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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54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0.29 12:00
조회
58
추천
1
글자
8쪽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2

DUMMY

이때 스칼렛 양은 2층을 돌아다니며 호텔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다가 갬런 씨의 목소리를 들었답니다. 그래서 그녀는 1층 로비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몸을 기댔고, 비블리오 씨와 힐다 양이 앉은 소파에 다가가는 갬런 씨를 발견한 했지요.

“갬런! 아침도 안 먹고 어디 갔었어요? 걱정했잖아요”

스칼렛 양이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외쳤어요. 목에 매달린 방울이 짤랑짤랑 울렸지요. 그녀는 입고 있는 보디스와 치마가 더러워지는 건 신경 쓰지도 않고 곧장 흙투성이인 갬런 씨에게 안겼어요.

“산에 다녀왔습니다. 곤충들을 잡으려고요. 간만에 날이 개서 다시 비가 내리기 전에 다녀왔지요.”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을 한 바퀴 빙 돌리고 내려놓았어요. 그리고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단추를 풀어 친구들에게 내용물을 보여주었지요. 가방 안에는 작은 유리병 안에 담긴 곤충들이 가득했어요. 풍뎅이며, 물방개며, 무당벌레까지요.

“뭘 봐! 이 가증스러운 포유류들 같으니! 우리는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

배짱 좋은 사슴벌레가 외쳤어요.

“그래! 우리는 너희가 두렵다! 아니 두렵지 않다!”

자그마한 풍뎅이가 발발 떨면서 말했답니다. 바로 옆 유리병에 앉은 꿀벌은 근사한 나이프와 포크로 로열 젤리를 썰다가 빨간 옷을 입은 갈색 머리 아가씨와 하얀 보디스를 입은 갈색 머리 아가씨가 자기를 쳐다보자 나이프를 입에 넣고 삼켰어요.

물론 사람들에게는 이 곤충들이 단순히 발을 떨고 더듬이를 까딱거리는 걸로 보였지요. 갬런 씨는 유리병을 하나씩 전부 가방 밖으로 꺼냈어요. 곤충들은 미묘한 중력의 변화를 느꼈다가 테이블에 놓인 거대한 각설탕 산맥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설탕이다! 설탕! 단 거! 단 거!”

곤충들이 유리벽에 몸을 착 붙이고 발을 부비부비 비볐지요.

“와, 정말 귀엽네요. 에버그린 씨, 얘들을 가지고 뭘 할 건가요?”

힐다 양이 사슴벌레가 든 유리병을 들고 초록빛 눈으로 사슴벌레를 빤히 쳐다보았어요.

“저리 꺼져! 그 탐스러운 갈색 곱슬머리를 찢어주겠다!”

어허, 이 사슴벌레는 입이 너무 험한 것 같아요.

“중량과 길이를 측정하고 스케치 한 뒤 박제해서 보관할 겁니다.”

갬런 씨가 박제를 할 거라고 말하자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곤충들의 눈이 더 커졌어요.

“박제!”

“박제?”

“안 돼!”

“박제는 안 돼! 난 살 거야!”

곤충들이 유리병 벽면과 뚜껑에 달라붙어서 미친 듯이 주먹질을 해댔어요. 사슴벌레가 주먹으로 벽을 치자 유리에 금이 갔지요. 깜짝 놀란 힐다 양은 그만 손에서 유리병을 놓치고 말았어요. 비블리오 씨가 잽싸게 병을 받아서 테이블에 올려놓았어요. 아쉽네요. 유리병이 바닥에 떨어져서 박살났더라면 사슴벌레가 탈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러는 동안 스칼렛 양은 무당벌레가 담긴 병을 집어들었어요.

“자기, 피타야, 나 얘 만져도 되요?”

“그럼요. 병 입구에 손가락을 대면 알아서 기어오를 겁니다. 무당벌레들은 높은 곳으로 가려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스칼렛 양은 폴짝 뛰어 소파에 앉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병을 열었어요. 무당벌레는 “천정이 열렸도다! 탈출이다!” 라고 외치며 열심히 벽을 오르다가 웬 손가락이 입구 근처에 나타나자 잠깐 멈추었어요. 무당벌레는 더듬이로 스칼렛 양의 몸에서 풀풀 풍기는 죽음의 냄새를 감지하더니 바짝 쫄아서 도로 내려가버렸어요.

“어우, 난 저기 못 올라가. 그냥 여기에 있을 테야.”

“피타야, 이 아이는 제가 싫은 것 같아요.”

스칼렛 양은 풀이 죽어서 뚜껑을 도로 막고 유리병을 테이블에 내려놓았어요. 갬런 씨는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며 스칼렛 양의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물렀어요.

“난 이 꿀벌을 가지고 싶은데 제가 가져도 될까요?”

힐다 양이 입에서 나이프를 다시 꺼내 로열 젤리를 먹으려던 벌을 가리켰어요. 갬런 씨는 유럽 벌은 여러 마리 잡았으니 한 마리 쯤은 가져도 된다고 말했답니다.

“고마워요. 안녕 작은 꿀벌아? 네 이름이 뭐니? 없다고? 그러면 내가 지어줄게. 음, 그래, 쉽고 간단하게 봉봉이라고 하자.”

“뭐 어차피 나는 갇힌 신센데 편할 대로 불러유.”

꿀벌은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물론 힐다 양에게는 꿀벌이 즐거운 듯이 날갯짓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요.

“좋겠다. 내 무당벌레는 나를 싫어하는데.”

힐다 양은 옆에 꿀벌을 앉혀놓고 비블리오 씨와 하던 포커를 마저 했는데, 이번에도 져서 먹을 설탕이 6파운드로 늘어났고 약속한 대로 간식도 만들어야 했어요. 힐다 양은 허탈해하면서 무럭무럭 팽창할 그녀의 배를 쓸었어요. 다시는 볼 수 없을 얇은 배를 말이지요. 물론 한 번에 많이 먹지 않고 커피나 홍차에 넣어서 조금씩 먹으면 많이 찌지는 않을 거예요.

“포에트리 씨, 이제 제가 배워야할 것 같아요. 오늘 한 건 다 졌네! 오후에 간식을 가지고 객실로 갈게요. 이제 일해야 하니까 다들 이따 뵈어요. 가자, 봉봉. 주방을 보여줄게. 네 마음에 들 거야. 단 게 아주 많거든.”

“단 거? 단 거! 예에쓰!”

힐다 양은 소파에서 일어나 사뿐사뿐 발을 놀리며 주방으로 걸어갔어요. 유리병에 갇힌 꿀벌 봉봉도 여왕벌에 대한 충성심은 저기 어디 풀밭에 버렸는지 단 거를 먹는다는 사실에 환호를 하며 팔을 휘두르기만 했답니다.

“혼자 가냐 이 배신자야!”

남은 꿀벌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봉봉은 이미 단 거에 정신이 팔려있었어요.

비블리오 씨는 힐다 양이 남기고 간 설탕을 통에 넣고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카드 뭉치를 정리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봉봉이라, 봉봉......”

그는 힐다 양이 내뱉은 봉봉이라는 이름을 곱씹어보았지요.

“에버그린 씨, 어디서 이 벌들을 찾으셨습니까?”

비블리오 씨가 고개를 쳐들고 갬런 씨에게 물었어요. 갬런 씨는 비블리오 씨의 얼굴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어요. 횡경막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지요. 비블리오 씨가 살인 용의자를 심문하는 특수요원의 눈을 하고 있었거든요.

“예? 아 서쪽 숲에서 벌집을 발견했습니다. 아직 공기에 찬 기운이 남아있어서 순하더군요.”

“서쪽 숲이요? 과연! 흠....... 봉봉...... 봉봉 웨스트우드. 봉봉 윌리엄 웨스트우드!”

비블리오 씨는 얌전하게 앉아서 중얼거리다가 돌연 봉봉 윌리엄 웨스트우드 라고 소리를 지르며 소파에서 일어섰어요.

“자기, 포에트리 씨가 이상해요.”

“저 친구는 원래 책 얘기만 나오면 이상해져요. 저게 정상이니까 걱정 마요.”

“아 에버그린 씨, 드디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봉봉 웨스트우드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이름입니까? 상상해보십시오, 중절모를 쓰고 코트를 걸친 꿀벌이 담배를 뻑뻑 피며 살충사건을 수사하는 겁니다. 아, 폭스테일 양을 껴안아주고 싶을 지경이군요. 봉봉이라는 이름을 단박에 만들다니!”

비블리오 씨는 환호하며 곧장 객실로 올라갔어요. 오찬 때도 식당으로 내려오지 않고 집필에 몰두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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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1 19.10.28 25 1 7쪽
20 Chapter 7: 봄비 -2 19.10.28 104 1 10쪽
19 Chapter 7: 봄비 19.10.27 31 1 9쪽
18 Chapter 6: 방울 목걸이-2 19.10.27 37 1 7쪽
17 Chapter 6: 방울 목걸이-1 19.10.26 32 1 8쪽
16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4 19.10.25 57 1 9쪽
15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3 19.10.24 35 1 8쪽
14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2 19.10.24 40 1 8쪽
13 Chapter 5: 5단 케이크 파티-1 19.10.23 32 0 8쪽
12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4 19.10.23 35 1 7쪽
11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3 19.10.22 31 1 7쪽
10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2 19.10.22 32 1 7쪽
9 Chapter 4: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요.-1 19.10.21 31 1 7쪽
8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2 19.10.21 47 1 8쪽
7 Chapter 3: 이제 호텔을 열어요.-1 19.10.20 38 2 8쪽
6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2 19.10.20 37 2 9쪽
5 Chapter 2: 호텔을 열고 싶어요.-1 19.10.19 49 3 8쪽
4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3 19.10.19 88 3 8쪽
3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2 19.10.18 69 1 8쪽
2 Chapter 1: 50년 동안 스물셋 19.10.18 87 2 7쪽
1 Chapter 0: 접촉 +1 19.09.11 21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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