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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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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33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5.30 23:30
조회
153
추천
2
글자
7쪽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8] -인디라 바레타-

DUMMY

즐겁게 목욕하느라 혹시나 잊고 있었던 검을 우선 찾아 헤맸다. 문 바로 옆에 세워둔 검이 한 자루가 딱 보였으나 진검과 겨룬다면 필시 부러질 목검이였다. 단단한 나무 재질에 특수 코팅을 했다지만 철로 만든 검보단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할 터다.


훈련을 마치고 그때 차림 그대로 바꾸지 않고 탕으로 직진 했으니 달라진 게 없다.그나마 쓸모가 있는 오메룸 갑옷도 목검 옆에 누워있어 불타버린 심지지만 안심이 되었다.


일반 공격은 간단하게 튕겨내지만 성력이 담긴 공격은 물리적 공격을 받아내고 성력은 내구적으로 받아버리게 돼 있다. 문 밖에 녀석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주변지인이라면 누구나 알 테니 차라리 갑옷을 입지 않는 걸 고민했다.


‘괜히 무거운 갑옷을 입고 싸우는 거보단 나을지도.’


황궁 기사 대 기사의 싸움은 힘과 속도뿐, 그렇다면 현재로선 불필요한 갑옷이다. 살아남는게 우선이 목표가 되었다. 살바토르가 황궁 삼 기사의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목은 수많은 이들의 표적이 된다는 걸 감안해서라도 반드시 거머쥔 명예를 쉽게 포기하진 을 것이다.


삼 기사는 옵타이오 제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 세 명을 부르는 말이다. 그들이 직접 기사단을 진두지휘하며 전장을 휩쓸 전차 같은 인물들이다. 평범한 사람이 고된 시간을 흘려보내며 기사증을 얻어내고 기사가 된 시점에서 자부심, 즉 자만심이 신체를 장미 넝쿨처럼 휘감아 가시가 살을 찢어 피를 흘리게 해도 놓지 않을 보석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세계란 그런 세계다. 힘이 최고고 권력이 최고고 명예가 최고인 평화 시대. 전쟁? 그런 게 없기에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려는 자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벌서 30년 가까이 지속되는 평화의 시대는 혹독한 가뭄으로 식량난을 겪으면서 겨우겨우 민간은 버티고 있다.


황궁은 풍요로우나 나머진 빈곤하다. 전쟁과 투쟁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직도 보이지 않는 적들이 많이 있다. 힘없는 자들이 적들을 무찌르고 최후에 최후로 승리의 깃발을 강탈해 아발론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인가?


없다.


황궁 삼 기사가 있는 한에는.


모든 인간의 정점이라 해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무슨 짓을 하던 규율에 어긋나지 않는다. 달콤하고 탐나는 자리를 노리는 자들, 보통은 같은 기사다. 살바토르에겐 이미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근육이 놀라 긴장했다. 잠깐 동안의 경직 상태에 욕조 안 물이 차가워지는 걸 체감했다. 정신을 차리고 물속에 손가락을 넣어봤지만 여전히 화산지대근처 지하수처럼 증기가 승천하고 피부가 뜨겁다는 감각을 느꼈다.


‘나 왜이래.’


살바토르는 심각하게 놀란 자신을 나무랐다. 이까짓 일, 간혹 있는 일인지라 전혀 모른 척 한 적도 없고 전부 물리쳤으니까. 다만 이번 상대는 조금 다르다.




한적한 오후 멍을 때리는 살바토르에게 두툼한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와 나무 막대기 봉으로 머리를 가격해 정신을 차렸을 때다. 상갑엔 오메룸 광물을 녹인 액체를 발라 코팅한 체인 메일을, 하부에도 같은 재질의 갑을 착용한 살바토르는 급히 옆에 놔뒀던 건틀릿과 검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 죄송합니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정신차려! 너 차례니까 나와. 이름이 스칼렛 살바토르. 맞나?”


기사 시험 최종의 막, 1대1 무차별 대련 시험관 후안 테니무스의 호통에 살바토르는 허리에 검을 달고 건틀릿 낀 뒤, 연병장으로 달려 나가려는 걸 막아섰다.


“야! 투구를 써야 안 다치지.”


이미 건틀릿을 낀 마당에 투구를 쓰려하려면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다. 살바토르는다쳐도 자기의 실수로 치면 된다고 할 생각으로 다시 다리를 뻗으려 했으나, 후안 테니무스 손에 들린 투구를 보고 생각을 접었다.


‘설마.’


가 현실이 됐다. 투구를 씌어준 테니무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 갔지만 살바토르는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이 날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도 않는 의심의 눈초리를 새삼 신경 쓰며 살바토르는 얼른 위치로 이동했다. 이 시험만 통과를 한다면 체리드 성으로 가서 기사증을 수료 받고 재질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고급 귀족이 아닌 이상은 만져보기도 힘든 풀 플레이트 갑옷을 가질 수 있다는 가슴 벅찬 감상에 손에 용기가 가득 잡혔다.


눈앞에는 역시 같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진 기사 시험 생이 있었다. 기사가 되기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지나오면서부터 유독 눈에 뛰던 붉은 머리의 스칼렛 살바토르. 입질 좋은 귀족 가문의 자손도 아니고 별 볼일 없는 조그만 귀족 티를 내는 집에 태어나 기사의 꿈을 꾸던 소년 살바토르.


스칼렛 가문을 들어본 동기들은 비웃으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일부 동기들은 가문에 대한 좋은 얘기들을 하곤 했다는 걸 엿듣는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 마다 동시에 비교되는 대상이 존재했다.


그 대상자란 그날 결코 두고 가고 싶지 않았던 빵집 아저씨의, 바레타 가문의 인디라 바레타. 스칼렛 가문과 달리 바레타 가문은 아카트 공국에서 잘 살고 잘 먹는 대가문으로 성장하여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위치에서 사치를 누리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썩어빠진 바레타 가문 중에서도 제일 나이 어린 인디라라는 소년이 더러워진 가문을 정화시키겠다며 스스로 귀찮은 기사 시험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기야 아카트 공국의 문을 열어준 건 바레타 가문 이였으니 호화스런 사치를 누릴 만한 가치로선 적절한 보상이다. 스칼렛 살바토르나 이외에 공국민에게는 좋지 않았지만 자기뿐인 세상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천둥이 치고 나무가 불타며 갈라지든 어쨌거나 녀석은 인디라 바레타다. 실력 또한월등하여 이 자리까지 올라온 강자.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올라온 모두가 실력자라는 건 무차별 대련 시험에 자격을 갖춘 자들은 잘 알 것이다. 이 싸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대해야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입을 연 건 인디라였다.


“붉은 머리. 스칼렛 가문의 잔재인가.”


말투는 달라진 게 없었고 특유의 거만한 얼굴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


“네놈은 바레타 가문이구나. 썩어빠진 녀석. 시험만 아니라면 넌 내 손에 죽었다.”


최대한 살기를 담아 말했다. 그러나 인디라는 꿈쩍도 하지 않고 눈을 부라리며 맞받아쳤다. 정작 주위 구경꾼들이 흠칫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내 검에 발려질 피는 너와 같은 붉은 색이겠지. 안 그래? 스칼렛.”


낄낄낄하며 웃어대는 인디라를 보고 살바토르는 더 이상 화를 억누를 수 가 없었다. 새빨갛게 부어오른 얼굴은 놀림감이 아니라 남이 보기에 열기와 공포감을 조성했다. 분노한 붉은 머리의 살바토르의 손에는 타오르는 살육의 욕망이 구현화된 듯 새하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인디라나 살바토르, 둘 다 알아채지 못 한 성력의 활성화가 폭주하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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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랜 성 토벌전[1] 캄비오 아우그멘 16.07.22 159 1 9쪽
84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7] 16.07.19 99 2 9쪽
83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6] 진정한 꿈/책임을 쥔 사령관 16.07.18 145 2 10쪽
82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5] 시작한다, 긍지를 건 전투가. +2 16.07.16 94 2 7쪽
81 눈 뜨로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4] 격돌하는 신념[1] 16.07.16 111 2 9쪽
80 눈 뜨로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3] 다시 만난 아이 16.07.15 127 2 8쪽
79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2] - 붉은 기사의 기사도 16.07.15 151 2 12쪽
78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1] 16.07.14 22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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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갈등의 시발점[7] 레라지에vs우리엘 16.07.12 89 2 10쪽
75 갈등의 시발점[6] 16.07.12 80 2 11쪽
74 갈등의 시발점[5] 천설란데 16.07.11 100 2 12쪽
73 갈등의 시발점[4] - 격돌 직전! 혼란의 땅 16.07.11 113 2 13쪽
72 갈등의 시발점[3] 16.07.05 109 2 8쪽
71 갈등의 시발점[2] 테레오 네크로비오시스와 무법자 16.07.04 125 2 12쪽
70 갈등의 시발점[1] - 16.07.02 10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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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나는 마녀다[6] 깨어난 괴물 16.06.23 159 1 10쪽
67 나는 마녀다[5] - 해골 가면의 진가[2] - 16.06.21 85 2 13쪽
66 나는 마녀다[4] - 해골 가면의 진가[1] 16.06.15 100 1 10쪽
65 나는 마녀다[3] - 티베리우스를 좇는 가면의 남자 16.06.12 172 2 11쪽
64 나는 마녀다[2] - 하라탄 공국으로의 여행 16.06.11 165 2 10쪽
63 나는 마녀다[1] - 꽃은 아름답다. +2 16.06.10 166 2 11쪽
62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9] - 슬픈 우정의 끈 - 16.06.02 198 3 9쪽
»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8] -인디라 바레타- 16.05.30 154 2 7쪽
60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7] 16.05.28 174 2 9쪽
59 다음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6] +4 16.05.25 201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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