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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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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24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1.06 22:00
조회
43
추천
1
글자
9쪽

[P] 후원자 -2-

DUMMY

데이터 갱신.


게이트 내에 생성된 NPC들의 데이터는 자율적인 NPC 고유 활동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경되는데, 이 데이터값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캔이라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스캔을 할 땐, 정확히 모든 능력치를 측정하기 위해 착용한 모든 장비를 벗어야만 했다. 덕분에, 반도는 지금 차디찬 광산 바닥에 옆으로 털썩 주저앉아 넝마와도 같은 채광복의 옷깃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흑흑...장가 다갔어 이제..."


그런 반도의 모습에 베아가 코웃음치며 새끼손가락을 슬쩍 들여보인다.


"쪼꼬만해가지고 뭐 볼거도 없더..."


"볼게 없다니!!! 그, 그 경박한 손 치우지 못해!"


반도가 베아의 자그마한 새끼손가락에 발끈하며 길길이 날뛰자, 베아도 미안했던지 슬그머니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눈을 피했다.


"아니 뭐... 말이 그렇단거지. 그거 뭐 본다고 닳는거도 아닌데."


"이봐요 베아트리스씨! 과년한 처자가 그러는거 아니요!"


"큼큼... 알았어, 알았다니까."


"최소한 고개라도 돌리고 있을 것이지, 그걸 기어코 끝까지 보고 있냐!"


"아니, 이봐요 반도 아저씨! 아저씨도 예전에 나 스캔할때 봤었잖아!"


"허허, 이 아줌마가? 아니, 그게 언제적 일인데! 이제보니, 맹꽁이마냥 속에 꽉 담아뒀구만 아주? 그리고, 지금이 그때랑 사정이 같아?!"


"뭐, 아, 아, 아줌마?"


"그럼, 아줌마지! 겉만 젊으면 아가씬가? 속은 아주 꼬부랑 할머니처럼 늙어가지고는."


"그럼 넌 아저씨도 아니고 조상님이겠네! 너보다 나이 적은 사람이 어딨다고!"


한참을 투닥이던 둘의 싸움은, 결국 베아가 한숨을 내쉬며 두 손을 들면서 일단락 되었다.


"알았어. 항복, 항복한다. 스캔 끝났으니 빨리 계약이나 합시다. 당장 필드가 내일부턴데 아직 등록조차 안했다고."


"흥."


"아 알았다니까. 미안해. 빨리 계약이나 해. 나 바쁜몸이야."


들고 있던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벼보이는 베아의 태도에 반도도 결국 한숨을 내쉬며 태도를 바꿨다.


"끄응... 이 치욕, 잊지 않겠다."


"자, 자. 계약서 읽어보시고."


곧이어, 반도의 눈 앞에 '후원 계약서'라 표시된 스크린이 새로 펼쳐졌다.


- NPC와 NPC가 얻는 아이템은 모두 계약한 인간에게 종속된다.


- NPC는 인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 계약은 인간이 원할 경우나 NPC의 데이터가 소멸될 경우 만료된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많았지만, 결국 축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갑질 그 자체였지만, 반도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뭐 크게 변한건 없네. 승인."


반도가 계약을 승인하자, 곧이어 스크린 속의 베아가 입을 열었다.


"네임은 그냥 반도면 되겠어?"


"그거면 되지 뭐. 어차피 누가 날 알아본다고."


"흐음... 알았어. 승인."


베아가 계약을 승인하자, 곧이어 반도의 머리 위에서 푸르게 빛을 발하던 이름이 점멸하며 붉은색으로 변화하였다.


반도의 이름이 완전히 붉은색으로 변화하자, 베아의 스크린에는 반도의 스테이터스 및 성향 등 여러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UI가 생성되었다.


UI가 생성된 것을 확인한 베아가 피식 실소하며 입을 열었다.


"나 진짜 출세했네. 그 반도가 내 NPC가 되다니."


그런 베아의 말에 반도도 실소했다.


"뭐 그렇게 됐네. 앞으로 잘 부탁해."


"걱정을 마셔. 하아... 그나저나 이제 계약은 끝났고... 난 참가신청 마무리하러 갈테니, 준비하고 있어."


"거 바쁘긴 바쁜가봐? 일찍 좀 오던지 하지. 알았으니까 얼른 가보쇼."


"어허. 어디 건방지게."


"뉘예, 들어가십쇼-!"


"으휴... 그놈의 성질머리 하고는. 갈게."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반도의 태도에 다시 한 번 웃던 베아의 스크린이 이윽고 뚝- 꺼졌다.


잠시동안 베아의 스크린이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반도는, 잠시 옆으로 치워놓았던 첫번째 필드의 정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


플래티넘 게이트 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세계, 아크.


지구를 그대로 재현한 이 곳 아크엔 오직 인간들만이 거주할 수 있었다.


1차적으로 현실에서 아크로 들어온 인간들은,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아크에서 파생된 다른 수많은 세계에서 그 세계의 룰에 맞춰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아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코 내일부터 시작될 필드전에 대한 것이었다.


육신만 없다 뿐이지, 인간을 100% 재현한 NPC들이 서로 살기 위해 바르작거리는 모습은, 첫 필드전에서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어느새 3회차에 돌입하고 있었고, 이런 필드전에 대한 대진표나 후원하는 NPC에 대한 정보, 후원하는 인간에 대한 정보 등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그리고 필드 전문 매체, 핫필드에서 신청이 완료된 시점에 새롭게 갱신한 참가 명단은, 필드전에 미쳐있는 인간들을 한층 더 고취시켰다.


아크 내, 한 주점에서는 이번에 새롭게 쓰인 기사를 훑어보던 인간들이 두런두런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 베아트리스가 이제 후견인으로 필드전 신청을 했다고?"


"킥킥. 재밌겠네. 뭐 애인, 친구 그런거 아니야? 아, NPC들도 사랑같은걸 하려나?"


"히히, 사랑만 하겠냐? 할거 다하겠지 뭐. 인간이랑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졌잖아. 기억 안나냐? 첫 필드전에서 물이 없어서 말라죽어가던거? 처절하게 바르작거리는게 아주 일품이었는데 말이야."


"베아트리스 고년도 참 운이 좋은 케이스였지. 그나저나, 이제 자기도 인간이랍시고 나대는 꼴이 영 보기 안좋아."


"뭐 어쩌겠어. 마스터 박수찬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는거지."


"뭐, 어쨌든 기대되네. NPC 출신의 후견인을 둔 NPC라... 뭐하는 놈이래? 크게 특출날 건 없는거 같은데... 반도?"


"어디서 들어본거 같긴 한데..."


"뭐, 시작하면 알 수 있겠지. 어차피 내 NPC 짬타이거한테는 상대도 안될걸?"


"짬타이거 그거 이번에 출전시켰냐? 한참 성장석 들이붓더니, 이제 능력치 다 올렸나봐?"


"다 올렸지 뭐. 너도 여기 베팅해봐 혹시아냐? 베아트리스처럼 대박날지? 킥킥."


"어? 야, 야! 이제 시작한다!! 들어가자!"


그들이 말을 나누는 사이, 어느샌가 시간은 밤 12시가 되어가고 있었고, 그들은 다급하게 스크린을 띄웠다. 스크린에선,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지 과거 필드전에서 인상깊었던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 제, 제발 살려줘!!! 아악!!!


독에 중독되었는지, 피가나도록 온 몸을 긁으며 바닥을 나뒹구는 자도 있었고,


- 무... 무울...


얼마를 굶었는지, 거죽만 남은 채 헐떡헐떡 간헐적으로 숨만 내쉬는 자도 있었다.


- 미안... 미안해... 미안하다...


마지막 장면에선, 끊임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무언가를 집어먹는 자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끝났는지, Platinum Field[PF]라는 타이틀이 서서히 꺼지며 스크린은 오직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 콰광! 콰과과광!


마치 현장에 있는듯, 가슴을 울리는 커다란 드럼 사운드와 함께 어둡기 그지없는 무대로 갑작스레 한줄기 빛이 비추어진다.


빛이 비추는 부분엔 진짜 피인지 모를 검붉은 액체가 바닥에 흩뿌려져있었는데, 아직 마르지 않았는지 습기가 가득했다.


한참 동안 웅장한 드럼 사운드와 바이올린, 첼로 등이 협주하며 기괴한 연주가 진행된 후...


- 뚝-.


갑작스레 연주가 멈추며, 하얀빛의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인영이 핏빛으로 물든 무대로 마치 다이빙이라도 하듯 뛰어들며 손에 들린 마이크를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하얀 정장은 무대 바닥의 붉은 물로 금세 핏빛으로 물들었고, 남자는 어느새 피칠갑을 한 채 전장의 한 가운데 서있는듯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환영이라도 하듯, 수많은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


- 잭슨! 잭슨! 잭슨! 잭슨!


- 플필! 플필! 플필! 플필!


관중들을 향해 마이크를 잠시간 들고서, 장내의 소음이 알아서 가라앉길 기다린 인영, 필드의 캐스터 잭슨은 장내의 소음이 어느정도 진정될 즈음, 그런 관중들의 기대에 호응이라도 하듯 허리를 한껏 뒤로 꺾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죽을 준비 됐습니까!!!"


-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완전 난장판 만들 준비 됐습니까---!!!"


-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다고 난장판 만들면 안되는거 아시죠-?!!"


- ...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 놀라울 정도로 썰렁한 개그에 관중들의 함성은 단숨에 침묵으로 돌변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관중들의 반응에, 잭슨이 관중들의 반대편으로 돌아서며 무대 위, 거대한 스크린 영상을 가리켰다.


"네!!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기세를 살려서!!! 필드, 그 1경기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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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P] 역대급 베팅 -2- 19.02.10 25 1 9쪽
14 [P] 역대급 베팅 -1- 19.02.07 26 1 10쪽
13 [P] 승자들의 연회 -4- 19.01.31 34 1 10쪽
12 [P] 승자들의 연회 -3- 19.01.27 34 1 10쪽
11 [P] 승자들의 연회 -2- 19.01.26 35 1 10쪽
10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2 1 10쪽
9 [P] 다윗들과 골리앗 -6- 19.01.20 32 1 12쪽
8 [P] 다윗들과 골리앗 -5- 19.01.19 34 1 10쪽
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4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7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4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8 1 9쪽
» [P] 후원자 -2- +1 19.01.06 44 1 9쪽
2 [P] 후원자 -1- 19.01.05 5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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