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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랑 서재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몽글랑
작품등록일 :
2019.01.03 21:07
최근연재일 :
2019.02.10 22:4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23
추천수 :
16
글자수 :
68,229

작성
19.02.07 22:13
조회
25
추천
1
글자
10쪽

[P] 역대급 베팅 -1-

DUMMY

"오... 오셨습니까."


"바로 안내해."


다급하게 게이트에서 나온 가필드, 아니 송하나 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자신을 맞이하는 직원에게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여유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표정에선 이전까지 필드전 참가자들 앞에서 한껏 무게를 잡고 있던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송하나 팀장이 곧바로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바로 마스터 타워 내에 위치한 이벤트 총괄 부서의 회의실.


글로벌 규모의 게이트 내 데이터 중, 특히나 핵심적인 데이터들은 이곳 마스터 타워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었는데 송하나 팀장이 속한 팀 또한 이전 대회들의 성공적인 기획과 인기에 힘입어 기존 저층에 위치했던 부서를 이 곳 최상층 근처로 이전해 있었다.


이벤트라는 특성상, 프로젝트 대부분이 극비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곳은 이런 부서의 특이성을 고려해 외부 인사와 미팅을 할 경우를 배려하여 부서 최외곽에 미팅실 겸 회의실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회의실엔 게이트 내에서 전달받은대로, 상상도 못할 높은 직위의 사람이 찾아와 있었다.


새하얀 벽지와 인테리어로 마감된 회의실 중앙 커다란 테이블의 끝, 가장 상석에 앉은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송하나 팀장의 얼굴은 설마했던 재앙이 눈 앞에 들이닥친 것처럼 더욱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 곳에선 마스터 박수찬이 애지중지하는 외동딸, 박한서의 최측근 중 하나인 '하'가 테이블 위에 쌓인 필드전 진행 자료들을 신중히 훑어보고 있었다.


'제...젠장! 하필 하냐...!'


최근엔 잠시 뜸했으나, 박한서의 최측근들은 하나같이 타워 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안좋은 의미로.


'상'은 일이 뜻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관계자를 모조리 '추방'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중'은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무식하게 두들겨패는 것으로 유명했다.


폭력적인 이 형제들 중 그나마 말이 통하는 것은 막내인 '하'였는데, 폭력적인 형들과는 달리 꼼꼼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평상시라면 아마 폭력적인 상이나 중보다 하를 만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하는 서류나 실적 상에서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까지 크게 행패를 부리진 않으니까.


하지만, 시기가 안좋았다.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최상층 근처로 이전하게 된 이벤트팀의 승승장구엔 당연히 수많은 불법적인 일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장부 상에서 숫자로 장난을 친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심지어 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라지만 운영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었다.


게다가 이 참에 타워 내 최고의 부서인 데이터 제어팀을 이겨보자는 생각에 키울 수 있는 한도까지 키워놓은 필드전의 규모는 또 어떠한가?


그리고 무엇보다... 하라면 분명 놓치지 않을, 송하나 팀장의 은밀한 비밀까지 까발려지기라도 한다면 말 그대로 팀 존폐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번 눈이 돌아가면 아무나 두들겨패거나 추방해대는 상이나 중이었다면, 마음은 좀 아프겠지만 적당히 버릴만한 부하 중에 하나를 먹이로 던져주면 그만인 일이었을텐데...!


사락- 사락-.


회의실엔 송하나 팀장과 하 두 사람만이 자리한 가운데, 조용히 하가 넘기는 서류뭉치 소리만이 회의실을 메운다.


그저 조용히, 서류를 훑어가는 하의 모습에 송하나 팀장의 이마로 식은땀이 맺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가늘게 무언가를 응시하던 하가 들여다보던 서류뭉치를 내려놓고선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선 턱을 괴었다.


'걸...렸나?'


다시 얼마의 침묵이 그 둘 사이를 채운다.


'젠장, 망했다!'


결국 참을 수 없었던 송하나가 잠시 심호흡을 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하위원님 아무래도..."


"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네, 아무래도 역시 좋...네?"


송하나 팀장의 눈이 마치 소가 눈을 끔뻑이는 것처럼 끔뻑거렸다.


정말로 기분이 좋은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한 부서를 파멸로 보낼 생각에 행복해하는지 모르는 하의 웃음소리가 계속되었다.


'뭐가 좋다는 거지? 새...생각해라 송하나! 너에게 팀의 운명이...!'


"기,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위원님. 호...호호...!"


아무 것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판을 뒤엎을 수는 없는 일. 하의 웃음에 간신히 호응하며 송팀장이 조심스럽게 하의 눈치를 살피었다.


이상하게도, 하가 작정하고 이벤트 부서를 아작낼 생각이라면 분명 눈에 살기가 있을 터인데 웬일인지 하의 눈엔 살기보단 안도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하가 크게 웃고 송팀장의 억지 웃음이 함께 회의실을 메우고... 마침내 하가 만면에 미소를 한가득 띄우고선 서류 한장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그걸 송팀장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이건... 아아...!! 자, 잠시만요 하위원님...!"


'빌어먹을 거지같은 새끼가! 사람 놀리는 거였나!!!'


송하나 팀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었다. 다른 것들이 발견되었다면, 팀 존폐 여부가 걸리고 말 일이었다. 그런데 저 서류는...!


"사... 살려주세요 하위원님...!"


- 털썩-.


깃털처럼 가볍게, 송팀장의 무릎이 차가운 회의실 바닥에 꿇리어졌다. 하위원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자신의 은밀한 취미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데이터였다.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송팀장을 내려다보는 하위원이 실소하더니 송팀장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더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 부들부들-.


아직도 공포감에 지배당한 채 눈가에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몸을 떨어대는 송팀장을 바라보며 하위원이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아니, 이 무슨 일입니까 송팀장님? 오히려 제가 절을 해도 모자랄 마당에 왜 갑자기 무릎을 꿇으시는 겁니까?"


"흑흑...! 다신 안...네...네?"


"정말. 정말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송팀장이 우리 타워에 닥칠 재앙 하나를 막았어요 하하!"


'...미친건가?'


잠시 감정을 추스리라는 듯 송팀장을 자리에 앉힌 후, 빙글빙글 웃으며 가만히 서류를 바라보는 하의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는 송팀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송팀장의 은밀한 취미는 필드전에서 패배한 자들의 데이터를 복원해, 자신만의 장소에서 괴롭히는 것이다.


첫 필드전에서 탈락한 자들... 억단위의 NPC!!!


그들 중엔 한 나라의 공주, 왕과 같은 지도자를 비롯해 무의 극에 닿은 자와 같은 한 분야의 마스터들도 수두룩했다.


그런 이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자신만의 창살 속에 가둬놓고 자신만의 필드전을 즐기는 것이 송하나 팀장의 야근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마스터 박수찬이 천명한 룰에도 어긋나는 일이었고, 지금 세상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도덕성으로도 지탄받을만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모르게, 얼마 전 1라운드가 끝난 후 자신만의 은밀한 필드전의 재료로 쓰일 새로운 인재들을 딱 100명만 엄선해 놓고 나머지는 룰대로 전량 폐기처분하였다.


이를 눈치채기 위해선 기존 NPC들의 데이터와, 폐기된 NPC들의 데이터를 직접 대조해야했는데, 알다싶이 2억에 달하는 데이터를 대조해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를 자동으로 대조하는 프로그램엔 사전에 손을 써놨기에 절대 찾을 수 없다 생각했는데, 하필 하라는 암행어사가 떠버린 것.


일반 감사와 달리 마스터 박수찬의 직속 위원들은 압도적으로 높은 버전의 감사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받기에, 의심하고 데이터만 산출해 본다면 당연 눈치챌 수 있는 것이었다.


'... 혹시 쟤도 나랑 비슷한 취향인건가?'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서류를 바라보는 하의 얼굴을 바라보니, 빙글빙글 웃음짓는 것이 아무래도 예상이 맞는 것 같다.


'차라리 같이 하자고 한번... 말해볼까?'


어찌나 하의 표정이 좋은지, 송팀장이 조금 더 위험한 생각을 할 때 쯤, 드디어 서류뭉치에서 눈을 뗀 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송팀장님, 남다른 취미생활, 잘 봤습니다."


"악... 그...그게 아니라...!"


하의 말에, 다시 한 번 송하나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이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도 유분수지...!


그런 송하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가 실소하며 손사레를 쳤다.


"아아, 아닙니다. 이번엔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겠어요. 이 일? 절대 밖으로 발설될 일 없을 겁니다."


"저...정말인가요?!"


하얘진지 얼마나 됐다고, 순식간에 혈색이 돌아오는 송하나의 얼굴을 보고 다시 한 번 실소하는 하.


"네.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대...대신...?"


"송팀장, 나랑 누구 한 명 만나러 갑시다."


"누... 누구를... 서, 설마...!!!"


누군지 듣지 않았음에도, 단박에 송팀장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안돼, 안돼애!!!!!'


송하나 팀장의 속에서 울려펴지는 절규.


"이런 큰 일을 해주셨는데, 박한서님을 만나러가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의 입에선 매정하게 그 이름이 나오고 말았다.


작가의말

설이라 좀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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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P] 역대급 베팅 -3- 19.02.10 24 1 9쪽
15 [P] 역대급 베팅 -2- 19.02.10 25 1 9쪽
» [P] 역대급 베팅 -1- 19.02.07 26 1 10쪽
13 [P] 승자들의 연회 -4- 19.01.31 34 1 10쪽
12 [P] 승자들의 연회 -3- 19.01.27 34 1 10쪽
11 [P] 승자들의 연회 -2- 19.01.26 35 1 10쪽
10 [P] 승자들의 연회 -1- 19.01.24 32 1 10쪽
9 [P] 다윗들과 골리앗 -6- 19.01.20 32 1 12쪽
8 [P] 다윗들과 골리앗 -5- 19.01.19 34 1 10쪽
7 [P] 다윗들과 골리앗 -4- 19.01.17 34 1 10쪽
6 [P] 다윗들과 골리앗 -3- 19.01.13 47 0 12쪽
5 [P] 다윗들과 골리앗 -2- 19.01.12 35 0 10쪽
4 [P] 다윗들과 골리앗 -1- 19.01.10 38 1 9쪽
3 [P] 후원자 -2- +1 19.01.06 43 1 9쪽
2 [P] 후원자 -1- 19.01.05 51 2 10쪽
1 - 프롤로그 - +1 19.01.03 98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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