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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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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44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2.10 22:48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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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P] 역대급 베팅 -3-

DUMMY

송팀장이 성급히 승부수를 던지는 것을, 하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큭큭... 사람을 정말 잘 골랐군.'


이렇게 섵불리 모험을 해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전혀 인지 못하고 있었다. 박한서가 누구인가? 박수찬의 금지옥엽, 하나뿐인 딸 아닌가?


처음 예정한 계획은 일단 하데스를 바친 후, 하데스를 통해 박한서가 충분히 스트레스를 푼 후 천천히 필드전에 대해 언급하며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박한서가 아무리 어리다지만, 이런 식의 불도저 같은 진행은 직접 제안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위험이 큰 사항인 것이다.


당장 한서가 손짓 한번만 해도 이벤트팀이 통째로 없어지는건 물론이고, 이를 중개한 하조차도 함께 휩쓸려 나갈지언데...


'...알아서 이렇게 위험한 모험을 해주다니?'


자연스럽게, 정말 자연스럽게 박한서를 자극해서 송팀장이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나서게 만들려 했는데, 이건 완전히 호랑이 아가리에 알아서 토끼가 뛰어드는 격이 아닌가?


그런 하의 속마음을, 당연히 송팀장은 전혀 알 수 없기에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 사람을, 오롯이 한서님만의 사람으로 만드시지요."


"오롯이 나만의... 사람?"


여전히 몽롱한 표정으로 영상의 여운을 음미하는 듯한 한서의 태도에, 송팀장이 한층 자신감을 얻었는지 살짝 상기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예. 방금 찾아본 데이터에 따르면, 저 사람에겐 아직 제대로 된 후원금이 있지 않습니다. 한서님, 한서님이 저 사람의 후견인이 되어주시는건 어떠신지요? 한서님이 게이트 내에서 하지 못한 모든 것을, 저 사람이 대신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 사람이 하기에 따라선 필드전이 끝난 후 한서님의 곁에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송팀장이 말을 마친 후,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살포시 지어졌다.


'역시 어린애야. 이제 막 사춘기를 겪을 나이지. 자기를 단박에 짓밟아 죽여버린 강자를 송곳 하나로 제압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나보지? 사랑이라도 하는건가? 호호호!'


"...저 사람이 뭘 대신해 준다는 거지?"


얼마 후, 재차 들려온 한서의 물음에, 송팀장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이어갔다.


"물론 한서님이 게이트에서 하고싶...네?"


- 꽈악-.


갑작스럽게 뒤로 자신의 손을 슬그머니 움켜쥐는 하의 움직임에, 한창 말을 이어가던 송팀장이 말을 끊고선 어이없다는 눈으로 옆자리에 앉은 하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쁜건 알아가지고 지금 이 중요한 자리에서 작업하는거야 뭐야?'


그런데, 응큼한 눈빛이어야 할 하의 눈빛이 뭔가 예사롭지 않다. 처음 만날 때엔 미동도 없던 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대체?'


그런 하의 제스처를 일단 받아들였는지, 송팀장이 의문섞인 턱짓을 살짝 해보인다.


"아아, 무슨 말인가 했어. 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본데..."


"...네?"


이전의 몽롱한 눈빛은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착 가라앉은 목소리의 하대에, 송팀장이 순간 당황했다. 그런 송팀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서의 입에 실소가 지어졌다.


"하!... 너, 내가 뭐 쟤랑 잘돼보길 바란다... 그런 망상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 물론 아니지요! 전 그저 한서님이 바라시는걸 이루어드리기 위해..."


"이봐."


어느샌가 자리에서 일어나 송팀장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박한서가 송팀장을 차가운 눈동자로 내려다보았다. 어린아이임에도, 그 눈빛엔 당장 목이라도 꺾어 죽일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 꿀꺽-.


간신히 마른침을 삼키는 송팀장을 얼마간 내려다 보던 한서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다른 모든건 내가 알아서 하니까. 넌 그냥 가서 데이터나 뽑아오면 돼."


아직 앳됨이 남아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임에도, 마치 만년설과도 같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처음의 평범한 인상과는 달리, 순식간에 달라진 한서의 냉대에 송팀장의 등으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치, 치부라도 들춰진 듯 순식간에 태도가 급변하지 않는가?


"저, 한서님. 아무래도 송팀장이 단단히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준비해온게 있으니 여기..."


그런 분위기를 깬 것은, 계속해서 한서의 눈치를 보던 하였다.


어느샌가, USB와 비슷하게 생긴 한 장치를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이게 뭔데?"


"이전에 한서님의 유희를 망친 그 돼지새끼입니다. 그 돼지새끼를 박살낸 저 사람에 대한 데이터는, 저희가 조만간 취합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나가봐."


"감사합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USB를 챙겨 가상 게이트로 다가서는 한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가 다급하게 얼이 빠져있는 송팀장을 추스려 밖으로 나갔다.


'젠장... 너무 급했나?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송팀장의 모험은 분명 리스크가 있긴 했었다. 그런데, 이런식의 역효과가 아니라 아예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런 과반응이라니?


다급히 문을 닫고 간신히 방 밖으로 빠져나온 하는, 송팀장을 간신히 챙겨 자신의 프라이빗 룸으로 돌아갔다.



*



"휘유...!"


"하악..."


간신히 하의 프라이빗룸으로 돌아온 송팀장과 하가 동시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듯, 간신히 소파에 앉은 송팀장을 맞은편에 앉은 하가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봐요, 송팀장. 방금 전에, 얼마나 위험했는지 자각은 하고 있습니까?"


"...아... 아뇨."


"송팀장, 실적 좋아한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죠. 한서님 손짓 한 번이면, 그냥 바로 모두 끝장나는 겁니다. 끝.장.!"


"제... 제가 너무 큰 실수를 한 건가요? 분명 괜찮아 보였는...!"


끝장을 강조하는 하의 목소리에, 송팀장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분명, 한서가 어떤 점에서인지 하데스를 박살낸 그 남자를 마음에 들어한다고 확신했었다. 그 눈빛이던지, 대하는 태도라던지. 모든 면에서, 한서는 그 남자를 좋아한다고 여자의 직감이 분명 말하고 있었다.


그런 송팀장을 바라보며, 하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였다.


"하하... 송팀장님. 한서님을 단순히 어린아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한서님은 그냥 어린아이가 아니니까요."


"...그냥 어린아이가 아니면 뭔가요?"


오히려, 더 모르겠다는 듯 송팀장이 하에게 반문하였다. 처음엔 자신을 감사 온 하였지만, 이제는 생사를 함께 한 동지였기에 무언가 좀 더 친금감이 있었는지 말을 건네기가 한층 쉬워졌다.


"...아니, 그걸 모르신단 말입니까?"


그런 송팀장의 태도가 마냥 나쁘진 않았는지, 적당히 넘긴 하가 오히려 반문하였다.


"...그럼 뭐 나이가 어려진 어른이라도 되나요? 그냥 14살짜리 꼬마 여자애..."


"아니죠, 아니죠! 송팀장!"


그런 송팀장의 태도가 어이없다는 듯, 하가 강하게 손사레를 쳤다.


잠시 어이없다는 눈으로 송팀장을 바라보던 하가, 실소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송팀장, 박한서님은 그러니까 말이죠... 핵폭탄 버튼을 손에 쥔 어린아이인 겁니다."


"...그런데요?"


"비유를 한번 해볼까요? 그러니까... 누구든지 죽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린아이니까 그 무기를 잘 휘젓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면, 단단한 오산입니다."


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악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는, 누구보다 그 무기를 마구 휘젓습니다. 주변에 100명, 200명 죽어나가는게 그 어린아이에겐 어떠한 죄악도 아닌 것이에요."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한서님이 마음만 먹으면 저와 송팀장? 아니, 그냥 필드전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그 후로 하의 말이 이어질수록, 송팀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말 그대로,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것이 아닌가?


그런 송팀장의 모습을 눈치챘는지, 하가 감정이 가라앉은 차분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건넸다.


"송팀장님의 시도 자체가 나쁘단건 아닙니다. 분명, 방금 송팀장님이 보여준 패기는 좋았습니다. 실제로 한서님도 분명 마음이 동하시는 것 같았으니까요."


하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이 진정되는 차 두 잔을 타서 송팀장에게 한 잔을 건넸다.


"그런데, 조금만 눈치를 보자는 겁니다. 한서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입니다. 잘못 튀면, 그쪽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박살이 나는거니까요."


하에게 살짝 떨리는 손으로 차를 건네받은 송팀장이 조심스럽게 차를 마신 후, 입을 연다.


"...저... 괜찮을까요?"


송팀장이 하는 말에 하가 싱긋 웃어보였다.


"마지막 빼곤 뭐... 괜찮았어요. 우리 형들보단 훨씬 낫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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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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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 다윗들과 골리앗 -5- 19.01.19 35 1 10쪽
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7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8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4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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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 후원자 -1- 19.01.05 5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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