 않았지만 어차피 하급 도적원들을 찾아 갈 거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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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4] - 라지누아 로게차카 - +1 16.04.06 252 4 8쪽
27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3] - 라지누아 성 - +1 16.04.05 219 4 7쪽
26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2] +1 16.04.05 204 3 8쪽
25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1] - 가엘 미스란 누구인가 - +1 16.04.04 301 4 7쪽
24 잠시 들러가는 오스카 이야기[2] +1 16.04.04 227 4 8쪽
23 잠시 들러 가는 오스카 이야기[1] +1 16.04.02 279 4 11쪽
22 살바토르 이야기[6] - 꿈 - +1 16.04.02 290 3 7쪽
21 살바토르 이야기[5] - 기묘했다 - +1 16.03.31 272 5 8쪽
20 살바토르 이야기[4] - 폭성신화 - +1 16.03.30 259 4 8쪽
19 살바토르 이야기[3] - 그들이 나타나다 - +1 16.03.30 270 5 8쪽
18 살바토르 이야기[2] - 그는 신세대다. - +1 16.03.29 283 4 7쪽
17 살바토르 이야기[1] - 붉은 머리 기사 - +1 16.03.28 327 5 9쪽
16 제국의 일[4] - 오스카의 분노 - +1 16.03.27 288 5 8쪽
15 제국의 일[3] - 술집 - +3 16.03.23 266 5 7쪽
14 제국의 일[2] - 입성 - +1 16.03.23 352 4 8쪽
13 제국의 일[1] - 마을 순찰 - +1 16.03.22 342 5 9쪽
12 과거를 바꾸려는 노력[3] - 결심 과 구 영웅 - +1 16.03.21 356 4 9쪽
11 과거를 바꾸려는 노력[2] - 이혼의 기사 티베리우스 - +1 16.03.19 330 6 8쪽
10 과거를 바꾸려는 노력[1] - 습격 - +1 16.03.18 390 5 7쪽
9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5] +1 16.03.18 486 7 16쪽
»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4] +1 16.03.18 432 5 8쪽
7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3] +3 16.03.17 611 5 8쪽
6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2] +1 16.03.17 765 7 10쪽
5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1] +1 16.03.16 1,067 9 8쪽
4 그때로 태어나다[4] - 결심 - +2 16.03.15 1,353 9 9쪽
3 그때로 태어나다[3] -현자 에드 - +3 16.03.15 2,105 18 11쪽
2 그때로 태어나다[2] ㅡ첫 번째 세계ㅡ +1 16.03.15 3,159 27 10쪽
1 그때로 태어나다[1] +9 16.03.15 4,114 3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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