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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46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22 12:0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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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DUMMY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매력적인 여직원이 연민어린 얼굴을 한 채 정말 모든 게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만큼 상황을 무마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 없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상황에 따라서는 우울한 표정을 짓는 것보다 헤실헤실 웃는 게 나을 때도 있는데 이 섬세한 차이는 2장에 서술된다.

대부분의 남자 손님은 일단 여직원을 보고 정신을 못 차려서 문제가 뭐였는지도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고, 여자 손님들은 사과를 받으면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는 확신에 빠져 기분이 누그러들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여직원을 더 뽑아야 되나?”

세상에, 스칼렛 양은 참 이상한 책을 보고 있군요. 책 고르는 안목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누가 좀 제대로 된 책을 읽으라고 조언을 해줘야할 텐데 절친한 친구 사이인 힐다 양은 책과는 담을 쌓아서 잡지에 실리는 연재소설 말고는 읽지를 않으니 답이 안 나오지요.

스칼렛 양이 우스갯소리로 치부되거나 난로에 던져질만한 책을 정독하고 있을 무렵, 갬런 씨와 비블리오 씨가 쇠로 된 정문을 열고 정원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어요. 갬런 씨는 달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우아한 대저택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답니다.

“세상에, 엄청난 저택이군요. 로즈멜로우에 있던 호텔보다야 작습니다만 품위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시골 마을에 이 정도나 되는 저택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식상한 비유입니다만 그야말로 흙속의 진주로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그 호텔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온 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습니다.”

두 남자는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정원을 넘어 유리문을 열고 백열등과 촛불로 환하게 밝힌 저택의 바깥 홀로 들어섰어요. 스칼렛 양이 눈을 살짝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답니다.

“어머, 아직 크리스마스가 안 되었는데 벌써 두 분이나 눈사람이 되셨군요. 죄송하지만 눈을 털고 들어오시겠어요?”

스칼렛 양이 배시시 웃으며 손가락을 뻗어 문을 가리켰답니다. 두 신사는 다소 멋쩍어하다가 눈을 털고 들어왔어요.

“눈이 많이 오나보네요.”

스칼렛 양이 바깥을 한 번 보았다가 갬런 씨와 비블리오 씨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네, 정말 많이 옵니다. 이곳까지 걸어오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갬런 씨가 장갑을 벗고 손을 후후 불며 말했어요.

“세상에, 한 시간이나요? 어디서 걸어오셨는데요?”

“로즈멜로우 타운에서 왔습니다.”

비블리오 씨가 답했어요.

“아아, 어쩜 좋아. 두 분 다 정말 힘드시겠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스칼렛 양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갬런 씨와 비블리오 씨를 바라보며 말했답니다. 두 신사의 얼굴을 보아하니 스칼렛 양이 읽던 책이 순 뻥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쩌죠? 방을 찾으시는 것 같지만 방이 없어요.”

스칼렛 양이 검지를 입에 물고 주저하다가 간신히 말했어요.

“방이 없다고요?”

“네. 다 나갔어요.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 하시는 손님들은 꽤 많이 있는데 오늘은 빈 방이 없네요.”

비블리오 씨는 고개를 들고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지긋이 눌렀어요. 추워죽겠는데 시골에 있는 호텔마저 남은 방이 없다니 아주 절망적이었지요. 갬런 씨는 손에 들고 있는 모자를 꼬깃꼬깃 구겼답니다.

“정말 방법이 없습니까? 근처에 다른 숙박시설은 없습니까?”

갬런 씨가 인내심을 가지고 스칼렛 양에게 물었어요.

“로즈멜로우 타운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이미 가보셨죠?”

“예, 방이 없다더군요.”

스칼렛 양은 입 가득 공기를 물고 한쪽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고민했어요. 새벽 한 시가 넘었으니 두 사람이 잘 곳을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스칼렛 양은 포기하고 호텔에서 나가려는 두 신사를 불러 세웠어요.

“신사 분들, 제 방에서 주무실래요?”

“아가씨 방에서요? 그런 실례를 범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는 오늘 당직이라 방에서 자지 않을 거예요. 저랑 같이 자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신가요?”

스칼렛 양이 고개를 살짝 틀며 물었어요.

“그래도 그건 좀.”

“두 분께서 신사답게 제 물건에 손 안 대시고 조용히 잠만 주무신다면 아무런 문제없을 거예요. 아침에 방이 나자마자 새 방을 준비해드리면 될 거고요.”

갬런 씨와 비블리오 씨는 여전히 멍청하게 서서 우물거렸어요. 신사가 젊은 아가씨 방에서 자는 건 좀 그렇잖아요? 민감한 물건이 있을 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스칼렛 양은 다음 한 마디로 두 신사를 확실하게 굴복시키고 말았답니다.

“방값 안 받을 건데요? 오늘만 서비스로 특별히 공짜예요.”


스칼렛 양은 촛불을 들고서 안쪽 홀로 들어가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며 두 사람을 안내했어요. 스칼렛 양은 저택을 호텔로 개조한 뒤에도 예전에 쓰던 남동쪽 끝 방을 계속 쓰고 있었답니다. 방에 달린 화장실에서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지요.

“지금은 저 말고 깨어있는 직원이 없어서 침대를 더 놓아드릴 수가 없어요. 아쉽지만 한 분께서는 저기 난로 앞 소파에서 주무셔야할 것 같아요. 화장실은 저쪽에 있으니까 주무시기 전에 씻으시고요. 가운이랑 수건을 가져다드릴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스칼렛 양이 문을 닫고 방에서 나갔어요. 갬런 씨와 비블리오 씨는 여전히 어딘가가 불편해서 빤히 보이는 오트만에도 앉지 못하고 계속 서있었답니다.

침대에는 레이스 커튼이 달려있었어요. 베개에는 화려한 자수가 놓여있었고, 두툼한 분홍색 비단 이불에도 멋진 장식이 그려져 있었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옷장에는 공작을 닮은 금박 장식이 붙어있었어요. 두 남자는 방의 분위기를 살피며 서로 눈치를 보았어요.

“그냥 바닥에서 자죠.”

“예, 그게 좋겠습니다.”


두 사람은 스칼렛 양의 아가씨다운 감각이 물씬 묻어나있는 방이 부담스럽고 불편했지만, 그런다고 피곤한 게 어디 가지는 않아요. 그래서 대충 바닥에서 잤는데도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답니다. 난로도 따뜻했고 카펫도 보드라워서 일어난 뒤에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어요. 스칼렛 양은 약속한 대로 아침 10시에 방이 생기자마자 두 사람을 새 방으로 옮겨주었답니다.

“자, 갬런 피타야 에버그린 씨는 201호실을 쓰시면 되고요. 비블리오 폴리오 포에트리 씨는 204호를 쓰시면 되요.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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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hapter 7: 봄비 -2 19.10.28 104 1 10쪽
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39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1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5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8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8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68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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