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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45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20 18:00
조회
37
추천
2
글자
8쪽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DUMMY

“하! 스칼렛 양! 이걸 보시오!”

며칠 뒤, 스칼렛 양이 외출을 하려고 몸에 옷을 대고 거울 앞에 서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을 무렵, 판서 김병득 귀신이 느닷없이 나타났어요. 스칼렛 양이 옷을 하나도 걸치고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지 뭐예요.

“아저씨, 다 된 건가요?”

“그렇소.”

김병득 귀신이 자랑스럽게 버터컵 집안의 가계도를 펼쳐서 보여주었어요. 가계도 끄트머리에 몇 글자 더 붙은 게 전부였지만 스칼렛 양은 너무나 기뻤답니다.

“여기 보시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가씨의 오라버니인 일이엄 부터컵은 아가씨와 아찬가지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는데, 죽기 전에 마리 태분과 혼인하여 아들 잘리 부터컵을 낳았소. 아 소년은 어린 나이에 고아원으로 보내져서 행방이 묘연해졌다오. 지금 살아있다면 마흔 중반쯤 되었을 테니 아가씨 나이 정도 되는 딸을 낳았다고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소. 여기서 내가 다른 귀족 가문들의 족보를 참고해보았다오. 귀신이 좋은 게 아무데나 드나들 수 있다는 것 아니겠소? 부기엄 궁에 들어가 귀족 명부를 살펴보았지. 마침 나이가 비슷한 공장영애가 실종된 상태로 남아있었다오. 그래서 내가 그 아가씨를 우리 수갈앳 양의 어미로 삼았소.”

“그러니까 이 가계도에 따르면 저는 찰리 버터컵과, 이거를 뭐라고 읽지? 리아나 브룔리냐의 독녀인 거네요?”

“그렇소!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소? 물론 은행 직원들이 의심스러워하기는 하겠지만 그들도 딱히 아니라는 증거를 댈 수는 없을 거요. 내가 부기엄에 있는 귀족 명부에도 두 선남선녀가 혼인하여 우리 귀여운 수갈앳 양을 낳았다고 적어놓았으니까.”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이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겠네요.”

스칼렛 양은 판서 김병득 씨의 손을 붙잡고 좋다고 방방 뛰었답니다. 김병득 씨도 껄껄 웃었어요.

“대출 받는다고 이리 좋아하는 영애는 내 처음 보는구려. 명심하시오, 이자를 제때 못 내면 은행이 부터컵 저택을 압류할 거요. 그리고 대출 받기 전에 전문인에게 의뢰해서 견적 먼저 내보시오.”

“염려마세요. 잘 할 수 있어요. 이 근방은 물론이고 런던까지 소문난 호텔로 만들 테니까요.”

김병득 씨는 이런 저런 조언을 몇 가지 더 해주고 이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스칼렛 양은 벌써 가야하냐고 물었답니다.

“벌써 오래 시간을 끌었소. 내 조국이 섬나라 왜구들에게 점령당한 터라 나라의 독립을 도와야하오.”

“아아! 어쩜 그런 일이! 아저씨, 제가 아저씨께 행운을 빌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스칼렛 양은 그녀의 아버지 버터컵 백작이 쓰던 방으로 들어가 기병도 한 자루와 총 한 자루를 가지고 왔어요.

“오래된 물건이라 별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부적이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세요.”

“고맙소. 잘 받겠소.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수갈앳 양의 호텔이 번창하고 내 조국도 독립을 거머쥔 상태였으면 좋겠구려.”

“그러면 안녕히.”

“행운을 비오, 여주인 나리.”

스칼렛 양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요. 김병득 귀신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삿갓을 탁 튕기더니 저택의 홀에서 먼지가 날리듯 시나브로 사라졌답니다.


스칼렛 양은 김병득 씨가 사라지자마자 꽃을 잔뜩 단 모자를 쓰고 로즈멜로우 타운으로 갔어요. 그녀는 사뿐사뿐 발을 놀리며 관공서로 가서 상속 관련 업무 담당 직원에게 가계도를 보이고 용건을 말했어요.

“그러니까, 아가씨께서 소나타빌의 버터컵 저택을 양도받으시겠다는 거지요?”

“네. 맞아요. 아, 좋아라.”

스칼렛 양은 두근두근 흥분되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두 손으로 왼쪽 가슴을 꼭 누르고 답했답니다. 그러지 않으면 심장이 튀어나올 지도 몰랐다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직원은 바로 앞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아가씨가 앉아있는 데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뚱한 표정으로 응대했어요. 며칠 전 만났던 은행원과는 다르게 속에 목사님이라도 들어앉았는지, 차분하게 스칼렛 양이 제출한 가계도와, 그녀가 차례를 기다리며 작성한 서류를 훑기만 했답니다.

“좋습니다. 서류는 문제될 게 없는 것 같군요. 다만 버터컵 저택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는지 한번 확인해봐야 해서 며칠 걸릴 겁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제가 나흘 전에 은행에 갔는데 은행원 오빠가 이 집에는 귀신이 나온다고 아무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데요.”

스칼렛 양은 조바심이 나서 손사래를 치면서 자기 이름을 팔아먹었어요. 관공서 직원은 여전히 뚱한 표정을 하고 스칼렛 양을 바라보았답니다.

“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저택이라면 처리가 빨라질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절차상 꼭 거쳐야하는 과정입니다.”

“왜요?”

“안 그러면 큰 일 나니까요.”

“어떻게 큰 일 나는데요?”

직원은 아침부터 말도 잘 안 통하는 멍청한 여자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손꿈치로 두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어요. 그리고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입을 열었어요.

“아가씨랑 그 은행원 말만 믿고 제가 지금 바로 도장을 찍어드렸다가 알고 보니 이 저택을 습득하려고 신청한 분이 계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오류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하시는 것보다야 며칠 참고 결과를 기다리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 은행원 오빠가 아무도 없다고 그랬다니까요? 내가 밤마다 얼마나 열심히 울었으면 그랬겠어요?”

“경비! 이 아가씨를 밖으로 모셔주게. 삼일 뒤에 오십시오.”

결국 스칼렛 양은 경비에게 이끌려 밖으로 쫓겨났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서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 정도네요. 그리고 경비는 직원과 다르게 친절했어요. 문도 열어주고, 나갈 때는 목례도 해주고 말도 걸어줬어요.

“나중에 저 경비 오빠를 호텔 경비로 채용할까? 아아, 그나저나 오늘 될 줄 알았는데 삼일이나 기다리라니! 이 나라는 너무 느려. 실망스러워.”

그렇다고 삼일 동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어차피 저택을 갖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리도 없고, 나타나도 스칼렛 양이 밤에 몰래 찾아가서 귀신답게 혼쭐을 내주면 제 발로 설설 도망갈 테니까요. 저택은 스칼렛 양의 것이나 다름없답니다.

“아직 대출은 못 받겠지? 일단 신사님 조언대로 견적 먼저 내자.”

스칼렛 양은 건축 설계 사무소를 찾기 위해 로즈멜로우 타운을 돌아다녔어요. 한 시간이나 시내를 돌아다니고 그 다음 한 시간 동안은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서 몸을 투명하게 만든 뒤에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마을 전체를 둘러보았는데도 사무소를 찾을 수 없던 거 있죠? 스칼렛 양은 5층짜리 건물의 옥상에 살포시 내려와 난간에 걸터앉았어요.

“어쩜 건축 사무소가 하나도 없어? 이 동네는 집 지을 때 주먹구구로 막 지은 거야? 애들이 모래성 짓듯이? 어쩜 이 모양이람.”

“아가씨! 거기서 뭐하는 거야? 어떻게 올라갔어? 위험하니까 내려와!”

“죄송해요. 내려갈게요.”

스칼렛 양은 높은 데서 발을 동동 구르고 놀다가 동네 주민한테 딱 걸려서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서 내려왔어요. 그녀는 버터컵 저택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설계를 맡길 방법이 없는지 골몰했답니다. 계획도 없이 마구잡이로 뜯어고치다가 소중한 집을 박살낼 수는 없잖아요.

“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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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hapter 7: 봄비 -2 19.10.28 104 1 10쪽
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39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0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5 1 8쪽
»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8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8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68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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