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31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5.28 22:43
조회
173
추천
2
글자
9쪽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7]

DUMMY

“다음!”


젋고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기사가 소리쳤다. 호통이라기 보단 엄숙한 분위기가 배어있는 강찬 음성. 방금 전 목도를 지닌 살바토르에게 양 어깨를 빠른 연속 공격을 맞아 쓰러져 버린 기사를 놔두고 주위에 서서 대기하던 다른 이들에게 말한 것이다.


완전 무장을 한 차림으로 기사단 류 검이 아닌 실전 연습용 목검을 쥐고 차례차례 덤벼오는 기사들을 1대1로 쓰러트리는 그에게 더 이상 다가오는 기사는 없었다. 벌서 두 바퀴 째, 목도임에도 피멍이 들 정도로 강한 타격 앞에서 겁먹은 기사들은 선뜻 발걸음이 나가질 못했다.


수도 랑궈르는 큰 땅을 가지고 있어 기사들에게 훈련지를 제공했다. 큰 부지를 각 훈련 방식에 맞게 바꿔놨는데 그 중 대련용 훈련장은 단단한 흙을 지반으로 삼아 만들었다. 넘어질 때 아픈 부분이 나오겠지만 발을 디디는데 있어서 최적화된 지형이라 훈련으로선 안성맞춤이지만······ 신세대 기사들은 훈련에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나 약했다.


일반 국민들보다, 병사들보다, 제국 기사단들 보단 강하겠지. 황궁 친위 기사단으로 뽑힌 신입 기사들이니까 이기는 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허나 10합도 못 넘기고 바닥에 쓰러지는 약해빠진 기사들에게 살바토르는 신물이 낫다.


‘데카르안 경도 참 난해하군. 함정에 속아 넘어간 나에게 벌을 준답시고 이런 새내기들을 데려가라고? 하이고.’


붉은 머리 기사 스칼렛 살바토르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무리를 보고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데카르안 대공에게 랜 성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끌 군대까지 양도 받았다.


거기다 신입 기사들까지.


병사들을 가지고 전략을 펼쳐 성을 에워싸는데 만 사용할 줄 알지 정작 나가서 싸워야 할 건 기사들이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일반 병사들이 창을 들고 걸음마를 해봤자 갓난 애기의 첫걸음이다.


단 한칼에 몇 백 명의 병사들이 죽어버릴 것이다.


“다음! 제가 하겠습니다.”


한 기사가 당당히 어깨를 피고 살바토르 앞에 섰다. 코에선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어서 갑옷 속으로 들어갔으며 기사 시험 장소가 있는 루궈르에서 지급하는 강도가 낮은 갓 새내기용 기사 갑옷의 양 어깨는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넌 쓰러졌잖아. 마지막이라고. 첫 번째 기사 나와.”


살바토르가 일부로 구린 갑옷을 입고 나오라 한 대는 이유가 있다. 강도가 약해도 자신의 완력을 버티지는 못하는 갑옷에 타격의 흔적을 남겨 순번과 참여 횟수를 기록하려는 심산이다. 어차피 루궈르에서 준 갑옷을 전장에서 쓰기는 무리다.


조만간 녹여 새로이 자제를 생산할 테니 망쳐놔도 상관없다.


“다른 놈들은 하나 같이 약해빠진 녀석들입니다. 그러니 제가 살바토르님을 이겨 보이겠습니다.”


“상당히 건방진 언행인데. 뭐 나쁘지 않아. 그래야 로칸과 싸울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는 증거니까.”


큰 소리도 한번 뿐,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덤벼봣자 거울을 볼 뿐이다.


흙먼지를 날리며 육중한 신체가 쓰러졌다. 기사들은 모욕을 당해 분하지만 돋보기로 본 개미처럼 현실적인 발언이기에 모욕을 받아들이고 자만심을 누그러트렸다.


“너희들. 겨우 이걸로 로칸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 같아? 천만에. 길가에 널린 잡초만도 못한 목숨이 너희다. 황궁 기사라고 해서 자만하지 마라. 강한 적은 얼마든지 있다. 정녕 자만하고 싶거늘, 날 쓰러트려라. 삼 기사 자리는 물론 명예도 전부 탈취 할 수 있으니까.”


삼 기사란 단어에 훈련장에서 살바토르에게 얻어맞던 기사들의 동공이 확연하게 커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예상했던 반응을 보고 살바토르는 코웃음을 쳤고 일부 기사들은

이 역시 높은 벽이라는 걸 깨닫고 제자리에 서있을 뿐이다.




“좋은 거래?”


우리엘의 뜻 밖에 제안에 로칸은 놀라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고 단 한마디로 정리 했다.


“우리 반란군이 황제를 몰아낼 수 있게 도와준 대신 우리가 뭘 해야 하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거면 좋겠는데.”


껄껄 하고 웃으며 로칸은 병사가 준비해준 차를 마셨다.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정화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큰 근심은 주지 않을 겁니다. 그저 하던 일이 그대로 방해 없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거래 건은 다음에 이야기 하시고 전력에 관해서 말하고 싶군요. 황궁 측 기사들과 싸우려면 막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기사에겐 기사가 맞서야 하는데 상상조차 못하죠. 그래서 동조할 자를 구해야 합니다.”


“마땅히 반란에 동조할 기사라도 있는지요? 누가 미쳤다고 하늘같은 황제에게 덤비겠습니까.”


로칸은 속마음을 떠보려고 생각도 없는 헛소리를 날렸다. 물론 우리엘이 걸려들 리가 없겠지만.


“우후후. 하늘같은 황제라면, 그 검의 끝은 테라를 향한 건가요?”


화살의 방향이 갑자기 테라에게 향하자 움찔했다. 이마에 2개의 지렁이 주름살이 나타난 로칸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따돌렸다.


“농담이 지나치군요. 장난입니다. 다만 황궁 사람들은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말은 반란에 동조할 자는 애초부터 없는 게 정상이라는 말이죠.”


제국을 평정하고 평화를 유지한 기간은 짧은 몇 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사람들은 몇 십 년이라고 머릿속에 알고 있는데 레이븐 에스파쉴이 이룬 평화이지 결코 현 황제가 이룬 평화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절대적 평화가 유지되는 이 시점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황제에게 누가 덤비겠는가. 어쩌면 황제가 기사들을 풀어 혹시라도 반란을 꾸미는 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거짓된 반란분자들을 퍼트리는 방법을 고안했을 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진실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걱정 마십쇼. 구 영웅 로칸님.”


우리엘은 다정하게 말했다.


“조만간 어느 기사분이 오실 테니까요.”


회심의 미소로 주도권을 바로 잡았다. 하하 하고 웃으며 어렴풋이 살기를 내뿜은 로칸은 그러려니 하기로 하고 자리를 이탈했다. 주장도 했고 듣고 싶었던 말은 듣지 못했지만 의도는 알아냈으니 만족한 것이다.


테라와 로칸이 나가고 방 안에는 티베리우스와 우리엘만이 남았다. 서로의 기백이 날뛰는 통에 입조차 벙긋하고 않고 숨만 쉬던 그가 숨통이 틔었는지 심호흡 한 번 후 말했다.


“딱히 중요한 내용은 오가지 않았네요. 그래도 같은 뜻을 한 동료인데 사납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동료가 아닙니다. 현대로 말하면 사업 파트너지요. 우리가 원하는 건 다른 것입니다.단지 그 과정 속에 힘이 필요하고 어차피 할 거면 이쪽을 도와주는 게 이롭죠. 그대도 전투에 나갈 태니 꾸준히 운동하세요. 여기서 죽으면 현대로 돌아가지 못해요.”


말하는 도중 끊어버리긴 했지만 티베리우스는 화를 내지 않고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에스테반 또한 천사의 힘으로 옵타이오를 밀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란 멍청한 생각을 해봤지만 딱히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즉 우리엘이 원하는 건 황제의 죽음이기도 하지만 좀 더 파고들면 다른 목적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한 생각이라는 이름에 톱니바퀴. 꾸준히 돌아가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이 양 손에 수건과 옷가지를 안아들고선 고고하게 걷다 어느 방 앞에 멈춰 섰다. 메이드는 여느 메이드하곤 다르게 허리에 칼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옷 가져왔습니다. 살바토르님.”


“고마워. 그만 집으로 가봐. 힘들잖나.”


첨벙첨벙하는 물소리가 고스란히 문 밖으로 전해져왔다. 귀찮은 신입 기사들의 정식 실력 테스트와 지휘에 걸맞은, 그리고 명령을 들을 인간상인지 파악하는 시간이 지나고 한창 물놀이는 즐기는 때에 메이드 이외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밖에 있는 거야?”


행동을 멈추고 밖에서 들려올 대답을 기다렸지만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집에 가도 된다는 말에 신나서 달려갔나 하고 귀여운 미소를 짓다 그 녀석의 목소리에 가뭄 일은 밭처럼 갈라진 표정이 되었다.


“그래. 내가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콘베르토-converto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랜 성 토벌전[4] 제국군 퇴각 16.08.08 217 2 9쪽
87 랜 성 토벌전[3] +2 16.07.28 172 3 8쪽
86 랜 성 토벌전[2] 기사의 각오 16.07.25 185 2 10쪽
85 랜 성 토벌전[1] 캄비오 아우그멘 16.07.22 159 1 9쪽
84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7] 16.07.19 99 2 9쪽
83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6] 진정한 꿈/책임을 쥔 사령관 16.07.18 145 2 10쪽
82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5] 시작한다, 긍지를 건 전투가. +2 16.07.16 94 2 7쪽
81 눈 뜨로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4] 격돌하는 신념[1] 16.07.16 111 2 9쪽
80 눈 뜨로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3] 다시 만난 아이 16.07.15 127 2 8쪽
79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2] - 붉은 기사의 기사도 16.07.15 151 2 12쪽
78 눈 뜨고 보아라. 붉은 기사의 진격을[1] 16.07.14 223 2 11쪽
77 갈등의 시발점[8] 16.07.13 75 2 7쪽
76 갈등의 시발점[7] 레라지에vs우리엘 16.07.12 89 2 10쪽
75 갈등의 시발점[6] 16.07.12 80 2 11쪽
74 갈등의 시발점[5] 천설란데 16.07.11 100 2 12쪽
73 갈등의 시발점[4] - 격돌 직전! 혼란의 땅 16.07.11 113 2 13쪽
72 갈등의 시발점[3] 16.07.05 109 2 8쪽
71 갈등의 시발점[2] 테레오 네크로비오시스와 무법자 16.07.04 125 2 12쪽
70 갈등의 시발점[1] - 16.07.02 108 2 10쪽
69 나는 마녀다[7] 16.06.30 80 2 8쪽
68 나는 마녀다[6] 깨어난 괴물 16.06.23 159 1 10쪽
67 나는 마녀다[5] - 해골 가면의 진가[2] - 16.06.21 84 2 13쪽
66 나는 마녀다[4] - 해골 가면의 진가[1] 16.06.15 100 1 10쪽
65 나는 마녀다[3] - 티베리우스를 좇는 가면의 남자 16.06.12 172 2 11쪽
64 나는 마녀다[2] - 하라탄 공국으로의 여행 16.06.11 165 2 10쪽
63 나는 마녀다[1] - 꽃은 아름답다. +2 16.06.10 166 2 11쪽
62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9] - 슬픈 우정의 끈 - 16.06.02 198 3 9쪽
61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8] -인디라 바레타- 16.05.30 153 2 7쪽
»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7] 16.05.28 174 2 9쪽
59 다음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6] +4 16.05.25 201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