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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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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67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30 12:0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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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1

DUMMY

비블리오 씨는 당연히 힐다 양이 혼자 조용히 원고를 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힐다 양이 대뜸 소리 내어 읽어주겠다고 하는 거 있죠? 갬런 씨가 몰래 비블리오 씨가 힐다 양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했던 걸 말해준 걸까요? 아니면 그냥 힐다 양이 소리내어 읽고 싶었던 것뿐일까요? 둘 중 무엇이 되었든, 힐다 양은 비블리오 씨에게 바짝 붙은 채 몇 장 안 되는 원고를 읽기 시작했어요.


“끼이이익.”

얇은 나무문이 열리고 통통한 발을 가진 꿀벌 한 마리가 사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꿀벌은 바쁘게 사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무당벌레들 사이를 지나쳐 한 물방개에게 다가갔지요.

“Q.”

꿀벌이 물방개에게 다가가 젠틀하게 모자를 까딱이며 인사했어요. 물방개는 꿀벌을 보고 더듬이를 까딱거렸지요.

“아, 봉봉. 자네 왔군.”

“예. 이렇게 새벽부터 부르시면 어떻게 합니까?”

“미안하네. 자, 어떤 것 같나?”

꿀벌 봉봉은 현장을 스윽 둘러보았어요.

“박살난 벽지에, 쓰러진 의자와 가구들, 흩뿌려진 체액이라. 거기다가 수상한 저 톱자국까지! 지금까지 보아온 현장과 별 다를 바가 없군요. 검은 개미의 소행이 분명합니다. 이 부근에서만 무려 일곱 마리를 살충했습니다.”

“이 사건을 꼭 해결하고 검은 개미 그 놈을 고기경단으로 만들어야해. 국왕께서도 주목하고 계시는 사건인 만큼 실패란 있어서는 안 되네.”

“염려마십시오. 저는 그 놈이 뭘 노리는지 잘 알고 있고, 다음 목표도 대충 예상하고 있습니다. 무려 1년 동안이나 녀석을 쫓았으니까요.”

“1년 동안 쫓았다는 건 그동안 못 잡았다는 소리 아닌가?”

물방개 Q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봉에게 물었어요. 봉봉은 달리 할 말이 없어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답니다.

“그래서 놈이 어디로 갔을 것 같나?”

“지금까지 놈은 부유한 장사꾼들을 죽였습니다. 이 다음에는 누구를 노리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돈이 많은 거상이겠지요.”

“남은 곤충들 중 가장 돈이 많은 상충을 보호해야겠군.”

“예. 우리는 종이공장을 운영하는 더블A 씨를 보호해야 합니다.”


“에이, 걱정 안 하셔도 되겠네요. 이 정도면 충분한 걸요.”

힐다 양이 원고를 내려놓고 비블리오 씨를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자신을 쳐다보는 비블리오 씨의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살짝 내렸지요.

“어땠나요?”

힐다 양이 비블리오 씨를 곁눈질하며 물었어요.

“역시 제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너무나 훌륭합니다. 다음 페이지도 읽어주십시오.”

“제 목소리가 그렇게 좋아요?”

힐다 양은 내려놓았던 원고를 쳐들고 얼굴을 가렸어요. 비블리오 씨가 가까이 있어서 열이 오른 탓이지요.

“지금은 긴장돼서 못 읽겠어요.”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더 읽어주십시오.”

힐다 양은 심호흡을 하고 간신히 다음 장을 읽기 시작했어요. 첫 장을 일었을 때처럼 좋은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비블리오 씨는 집중해서 힐다 양이 원고를 읽는 걸 들었답니다.

이야기 속 탐정 봉봉은 검거율이 12퍼센트나 되는 우수한 탐정이었어요. 힐다 양은 겨우 12퍼센트가 뭐냐고 깔깔 웃으며 놀렸지만 비블리오 씨는 경찰들의 검거율은 5퍼센트라고 알려주었어요.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봉봉이 그렇게 무능한 건 아니네요.”

힐다 양은 목청을 가다듬었어요.


봉봉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돌풍이 불든, 언제나 베레모와 코트를 입었고 연발로 발사할 수 있게 개조한 석궁을 지니고 다녔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믿음직한 동료 개미 판판이 있었어요. 석궁은 봉봉이 더 잘 다루었지만 판판은 주먹질을 잘했지요. 그런데 그런 판판에게 위기가 닥쳤답니다. 그는 봉봉과 구역을 나누어서 검은 개미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함정에 빠져 홍수를 만난 거예요. 판판은 나뭇가지 하나만 겨우 붙든 채 물살에 이리저리 떠밀렸지요.

“이런!”

판판이 붙잡은 나무 조각에 금이 갔어요. 애써 모은 단서가 담긴 가방은 물에 푹 젖었다가 그만 끈이 잘려 물속으로 떠내려갔지요.

“안 돼! 단서가!”

판판은 가방을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되려 나무 조각이 박살나 판판도 물에 빠지고 말았어요.

“판판!”

봉봉이 쏜살같이 날아와 판판을 물에서 꺼냈어요. 비록 단서가 든 가방은 잃어버렸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요.


“포에트리 씨, 잘만 쓰면서 왜 만날 못 쓴다고 징징 거렸어요?”


힐다 양은 그 이후로도 종종 비블리오 씨의 글을 읽었어요. 거의 매일 같이 그의 글을 봐주었지요. 아무래도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글 쓰는 데에 속도가 붙은 모양이었어요. 비블리오 씨는 오전에는 힐다 양과 포커를 쳤고, 오후에는 글을 썼어요. 저녁에는 힐다 양에게 원고를 전해주었죠. 두 사람 다 달리 바쁜 일이 없으면 함께 정자나 살롱으로 갔어요. 비블리오 씨는 그곳에서 힐다 양이 책 읽는 소리를 들었지요. 힐다 양은 서사 구조나 복선 같은 건 잘 몰라도 글이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기가 막히게 알아서 비블리오 씨는 그녀의 표정만 봐도 자기 글이 어떤지를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봉봉이 새한테 잡혀가지 않고 계속 와플이나 주워 먹고 있었더라면, 비블리오 씨와 힐다 양이 가깝게 지내는 이 광경을 보고 박수를 짝짝 쳐주었을 거예요. 힐다 양에게서 풀풀 풍기는 달콤한 잼 냄새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을 지도 모르지요. 스칼렛 양은 이들이 날이 갈수록 친하게 지내는 걸 눈치 챘지만, 그런 입장이 되면 조용히 구경이나 해야지 아는 채를 하거나 박수쳐서 분위기를 깰 수는 없지 않겠어요?

물론 스칼렛 양은 힐다 양이 바구니 가득 간식을 들고 서쪽 구역으로 올라갈 때면 음흉한 미소를 띠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왜 쳐다보냐고 물으면 모른 채 하면서 놀리기는 했어요.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뭘? 그보다 화장 잘 먹었네.”

“어휴, 진짜.”

또 스칼렛 양은 비블리오 씨가 원고를 들고서 1층 직원 구역으로 갈 때도 비슷한 얼굴을 하고 그를 쳐다보다가 아닌 척 하면서 놀았어요.

“지금은 방에 없을 걸요. 로즈멜로우 타운에 채소 사러 갔어요.”

“예? 누가요?”

비블리오 씨가 깜짝 놀라서 스칼렛 양에게 물었어요. 스칼렛 양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장부를 정리하는 척 했어요. 비블리오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힐다 양의 방으로 갔다가 그녀가 없는 걸 확인하고 프론트로 돌아왔어요.

“폭스테일 양이 언제 나갔습니까?”

“한 30분 쯤 됐을 걸요. 돌아오려면 한참 걸릴 거예요.”

바로 그때 위층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어요. 구두 소리를 계단으로 이어져서 프론트까지 내려왔지요. 스칼렛 양은 살짝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고 비블리오 씨에게 속삭였어요.

“저기 당신의 빚쟁이가 오네요.”

“뭐라고요? 그 짜증나는 러시아 여자가 웬일로 밖에 안 나가고 여기에 있답니까?”

“한 판 붙으실래요? 제가 딜러 해드릴게요.”

스칼렛 양이 속삭였어요. 비블리오 씨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드디어 설욕을 갚을 날이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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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41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2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7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9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9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70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2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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