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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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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31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1.24 22:15
조회
32
추천
1
글자
10쪽

[P] 승자들의 연회 -1-

DUMMY

우승의 전희를 뒤로 한 채, 반도가 안내된 곳은 첫번째 필드전 승자들이 두번째 필드전 안내를 받기 위해 모이는 곳이었다.


잠시 동안 시야가 암전한 후,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척이 잠시 생겼다. 그리고 어느순간, 어두웠던 반도의 시야가 서서히 밝아지며 5명 단위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세팅된 연회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까마득하게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빛을 반사하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샹들리에 아래로는 하얀 식탁보로 덮인 테이블들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필드전 중 가장 먼저 끝난 곳이 반도가 있는 곳이었는지, 아직 연회장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는데, 덕분에 얼마간의 여유시간을 갖게된 반도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연회장 곳곳을 살펴보았다.


테이블들 위로 만찬이라도 있었다면 한층 분위기가 살았겠지만, 아쉽게도 테이블 위엔 만찬같은건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웬 요상한 팔찌 모양의 장신구만이 5개씩 놓여져있었다.


팔찌는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광채를 은은히 뿜어내고 있었는데, 조명에 비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광하는 것처럼 보인다.


놓여져있는 테이블들을 지나쳐 연회장 한 가운데로 걸어가자, 연회장 가운데에 마련된 무대가 반도의 눈에 들어왔다.


한 가운데 무대는 마치 현실의 클럽의 스테이지 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새하얀 색감과는 전혀 다른 짙은 푸른빛의 바닥재질이 눈길을 끌었다.


그 후로도 반도는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회장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소득은 없었다.


뭐 숨겨진 보물이라도 있나 하는 기대감이 은근 있었던 덕분인지 뿔이 난 표정이 된 반도는 무대 옆 테이블의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새하얀 테이블과 새하얀 의자, 그와 대조되는 넝마가 된 옷을 입고 앉은 반도가 기묘한 분위기를 뽐내던 와중, 드디어 저 멀리서 새하얀 빛과 함께 공간을 가르며 웬 깡마른 남자가 연회장에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분명 반도처럼 필드전을 겪고 왔을 것임이 분명할 터인데, 남자는 평범한 캐주얼 차림새를 한 채 꽤나 깔끔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쇼핑을 하다 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


투블럭으로 짧게 깍아붙인 옆머리, 하늘색으로 염색한 짧은 머리와 옆으로 길쭉하게 난 두 눈은 묘하게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보는 이로 하여금 기세가 위축되게 만드는 묘한 기운이었다.


그런 남자의 머리 위로, 붉은 색의 이신이라는 이름과 15000비트라는 어마어마한 후원금이 찬란히 빛을 발한다.


연회장에 들어선 후,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이신은 곧이어 무대 옆 테이블 한켠에 앉은 반도를 발견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한 채 반도를 향해 다가왔다.


"아니,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다고?"


그런 이신의 말에, 반도가 피식 실소를 지었다.


"아아, 운이 좋았어. 누구 하나가 날뛰어서 막타만 쳤지."


"운도 실력이지 겸손하긴. 아, 그런데 넌 왜 머리 위에 이거 없어?"


반도의 곁에 다가선 이신이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 위를 가리키더니, 잠시 후엔 반도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다시 한 번 반도가 피식 실소를 지어보였다.


"아아, 가난한 후원인을 두고 있어서 말이지. 킥킥."


도박은 손절했다며 이를 갈아대는 베아의 모습을 상상하니 반도의 입에 맺힌 실소가 웃음으로 바뀐다.


"뭐, 일단 1라운드를 통과한 것 만으로도 앞으로 어마어마한 후원인과 후원금들이 모일테니, 한번 좋은 무대 만들어보자."


자연스럽게 반도의 곁에 앉는 이신.


"아아, 그래 그래."


살갑게 구는 이신의 태도가 별로 내키지 않는지, 반도가 금세 말을 끊어냈다. 덕분에 괜히 무안해진 이신이 머리를 긁으며 반도의 맞은편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다른 참가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수많은 세계들에서 참가자를 모집했기 때문인지, 등장하는 사람들마다 꽤나 다양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빙하에 둘러싸인 얼음의 세계 니플하임에서 온 듯한, 두터운 옷을 잔뜩 껴입은 자가 있는가 하면, 원시의 세계 야랑고에서 온 듯 동물 가죽을 덕지덕지 기워 만든 듯한 옷을 걸친 자도 있었다.


우후죽순처럼 우르르 등장하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대에서 먼 테이블 부터 서서히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단번에 모두를 매료시키는 참가자가 한 명 등장했다.


베트남의 전통 의상, 아오자이처럼 하늘하늘한 붉은 색의 옷을 걸친 한 여성 유저가 전쟁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높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무대를 향해 다가간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참가자의 머리 위엔 그 미모에 걸맞게 초선이라는 이름이 빛나고 있었고 그 고혹한 자태 덕분인지 테이블에 앉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초선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초선의 입가엔 거칠게 닦아낸 듯 피가 드문드문 묻어있었는데, 새하얀 피부 위에 그렇게 묻은 피는 오히려 할로윈 분장이라도 한 듯한 매력을 뽐낸다.


마치 도발이라도 하듯, 무대로 다가선 초선은 무대 바로 곁에 위치한 반도네 테이블의 바로 뒤편 테이블에 자리잡고선 싱긋 웃어보였다.


"잘부탁해요~"


"...여기서 잘 부탁한단건 어떻게 해석하면 되는거지?"


"어머...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요. 뭘 그런걸 다 따져요?"


"..."


오는 사람 하나하나가 전부 다 친하게 지내자고들 하는 모양새라니, 얼마 후 2라운드를 뛰어야 하는 마당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 초선의 고혹적인 모습 때문이었을까?


그 후로 등장하는 사람과 주변 테이블에 있던 참가자 몇이 순식간에 초선이 앉은 테이블 한켠을 채웠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1라운드의 승자들이 모두 남은 자리를 찾아 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반도 바로 옆 단 하나의 자리만 남은 채, 다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반도의 테이블에 앉은 새로운 두 사람, 미드와 궁극은 딱히 반도나 이신과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는지 반도 바로 근처에 앉아있는 초선을 힐끔대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참가자 대부분이 슬슬 불만을 터뜨릴 때 쯤.


드디어 공간이 열리고 마지막 참가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철퍽- 철퍽-.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연회장 바닥엔 무엇인지 생각하기 싫은 피떡과 살덩어리가 떨어진다. 바로 전까지 무슨 전쟁터를 뚫고 왔는진 모르겠지만, 남자의 몰골은 마치 야차 그 자체.


곧이어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피칠갑을 한 남자가 연회장 한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있는 반도를 발견했는지 껄껄 웃으며 반도를 향해 다가왔다.


남자의 머리 위엔 상고라는 붉은 이름과, 30000비트라는 어마어마한 후원금이 빛을 발한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는 반도의 눈에 질색한 기색이 어렸다.


'저 또라이 놈도 이번에 참가한건가?'


"어어이! 반도!"


"냄새나니까 꺼져."


"...그치만, 자리가 여기 뿐인걸?"


"그럼 닥치고 엉덩이만 붙이던가."


"아니... 예전의 그 살갑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상고의 볼멘 목소리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반도가 코를 막으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반도의 태도에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듯 입을 삐죽이던 상고도 엉거주춤 반도네 테이블에 자리잡는다.


- 펑!


드디어 모든 참가자들이 자리에 착석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무대 가운데에서 까만 고양이 가필드가 폭발음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엔 나름 자그마한 고양이 같은 모양새였는데, 무슨 하루도 안지났음에도 가필드의 모습은 상당히 많이 변했다.


거의 치타 수준으로 성장한 가필드는 날카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갸르릉 거린다.


"생존을 축하한다옹! ...근데 이건 무슨 냄새냐옹?"


날카롭게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던 가필드의 눈에, 마침내 바로 뒤편에 있던 상고의 피떡 차림새가 들어왔다. 앞발로 코를 쥐며, 가필드가 앞발을 바닥에 한번 굴린다.


그 발구름 한번에, 마치 마법처럼 연회장 전체에 앉아있는 모든 참가자의 옷이 순식간에 무도회라도 참여한 듯이 깔끔한 차림새로 바뀌었다.


"자, 이제 다음 경기를 설명하기 전 축제를 하자옹! 앞에 팔찌들을 차면 바로 시작하겠다옹!"


아아... 이게 차라고 있었던건가?


대놓고 함정처럼 척- 놓여있는 덕분에 대부분 몇 번 만지작 거리긴 해봤으나 착용한 사람은 없었던 가운데, 가필드의 말에 의심을 푼 참가자들이 팔찌를 하나 둘 팔에 착용한다.


- 퍼엉!


팔찌를 모두 착용하자, 마침내 마지막 기믹이 발동하였는지 연회장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과 술이 순식간에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무대 위를 한바퀴 빙글 돈 가필드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맺혔다.


"자, 이제 팔찌에 같은 색인 사람들을 찾아 오손도손 팀웍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옹!"


"...팀웍?"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가필드가 두 앞발을 치켜세우며 짝- 맞부딪힌다.


"2라운드는 1주일 후에 시작한다옹! 2라운드는, 팀전! 총 20개 팀 중에서 1개 팀 만이 생존하는 필드전이다옹!"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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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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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자유연재 19.01.22 49 0 -
공지 세계관 19.01.04 47 0 -
16 [P] 역대급 베팅 -3- 19.02.10 24 1 9쪽
15 [P] 역대급 베팅 -2- 19.02.10 25 1 9쪽
14 [P] 역대급 베팅 -1- 19.02.07 27 1 10쪽
13 [P] 승자들의 연회 -4- 19.01.31 35 1 10쪽
12 [P] 승자들의 연회 -3- 19.01.27 34 1 10쪽
11 [P] 승자들의 연회 -2- 19.01.26 35 1 10쪽
»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3 1 10쪽
9 [P] 다윗들과 골리앗 -6- 19.01.20 32 1 12쪽
8 [P] 다윗들과 골리앗 -5- 19.01.19 34 1 10쪽
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4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7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4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9 1 9쪽
3 [P] 후원자 -2- +1 19.01.06 46 1 9쪽
2 [P] 후원자 -1- 19.01.05 51 2 10쪽
1 - 프롤로그 - +1 19.01.03 99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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