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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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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5.08 23:3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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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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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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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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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장: 생존] 여명 (6)

DUMMY

<송예슬>


밤이 늦어가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유민준은 품질 좋은 와인뿐만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핑거푸드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덕분에 모두들 훌륭한 식후주를 즐기며 기분 좋게 취한다.

“짠~”

이내 잔에 남은 마지막 와인까지 모두 다 비워낸다. 그 순간이었다. 강민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출구를 향해 우직하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배웅해 드리고 올게요.”

자리를 떠나는 건지 화장실을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가 본다. 강민엽의 걸음이 너무 빨라서 조금 달려야 했다. 중앙계단 안으로 들어가서야 그를 따라잡는다.

“민엽 씨!”

송예슬은 다가가 강민엽에게 손을 댄다. 이에 강민엽은 제자리에 멈칫하고는 천천히 뒤돌아선다. 송예슬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는다. 그러고 나서 강민엽은 그대로 송예슬을 향해 풀썩 쓰러진다.

“어머.”

송예슬은 놀라 양손으로 강민엽을 지탱한다. 그러나 너무 무겁다. 그대로 벽에 기대어 눕힌다.

“괜찮아요?”

송예슬은 자세를 낮춰 강민엽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송예슬은 알아차린다. 강민엽은 지금 만취한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옥상에서 강민엽은 단 한 번도 빼지 않고 모든 와인을 받아마셨다. 그럼에도 얼굴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그래서 송예슬은 그가 술에 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냥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민엽 씨.”

송예슬은 강민엽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 허벅지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때였다. 강민엽은 재빠르게 송예슬의 팔을 부여잡는다. 송예슬은 순간 깜짝 놀란다. 방금까지 눈을 감고 있던 강민엽이 매서운 눈빛으로 송예슬을 노려본다. 그러나 이내 눈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다시 스르륵 감긴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이 경계할 필요가 없는 송예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다 송예슬은 깨닫는다. 그녀가 실수로 강민엽의 권총 홀더 쪽에 손을 가져다 댔다는 것을 말이다. 강민엽은 그에 반응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안될 것 같다. 송예슬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일단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그러나 강민엽은 부여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민엽 씨 놔봐요.”

강민엽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송예슬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 듣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그의 입 쪽에 귀를 가져다댄다.

“.. 가지 마..”

강민엽의 나지막한 말소리가 들렸다. 송예슬은 미소 짓는다.

“안 가요. 금방 올게요.”

“.. 지마..”

“안 간다니까요.”

그러나 강민엽은 손을 놓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송예슬은 혼자서 직접 강민엽을 부축하기로 한다.

“일어나 봐요.”

힘겹긴 하지만 간신히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한다. 강민엽은 만취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송예슬의 지시를 따르는 듯했다. 송예슬은 강민엽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고는 천천히 14층으로 내려간다.

“아니 술이 왜 이렇게 약해요.”


힘겹게 14층까지 내려왔으나 아무도 없다. 원래라면 14층엔 군인이 항상 지키고 있는데 잠깐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낑낑대며 강민엽을 1410호 앞까지 데려간다.

“비밀번호 뭐예요?”

그러나 아무리 물어도 강민엽은 대답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송예슬은 가까운 빈 집인 1408호로 향한다. 1408호는 도어록이 박살 나 있었기 때문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들어가서 강민엽을 눕혀놓는다. 그리곤 군화의 끈을 풀고 벗겨낸다.

“일어나요. 거의 다 왔어요.”

송예슬은 다시 강민엽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그대로 안 방으로 들어간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전등 스위치를 누른다. 하지만 역시나 전등은 켜지지 않는다. 달빛에 의지해서 강민엽을 침대로 데려가 눕힌다.


송예슬은 침대 끝자락에 앉아서 숨을 몰아쉰다.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강민엽을 침대에 눕히는 데 성공했다. 송예슬은 누워있는 강민엽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둡지만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달빛에 비쳐 선명하게 보였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다. 술에 약한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미소가 나온다. 그러다 취기 때문인지 문득 충동이 솟아오른다. 그렇게 송예슬은 강민엽의 얼굴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댄다. 슬쩍 볼을 쓰다듬는다. 피부가 아주 부드럽다. 그러다가 이번엔 그의 입술에 눈이 간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입술은 불그스레하고 탱글한 윤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킨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강민엽의 입술 쪽으로 다가간다. 그 순간이다. 송예슬은 정신이 번쩍 든다. 황급히 손을 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는다.

‘정신 차려.’

뒤늦게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집을 떠나기 위해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 순간이다.

“.. 어디가?”

강민엽이 손을 잡아당긴다. 균형을 잃고 침대로 쓰러지는 송예슬을 껴안고는 그대로 뒤집는다. 송예슬은 순간적으로 강민엽에게 안겨서 침대에 눕혀졌다. 바로 코앞에 눈을 감고 있는 강민엽의 얼굴이 보인다. 따뜻한 강민엽의 숨결이 얼굴에 닿는다. 가슴이 쿵쾅 거린다. 긴장되어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호흡은 격해진다. 최대한 숨을 참아본다. 강민엽에게 닿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엔 침이 문제였다.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삼킨다. 꿀꺽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때였다. 강민엽이 살며시 눈을 뜬다. 송예슬은 놀란 표정 그대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 안 자?”

강민엽은 나긋이 말했다. 송예슬은 당황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무엇을 하기도 전이었다. 강민엽이 다가와 송예슬에게 입을 맞춘다. 송예슬은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그대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강민엽은 마치 오랜 연인에게 하듯 가벼우면서도 부드럽게 입맞춤을 이어간다. 송예슬은 이내 스르륵 눈을 감는다. 입술의 따뜻한 온기가 달콤하게 느껴진다. 긴장되고 흥분되지만 동시에 안정감이 든다. 그러다 이내 입술이 떨어진다. 한참을 있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게 송예슬은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강민엽은 잠에 들어 있었다.


얼떨떨하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임지훈이나 박준이 들어올 수도 있다. 그리고 빨리 옥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송예슬은 슬금슬금 포옹을 풀고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탈출한다. 그렇게 그대로 방에서 나가려다가 슬쩍 한 번 뒤를 돌아본다. 침대에 누워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강민엽의 뒷모습이 보인다. 송예슬은 고민하다가 다시 돌아가서 이불만 살짝 덮어준다. 그리곤 서둘러 집 밖으로 나온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에 손을 모은다. 하지만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송예슬은 입술을 앙다물고는 밀려오는 여운을 느낀다. 흐뭇한 미소가 새어나온다.















<강민엽>


강민엽은 눈을 뜨고는 시계를 확인한다. 새벽 4시다. 소음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과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그럼에도 강민엽은 습관처럼 기상했다. 왜인지 오늘은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그러나 심한 숙취로 인한 고통이 밀려온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고 속이 쓰리다. 입에서는 역한 알코올의 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강민엽은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위를 살펴 상황을 파악한다. 1410호가 아닌 낯선 공간이다. 아무래도 1408호 같다. 몸에는 장구류가 그대로 착용되어 있었다. 어제 장구류도 벗지 않고 그대로 잠에 들었던 것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일단 집에서 나가고 본다.

“충성.”

“지훈이는?”

“들여보냈습니다.”

“잘했어.”

강민엽은 1410호로 들어간다. 안전하게 보관해 놓은 소총을 어깨에 멘다. 그리곤 부엌으로 가서 물 한 컵을 가득 따르고는 통째로 들이킨다. 속이 조금이나마 풀린다. 다시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아서 전투화를 착용하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어제는 유민준과의 내기에서 패배한 바람에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마신 술이었는데 하필이면 도수가 높은 독한 와인이었고 벌써 몇 주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해서 피곤이 누적되어 있던 상태인데 괜한 승부욕까지 붙어버려서 제대로 취해버렸다. 그래도 정신을 붙들어 매고 끝까지 모든 와인을 비워낸 다음 직접 걸어서 옥상을 떠난 것까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강민엽은 전투화를 다 착용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 1408호에 간 건지, 어떻게 1408호까지 간 건지, 전투화는 벗었으면서 장구류는 왜 안 벗은 건지 이해 안 가는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도 묵묵히 주어진 일에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강민엽은 새벽 순찰을 시작한다.

















<송예슬>


송예슬은 자명종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제는 밤새 뒤척이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사건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제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다. 마치 꿈과도 같았다. 진짜 일어난 현실이 맞는지 의심된다. 하지만 분명한 현실이었다.


송예슬은 평소처럼 우치에게 밥을 주고는 이시온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그리곤 화장실에 들어와 거울을 본다. 머리카락이 조금 기름지고 푸석푸석한 데다가 살짝 뻗쳐있다. 그러나 머리를 감는다는 큰 결단을 내리지는 못한다. 어차피 오늘도 부엌에 박혀서 하루종일 요리를 해야 했기에 머리를 감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오늘까지는 이대로 모자를 쓰고 나가도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모자?’

이때 송예슬은 떠올린다. 어제 집에 올 때는 모자를 안 쓰고 돌아왔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분명 나갈 때는 쓰고 나갔는데 말이다. 그러다 이내 깨닫는다. 강민엽에 의해 침대에 눕혀졌을 때 모자가 벗겨졌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새삼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새어 나오는 미소를 참아낸다. 그렇게 송예슬은 결심한다.

‘머리 감자.’


세면대에 생수를 붓는다. 고개를 앞으로 숙여 머리카락을 물에 담가놓는다. 최대한 구석구석 적셔 머리를 헹궈낸다. 그다음 샴푸를 짜내고 두피부터 꼼꼼히 거품을 낸다. 그리곤 거품칠이 된 머리를 세면대에 푹 담가 최대한 헹궈낸다. 세면대의 물이 금방 샴푸물이 되어버려서 더 이상 헹굴 수가 없게 된다. 직접 생수를 머리에 부어가며 마저 헹궈낸다. 너무 오랫동안 허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힘들어 최대한 세면대에 몸을 기댄다. 그렇게 겨우겨우 머리 감기를 완료한다. 린스는 포기하기로 한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드라이기와 고데기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직 자연 건조로만 스타일링을 해야 했다. 일단 최대한 마른 수건만으로 물기를 털어낸다. 머리를 짜내고 팡팡 두들긴다. 어느 정도 물기가 날아가고 나서는 거울 앞으로 가서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빗질을 해 머리를 정돈한다. 그렇게 마무리한다. 머리를 뽀송뽀송하게 말리지 못해서 조금 찝찝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꽤 상쾌했고 또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좋아.’

송예슬은 거울을 보고는 기분이 좋아져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렇게 설렌 마음을 부여잡고는 마저 단장을 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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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생존] 여명 (6) 24.04.08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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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장: 생존] 여명 (4) 24.04.01 11 0 14쪽
42 [2장: 생존] 여명 (3) 24.03.26 12 0 11쪽
41 [2장: 생존] 여명 (2) 24.03.24 14 0 12쪽
40 [2장: 생존] 여명 (1) 24.03.22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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