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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50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24 12:00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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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DUMMY

스칼렛 양이 원망어린 눈초리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갬런 씨를 바라보았어요. 갬런 씨는 시치미 뚝 떼고 조용히 식사를 즐겼지요. 한편 비블리오 씨도 이쯤하고는 못 견디고 물러났어요. 날개 달린 기린 소리까지는 참을 만했지만 갬런 씨가 기린의 얼굴이 사자라고 말한 걸 철석같이 믿고 있는 스칼렛 양이 너무 웃겼거든요.

“스칼렛, 사실 기린은 이렇게 생겼어.”

보다 못한 힐다 양이 냅킨 위에 대충대충 그림을 그려서 스칼렛 양에게 보여주었어요. 스칼렛 양은 그림을 보고 경악했어요.

“뭐야? 감자에 중국 젓가락 다섯 개 꽂은 것처럼 생긴 게 기린이라고? 진작 말 좀 해주지 그랬어. 완전히 바보가 되었잖아. 아 정말! 다들 저를 속이는 데에 재미 들리셨군요.”

스칼렛 양이 붉게 달아오른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분통을 터뜨렸어요. 그녀가 이렇게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반응을 하는데 과연 투숙객들이 여주인을 그만 놀릴 날이 찾아올까요? 이들의 장난기가 누그러드는 것보다 전쟁 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라요. 그 딱딱한 비블리오 씨조차도 스칼렛 양 놀리는 데에 동참했을 정도니까요.


오찬 후에 마리 양은 선물을 사기 위해 갬런 씨를 끌고 로즈멜로우 타운으로 나갔어요. 몇몇 투숙객들도 제각기 사정으로 호텔을 나섰지요. 한편 스칼렛 양은 직원들과 함께 무도회장으로 가서 부산스럽게 일을 벌였답니다.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겠다나 뭐라나요. 덕분에 호텔 안이 시끄럽고 부산스러워졌지요.

“힐다, 케이크는 얼마나 만들었어? 아직 하는 중이지?”

“응. 아직 제작 중인데 무도회 시작 전에는 다 될 거야. 오빠가 열심히 하고 있어.”

“좋았어. 작년보다 더 큰 파티니까 잘 부탁해. 그 케이크가 피날레를 장식할 핵심이야.”

힐다 양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돌아갔고 스칼렛 양은 각 조 책임자나 부책임자를 불러서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어요. 정말 남부럽지 않을 만큼 성대한 파티를 열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녀는 사람을 시켜서 투숙객들에게 줄 약소한 선물을 사오라고 지시하기도 했고, 주방에 직원을 더 붙여서 쿠키를 더 많이 만들라고 부탁했어요.

“와인 저장고에 있는 와인이 모자를 것 같으면 더 사오세요.”

“음악은 어떻게 할까요?”

그녀의 지시를 듣던 직원이 물었어요.

“음악? 무슨 음악? 아! 무도회곡? 괜찮아요. 고용해둔 악단이 있어요. 다섯 시까지 오기로 했으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요.”

이렇게 호텔의 전 직원들이 파티를 준비하느라 부산스러우니 비블리오 씨는 글을 쓸 수가 없었지요. 좋은 한 줄이 떠올라도 밖에서 들리는 직원들의 말소리 때문에 훌륭한 어구는 금방 전두엽으로 도망쳐버렸다고요. 호텔에 머물고 있는 어린 소년소녀들은 파티가 열린다기에 한껏 들떠서 복도를 쏘다니고 준비 중인 음식을 몰래 훔쳐 먹었지만 비블리오 씨는 그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어요.

“이렇게 올해도 네 챕터도 쓰지 못하고 한 해가 가는 구나!”

비블리오 씨는 펜대를 침대 뒤로 던져버리며 책상에 고개를 파묻어버렸어요. 그 정도로 글이 안 써지면 그냥 취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면도도 좀 하고요.


비블리오 씨가 창작의 고통에 빠져있는 동안 마리 양은 로즈멜로우 타운을 걸으며 갬런 씨에게 선물에 대해 설교를 퍼부었어요. 요컨대, 지나치게 비싼 선물은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지양하라는 뜻이었답니다.

“갬런, 네가 버터컵 양에게 구애를 하는 처지는 아니니까 선물은 딱 고마움과 정성을 표시할 정도면 충분해. 너무 비쌀 필요도 없고, 반지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살 필요도 없어. 물론 방울 달린 목걸이가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지만.”

“그게 잘 어울릴 것 같으면 그걸 사자. 마침 저기서 파는데?”

갬런 씨는 여태 마리 양이 한 말을 귓등으로 들었는지 앞에 보이는 가게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어요. 구두로 눈길을 밟으니 고무소리가 났지요.

“안 된다니까. 세상에! 저 가격표 좀 봐, 하나같이 비싼 것뿐이잖아. 일주일 방세보다 더 나가네. 저 정도면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거야. 갬런, 나를 믿어. 적당한 물건을 사는 게 좋아. 적당한 거.”

마리 양이 갬런 씨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어요.

“좋아, 네가 골라봐.”

“사실 아무거나 사도된다면 나도 저 가게에 있는 목걸이가 딱 좋을 것 같기는 해. 그 아가씨가 쾌활하고 밝으니까 방울 달린 목걸이를 하면 움직일 때마다 짤랑거리고 굉장히 귀여울 거야. 정말 강아지 같은 아가씨라니까.”

“머그처럼?”

“그래, 아버지께서 키우시던 그 비글. 지금은 죽었지만.”

두 사람은 어렸을 적을 떠올리며 작은 비글이 혓바닥을 내밀고 정원을 뛰어다니는 걸 상상해보았어요. 바로 그 정원에 강아지 대신 스칼렛 양을 데려다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지요.

“아무튼 비싼 건 안 돼. 다른 걸 찾자.”

에버그린 남매는 고민 끝에 선물로 모자를 고르고 호텔로 돌아왔어요. 오는 길에 시내 구경도 좀 하느라 다소 늦게 돌아왔답니다. 두 사람이 호텔 정문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하늘이 어둑어둑 했어요. 시계는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지요.

소나타빌 마을 사람들도 호텔로 놀러온 모양인지 호텔의 정원까지 북적거렸어요. 아이들이 랜턴을 들고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한담이나 나누고 있었어요. 나이든 사람들도 그들끼리 모여 세상이 어떻고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홀 안쪽에서는 웅장한 음악 소리가 들렸답니다.

“우리가 너무 늦었나?”

갬런 씨가 초초해하며 안으로 들어갔어요. 바깥 홀과 안쪽 홀까지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갬런 씨와 마리 양은 스칼렛 양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비블리오 폴리오 포에트리 씨와 기욤 페라블럼 윈체스터 씨를 발견했지요.

“포에트리 씨!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아 에버그린 씨, 에버그린 양, 좋은 저녁입니다. 내가 뭘 하냐고요? 어르신 제가 뭘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자네? 자네는 인생의 쓴 맛을 자기만 아는 줄 알고 좋은 때를 즐기지 않고 스스로에게 굴욕감을 배로 안겨주고 있어. 놀 수 있을 때 즐기게. 나처럼 무릎이 나가면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바로 그겁니다. 에버그린 씨, 나는 윈체스터 씨의 말씀대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에버그린 남매는 신랄한 비블리오 씨의 태도에 어쩔 줄 몰랐어요. 비블리오 씨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걸까요?

“포에트리 씨,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그저 글이 안 써질 뿐입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남이 즐거워하는 꼴을 못 보겠습니다. 이기적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저도 제가 이기적인 걸 알아서 피해 안주려고 구석에 박혀있는 거니까요.”

비블리오 씨는 그렇게 말하며 와인을 홀짝 거렸어요. 갬런 씨는 더 있었다가는 자기 기분도 망쳐버릴 것 같아서 자리를 뜨기로 했어요.

“혹시 버터컵 양 못 봤습니까?”

비블리오 씨는 왼손을 치켜들어 엄지 끝으로 바로 뒤편을 가리켰어요. 갬런 씨는 비블리오 씨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답니다.

안쪽 홀과 살롱을 지나 넓고 둥근 무도회장에 스칼렛 양이 있었어요.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빙글빙글 돌며 왈츠를 추고 있었지요. 다 같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돌다가 두 명씩 찢어져서 서로의 어깨와 허리를 붙잡고 플로어를 빙글빙글 돌았어요. 스칼렛 양은 이름처럼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답니다. 갬런 씨는 그 모습을 보고 그만 준비했던 선물을 손에서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그리고는 입을 멍청하게 벌리고 스칼렛 양을 계속 바라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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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hapter 7: 봄비 -2 19.10.28 104 1 10쪽
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40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1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6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8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8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69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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