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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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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20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1.10 22:0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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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P] 다윗들과 골리앗 -1-

DUMMY

전세계 약 120억의 인구.


그 중에서 20억이 넘는 인구가 필드전을 시청하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인류의 역사와 끊임없이 함께해온, 도박이다.


과거, 머나먼 구석기 시대의 인류조차 그 날 잡은 사냥감을 걸고선 다른 이가 잡은 사냥감을 뺏기 위해 도박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 내려온다.


분명, 구석기 시절에도 도박에 승리한 자는 그날 밤 상대방의 사냥감으로 배를 배불리 채우고선 이를 쑤시며 벽에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그렸을 것이고, 도박에 패배한 자는 그날 밤 주린 배를 부여잡고선 이를 갈았을 것이다.


그 후, 파피루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엔 어떤가?


로마의 전설적인 지도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이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을 인간과 함께 해왔는데, 지금은 더 말할 것이 있을까?


아니, 오히려 훨씬 더하다.


수많은 자극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이제 대부분의 욕구를 채워버린 현대의 인간들에게 도박은 마치 깊은 수렁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유흥거리였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긴장되는 혈투에, 자신의 베팅금도 향방을 함께한다니!


필드전이 처음 열렸을 때엔 최상위 계층의 인간들이나 삼삼오오 모여 진행했던 이 유흥은, 3회차에 이르러서는 아예 '포츈'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전세계 모든 인류가 함께하는 환희와 절망의 장으로 변모하였다.


덕분에 이번 필드전의 규모는 과거의 대회들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져 있었다.


참가하는 NPC만도 무려 1억!


아크를 제외한 수많은 가상세계에서 본의 이던지 타의 이던지, 참여한 수많은 NPC의 숫자는 이제 1억에 달하게 되었다!


이렇게 NPC들의 우승에 대한 기대로 모인 베팅금의 규모는 당연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고, 덕분에 이렇게 생겨난 베팅금은 참가하는 NPC들 사이에서 일종의 전투력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베팅금은 필드전 대기석에 있는 참가 NPC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


수많은 NPC들이 워프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이 곳 대기석.


대기석 한켠에 마련된 널따란 벤치엔, 자리가 꽤 많이 남았음에도 오직 단 한 명만이 앉아 있었다.


수많은 참가자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인영의 반경 10m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은 채 비좁은 대기석 구석에서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아, 그만 밀어! 악!!!"


너무 밀집되어있던 탓일까? 아웅다웅하는 참가자들 사이로, 자리 다툼에서 밀려났는지 한 후줄근한 옷차림의 참가자가 떠밀리듯 휘청이며 그 인영의 바로 앞에 털썩 넘어져버린다.


"아고고... 허리야...응?"


바닥에 넘어진 그 인영은, 자신이 넘어진 자리 위로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느꼈는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살짝 고개를 들어 벤치에 앉은 인영을 바라보았다.


"흐...흐이익!!!"


마치, 저승사자를 마주한 것처럼 새된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벤치에 앉은 참가자는, 이미 인간이라 칭하기엔 황송할 정도로 인외의 경지에 이른 피지컬을 갖고 있었다.

앉아있음에도 주변의 서있는 다른 NPC들의 키는 됨직한 묵직한 거구.


거기에 인상은 또 어떠한가? 쭉 찢어져 올라간 두 눈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안광은 마치 포악한 맹수와도 같았고, 날이 춥지 않음에도 주먹만한 코에선 콧김이 세차게 나오고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보다 위협적으로 보이는 것은 원래의 팔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그 빈자리를 강철로 만들어진 의수가 대신 자리잡고 있단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의수의 어깨 부분에선 간헐적으로 증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고 이 증기는 남자의 주변을 자욱하게 에워싼 채 한층 더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남자의 머리 위로 떠올라 있는 '하데스'라는 고유 이름은 자욱한 증기에 휩싸여 더욱 더 찬란한 붉은 빛을 뿌린다.


이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압도적인 위압감 때문인지 바로 앞까지 떠밀려왔던 참가자는 마치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린듯 엉금엉금 기어 다급하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잠시 자신의 앞에 왔다가 엉금엉금 도망치는 참가자의 뒷모습이 우스웠던걸까? 기어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지는 참가자의 궁둥짝을 바라보는 하데스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쭈욱 올라갔다.


'허접한 새끼들!'


잠시 시간이 지나자, 하데스의 머리 위 붉은 이름이 점멸하더니 하데스에게 걸린 베팅금이 표시되었다.


10,000bit!


베팅금이 무려 1만 비트(1비트 = 1000달러)에 달하는 기대주, 하데스!


검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 아델에서 바다 위의 포식자로 불리던 해적 하데스가, 이번 필드전에 참여한 것이었다.


그의 몸에서 거친 바다 남자의 냄새라도 내는 것인지, 그의 근처엔 참가자를 비롯하여 감히 개미새끼 한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본경기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분위기만으로 대기석을 장악한 어마어마한 존재감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인간들 또한 하데스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호오... 저놈 한가락 하게 생겼는데?"


"그러니 말이야. 3경기까지는 가뿐하게 갈 거 같은데? 저 무쇠팔 좀 보라고. 성장석을 아무리 처부어도 저런 무쇠 주먹에 한대 맞으면 그냥 피떡되겠다."


"아쉽네... 그냥 랜덤으로 돌렸는데 좀 찾아보고 투자할걸 그랬어."


그런 인간들의 말이 들릴리가 없음에도, 하데스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


그런 하데스의 기세가 신호였을까? 예고도 없이 대기석 한가운데에서 사람 머리만한 푸른빛의 구체 하나가 생성되었고, 참가자들이 애써 하데스의 반대편으로 돌리고 있던 시선은 온통 그 구체에 집중되었다.


- 웅성웅성-.


반딧불처럼 푸른빛을 발하는 구체가 마치 인간의 심장처럼 박동한다. 내부에서 무언가 나오고 싶어하는 것처럼 구체의 한편으로는 인간의 얼굴 형상이 튀어나올듯 하기도 하였고, 잠시 후엔 끔찍한 벌레의 형상이 튀어나올듯 하기도 하였다.


그러길 얼마 후.


서서히 박동이 잦아들던 푸른빛의 구체는,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예고도 없이 마치 박이 갈라지듯 '쩌억'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갈라져버렸다. 쩍 갈라진 구체의 내부에서는 검푸른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연기 사이로 검푸른 털을 가진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 야앙!


섬뜩한 분위기와 달리, 앙증맞은 고양이가 등장하자, 몇몇 참가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웃음을 터뜨린 이들은 고양이가 죽일듯한 기세로 표독스럽게 쳐다보자 순식간에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우습게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고양이는 툴툴거리며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을 몇 번 걷어차다 내키지 않는 듯이 입을 열었다.


- 이 조ㅃ.... 아, 아니지. 후우. 여... 여러분! 전 필드전의 내부 진행을 맡은 '가필드'라고 해양! 드디어... 드디어 때가 됐어양! 수많은 분들이, 여러분들의 무대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양!


뭔가 귀여운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입담을 가진듯했지만, 애써 자신의 귀여운 외모에 맞춰 말투를 가다듬는 듯했다.


당연히도, 그런 가필드에게 꽂히는 참가자들의 시선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참가자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가필드는 꿋꿋이 제 말을 이어나갔다.


- 필드전 제 1경기는 총 98만 8500곳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양! 지금 여러분이 참여한 필드는 그 중 하나!


"...풉!"


복실복실한 푸른 털로 복실복실한 앞발을 들어보이는 그 귀여운 자태에, 결국 한 참가자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참가자를 찢어죽일듯이 똥그란 눈망울로 바라보는 가필드.


- ... 너 기억해뒀다냥.


울분을 삭힌 가필드가 다시금 진행을 이어갔다.


- 큼. 자, 말이 너무 길었어양! 이번 필드전에서 여러분이 생각해야 할 것은 단 하나! 나머지 99명을 모두 죽이는거에양!


곧 펼쳐질 피바다가 기대되는지, 앞발로 입을 가리고선 한껏 웃어댄다.


- 필드전이 펼쳐질 곳은 검과 마법의 세계, 아델의 버려진 사냥터 몽상가의 사막!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5km를 벗어나도 죽으니 부디, 즐거운 무대를 만들어 주시길! 컁컁컁!


제 할말만 다한 후, 가필드는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가필드가 사라지기 무섭게 참가자들이 모여있던 대기실도 암전이라도 된 듯 어두워졌다.


"뭐, 뭐야!!!"


"자, 잠깐만 아직 마음의 준..."


점차 가까웠던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서로 멀어져가더니, 종국에 가선 간신히 들릴듯 말듯한 거리로 멀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참가자들의 눈 앞으로 한줄기 빛이 비춰지더니 어느새 참가자들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 놓여지게 되었다.


이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은 잔혹한 피바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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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자유연재 19.01.22 49 0 -
공지 세계관 19.01.04 47 0 -
16 [P] 역대급 베팅 -3- 19.02.10 24 1 9쪽
15 [P] 역대급 베팅 -2- 19.02.10 25 1 9쪽
14 [P] 역대급 베팅 -1- 19.02.07 25 1 10쪽
13 [P] 승자들의 연회 -4- 19.01.31 33 1 10쪽
12 [P] 승자들의 연회 -3- 19.01.27 33 1 10쪽
11 [P] 승자들의 연회 -2- 19.01.26 35 1 10쪽
10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2 1 10쪽
9 [P] 다윗들과 골리앗 -6- 19.01.20 32 1 12쪽
8 [P] 다윗들과 골리앗 -5- 19.01.19 34 1 10쪽
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4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7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8 1 9쪽
3 [P] 후원자 -2- +1 19.01.06 43 1 9쪽
2 [P] 후원자 -1- 19.01.05 51 2 10쪽
1 - 프롤로그 - +1 19.01.03 98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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