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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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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46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1.20 22:01
조회
33
추천
1
글자
12쪽

[P] 다윗들과 골리앗 -6-

DUMMY

'...뭐 이런 등신새끼가 다있어?'


이전에 반도가 기습으로 하데스에 맞서던 수많은 참가자들을 정리하는데 일조한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어찌보면 명석해보이는 행동. 다른 수많은 경쟁자들과 뒤섞인 혼돈의 양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분명 누군가를 먼저 쳐내야한다.


덕분에 1강 3중의 구도, 하데스에 맞서는 3인의 그림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10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의 계산할 수 없는 복잡한 힘의 구도를 4인으로 축약하였고, 나머지 전투 양상은 계산 가능한 범주 내에서 흘러가게 될테니까.


그런데, 방금 전 스팍과 불탁을 기습해서 사지로 몰아넣은 행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행동이다.


분명, 반도와 불탁, 스팍 삼인 연합과 하데스의 힘겨루기는 비등한 성세였다. 불탁과 스팍이 무언가 전력을 다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반도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은 불탁과 스팍이 하데스의 체력을 최대한 소진시키도록 시간을 끄는 것이 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알아서 둘을 쳐내주고선,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갔다는 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라니!


"카하학! 이런 병신을 보았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하데스의 입에서 절로 실소가 터져나왔다.


비단 하데스와 반도만이 필드에 남아있단 것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다. 스팍과 불탁이 죽기 직전까지 반도와 하데스의 공멸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준 덕분에, 반도는 등 뒤로는 필드전 경계를, 정면은 하데스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


측면으로 돌아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반도에 비해 하데스가 상대적으로 느리다고는 하지만, 체급차이와 이에서 파생되는 리치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측면으로의 회피 또한 상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뒤져라 병신아!"


- 퓌시이이이-.


어떠한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샌드백처럼 서있는 반도를 바라보던 하데스의 팔에서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뿜어져나온 연기는, 순식간에 반도와 하데스 둘 모두를 둘러쌌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겨왔던 하데스의 스킬, 스모크 에리어(smoked area).


하데스가 아델의 바다를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스킬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필드전에 들어오기 전에 전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코인'이라는 것을 지급받았다. 이 코인은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물약을 비롯하여 병장기, 소모성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 코인을 사용하여 상대의 명줄을 끊어낼 병기류를 구입하거나 자신을 지킬 방어구를 구입하였다.


하지만, 하데스는 병기류를 구입하지 않았다. 애초에 손 자체가 무쇠로 만들어졌으니 무기란게 필요할 일이 없었다. 손에 잡히는건 두부처럼 으깨버리고, 스치는건 종잇짝처럼 찌그러뜨리면 될뿐!


대신, 하데스가 구입한 것은 바로 자신의 핵심 스킬 중 하나인 스모크 에리어를 활성화시키는데 필요한 망령의 연기통.


이 스킬의 능력은 단 하나. 자신의 주변으로 다른 이들의 시야를 막는 연기를 생성하고, 그 안에서 자신은 온전히 볼 수 있는 시야를 획득하는 것. 전투에 있어서 시야의 중요성은 몇번을 언급해도 부족함이 없다. 당장에 수많은 저격수들은 시야를 확보하기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야싸움을 하고, 역사적으로는 시야에 의해 승패가 갈린 수많은 전투들이 기록되어 전해지지 않는가?


일회성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스킬의 위력 때문인지 망령의 연기통은 단 하나밖에 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한명의 경쟁자인 반도만 남은 이상, 더이상 아낄 이유가 없었다.


어느사이엔가 반도와 하데스를 둘러싼 연기 속에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묵묵히 서있는 반도를 바라보며 하데스가 잔인한 미소를 입가에 띄었다.


- 쉬이익-.


사자는 토끼를 잡음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혹시라도 모를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천천히 연기를 가르며 반도의 측면으로 돌아서 다가간 하데스가 곧이어 자신의 무쇠팔을 뒤로 크게 당겼다.


아델의 해상 지배자로 활동할 수 있었던 스모크 에리어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어, 그 거대한 덩치가 연기를 가르며 움직임에도 어떠한 기척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이 주먹만 뻗어내면, 첫 필드전의 우승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


"...이 뭐...흡..."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는지, 하데스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껏 뒤로 당겨낸 묵직한 자신의 충실한 무쇠팔이, 당장이라도 반도의 안면에 틀어박혀 마지막 피떡을 만들어내야 할 무쇠팔이 하데스의 의지와는 달리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전에 자신의 손에 쓰러져가던 무수한 참가자들처럼, 마치 마비라도 당한 듯한...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하데스의 당황한 신음소리를 들었는지, 반도가 만면에 환한 웃음을 가득 띄우며 하데스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 있었네?"


단 한 호흡. 한 호흡의 신음만으로 하데스의 위치를 어림짐작해 바라봄에도,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반도의 눈은 하데스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놀라운 육감에, 하데스의 등으로 싸늘한 한기가 지나갔다.


"이 개새...어느 사이에... 흐억..."


- 푸우욱-!


창졸지간에, 순식간에 달려든 반도가 하데스의 단단한 목줄에 날카로운 날붙이를 꽂아넣었다.


인간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피지컬을 갖추었음에도, 결국은 인간이었던 걸까.


"크르륵... 크륵...!"


하데스의 목줄기에 난 자상은 압도적인 체격에 비한다면 그리 크진 않았다. 어린아이가 손 끝을 베인 정도?


하지만, 그게 경동맥을 관통한 베기라면?


자상이 입혀진 위치는, 하데스 조차도 죽음에 이르게 하기엔 충분한 크기였다.


애써 목에 난 구멍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 다급히 지혈을 해보지만, 손틈사이로 끊임없이 검붉은 피가 울컥울컥 샘솟는다. 덩치가 거대한 만큼 몸 속을 순환하는 피 또한 엄청난 압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마치 물이 꽉 찬 호수의 한중간을 절단한 것처럼 콸콸 새어나온다.


'... 손바닥으로 막아?'


"크르륵...?"


기도도 일부분 잘려나갔는지, 하데스의 입에선 이제 단어 대신에 공기가 새어나오는 기묘한 동물의 울음소리만이 나올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다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팔다리 때문일까? 서서히 생명을 잃어가며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선 아직도 황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하데스. 그리고 그런 하데스의 앞엔 반도가 어느 사이엔가 다가와 하데스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싱긋 웃어보이고 있었다.


반도와 하데스의 주위로 자욱했던 스모크 에리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일까, 하데스의 스킬은 이제 더이상 유지되지 않았다.


하데스를 내려다보며, 반도가 오른손에 들린 대롱을 공중으로 살짝 던져올렸다가 다시 받아내길 몇 번 반복한다.


마치 약이라도 올리듯.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더니, 하데스의 앞으로 다가와 눈앞에 대롱을 살살 흔들어보인다.


"너, 이게 언제 너한테 꽂혔는지 궁금하지?"


이미 상당량의 피를 쏟아냈기 때문인지, 하데스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사실, 이거 침같은걸 쏘아내는게 아니야. 그냥 송곳이야, 송곳. 좀 얄팍한."


반도가 살살 흔들어대던 대롱의 한 부분을 꽉 쥐어보이자, 대롱만큼 길쭉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저 흔해빠진, 얄팍한 송곳.


100명에 가까운 참가자를 살상한 하데스의 목줄을 관통한 것은, 너무나도 하잘것 없어 보이는 무기였다.


사실, 대롱의 정체는 마비침을 쏘는 대롱이 아니었다. 그저 반도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쏘아내었고, 더불어 실제로 무언가가 날아들어 그들에게 적중할때면 번번이 마비라도 된 듯 움직임을 멈추었기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반도가 준비한 마비독은, 침을 맞춰 혈관에 주입하는 것이 아닌 호흡기를 통해 작동하는 것이었고, 이미 하독을 마친지 오래였다.


자그마한 연통에 담긴 마비향은 애초에 필드가 열리자마자 참가자들이 전투를 벌이는 사막의 모래 곳곳에 파묻어진채 참가자 모두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마비독이 발동하는 조건은 단 하나. 다른 이와 격렬히 맞부딪히는 일정 이상의 흥분이 바로 그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른 이들이 반도가 날린 침에 맞을때마다 마비가 되는 듯했고, 더해서 하데스는 왜 그동안 멀쩡했던 것일까?


"그르륵..."


간신히 식도로 역류하는 피를 참아내는 하데스에게, 마치 약올리기라도 하듯이 반도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거 알아? 사실, 내가 끝까지 돕던건 바로 너였어. 이건, 마비독이 아니라 해독제야."


반도가 날리던 침의 정체.


놀랍게도, 반도가 날리던 침은, 마비독이 발린 것이 아니라 초단위, 분단위로 마비독을 해제할 수 있는 해독향이 묻은 침이었다.


가장 처음 필드전이 개최되었을 때엔 아직 마비향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이었고, 덕분에 하데스가 처음 만났던 참가자들과의 전투에서는 이러한 마비향의 정체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더하여, 하데스를 피해 나머지 참가자들 모두가 사막 코끼리 위로 대피한 덕분에 상당수는 마비독이 퍼지는데 어느정도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해독향을 담은 통은 반도의 품 안에 있었고, 수많은 침을 해독향이 담긴 통에 담고 있다 필요한 순간 침을 날려 마비가 걸리지 않도록 돕던 것이었다.


반도로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다른 무기들에 비해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이 마비독은 그 위력만큼 수많은 제약조건들이 있었다.


조건을 만족할 시 단 1회 몇 초 동안의 마비. 중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런 제약조건 내에서,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해낸 덕분에, 반도가 최후에 땅을 두 발로 디딘 마지막 참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데스로선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가만히 마비독만 하독한 것이었다면 분명 쉽게 눈치챘을 것인데, 중간중간 침을 쏘아내고 몇몇 이들이 자꾸 마비되어 픽픽 쓰러져나가니 하데스로선 당연히 침에 의해 마비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륵......"


- 쿠웅!


끝까지 참아보았지만, 결국 소용이 없는 것이었나? 결국 하데스는 입과 목을 통해 피를 한움큼 뱉어내더니 마침내 그 거대한 덩치를 차가운 사막의 모래땅에 쓰러졌다.


압도적인 힘으로 필드전 전체의 중심이 되었던 하데스의 죽음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그렇게 절명한 하데스를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반도.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런 반도의 머리 위로, 갑작스럽게 검푸른 털의 고양이, 가필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필드가 허공에서 몇 번 몸을 비틀며 갸르릉 거리더니, 앞발로 반도를 가리키며 작게 포효했다.


- 여러분! 이 필드의 우승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반도, 반도가 우승했습니다냥!!!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사막에 펼쳐진 필드전의 경계 너머, 들릴리 없는 수많은 관중들의 함성이 반도의 귀에 들리는 듯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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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7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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