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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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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62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29 18: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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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3

DUMMY

한편 스칼렛 양은 오찬 때 힐다 양에게 착 붙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전부 다 말해주었답니다.

“포에트리 씨가 그러는데, 네가 너무 고마워서 꼭 안아주고 싶데.”

이 말을 들은 힐다 양의 입꼬리는 귓불까지 쭉 올라갔어요.

“정말로?”

“응. 그러더니 책 써야겠다면서 자기 객실까지 뛰어가셨어. 지금 안 내려오는 것도 책 쓰느라 그런 걸걸?”

“그래? 드디어 쓰는 거야?”

힐다 양은 식사를 끝낼 때까지 크리스마스이브 무도회 때 춤추었던 일이 떠올라서 계속 빙긋빙긋 웃기만 했어요. 오찬 후에 휘핑크림을 만들 때도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답니다. 물론 힐다 양은 자신이 별 것도 아닌 걸로 너무 좋아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어요. 비블리오 씨가 들떠서 아무 말이나 내뱉은 걸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 그녀는 이런 일이 날마다 있는 것도 아닌데 한 번쯤 들떠서 난리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판명난다면 그때 실망하면 되니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그녀는 호텔 직원에게 비블리오 씨가 방에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어요.

“아, 그리고 절대로 내가 물어봤다고 말하면 안 돼요, 알았죠? 그냥! 음, 침대보를 갈겠냐고 물어봐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일은 잘 아니까요.”

특사 역할을 맡은 나이 많은 직원은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조카를 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객실로 올라갔다가, 비블리오 씨가 방에 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답니다. 주방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힐다 양은 긴장해서 날뛰다가 그만 생크림을 만들던 볼을 엎었어요.

“뭐야, 눈사태야?”

꿀벌 봉봉은 딸기잼을 먹다가 하마터면 생크림에 잠길 뻔했답니다. 유리병 안에 얌전히 있어서 다행이에요.

“찬장에 어제 만든 쿠키들이 있었지. 저쪽에 있는 와플도 데워서 몇 장 담고 또 커피, 커피!”

힐다 양은 만들어주겠다고 한 크루아상 말고도 크레페며, 와플이며 쿠키며 온갖 디저트들을 바구니에 꽉꽉 눌러 담았어요. 그리고 갓 내린 커피도 한 주전자 챙겼지요.

힐다 양은 그것들을 객실로 가져가기 전에 우선 방에 들러서 새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를 입었고, 목에는 리본도 맸지요. 그녀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고치고 립스틱을 바르고 눈 화장을 하다가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어요.

“뭔가 부족해. 뭔가가 더 필요한데 그게 뭘까? 그래, 향수! 봉봉, 어때 무슨 향수를 쓸까?”

봉봉은 왼손에 들린 향수를 가리켰어요. 물론 힐다 양은 알아채지 못했지요.

“아, 너무 어렵다. 둘 다 안 쓸래.”

“그럴 거면 왜 물어 봤어? 흥!”

봉봉은 턱으로 냅킨을 잘근잘근 씹어서 이불을 만들어 몸에 덮고 돌아누웠어요.

힐다 양은 디저트 바구니를 들고서 계단을 올라가 비블리오 씨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둔탁한 나무 소리가 복도에 울렸지만 반응이 없었지요. 그새 밖으로 나간 걸까요?

“저, 포에트리 씨! 안에 계세요? 간식 만들어드리겠다고 한 거 가져왔어요.”

힐다 양이 다시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어요.

“뭐지?”

힐다 양은 복도 끝 창문으로 다가갔어요. 호텔 앞 정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었지요. 힐다 양은 비블리오 씨가 정원에 놓인 정자에 앉아있는 걸 보고서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답니다.


한편 힐다 양이 객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을 무렵, 봉봉은 자신의 머리를 덮은 뚜껑이 살짝 열려있는 걸 알아챘어요. 힐다 양이 딸기잼을 넣어줄 때 꽉 닫는 걸 잊은 것 같아요.

봉봉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리병에서 나왔어요. 얻어먹을 만큼 얻어먹었으니까 잠은 집에 가서 자야죠.

봉봉은 살포시 힐다 양의 책상에 내려앉았다가 이륙해서 창문을 넘어 호텔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봄꽃 향기가 너무 좋아서 나갈 생각은 그만 꽃밭에 내려앉고 말았답니다. 봉봉이 앉은 꽃밭은 정자와 아주 가까워서 비블리오 씨와 힐다 양이 나누는 이야기소리가 다 들렸어요.

“어때요?”

“말할 필요가 없지요. 폭스테일 양 솜씨가 좋은 건 예전부터 알았는데요.”

힐다 양은 방긋 웃고 헛기침을 했어요.

“쿠키만 먹지 말고 커피도 마시세요. 그러다 목 막혀요.”

힐다 양은 아담한 도자기 잔에 주전자를 기울였어요.

“설탕은요?”

“두 개만 넣어주십시오.”

힐다 양은 각설탕과 우유를 넣고 커피 잔을 비블리오 씨에게 건넸어요. 비블리오 씨는 아주 천천히 커피를 마셨지요.

“새로 시작한 글은 잘 써지세요?”

“아, 에버그린 씨나 버터컵 양에게 들으셨나보군요. 몇 페이지 쓰기는 썼습니다만, 이걸 이대로 쓰는 게 옳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힐다 양이 고개를 기울이고 비블리오 씨에게 몸을 바짝 붙였어요. 주방장 아가씨의 머리카락에서 은근한 딸기잼 향기가 풍겼어요.

“뭐랄까, 너무 급작스레 영감을 받고 쓰기 시작한 글이라 구조나 설정, 인물 관계가 너무 엉성합니다.”

“에이, 그런 건 이제부터 생각하면 되죠. 별 문제 아닐 거예요. 코난 도일도 난데없이 모리아티를 등장시켰잖아요.”

“그 모리아티로 홈즈를 죽였다가 독자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먹은 건 알고 계시겠지요?”

“그랬나요? 저는 그때 겨우 세 살이었던 걸요. 그때 어땠는지는 잘 몰라요.”

“저는 그때 일곱 살이었는데 아주 살벌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해요. 몇 페이지나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 보여주세요. 저처럼 재밌기만 하면 되고 서사 구조는 신경 안 쓰는 사람조차 엉성하다고 느낄 정도로 허술하면 다시 쓰시면 되잖아요.”

힐다 양이 왼손바닥으로 자신의 목 아래를 살포시 누르며 말했어요. 이 제안은 비블리오 씨에게 나쁠 게 전혀 없었지요.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출판 전에 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비블리오 씨는 당장 원고를 가지고 오겠다며 객실로 올라갔어요. 힐다 양은 호텔로 들어가는 비블리오 씨의 뒷모습을 보며 기쁨에 찬 한숨을 지었어요.

“지금은 날 바라보지 않는 걸 알아요. 하지만 두고 봐요. 여름이 오기 전에 당신을 내 걸로 만들 거니까.”

봉봉은 와플을 뜯어서 쫩쫩거리면서 힐다 양을 바라보았어요.

“흐흥, 좋을 때다.”

봉봉은 와플을 하나 더 뜯었지요.


쫩쫩


“이거 맛있네!”


쫩쫩


까치가 와플 먹던 봉봉을 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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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1 19.10.28 26 1 7쪽
20 Chapter 7: 봄비 -2 19.10.28 104 1 10쪽
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41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2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7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9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9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70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2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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