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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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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19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1.05 22:00
조회
50
추천
2
글자
10쪽

[P] 후원자 -1-

DUMMY

2050년, 가상세계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에 결국 하나의 물건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플래티넘 게이트.


약 3m 반경의 이 검은 구체를 통해, 인류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처음 게이트를 만난 인간들은 이 놀라운 세계에 압도적으로 만족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전의 가상화 기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저 그런 가상현실이 아니었다. 완벽한, 현실의 재현.


재현 뿐만이 아니었다. 게이트 내에선 꿈으로만 생각해왔던 모든 것이 곧 현실이 되었다. 마법을 쓰고자하면 마법을 쓰는 세계가 있었고, 세상 최고의 별미를 원하는대로 먹고자하면, 원하는대로 먹을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은 점차 뒤틀린 욕망을 드러냈다.


- 뭔가... 좀 재밌는거 없나?


- 좀 더 큰 자극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보다 자극적인 것.


-자극적인.


-그래, 역시 피다.


-대신, 내 피는 안돼.


이러한 이기적이고 뒤틀린 욕망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


- 깡! 깡! 까앙!


수많은 곡괭이를 든 광부들이, 열심히 곡괭이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푸른색의 광석을 채취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광부들이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지, 단단한 광석을 두들기는 소리가 끝없이 펼쳐진 이 곳 성장의 광산을 가득 채운다.


푸른색의 광석은 바로 NPC의 기초 스테이터스를 상승시킬 수 있는 성장석인데, 이를 채취하는 성장의 광산에선 후원받는, 혹은 후원받길 원하는 NPC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겁기 그지없다.


곡괭이를 휘두르는 광부, NPC들의 머리위엔 붉은빛과 푸른빛을 흩뿌리는 이름이 허공에 둥둥 떠있었는데, 붉은빛은 후원자에게 고유 이름을 부여받은 NPC이고, 푸른빛은 아직 후원자에게 고유 이름을 부여받지 않은 NPC이다.


그런데, 붉은빛의 고유 이름을 가진 NPC들 중 몇몇의 이름은 상당히 기이했다.


- 광부23


- 채광머신


- 못캐면삭제


유리알같은 죽은 눈빛을 한 채, 멍하니 곡괭이질을 하고있는 NPC들.


이들은, 후원하는 인간들에게 사기를 당한 NPC이다. 성장석은 암암리에 인간들 사이에서 사이버머니로 교환되는데, 덕분에 몇몇 인간들은 후원을 빙자하여 NPC를 그저 성장석을 캐는 굴착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인간들은 한번에 하나의 NPC만 선택하여 후원할 수 있는데, 선택한 NPC의 성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을 할 수도, 혹은 이처럼 성장석을 일정량 모은 후 후원 계약을 끊고 성장이 기대되는 다른 NPC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일종의 리세마라(게임을 플레이하는 중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처음부터 시작하여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리셋을 반복하는 행위)라 볼 수 있는데, 이를 당하는 NPC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착취 당할대로 당한 후 계약이 끊김으로서 데이터 삭제, 즉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 천신


- 여명


- 제천대성


이와 반대로, 어느정도 유니크한 네임을 부여받은 NPC들은 죽은 눈빛의 NPC들보다는 한참 느리지만, 무언가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눈에 담은 채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인간들 사이에선 NPC의 이름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고, 이름이 좋다는건 곧 자신을 후원하는 인간이 얼마나 그 NPC에 투자를 할 생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다란 분지 형태로 끝없이 펼쳐진 광산의 한 가운데, 가장 깊은 곳.


"드르렁---."


차가운 광산 바닥에 늘어지게 퍼질러 자는 NPC, 반도가 있었다. 반도가 누워있는 분지 한 가운데는 광석도 없을 뿐더러,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간헐적으로 저 멀리 광맥을 두드리는 곡괭이 소리만이 들려올 뿐.


그런 곡괭이 소리가 신경쓰일만도 한데, 반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인지 열심히 코골이를 이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푸우우우--."


마치 반도의 날숨 타이밍에 맞춘듯이, 반도의 면상 앞에 커다란 스크린 하나가 생성되었다. 스크린 너머엔 이제 갓 스무살 정도나 되어보이는 하얀 머리의 소녀가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머리카락처럼 새하얀 홍채를 갖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두려움을 느끼게 하였다.


소녀는 바로 눈앞으로 보이는 반도의 커다란 콧구멍이 뭐가 볼게 있는지, 팔짱까지 끼고선 콧구멍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한참을 무표정하게 콧구멍을 바라보던 소녀가 마침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입을 열었다.


"반도."


"푸우우...후아!"


"반!도!"


"푸우우...아 뭐 왜 어? 음? 핫!"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가늘게 실눈을 뜨던 반도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스크린 속 소녀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일어선다.


"으...아니!!! 이게 누구야!!!!!"


몹시 반가운지, 손에 잡힐리 없는 스크린을 향해 열심히 손을 휘저어대는 반도. 그리고 그런 반도의 모습에, 소녀가 다시 한 번 실소했다.


"경상도의 짝..."


"짝귀 아니야!!! "


반도의 말에 마치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 길길 날뛰며 소리를 내지르는 소녀. 버럭거리는 소리에 귀가 아플만도 한데, 날뛰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반도는 오히려 크게 박장대소하며 입을 열었다.


"이열... 출세했네 베아? 결국 스크린으로 널 볼줄이야."


그리고, 그런 반도의 웃음에 소녀도 날뛰길 멈추고 반갑게... 아니 흉험하게 웃음지었다.


"크흐흐... 그래, 잘 알았으면 앞으로 충성으로 받들여 모셔라. 농땡이부리면 갖다 팔아버릴거니까."


"아유 당연하지요! 제가 아주 충심으로 모셔보겠습니다!"


곧바로 바닥에 납죽 엎드리는 반도의 모습에 베아의 얼굴이 한껏 상기되었다.


"아아... 이게 성공의 맛이란 건가? 아주 달달하구나!"


반도가 누군가?


NPC 중에서도 손꼽힐만큼 긴 시간을 존재해온 초기 모델들 중 하나 아니던가?


흐뭇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베아의 시선을 느꼈는지, 반도가 살짝 실소하며 파리처럼 손을 살살 비비며 입을 열었다.


"헤헤... 자, 그럼 주인마님. 그건 그렇고, 이제 용무를 보셔야지요?"


그런 반도의 말에 못내 아쉬운지 베아의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나왔지만, 결국 헛기침을 하며 입을 떼었다.


"흠흠...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너를 보아 기분이 몹시 좋으니 내 오늘은 딱 여기까지만 하도록하지."


베아가 잠시 스크린 속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니 잠시 후 반도의 앞에, 또 다른 스크린이 생성되었다. 커다란 스크린 속엔 드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었는데, 사막의 가운데엔 커다란 오아시스가 있었고 주변으로는 무언가 큼지막한 동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몇몇 특이한 점이라면, 오아시스 주변으로 웬 높다란 야자나무들이 위치해 있다는 점?


"이번 필드의 주제는 배틀이야. 아, 그리고 특이하게 코스트라는 것도 생겼는데, 그건 조금있다가 설명해줄게. 그리고, 주제가 배틀이란 점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번 필드부터는 단순히 생존만이 조건이 아니야."


베아가 하는 말을 들으며 스크린 내의 지형지물을 유심히 살펴보던 반도가 되물었다.


"흐음...코스트 감소? 그게 뭐하는거지? 뭘 또 이렇게 복잡하게..."


"중요한건."


반도의 말을 끊어내는 베아. 그런 베아의 모습에 반도가 턱을 까딱거린다.


"중요한건?"


머뭇거리며 입을 떼길 망설이던 베아가 스크린 너머의 반도를 쳐다보며 입을 떼었다.


"반도, 이번회차부턴 그냥 배틀이 아니래."


"그럼?"


"반드시 죽여야 해."


"응?"


되묻는 반도의 목소리도 약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런 반도를 바라보는 베아의 눈빛도 살짝 떨렸다.


"...이번회차부턴, 킬포인트 가중치가 너무 높아졌어. 생존도 중요하지만, 킬포인트가 거의 강제적으로 할당되어있어."


"... 말 그대로 살인귀가 되란 말이군."


잠시 침묵하던 반도가 쓰게 웃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


쓰게 웃는 반도의 모습에 베아도 씁쓸히 웃었다.


"그래...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런 베아를 바라보며 반도는 분위기를 환기라도 하듯 크게 말했다.


"자! 그나저나, 이제 나도 다시 후원인이 생기는건가? 원래 하던대로 하면 되는거 맞아?"


반도의 말에, 베아도 아주 중요한 걸 깨닫고는 활짝 웃었다.


"아아, 맞다 맞아. 아직 계약을 안했네? 하.하."


웃음이 갑자기 음흉해진다.


"후.후. 까먹을 뻔했네? 내가 정말 이를 갈아왔는데 말이야."


"어...음...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베아가 음흉하게 웃어보이자, 반도의 등으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벗어."


"네...네?"


"벗으라니까?"


"잠깐만, 왜 갑자기..."


"계약해야지?"


"아니 계약이랑 벗는거랑 무슨..."


베아의 음흉한 웃음이 짙어졌다.


"반도씨. 제가 반도씨 데이터를 조회해봤는데, 데이터 갱신하신지 너무 오래 되셨던데요? 그러니까."


"아뿔싸!"


이렇게 갑작스럽게 베아가 찾아올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덕분에, 갱신하는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있었다.


반도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었다.


"스.캔.해.야.지?"


베아가 활짝 웃는 것과는 반대로, 반도의 얼굴은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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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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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4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7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4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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