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4 10:0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20,694
추천수 :
119
글자수 :
635,017

작성
24.04.11 10:00
조회
181
추천
2
글자
11쪽

44화 용의 내단(4)

DUMMY

녹수는 세옥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세옥은 통증을 잊고 깊이 잠들어 있다.

그는 만두를 빚고 서책을 좋아한다.

굶주리고 헐벗은 여자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가족이 없나?


세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떤 신분으로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와 평생을 같이 산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세옥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용의 내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용의 내단은 어쩌다가 서방님이 취한 거야?


세옥이 용의 내단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다.

용의 내단은 희대의 명약이었다.


무림인에게는 이갑자의 내력을 얻는다고 했다.

그러나 내력으로 흡수하지 못해 밤마다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녹수는 여자로서 세옥과 부부로 알콩달콩 살고 싶었다.

그러나 세옥은 보통의 부부와 같은 삶을 살려고 하지 않았다.


아기라도 낳을 수 있었으면······.


녹수는 세옥의 아기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세옥은 약을 잘못 먹어 아기를 낳을 수 없다고 했다.

황당한 일이었다.

그러니 여러 여자와 정을 통해도 여자들이 임신을 하지 않지.

녹수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녹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마차에서 나와 두 팔을 길게 뻗었다.

그러다가 어깨가 아프다는 사실이 떠올라 재빨리 팔을 내렸다.


어깨가 아프지 않네.


이상한 일이었다.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어깨 통증이 심했는데 아프지 않은 것이다.

녹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의원들이 침을 놓은 것이 효과적인가?


녹수도 세옥이 진맥을 받는 의원에서 침을 맞고는 했었다. 특별한 효험은 없었고 벌써 닷새나 지났다.

녹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듬어 보았다.


설마 서방님의 피가?


낮에 풀숲에서 쉴 때 세옥이 뱀에게 왼쪽 팔을 물렸었다.

작대기로 뱀을 쫓아버리고, 녹수가 혹시 몰라 뱀에 물린 세옥의 팔에서 입으로 피를 빨았다.

“괜찮아. 독사 아니야.”

세옥이 피를 빨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몇 모금 빨아버린 뒤였다.


서방님의 피가 내 어깨를 낫게 한 건 아니겠지?


세옥에게서 용의 내단을 흡수한 사람의 피도 약이 된다는 말을 들었었다.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세옥이 마차를 몰고 녹수가 옆에 앉았다.

“서방님, 이제 괜찮아요?”

세옥은 녹수와 사랑을 나눈 뒤에 편안하게 잠을 잤다,

“괜찮아.”

“뱀에 물린 상처는요?”

“팔도 아물었어.”

세옥은 가뿐한 표정이었다.

날씨도 좋았다.


마차는 녹음이 푸른 들판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한여름이라 더운 공기가 부풀어 올라 후텁지근했다.

“서방님.”

녹수는 나른한 기분을 느꼈다.

“응?”

“내 어깨도 안 아파요.”

“의원한테 침을 맞아서 좋아진 건가.”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럼 저절로 나은 거야?”

“서방님 피를 빨았잖아요?”

“설마.”

세옥이 놀라서 녹수를 쳐다보았다. 아직 내단도 내력으로 만들지 못했는데 그의 피가 벌써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

세옥은 시험을 한 번 해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


산동까지 자그마치 열흘이 걸렀다.

포승은 산동의 임치에 있었다.

임치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도읍이었다.

강태공이 제나라를 세웠고, 제환공이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가 되었던 땅이었다.

인구가 수십만에 이르는 대도회지였다.

포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임치의 번화가에서 의원을 크게 하고 있었다.


포승은 오랫동안 세옥을 진맥했다.

그는 60세가 넘은 청수한 문사 차림이었다.

“이건 무공을 하는 사람들만이 치료할 수 있어.”

포승이 진맥을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공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치료할 수 있습니까?”

세옥은 실망했다.

“기를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 절대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하네.”

“혹시 그런 분을 알고 계십니까?”

“흑암산에 현무문이 있네. 거기 포원제라는 의원이 무공을 하니까 방법이 있을지 모르지.”

포승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독의 양춘보를 아십니까?”

이세옥이 물었다. 포승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름을 듣기는 했네.”

“약왕곡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운남쪽에 있다고 하네. 차마고도(多馬古道)라고 들어봤나?”

“예.”

차마고도는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는 장사치들이 오가는 길이다.

설산을 비롯해 수많은 산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고, 세 개의 강이 협곡 사이로 흐른다.

“그곳에 있다고는 하는데 자세히는 모르네.”

포승이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양춘보는 전 왕조의 태의 출신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는 독의라는 별호까지 생겼다.

독의는 독을 잘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악독하기 때문에 생긴 별호라고 했다.


양춘보는 위인이 탐욕스러워 권력에 아부하여 친구를 모함했다.

친구는 그로 인해 처형을 당하고 가족들은 노비로 전락했다.

노비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그들은 양춘보를 저주하면서 차례로 죽어갔다.


양춘보는 50세가 될 때까지 부귀를 누렸으나 어느 날부터 어린 소녀가 자꾸 눈앞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헛것을 본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양춘보의 눈에는 뚜렷이 보였다.


소녀는 눈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양춘보는 모골이 송연했다.

소녀는 어느 때나 나타났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저녁 무렵,

눈이 사락사락 내리는 겨울······.


문득 뒷덜미가 서늘하여 돌아보면 소녀가 두 눈에서 피를 흘리고 저만치 서 있었다.

양춘보는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런 일이 계속되자 양춘보는 한 승려를 찾아가 호소했다.

“원귀야.”

승려가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양춘보가 모함하여 죽은 친구의 딸이라고 했다.


양춘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귀가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음덕을 쌓아야지.”

승려가 나직하게 불호를 외웠다.

양춘보는 그 후 태의 자리에서 물러나 약왕곡으로 가서 의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세옥은 녹수와 함께 상강촌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


상강촌에는 장화가 발을 다쳐 걷지를 못하고 있었다.

음옥여가 혼자서 손님을 맞느라고 쩔쩔매고 있었다.

“의원에는 가봤나?”

장화에게 물었다. 장화는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아니요.”

“어디 보자.”

세옥은 장화의 왼쪽 발목을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발목이 접질리진 것 같았다. 발목이 잔뜩 부어 있었다.


녹수는 가게에서 음옥여를 돕고 있었다.

“의원에 가자.”

“서방님이 고칠 수 없어요?”

“내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야.”

세옥은 뼈를 맞추는 일을 해본 일이 없었다.

“의원까지 어떻게 가요? 걷지도 못하겠는데······.”

“내가 업고 가야지.”

“네?”

“왜? 불만이야?”

“그게 아니라 남자가······.”

“서방님이 업고 가는데 누가 뭐라고 그래?”

세옥은 장화를 업고 의원으로 갔다.


의원은 만두가게에서 한 마장이나 떨어져 있었다.

“서방님.”

장화가 세옥의 등에 업혀서 애교를 부렸다.


장화는 몸이 가벼웠다.

노비 생활을 하면서 잘 먹지를 못했다.

매도 자주 맞아 등에는 채찍자국까지 있었다.

“왜?”

“서방님은 왜 땀을 안 흘리세요?”

“그래? 날씨가 덥지 않으니까 그렇지.”

“날씨가 더운데··· 숨도 차지 않잖아요? 여자를 업고 먼 길을 가는데······.”

“너가 가벼워서 그래.”

대수롭게 않게 대꾸했으나 장화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장화를 업고 걷는데도 기이하게 숨도 차지 않고 덥지도 않았다.


이내 의원에 도착했다.

장화의 발목은 접질러진 것이었다.

뼈가 어그러져 억지로 잡아당겨 맞추었다.

장화는 뼈를 맞출 때 아프다고 울었다.

의원이 진통제를 바르고 탕약을 조제해 주었다. 발에는 부목을 댔다.


세옥은 만두가게로 돌아올 때도 장화를 업었다.

“서방님.”

“응?”

“서방님이 최고예요.”

장화가 등 뒤에서 속삭였다.

“하하.”

세옥은 유쾌하게 웃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벽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장화를 업고 가까이 가서 보자 방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보아라! 들어라! 현무도원에서 무사 후보생을 모집하노니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가리지 말고 누구든지 와서 시험에 응하라.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귀한 자와 천한 자를 가리지 않는다. 합격한 자 1년 동안의 훈련을 마치고 군(軍)의 장수가 될 것이다-


방에 씌어 있는 글이었다.


세옥은 뚫어질 듯이 벽에 붙어 있는 방문을 보았다. 그러잖아도 운남의 차마고도나 흑암산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던지 내단을 해결해야 했다.


현무도원에서 무사 훈련생을 모집한다고?


어쩌면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공을 배울 수도 있고,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정말 용의 내단을 내력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

세옥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서방님.”

장화가 귓전에 대고 소곤거렸다. 귀가 간지러웠다.

“응?”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어요.”

“그래. 가자.”

세옥은 장화를 업고 만두가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여자를 업고 가는 세옥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서방님.”

“응?”

“제가 무겁죠.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다. 여자가 뭐가 무거워?”

“고마워요.”

“고맙기는··· 명색이 서방님인데 당연히 할 일이지.”

“칫! 그럼 매일 같이 업어줘요.”

장화가 투정을 부리듯이 말했다.

세옥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장화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세옥은 만두가게로 돌아왔다.

“서방님이 고생하셨네.”

“말같이 큰 처녀를 업고 의원까지 다녀오시고··· 우리 장화는 좋았겠네?”

여자들이 웃으면서 장화를 부축하여 내려주었다.

“며칠 쉬어야 될 거야. 발을 사용하지 말고 쉬어.”

세옥은 손님들이 있는 객청을 보았다.

젊은 손님들 둘이 만두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림맹에서도 현무도원에 온단 말이야?”

세옥은 그들의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니까. 현무도원에서 수련을 받으면 군에 들어가 장수가 될 수 있잖아? 나도 내일 가 볼 거야.”

“자네도?”

“지금은 군대가 출세하는데 최고야.”

세옥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찾아가 인사를 했다. 현무도원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혹시 현무도원에 가십니까?”

“그렇소.”

“저 같은 서생도 무공을 배울 수 있습니까?”

“방문을 봤소?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세옥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청의를 입은 사내는 무림에서 활동하는 냉무상이라는 사람이었고, 갈의를 입은 사내는 악인후라고 했다.

“댁도 현무도원에 가려는 거요?”

악인후가 세옥에게 물었다.

“예.”

“서생이면 무공을 배우는 것보다 과거를 보는 것이 출세를 하는데 빠르지 않소?”

“저는 몸이 약해서 수양도 할 겸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내일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겠소?”

“일행이 되게 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세옥은 그들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68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72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72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73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24.04.21 178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75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170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81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79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76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84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82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199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04 2 12쪽
»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82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190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193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200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84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188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191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89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87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85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85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76 2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83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86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83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8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