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32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1.17 22:03
조회
34
추천
1
글자
10쪽

[P] 다윗들과 골리앗 -4-

DUMMY

"안된다니까!!"


전날 밤, 반도가 말한 말도 안되는 전략에 베아는 고개를 맹렬히 좌우로 가로저으며 격렬히, 정말 격렬히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도는 이미 후빈 왼쪽 콧구멍의 잔여물을 후- 불어버리고선 반대편인 오른쪽 콧구멍도 마저 후비며 별거 아닌 듯이 대답한다.


"돼."


"아니, 안된다니...! 하아.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반도의 말에 베아는 푸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들어보았을 때, 분명 반도의 전략은 통할 구석도 있긴 했었다.


반도가 말한 전략은, 일종의 드래프팅(drafting - 레이싱에서 고속차량의 뒤에 붙어서 저항을 줄이고 가속을 하거나 연비를 높이는 기술)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한가닥 하는 것으로 보이는 참가자 하나를 골라 그를 다른 경쟁자들의 타겟이 되도록 하고, 최후에 둘 만의 대결 구도로 만든다.


이이제이. 경쟁자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자신은 실리를 챙기겠다는 건데...


그런데 거기에 쓸데없는 단서가 하나 더 붙은게 베아의 신경을 한없이 긁었다.


한숨을 푹- 내쉰 베아가 다시 한 번 소리를 빼액 내질렀다.


"아니, 그런데 왜 중간에 실리를 안챙기겠다는 거냐고!!!"


반도의 전략엔,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빠졌다.


이번 필드전은 기본적으로 다른 참가자를 죽일수록 더욱 강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경기 구조이다. 다시 말하자면, 살생을 피할수록 더욱 강한 패널티를 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죽이겠단다.


아니, 아예 안죽이는건 아니지. 몇몇 강자들이 대량학살을 하도록 돕고서 마지막에 그 강자들만 죽이겠단다.


이 무슨 아무 근본도 없는 전략이란 말인가?


"베아씨, 사람 죽이는게 무슨 실리입니까?"


- 벅벅벅-!


반도의 답답한 말에, 원래는 비단처럼 매끄러운 머릿결을 자랑했던 베아의 머리칼이 거친 베아의 손길에 이리저리 치솟은 산발이 되었다.


그런데 반대로, 근심이 한가득한 베아를 마주하고있는 반도의 얼굴엔 큰 걱정이 없어보였다. 아니, 오히려 후련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표정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베아가 결국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질렀다.


"1경기는 그렇다 쳐. 2경기는? 그 다음, 3경기는? 코스트라는게 그냥 대충 만든 스테이터스 같아? 무려 필드전에 새로 추가된 스탯인데?!"


베아가 반도의 앞에 생성된 스크린에서 거의 튀어나올 듯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스크린에 바짝 얼굴을 들이민 베아가 다시 한 번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많이 죽일수록 코스트를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고, 그만큼 다음 경기에서 생존할 확률도 월등히 높아지는데! 대체! 왜! 왜 안죽인다는거야?!! 이 위선자! ...흡!"


열심히 열변을 토하던 베아가, 다급히 자신의 입을 막아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내뱉어진 말. 큰 말실수를 했다 생각했는지, 슬그머니 반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반도가 수도 없이 들어왔던 그 단어, 위선자.


"...미안."


많이 신경이 쓰이는지,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선 곁눈질로 슬쩍슬쩍 반도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반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지 싱긋 웃어보였다.


"괜찮아. 틀린 말도 아니니까."


그래, 틀린말이 아니었다. 대회에 참가한 이상, 이미 나머지 모두를 짓밟고 올라가겠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성인군자랍시고 자신은 살생을 최소로 하면서 올라가보겠다는 것인가?


마냥 도망만 다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다른 강자들이 타인을 죽이는 것을 방조하고, 더 나아가 죽이는걸 돕겠다는 것인데. 이게, 살인과 다른 것이라고?


"맞아, 어차피 살인이나 진배 없는데, 정작 실리는 안챙긴다는거."


아니다. 알고 있다. 다른 이들을 죽이는 것을 도왔다는건, 결국 살인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이건, 다른 실리를 챙기는거야. 난... 그 많은 피를 내 손으로 흘릴 자신이 없어. 내가... 못버틸 것 같아."


반도가 처연하게 웃어보인다.


그런 반도를 바라보는 베아도 말문이 막히는지, 그저 묵묵히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반도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코스트, 분명 매력적인 능력치야. 아까 보니까, 반응 속도에 체감 속도, 심지어 치유 속도까지도 올려주더라. 후반 경기에선 분명, 말도 안되는 괴물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임에 분명해."


"그런데 왜...!"


"그런데, 내가 안돼. 수백명 죽이는거? 그래, 가능할 수 있어. 첫 살인도 아니고, 이미 수없이 많이 죽여봤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마냥 죽여나가다간 내 정신이 나가버릴거야. 인간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참가하는건데, 정작 인간이 되겠다는 내 목표가 사라져버려."


"......"


"눈에 당장 보이는 실리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위를 바라볼 수 있는 이유를 챙기는게 결국 가장 큰 실리 아니겠어?"


반도가 베아를 향해 상큼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반도의 웃음에, 베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콰아아아앙!!!


지면을 강타하는 강력한 충격에, 한순간 모래가 들썩이며 뭉게뭉게 모래구름을 피어올린다.


그리고 그 모래구름 속을 뚫고서 한 인영이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런 인영을 눈으로 쫓는 거대한 인영, 하데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 퓌쉬이이익-!


모래로 이루어진 땅에 반 이상 박혀버린 하데스의 강철 팔에서 강렬한 증기가 치솟으며 빼내어진다.


기계 팔의 관절 군데군데 들어온 모래를 몇차례 흔들어서 털어낸 하데스는, 이미 자신에게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으로 후다닥 도망간 반도의 뒷모습에 하늘 끝까지 분노가 치솟았다.


이런 치욕은, 정말 처음이었다. 아델의 바다에선 그 유명한 크라켄보다 자신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런데, 감히 그런 자신을 농락하다니?


이런 취급은, 하데스 인생에 있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데스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두 팔을 내려다보자, 수많은 헛주먹질에 모래투성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두 팔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명예로운 전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보였다.


"어~~~~~이!!!"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반도의 목소리에 하데스의 이마 한켠에서 힘줄이 불뚝- 솟아올랐다.


고개를 들어보자, 한참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반도가 신나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었다.


- 치이이이익-!


다시 한 번, 하데스의 팔에서 강렬한 증기가 치솟아올랐다.


"너... 너 이 개새끼가...! 거기서!!!"


말과는 달리, 하데스의 움직임은 처음과 달리 상당히 느려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끝도 없는 추격전이 1시간이 넘게, 아니 족히 2시간은 될 정도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 안되는 공간에서, 어찌나 잘 도망다니는지 도저히 잡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한참동안 이어진 추격전은 결국 하데스가 두 손을 들어올리며 끝이 났다.


오랜 시간 이어진 추격전 덕분인지, 그냥 보기에도 하데스는 많이 지쳐보였다. 단순 직선거리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막코끼리와 오아시스 등 지형지물을 적재적소에 사용해가며 도주하는 반도의 날랜 움직임은 가히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헉...헉...헉... 쥐방울...만한 새...끼가."


거친 하데스의 숨결소리만이 사막을 가득채운다.


잠시 숨을 고르던 하데스가 결국 눈을 돌린 곳은 바로 근처에 위치한 사막 코끼리 위.


코끼리들 중 가장 큰 코끼리의 위엔, 나머지 생존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선 그 둘의 추격전을 관망하고 있었다.


저 위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그들의 머리통을 바라보는 하데스의 분노가 다시금 치솟아올랐다.


"무슨 구경이라도 났어?!!!"


버럭- 소리를 내지르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선 코끼리를 향해 달려든다.


- 콰아아아앙!


- 뿌오오오오-!


극한까지 오른팔을 힘껏 끌어당겨선, 그대로 사막코끼리의 다리 관절에 꽂아넣어버리는 하데스.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는지, 적중당한 코끼리는 코를 들어올리며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우...우아악!!! 사...살려줘!!!"


미처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코끼리 위에 숨어있던 나머지 참가자들이 균형을 잡지 못한 채 그대로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균형을 잡은건, 가장 처음 하데스에게서 도망쳤던 스팍 정도?


간신히 허공에서 몸을 틀어 낙법으로 충격을 최소화한 스팍과는 달리, 나머지 참가자들은 균형을 잡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박히며 저마다 앓는 소리를 내질렀다.


"크으윽...!"


"다...다리가...!!!"


다리가 부러진 자, 팔이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인 자 등을 바라보는 하데스의 입이 다시 한 번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이 맛이지. 허접한 것들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가는 하데스. 괜히 반도에게 힘을 빼고 있었다. 여기 남은 놈들 다 정리하고서, 기습을 하면 될 것을.


하데스가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 때문인지,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이 입을 쩍 벌리며 하데스를 바라본다. 기대한 그대로의 모습에 하데스의 기분이 한층 더 들떴다.


생존자 중 하나가, 하데스의 뒤를 가르키며 외쳤다.


"뒤...뒤!!!"


"...뭐?"


반사적으로, 하데스의 고개가 뒤로 돌아가니 하데스의 눈으로 어마어마한 모래구름이 들어온다.


모래구름은 필드전이 펼쳐지고 있는 몽상가의 사막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다시 한 번, 얼빠진 듯한 하데스의 입이 떡벌어진다.


"뭐야,씨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자유연재 19.01.22 49 0 -
공지 세계관 19.01.04 47 0 -
16 [P] 역대급 베팅 -3- 19.02.10 24 1 9쪽
15 [P] 역대급 베팅 -2- 19.02.10 25 1 9쪽
14 [P] 역대급 베팅 -1- 19.02.07 27 1 10쪽
13 [P] 승자들의 연회 -4- 19.01.31 35 1 10쪽
12 [P] 승자들의 연회 -3- 19.01.27 34 1 10쪽
11 [P] 승자들의 연회 -2- 19.01.26 35 1 10쪽
10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3 1 10쪽
9 [P] 다윗들과 골리앗 -6- 19.01.20 32 1 12쪽
8 [P] 다윗들과 골리앗 -5- 19.01.19 34 1 10쪽
»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5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7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4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9 1 9쪽
3 [P] 후원자 -2- +1 19.01.06 46 1 9쪽
2 [P] 후원자 -1- 19.01.05 51 2 10쪽
1 - 프롤로그 - +1 19.01.03 99 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