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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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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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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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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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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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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묵가의 제자들(4)

DUMMY

당운철과 울금아는 혈도가 찍혀 있었다. 적의여인들이 함부로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 당약란도 조심스러웠다.

“너는 이 자와 어떤 관계냐?”

적의여인이 당운철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나의 숙부 되신다.”

“이 자의 목숨을 걸고 답할 수 있겠느냐?”

“나에게 외할아버지가 계신데 보장도 따위가 왜 필요하겠냐?”

“호호. 어린 계집애가 톡톡 튀네. 당문에 인물이 하나 나왔구나. 좋다. 오늘은 이만 돌아갈 것이다. 네년의 말이 거짓이면 당가촌에 개미새끼 한 마리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적의여인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싸늘했다.

당약란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흥! 자신 있으면 죽여 봐라.”

당약란은 큰소리로 외쳤다.

“어린 계집이니 상대하지 않겠다. 철수한다!”

적의여인이 붉은 옷자락을 날리면서 지붕위로 날아갔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들 수십명도 그녀를 따라 지붕을 넘어갔다.


당약란은 당운철과 울금아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적의여인의 정체가 수상해요.”

울금아가 당운철에게 말했다.

“어째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들··· 적의군 같지 않아요?”

“음.”

당운철이 신음을 삼켰다.


적의군(赤衣軍).


현재의 왕조인 주나라 황후 부명화가 거느린 여인들의 군대다.

부명화가 어린 소녀들을 선발하여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그들은 무림의 어떤 문파나 방파와도 견줄 정도로 무공이 뛰어났다.

연경부인 부명화.

부명화가 적의군을 이끌고 당가촌에 왔으면 무엇인가 중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세옥이 돌아왔다.

그는 쉬지도 않고 강가로 가서 천문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하는 거야?


당약란은 세옥이 이상했다.

최근에 강가에 자주 나와 강물을 보았다. 마치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전에는 요리를 하지 않으면 서책을 읽었다.

그의 내실에는 서책이 가득했다.

만두가게가 잘 되어 돈을 잘 버는데 옷은 늘 허름하게 입었다. 물감도 들이지 않은 갈의를 언제나 깨끗하게 빨아 입었다.


허리에는 작은 검을 차고 있었다.

검이 낡고 볼품이 없어서 패도(佩刀)에 지나지 않았다.

패도는 선비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장식용 칼이다.

“오라버니, 책은 왜 읽어? 그까짓 책을 읽으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당약란은 세옥의 만두가게에 자주 놀러갔다.

세옥은 그럴 때마다 만두나 요리를 만들어주었다.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만두나 먹으라는 듯이.


부인은 왜 그렇게 많은 거야?


당약란은 그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오라버니, 내가 오라버니한테 시집가면 몇 번째 부인이 되는 거야?”

“글쎄. 50번째 쯤 될 걸.”

세옥은 잘 생각이 안 난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아, 내가 저 인간의 50 번째 부인이 되는 거야?’


당약란은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오라버니, 미쳤어? 왜 부인을 수십명씩 거느려?”

당약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세옥에게 악을 쓰고 따졌다.

“내가 부인을 몇 명 거느리던지 네가 무슨 상관이야?”

“부인을 돈으로 샀지?”

“돈으로 사기도 하고··· 주워 오기도 하고··· 그래도 강제로 부인을 삼은 여자는 하나도 없다.”

세옥이 콧대를 세우고 말했다.

마치 자랑질이라도 하듯이.


과부와 여종, 기생, 걸인······.


세옥의 부인들은 출신도 가지각색이고, 나이도 다양했다.

처녀에서 심지어 노파까지 있었다.


“내가 머리가 나쁜 건가? 부인들 이름을 다 못 외우겠어. 하하······.”


세옥이 때때로 너스레를 떨었다.

“잘났다. 잘났어! 음란한 인간 같으니!”

당약란은 눈을 까뒤집고 소리를 질렀다.

부인들이 너무 많아서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벼락을 맞아 죽을 인간 같으니.

“우리는 서방님 덕분에 배불리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살게 되었다. 서방님을 깍듯이 받들 것이다,”

세옥의 부인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당약란은 여자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부인이 여럿이면 질투를 하고 싸우기도 할 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서로가 아끼고 있었다.


그런데······.


세옥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세옥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눈이 맑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이상해. 왜 보고 있으면 끌려들어가는 거지?


이해할 수없는 일이었다.


세옥은 요리를 잘했다.

도마에 칼질을 하는 모습이나 음식을 불에 익히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겉으로는 한낱 서생이라고 비아냥거렸으나 그의 깊은 눈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었다.


“이건 뭐야?”


세옥은 허리에 작은 검을 하나 항상 차고 있었다.

한 자가 채 못 되는 까만 묵검(墨劍)이었다.

패도를 차고 다니는 것은 선비들의 풍습이다.

“검이다.”

세옥이 얼굴을 찡그렸다.

“무공도 못하면서 왜 갖고 다니는 거야? 그것도 반토막밖에 안 되는 것을.”

당약란이 눈을 흘겼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무림인이 보면 애들 장난감이다.

서생 주제에 검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가당찮은 일이다.

“나한테 시집올래? 그럼 서방님이라고 불러라.”

“흥.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라.”

당약란은 콧방귀를 뀌었다.


‘무공도 못하는 책벌레 주제에 부인만 잔뜩 거느리고······.’


어릴 때는 그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었다.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가 부인을 수십명씩이나 거느리고 있으니.

당약란은 조만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강호로 나갈 생각이었다.

아직은 외할아버지 천기노인이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강호에 출도하려면 외할아버지의 무공을 익혀야 하는데 가르쳐주지 않는다. 당약란이 배운 것은 녹수소요보뿐이었다.


“용이 출현할 것이다. 내단을 네가 취해야 돼.”


천기노인이 그녀에게 녹수소요보를 전수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당약란은 그것도 모르고 세옥에게 녹수소요보의 구결을 알려주었었다.

용의 내단을 취하면 이갑자의 내력이 생긴다.


“조심해야한다. 무림맹 맹주도 올 것이다.”


외할아버지가 말했다.

무림맹주 사마독.

강호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다.

그가 온다면 용의 내단을 취할 때 목숨을 걸어야 한다.


당약란은 천문강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멀리 강가에 세옥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당약란은 세옥의 뒤에 가서 섰다. 세옥이 당약란을 돌아보았다

“맨날 강에서 뭘하냐?”

당약란이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린 눈빛으로 강만 보고 있다.

세옥은 강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강은 여전히 유장하게 흐른다.

“어디에 갔다가 왔어?”

“낙양에 갔다가 돌아 왔다.”

“다른 데는 안 가고?”

“응.”

세옥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 그는 그냥 돌아온 것일까.


세옥은 때때로 중원에 있는 만두가게 지점을 돌아본다.

한 달이 걸릴 때도 있고 두 달이 걸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찍 돌아왔다.


당약란은 세옥의 옆에서 강을 보았다.

저 깊은 강 어딘가에 용이 살고 있다고 했다.

용이 나타나면 배를 가르고 내단을 취해야 한다.

벌써 무림인들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조용하던 당가촌은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무림인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켰다.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그때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림사의 승려들이 멀리서 강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사내가 무림인들을 거느리고 강을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오는 무림인들도 20여명이나 되었다.

세옥은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무림인이 아닌 세옥이 그들과 마주쳐 보아야 좋을 일이 없다.


무림맹인가?


당약란은 무림인들을 쏘아보았다.

깃발을 세우고 위세를 부리는 꼴이 보기 싫다.

뒤에는 개방의 제자들도 오고 있었다.

문파나 방파는 아니지만 강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무림인도 보였다.

무림맹의 젊은 공자도 보였다.


맹주의 아들인가?


무림맹에서 무사들을 거느릴만한 젊은 무림인은 맹주의 아들 사마염과 총순찰 장전일뿐이다.

장전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림맹주 사마독의 아들 사마염?


그의 뒤에 바짝 붙어 오는 자는 무림맹의 부맹주 양설부일 것이다.

양설부는 음험한 자고 사마염은 악독한 자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강에 용이 산다는 거 알아?”

당약란이 세옥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는 하지.”

세옥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무림인들이 잔뜩 몰려왔어. 용이 나타나면 가까이 가지 마.”

“용을 구경해야지.”

“그러다가 죽으려고··· 무공도 못하면서······.”

당약란이 눈을 흘겼다.

날씨가 흐렸다.


비가 또 오려는 것일까.


장마철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당약란은 무림인들을 힐끗 쏘아보았다.

“무덤에는 다녀왔어?”

“응.”

세옥은 철마다 근처에 있는 무덤에 갔다.

낮은 야산에 있는 무덤이었다.

무덤 앞에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애매완아지묘(愛妹婉娥之墓).

사랑하는 누이 완아의 묘.


묘 앞에 향도 피우고 술도 따랐다.

맛있는 음식을 진설하고 중얼중얼 이야기도 했다.

어떨 때는 통곡을 하고 울기도 해서 당약란의 가슴까지 아프게 했다.

“완아가 누구야?”

당약란이 눈을 흘기면서 물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

“첫 번째 부인이야?”

“어쩌면······.”

세옥은 완아라는 소녀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세옥이 사랑했던 것 같았으나 죽었다고 했다.

만두 두 개를 동냥해 가지고 오다가.

세옥의 가슴 속에 그 소녀는 어두운 그림자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사마염이 가까이 왔다.

당약란이 세옥의 팔소매를 잡았다.

사마염이 세옥과 당약란을 쏘아보았다.


서생이군. 여자는 무림인 같은데······.


사마염은 세옥의 평범한 모습에 얼굴을 찡그렸다.

허리에는 볼품없는 패도를 차고 있었다.

그때 사마염이 세옥의 검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당약란이 세옥의 팔을 잡아당겼다.

사마염은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이 계집이!


사마염의 눈이 불을 뿜었다.

“하하. 천기노인의 외손녀가 아닌가? 할아버지께서 곤륜산에서 내려오셨나?”

그때 개방방주 홍명신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약란을 공격하려던 사마염은 흠칫하여 손을 거두었다.

천기노인이라는 말에 무림인들이 일제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웅성거렸다.


이 계집이 천기노인의 외손녀라고?


사마염은 새삼스럽게 당약란을 쏘아보았다.

그렇다면 사천 당문의 딸이다.

천기노인은 곤륜산에 있지만 무림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무림맹주 사마독과 함께 대종사로 불린다.

그의 외손녀에게 손을 썼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방주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당약란이 재빨리 포권례를 올렸다.


홍명신은 오래 전에 천기노인을 한 번 만난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는가?”

“근처 어딘가에 계실 겁니다.”

“그렇군. 할아버지의 진전은 모두 이어 받았나?”

“재주가 부족하여······.”

당약란이 망설이면서 부인했다.


홍명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림 대종사의 무공을 젊은 낭자가 모두 익힐 수없을 것이다.

“그럼 녹수소요보는?”

“겨우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이 늙은이 견문을 좀 넓혀주지 않겠나?”

홍명신이 사정을 하듯이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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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82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199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04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81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190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193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200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84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188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191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89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87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85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85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76 2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83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86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83 2 12쪽
»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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