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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44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19 12:00
조회
87
추천
3
글자
8쪽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DUMMY

스칼렛 양은 대뜸 빵집 아가씨의 손을 붙잡고 춤을 추듯 폴짝폴짝 동동 발을 굴렀어요. 힐다는 기절할 것만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미친 아가씨에게 이름을 말해주었지요.

“저, 저는 히, 힐다 폭스테일인데요.”

빵집 아가씨 힐다 폭스테일은 두 손을 꼭 붙들린 채 이 미친 여자를 어떻게 해달라고 오빠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어요. 그녀의 오빠, 해리 폭스테일은 자기가 뭘 어쩌겠냐며 알아서 하라는 눈짓을 보냈고요. 힐다는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비죽 내미네요.

‘저 도움 안 되는 놈.’

“힐다 폭스테일? 폭스테일 양! 힐다라고 불러도 되죠? 나는 스칼렛 버터컵이에요. 스칼렛이라고 불러주세요. 아무튼 고마워요, 정말 감사해요.”

스칼렛 양은 힐다 양을 터질 듯이 껴안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뭉텅이로 내놓고 베이커리 밖으로 빠져나갔어요. 힐다 양은 기운이 쪽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답니다.

“와, 살다 살다 저런 여자는 처음 봤어.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 내일 또 오면 어떻게 하지? 오빠, 얼마 주고 갔어?”

“60실링.”

“많이 두고 갔네.”

“저 아가씨는 미쳤어. 어릴 때 절벽에서 떨어진 걸까?”

해리 폭스테일이 다음은 어디로 갈지 어쩔 줄 몰라 하며 기분 좋게 거리를 방방 뛰어다니는 스칼렛 양을 바라보면서 말했어요. 그녀가 베이커리 안에서 보인 광증에 가까운 행동을 생각하면 그런 추측도 무리가 아니지요. 힐다 폭스테일도 선선히 남매의 생각에 동의했어요.

“맞아. 게다가 젊은 여자가 우리 할머니처럼 입었어.”

그래요. 스칼렛 양이 나름대로 세련된 옷을 꺼내서 입고 나왔지만 이제는 50년이나 지났으니 옷이 고급스럽기는 할지 몰라도 유행에는 한참 뒤떨어졌다고요. 이제 새 시대에 살게 되었으니 새 옷을 입어야할 텐데 스칼렛 양도 그걸 깨달았을 까요?


안타깝게도 스칼렛 양은 베이커리에서 나온 뒤 두 시간 동안 달라진 로즈멜로우 타운을 구경하느라 너무 바빴기에 그런 걸 눈치 챌 겨를이 없었어요. 게다가 아침 7시 30분에 한껏 치장한 아가씨들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비교 대상이 없으니 자기 옷차림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고요.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 되자 스칼렛 양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다른 젊은 숙녀들이 어떤 차림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답니다.

“와, 치마가 많이 짧아졌네. 나 때는 발이 안보일 정도로 질질 끌렸는데 저 아가씨들은 죄다 발목을 내놓고 다니잖아. 움직이기는 편하겠다. 머리 모양도 많이 변했네. 그래! 옷가게를 갔다가 헤어 살롱에서 머리를 하자. 재밌을 거야.”

스칼렛 양은 곧장 새 옷을 사고 요즘에는 어떤 머리 모양이 유행인지 알아보기로 결심하고 했답니다. 그녀는 구두를 고쳐 신고서 분수대에서 일어났어요. 헤어 디자이너와 양장점 주인이 자기들이 아침부터 50년 전에 죽은 귀신을 응대할 운명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재밌는 기회라면서 좋아할까요? 아니면 놀라 자빠지거나 기절할까요?

일단 옷가게 아주머니는 아침부터 호리호리하게 생긴 옷걸이가 나타나자 아주 좋아라했어요. 드디어 괜찮은 옷을 입혀볼 만한 손님이 나타났다며 이 옷 저 옷을 마구 추천해주었지요. 스칼렛 양은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하며 적응을 잘 못하다가 결국에는 아주머니랑 아주 친해져서 옷을 잔뜩 주문했답니다. 혼자서 다 들고 가기 어려울 정도로요.

“아아! 이걸 어떻게 들고 가죠?”

물론 스칼렛 양은 염동력을 조금 부리면 다 들고 갈수 있는 걸 알았지만 그랬다가는 마녀라고 소문날 지도 모르니 괜히 약한 척을 해보았어요.

“집 주소를 알려주세요. 오늘 오후에 사람을 시켜서 배달해드릴 테니까요.”

“와, 정말요? 감사해요.”

스칼렛 양은 우선 탈의실로 돌아가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하늘색 여름용 원피스를 걸친 뒤 아주머니에게 버터컵 맨션의 주소를 알려주었어요. 주소를 들은 옷가게 아주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칼렛 양을 빤히 쳐다보았답니다. 스칼렛 양은 정체가 탄로 난 줄 알고 바짝 긴장을 했어요. 혹시 거리를 지나다니는 오리 6형제가 얼굴 너머로 비치기라도 한 건지 걱정을 하며 얼굴에 힘을 주었지요.

“아가씨 거기 살아요? 소나타빌에 있는 그 저택에 살아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스칼렛 양은 어깨를 수그리며 슬금슬금 뒤로 내뺄 준비를 했답니다. 옷가게에 쇼핑하러 왔다가 강제로 천국으로 사출당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거기 귀신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귀신이 나온다고요?”

스칼렛 양이 겁을 먹고서 두 손으로 입을 가렸어요. 세상에, 귀신이 귀신을 무서워하면 어쩌자는 걸까요?

“그래요. 50년 전에 버터컵 가문의 영애가 병에 걸려서 세상을 떠났는데 장례식이 끝난 뒤로 밤만 되면 그 영애가 살아생전 쓰던 방에서 통곡 소리가 들렸데요.”

“아, 그거요? 난 또, 그거 저예요. 제 얘기네요.”

“네?”

“아니, 아녜요! 옷 잘 부탁드려요!”

스칼렛 양은 다급하게 옷가게에서 뛰쳐나왔어요.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나름 조용히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다 들렸나봐. 앞으로 세상 나만 불쌍한 척 할 때는 좀 더 조심해야겠어. 이제 머리하러 가자!”


스칼렛 양은 헤어살롱에서 보다 큰 위기에 직면했답니다. 바로 미용사 때문이었죠. 미용사가 하마터면 스칼렛 양이 50년 푹 삭은 원로 귀신이라는 걸 알아낼 뻔했다고요.

미용사는 스칼렛 양의 머리를 다듬다가 돌연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아가씨, 아가씨는 머리카락에다 무슨 짓을 하셨기에 이렇게 차갑고 푸석거리나요?”

“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게다가 제가 자른 머리카락이 다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바닥이 어쩜 이렇게 깨끗한지. 이렇게 색이 고운 갈색머리가 티가 안 날 리가 없는데 다 어디로 갔을 까요?”

스칼렛 양은 다급하게 큰 눈으로 바닥을 살폈어요. 정말, 머리칼이 하나도 떨어져있지 않네요.

“선생님 기분 탓일 거예요.”

스칼렛 양이 애써 미소를 보이며 말했어요.

“그럴까요?”

근대 시대를 살아가는 젠틀맨으로서 감히 젊은 아가씨를 귀신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었던 고로, 미용사는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물론 미용사가 작업을 재개한 뒤로 스칼렛 양이 눈을 부라리며 바닥만 열심히 쳐다보는 게 무척 수상했답니다. 닭이 자기 달걀을 뺏어가는 양계장 주인을 보는 심정과 비슷했다고나 할까요? 뭔가 수상쩍기는 한데 달리 뭘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렇다면 스칼렛 양은 바닥을 보면서 뭘 하고 있던 걸까요? 단순해요. 미용사가 자른 머리카락이 증발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답니다. 스칼렛 양은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주겠다고 할 때까지는 잘 버텼어요. 의자 주변 바닥에 머리카락이 소복하게 싸였으니까요. 그런데 머리를 다 감고 개운해하면서 파마를 하기 위해 돌아오니까 머리카락이 죄다 사라진 거 있죠?

“아, 정말.”

스칼렛 양은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쩔쩔 맸어요. 손에 묻은 샴푸를 닦고 세면 시설을 정리한 미용사가 다가와서 뭐가 문제냐고 물었답니다. 스칼렛 양은 대답도 못하고 그냥 바닥을 보며 서있었지요. 미용사도 바닥을 보았어요.

“아! 제 조수가 그새 바닥 청소를 한 것 같습니다. 어서 앉으시죠.”

스칼렛 양은 쭈뼛쭈뼛 게걸음을 하며 의자로 다가가 살포시 앉았어요. 그래도 이제 파마를 한다니 이번에는 떨어진 머리카락을 신경 쓸 필요는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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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39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0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5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7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8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68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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