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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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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56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4.04 00:10
조회
227
추천
4
글자
8쪽

잠시 들러가는 오스카 이야기[2]

DUMMY

마침 전방에는 평지가 아른아른하게 보이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용병들의 신분이 가짜란 걸 알아냈고, 또 근처에 서식하는 페르타 제국의 기생충 도적이라는 걸 파악하고 근처 숲에 옷과 신체를 따로 분리해 방치하고 돌아왔다.


도적들은 용병 흉내 따윈 내지도 않았지만 아무렴 어떠냐. 퇴치 당했다. 시체는 썩어 풍화가 될 것임으로 자연히 놔두면 된다. 옷도 마찬가지.


남은 문제는 코나타의 상태와 진로를 재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 총합 여부다. 코나타는 한 쪽 눈을 사실상 실명한 상태나 마찬가지고, 더욱이 치료를 하지 않고 놔둔다면 시체처럼 썩어버릴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는다.


의학에 대한 발전은 크진 않아도 과거로부터 역사까지 전쟁과 지식들의 노력으로 기본적인 정보는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잘만하면 실명은 아니 여도 2차 상처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그건 황궁이나 페르타 제국 수도에서만 이뤄지는 고급 치료다.


“후작님. 이대로 강행하실 겁니까?”


호위 기사 그라티아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코나타를 받은 기사로 건틀릿이 찌그러져 피부가 압박을 받아 살짝 경직된 부상을 얻었지만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다. 그래서 코나타에 걱정을 더 하는 것이다.


“돌아가는 게 나을 듯합니다. 부상당한 기사가 둘이나 있고, 이 상태로는 엘프와의 싸움은 가망이 없습니다.”


두 기사가 의견을 낼 때 코나타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다인 성으로······ 가주세요. 후작님. 전 괜찮습니다.”


“코나타! 이러다간 아예 눈을 잃을 거라고. 알고나 하는 소리야?”


검을 뽑아 바닥을 찍으며 지지대삼아 무게중심을 최대로 옮겨 겨우 겨우 일어섰다. 비록 한 쪽 눈이라 시야가 좁혀지긴 했어도 마음의 눈 까지 닫힌 게 아니며 하다못해 그 기백은 결코 낮아지지 않았다. 코나타의 쐐기 수준의 강렬한 눈빛으로 그라티아를 압박했다.


“나는 기사야. 비록 경험 적은 신세대라 해도 기사도 정신은 살아있는 기사야. 나는······!”


코나타는 의지를 불태워 연소하며 더욱 힘을 냈다. 반드시 다인 성에 도달하여 오스카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거라고, 비록 그것이 자신에게 과도한 억지, 무모한 도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이것이 코나타가 생각하고 원하는 기사도 정신이다. 동료와의 화합도 중요하지만 화합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실력이 밑바탕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불필요하다.


그런 기사의 상관은 어떨까.


오스카는 애초에 끝까지 갈 계획을 수정했다. 오스카는 그런 기사다. 진면목이라 함은 역시 동료애가 아닐가 하고 생각한다.


“돌아간다. 코나타와 너만. 나머진 전진한다. 부상당한 기사를 무리하게 데려갈 만큼 난 악덕하지 않다. 치료 후, 완치가 되는 즉시 페르타 제국 소돌 추가 기사를 끌고 와라. 덧붙여 오든 말든 그대들의 자유다.”


오스카는 검을 집어넣고 말에 빠르게 올라탔다.


“출발이다!”


확성기로 외친 듯 쩌렁쩌렁하게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진정한 군주의 목소리에 나머지 2명의 기사와 엘리나가 말에 올라타고 오스카를 선두로 출발했다. 코나타와 그라티아는 싫지만 명령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명령 불복종도 하기 싫지만 친우 엘리나에게 들은 에피소드로 오스카에 대해 잘 이해한 덕분이다.


원인 모를 격통에 가슴이 찡해져 왔다.


상관이면서 기사단장인 어느 귀족은 항상 제멋대로에 판단력도 흙탕물 수준, 오스카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후······. 다른 사람이 저렇게 말하면 싫어도 따라가야 하는데 후작님이 저러시면 다리가 잘려도 가고 싶어져서 큰일이야.”


“그럼 가지 그래?”


“완치 하지 않으면 아마도 다리에서 밀어버릴 거 같은데.”


재밌는지 입꼬릴 한껏 올리며 코나타는 그라티아에 팔에 기대며 검을 집어넣었다.


“오랜만에 둘이네. 비록 다쳤지만 신입 기사 시절이 떠올라.”


“그만 돌아가자. 어린애처럼 이러지 말자구.”




평범했던 나날들. 가끔은 걸 그룹이나 보면서 세상 여자들을 대신 보는 눈이 되어주었고, 직장은 구하지도 못한 채 알바나 하면서 삶을 연장해 나가던, 그러나 얼마 전 공사 현장에서 떨어져 죽을뻔 한 나는 이혼의 기사 티베리우스 에스테반.


눈을 떴다.


내 앞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반대쪽 평야는 몇 년 전 지진으로 인해 융기해 절반이 산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한다.


그에 비해 강을 기준으로 오른쪽 평야, 즉 구 공왕 로칸과 카이산 아르텔과 라치에로 베누라라는 구세대 기사가 자리한 언 지역의 평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고, 고된 세월에도 굴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었다.


분란도 없고 화목하다. 생명이 넘친다. 티베리우스의 과거에서 본 피로 물들여지고 시체가 즐비하던 그 평야는 사라졌다. 생소하면서 고어적인 광경을 보자니 뿌리치고 싶었지만 명상을 통해 기억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도중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괴로운 일이다.


이래나 저래나 일하는 건 싫다. 그렇지만 이 편이 일하는 것 보다 괴롭고 돈도 안준다. 그것에 화가 나지만 천사님이 아리따운 모습으로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으로 힘이 솟아났다. 움푹 패지 않아도 색기 넘치는 볼륨감과 귀여운 외모의 천사님은 꽃으로 예쁜 화환을 만들고 있었다.


소형 핵탄두 뉴스보다도 파괴력이 엄청나다. 이게 중세인가.


아니면 천사님이라는 독보적이고 우월적인 존재의 탓인가.


“티베리우스. 이게 뭔지 아십니까.”


천사님은 자신이 만든 화환을 높게 들어 자랑했다. 명상은 일단 끝내어 쉬려던 참이었으나 일부로 아직 하는 척 했다. 천사님의 행위는 일종의 놀리기. 내가 그런 분야에 대해 지식이 없을 거라고 스스로 결정내리는 것은 큰 오산이다.


비록 직장 없는 백수지만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다. 부조리한 삶에 그저 무릎을 꿇고 알바를 했을 뿐이다.


“훗. 제가 그런 것도 모를꺼 같습니까?”


최대한 거만하게 보이려고 고개를 치켜세우며 내리깔려 했지만 그랬다간 흑염으로 불타오를까봐 두려워 정숙한 자세로 말했다. 역시나 천사님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몰라야 합니다. 모른 척 하십쇼. 태워버리기 전에.”


“······.”


순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보는데요?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머리는 대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도 천사님의 뾰로통한 얼굴을 보고 몸이 먼저 반응하고 적절한 대응을 찾아 움직였다. 미래에 내가 익혔던 사회적 약자가 갑의 횡포에 피곤함을 물리쳐가며 이득을 받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상의 일부다.


“모른다면! 선물로 줄게요. 받으세요.”


“이젠 제 말대로 하시네요. 저와 정신적 교감을 해야 성력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지름길입니다. 잊지 마세요.”


천사님은 태양을 맞이하는 해바라기 같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막 명상을 끝낸 척을 한 나를 덮치다 시피 몸을 던져 제압했다. 거기에 나는 일부로 저항하지 않고 넘어졌다.


같은 말은 세 번 들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앞으로 듣지 못할 말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삼세번이라 하지 않았나. 안 그런가? 티베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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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4] - 라지누아 로게차카 - +1 16.04.06 252 4 8쪽
27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3] - 라지누아 성 - +1 16.04.05 219 4 7쪽
26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2] +1 16.04.05 205 3 8쪽
25 시련을 겪어야 얻는게 있다.[1] - 가엘 미스란 누구인가 - +1 16.04.04 301 4 7쪽
» 잠시 들러가는 오스카 이야기[2] +1 16.04.04 228 4 8쪽
23 잠시 들러 가는 오스카 이야기[1] +1 16.04.02 279 4 11쪽
22 살바토르 이야기[6] - 꿈 - +1 16.04.02 290 3 7쪽
21 살바토르 이야기[5] - 기묘했다 - +1 16.03.31 272 5 8쪽
20 살바토르 이야기[4] - 폭성신화 - +1 16.03.30 259 4 8쪽
19 살바토르 이야기[3] - 그들이 나타나다 - +1 16.03.30 270 5 8쪽
18 살바토르 이야기[2] - 그는 신세대다. - +1 16.03.29 283 4 7쪽
17 살바토르 이야기[1] - 붉은 머리 기사 - +1 16.03.28 327 5 9쪽
16 제국의 일[4] - 오스카의 분노 - +1 16.03.27 288 5 8쪽
15 제국의 일[3] - 술집 - +3 16.03.23 266 5 7쪽
14 제국의 일[2] - 입성 - +1 16.03.23 352 4 8쪽
13 제국의 일[1] - 마을 순찰 - +1 16.03.22 342 5 9쪽
12 과거를 바꾸려는 노력[3] - 결심 과 구 영웅 - +1 16.03.21 356 4 9쪽
11 과거를 바꾸려는 노력[2] - 이혼의 기사 티베리우스 - +1 16.03.19 331 6 8쪽
10 과거를 바꾸려는 노력[1] - 습격 - +1 16.03.18 390 5 7쪽
9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5] +1 16.03.18 486 7 16쪽
8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4] +1 16.03.18 432 5 8쪽
7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3] +3 16.03.17 612 5 8쪽
6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2] +1 16.03.17 765 7 10쪽
5 잔잔한 파도, 거센 바람[1] +1 16.03.16 1,067 9 8쪽
4 그때로 태어나다[4] - 결심 - +2 16.03.15 1,353 9 9쪽
3 그때로 태어나다[3] -현자 에드 - +3 16.03.15 2,106 18 11쪽
2 그때로 태어나다[2] ㅡ첫 번째 세계ㅡ +1 16.03.15 3,160 27 10쪽
1 그때로 태어나다[1] +9 16.03.15 4,116 3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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