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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티아 & 그라티아

꿈 속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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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티아94
작품등록일 :
2012.11.23 04:09
최근연재일 :
2014.11.29 07:32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443
추천수 :
77
글자수 :
133,197

작성
12.11.23 10:52
조회
772
추천
3
글자
6쪽

Ch.1 세라흐의 바다

DUMMY

한땀 한땀..


소녀와 그 스승이 같이 숨 조차 죽이며 작품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소녀의 섬세한 손이 마지막 한 땀까지 수를 놓고 작은 은가위로 실을 끊어낸 순간, 둘은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로 마주치는 시선에, 동시에 시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그 엄격한 성정으로 유명한 알리스 자작부인이 얼굴 만면에 번지는 웃음기를 애써 갈무리하며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소녀를 재촉했다.


"크흠, 어디 한번 빨리 봅시다, 영애."


말 없이 건네지는 틀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받아들며, 알리스 자작부인은 거의 반사적으로 흘러나오는 탄성을 막을 수가 없었다.


새하얀 고급천에 수놓아진 것은 고운 산호초 가지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고 있는 한마리의 세라흐였다.


세라흐는 고대에 남쪽의 바다에서 살았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설의 물고기로, 영롱한 옥색 비늘과 새파란 바다빛 눈, 그리고 엷고 하늘하늘한 지느러미로 유명했다. 그리고 전설에 의하면 세라흐를 보는 이에겐 큰 행운이 깃든다 하여 세라흐는 귀족영애들이 가장 자주 수 놓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뛰어난 선생으로 이름 난 알리스 자작부인도 수 많은 세라흐 작품을 보았지만, 이 것은 정말...


천을 뚫어져라 마냥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그녀를 보다못해 소녀, 아이레가 입을 떼었다.


"저.. 자작부인, 어떤가요..?"


그 작은 소리에 자작부인은 화들짝- 잠에서 갑자기 깨워진 사람처럼 몸을 잘게 떨었다.


"오, 물론 완벽해요... 완벽해! 이런 작품은 정말.. 영애, 획기적이에요! 세라흐의 고운 색은 물론이고, 산호초의 붉은 색감도.. 모두 매우 훌륭해요!"


"아.. 감사해요, 부인. 그리 말씀해주시니 너무 마음이 벅차네요!"


조금 긴장했던 아이레가 얼굴가득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깐깐한 알리스 자작부인에게서 이런 후한 칭찬이라니, 그 동안 들였던 노력과 시간이 모조리 보상되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제 손안에서 고운 옥색의 물고기 한 마리가 탄생하는 것도 무척 즐겼지만.


알리스 자작부인은 손에서 틀을 놓지 않으며 연신 속으로 혹은 밖으로 감탄했다. 이 아이레 영애가 행실은 꽤나 덜렁대고 다소 숙녀답지 못한 점도 꽤 많았지만, 수 놓기 실력, 그리고 그 재능만큼은 자신이 보장할 수 있다. 이런 섬세함이라니.. 한 번쯤은 이 것이 천 위에 실로 수 놓아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해 보게 된다.


"..훌륭해요, 영애. 더 이상 내가 가르칠 것이 없어 보이는 군요.. 영애는 내가 지시한 것보다 훨씬 능가하는 결과물들만 보여주었어요. 수고 했습니다."


고개를 든 알리스 자작부인의 얼굴에 엷게 서린 미소에서 그녀의 만족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세라흐를 보니 생각 나는데.. 바다에 가본지 너무 오래됬군요! 영애는 이번 여름에 바다에 갈 계획이 없나요?"


"없.. 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오래되긴 했네요! 아아, 갑자기 너무 바다가 보고 싶어 졌어요... 오늘경으로 아버지께 한번 여쭤보아야 겠네요!"


아이레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서 졸라댈 기세였다.


"젊을 때는 가끔식 바닷바람을 쐬어줘야 하죠.. 영애는 너무 영지안에만 있어서 탈이에요. 그런데, 세라흐의 바다를 본 적이 있나요, 영애?"


"세라흐의 바다요? 아아, 아쉽게도 아직이에요. 이 참에 봐야죠! 옥색으로 칠해진 배들도 구경하고.. 이번 기회엔 꼭 보고야 말겠어요!! 물론 아버지께서 허락해 주셔야 하지만..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나 아름다운 가요?"


평소에도 무척이나 가고 싶어했던 세라흐의 바다기에 볼에 옅은 홍조를 띄우고 흥분한 아이레가 끝에가서 약간의 의심을 담고 물었다.


"그럼요! 그 가슴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바다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물론 거기서 자작께 받은 프러포즈도 제가 그 곳을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지요! 호호"


"엇! 정말요??!"


아이레가 눈을 동전만큼 크게 치뜨는 모습은 전혀 레이디답지 못 했지만, 알리스 자작부인은 오늘이 자신과의 마지막 수업인만큼 자비롭게 넘어가주자 하며, 자신이 어떻게 자신의 남편인 알리스 자작과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알리스 자작부인을 배웅하고 다음 수업인 성악을 가르치는 도플러 부인을 기다리며, 아이레는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깐깐한 알리스 자작부인에게서 극찬을 듣고, 그녀의 결혼스토리를 다 듣다니! 그것도 하루에!


이제는 틀에서 빼어낸 세라흐 손수건을 살펴보다가, 저도 모르게 제 입가에 그려진 따듯한 미소가 느껴졌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리스 자작부인이 자작의 프러포즈를 받고 너무 기뻤던 나머지 바닷가에서 그대로 주저앚아 대성통곡을 했었단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엄격한 자작부인의 얼굴과 그 상황을 매치시키려 해봤지만, 자신의 헛된 노력에 시원한 웃음소리만 터져나왔다.


똑똑-


"하하- 아, 들어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영애. 그런데 무엇이 그리도 재미난지 궁금해 지는군요."


방안으로 들어서는 조금 살집이 있는 부인의 얼굴에도 인자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그녀는 아이레의 웃음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복도로 새어 나왔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보다는 그녀의 그런 젊은 활기를 기꺼워하는 이였다.


"푸흡, 흠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덕분에 안녕합니다. 감사합니다, 도플러 남작부인."


"뭐, 그렇다면.. 우선 '에를린의 정원' 으로 목소리를 풀어볼까요- "


"예, 부인!"


스승과 제자가 곧바로 자세를 잡고, 본격적인 수업이 이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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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h.2 황도 아란셰르타 14.02.27 202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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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h.2 황도 아란셰르타 13.01.05 383 2 12쪽
21 Ch.2 황도 아란셰르타 12.11.23 521 3 21쪽
20 Ch.2 황도 아란셰르타 +2 12.11.23 464 2 9쪽
19 Ch.2 황도 아란셰르타 12.11.23 358 2 12쪽
18 Ch.2 황도 아란셰르타 +4 12.11.23 393 2 14쪽
17 Ch.2 황도 아란셰르타 12.11.23 458 2 9쪽
16 Ch.2 황도 아란셰르타 +2 12.11.23 632 3 17쪽
15 Ch.1 세라흐의 바다 +2 12.11.23 394 3 14쪽
14 Ch.1 세라흐의 바다 +4 12.11.23 257 2 14쪽
13 Ch.1 세라흐의 바다 +4 12.11.23 437 2 13쪽
12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479 2 8쪽
11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433 2 14쪽
10 Ch.1 세라흐의 바다 +2 12.11.23 675 2 7쪽
9 Ch.1 세라흐의 바다 +2 12.11.23 578 3 13쪽
8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591 4 7쪽
7 Ch.1 세라흐의 바다 +2 12.11.23 619 7 8쪽
6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494 4 11쪽
5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395 3 5쪽
4 Ch.1 세라흐의 바다 +2 12.11.23 609 5 10쪽
3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565 5 8쪽
» Ch.1 세라흐의 바다 12.11.23 773 3 6쪽
1 Prologue. 꿈 12.11.23 806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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