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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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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71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30 18:00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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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2

DUMMY

비블리오 씨는 외출하려는 옐례나 양을 붙잡고 포커를 하자고 했어요. 옐례나 양은 코웃음을 쳤지요.

“뭘 거실 건데요? 이제 돈도 없잖아요. 제가 그때 특별히 숙박비는 남겨드렸는데 그것도 날리시게요? 아니면 뭐, 지금 목에 한 넥타이라도 주실 건가요? 아니면 구두? 집문서?”

“포에트리 씨가 지면 일주일 치 숙박비를 돌려드릴 게요. 아니다, 하는 김에 2주 치로 하죠.”

둘이 한 판 붙는 걸 꼭 보고 싶던 스칼렛 양이 싸움을 부추기려고 파격적인 선언을 했어요.

“좋아요.”

“그 대신 내가 이기면 그때 가져간 돈을 돌려주시는 겁니다.”

“좋으실 대로 하세요. 대신 이번에는 단판 승부에요. 한 시간 뒤에 약속이 있어요.”

옐례나 양이 드레스 가슴께를 들추더니 비블리오 씨에게서 얻었던 수표를 꺼내서 프론트에 올려놓았어요.

스칼렛 양과 비블리오 씨는 수표가 옷과 살결 사이에서 튀어나와서 적잖이 놀랐어요. 생각해보면 자유분방한 엘례나 양이 기이한 방식으로 적을 도발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요. 비블리오 씨가 언젠가는 다시 덤빌 걸 알고 몸에 지니고 다닌 걸지도 몰랐어요.

“운 좋은 줄 아세요. 오늘 은행에 가서 이걸 돈으로 바꾸려고 했었으니까요.”


스칼렛 양은 잠시 직원에게 프론트를 맡기고 두 사람을 살롱으로 데려갔어요. 긴 장의자에 앉은 채 재빠르게 카드를 섞고 카드를 세 장씩 분배했지요.

비블리오 씨가 카드들을 확인하고 한 장을 뒤집었어요. 그가 공개한 카드는 다이아몬드 3이었고, 옐례나 양의 카드는 클로버 7이었어요.

“어차피 뭘 걸지는 이미 정했으니까 추가 배팅은 생략할게요. 자, 레베데바 양, 카드를 가져가세요.”

스칼렛 양이 카드 뭉치를 내밀었지만 옐례나 양은 몸을 뺐어요.

“아뇨. 아까 홀에서 얘기한 건 기본 배팅액이에요. 당연히 매번 더 걸어야죠. 난 이번 뭐가 나오든 2파운드를 더 걸겠어요. 안 그러면 안 할 거예요.”

옐례나 양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수표를 집으며 소파에서 일어났어요.

“앉으십시오!”

비블리오 씨가 소리쳤어요. 그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올려놓았어요. 옐례나 양은 그걸 보고 고른 치열을 자랑하는 하얀 이가 전부 보일 정도로 씩 웃고서 다시 소파에 앉았어요. 그리고 옷에서 지폐를 꺼내서 올려놓았어요.

옐례나 양은 그 다음 순서에는 4파운드를 걸었고, 그 다음에는 16파운드를 걸었어요. 마지막 카드를 받고서 20파운드를 더 걸겠다고 했을 때, 비블리오 씨의 두 주먹이 달달달 떨렸어요. 옐례나 양이 건 돈의 액수가 지난달에 비블리오 씨에게서 딴 금액에 맞먹었거든요.

“포에트리 씨, 괜찮아요?”

스칼렛 양이 조심스레 물었어요. 괜찮을 리가 없지요. 만약에 진다면, 비블리오 씨는 전에 50파운드를 잃었으니 옐례나 양에게 무려 92파운드를 잃는 꼴이었어요.

비블리오 씨는 간신히 괜찮다고 대답하고 수표에 20 파운드를 적었어요.

“포에트리 씨, 지금이라도 포기할 기회를 드릴게요. 어지간히 좋은 카드를 가지고 계신 게 아니라면 저를 못 이기실 거예요. 20파운드는 안 받는 걸로 할 게요. 게임도 계속 하고요.”

옐례나 양이 씩 웃고 몸을 기울이며 비블리오 씨 쪽으로 수표를 밀었어요. 비블리오 씨는 다시 그 수표를 제자리에 놓았어요.

“다 속임수라는 거 압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이겼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할 셈이겠지요. 두 번 속지는 않습니다.”

“어머, 저를 똑같은 방법을 두 번이나 쓰는 멍청한 여자라고 생각하시다니 저라는 사람을 너무 잘 아시네요. 그런데 어쩜 그렇게 땀을 흘리실 까요?”

“포에트리 씨, 지금 완전히 휩쓸려 다니고 있잖아요. 정신 좀 차려요! 안 받겠다는데 대체 왜 그래요?”

스칼렛 양이 굳이 배팅을 하려는 비블리오 씨를 말리려고 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비블리오 씨는 20파운드를 걸겠다고 했지요. 옐례나 양은 마지막으로 받은 카드를 공개했답니다. 비블리오 씨는 옐례나 양이 가진 카드들을 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어요.

“어머나, 저한테 9가 세 장이나 있었네요? 우리 작가님은 뭐가 있나요? 자신만만하게 수표를 내놓으신 걸로 보아 스트레이트 쯤은 가지고 있으시겠죠?”

포커에서 같은 숫자가 세 장이나 나올 확률은 약 2퍼센트 정도 되요. 물론 옐례나 양이 가진 패보다 좋은 패들은 여러 종류 있지만 다들 등장할 확률이 0.5퍼센트보다 낮아서 패를 조작하지 않으면 좀처럼 볼 수가 없지요. 당연히 비블리오 씨는 이런 좋은 패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비블리오 씨는 7 한 쌍과 3 한 쌍으로 만든 투 페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옐례나 양의 카드들보다 등급이 낮은 패였답니다. 비블리오 씨가 또 지고 만 거예요.

“젠장!”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비블리오 씨는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곧장 방으로 올라가버렸어요. 옐례나 양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그를 비웃다가 호텔 밖으로 나갔지요.

한편 힐다 양은 시내에서 돌아왔다가 비블리오 씨를 찾을 수가 없어서 스칼렛 양에게 물었어요. 스칼렛 양은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털어놓았답니다.

“아이고, 미치겠네. 그래서 그 뒤로 한 번도 안 내려왔어?”

스칼렛 양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년한테 포에트리 씨가 말려드는 걸 보고만 있었어? 네가 막았어야지! 90파운드라니, 90파운드!”

힐다 양이 노발대발하면서 프론트를 두드렸어요.

“나도 막으려고 했어.”

스칼렛 양은 겁이 나서 잔뜩 움츠러들었어요. 힐다 양은 화가 나서 자신의 곱슬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다가 프론트 아래로 몸을 기울여 마스터키를 꺼내고는 2층으로 올라갔지요.

힐다 양은 비블리오 씨의 객실 앞에 멈춰서 심호흡을 하고는 문을 두드렸어요. 안에서 가구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문을 열려고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힐다 양은 문을 한 번 더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자 가져온 열쇠를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비블리오 씨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답니다. 힐다는 비블리오 씨가 술병을 들고 울고 있거나 가구를 때려 부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광경이 아니라 조금 놀랐어요.

힐다 양은 짐짓 쾌활하게 뭐하냐고 물었어요. 비블리오 씨는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힐다 양은 몇 발자국 걸어서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고, 그의 발목과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았어요. 힐다 양은 그의 등 뒤로 다가가 그를 껴안았고 비블리오 씨는 그제야 울었어요. 힐다 양은 비블리오 씨의 머리를 가슴에 묻고 차분히 그의 머리칼을 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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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hapter 7: 봄비 -2 19.10.28 105 1 10쪽
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41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2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7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9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9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70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2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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